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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풀잎대로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敍情詩를 쓰는 |
오월입니다. 이런저런 시절을 보내고 드디어 말쑥하게 차려입은 오월이 곁에 작은방을 들였습니다. 생각하자면 오월은 그 어느 날보다 창창하고 기쁜 계절이지요. 바람도 적당하게 시원하고 산록도 어깨를 어루 만지는 새소리로 점벙점벙 내려앉지요. 사랑이 독한 날은 오월의 햇살과 풀잎과 그 풀잎의 노래를 들으라 했었지요. 그만큼 오월은 무궁무진 벅차게 행복한 계절이지요.
몇 해 전 일입니다. 여은이와 일산에 몇 번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해 일요일 아침 문화방송에서는 최고의 진행자인 김제동 님이 "환상의 짝꿍"이란 휴일 가족코너를 진행하고 있었지요. 예심을 보고 본심을 보러 여은이가 이 학년 때 훌쩍 갔다가 엉덩이가 진물 나게 기다리다 전주로 내려왔었지요. 아시겠지만, 방송이란 그것이 일할이지 않습니까? 그 많은 카메라 필름과 앵글을 잡아먹어도 주파수를 올리고 브라운관에 나오는 분량은 아주 조미료처럼 딱 맛만 내주니까요.
녹화를 끝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여은이는 내내 예쁜 코도 골면서 뒷좌석에서 인어처럼 웅크리고 잤습니다. 녹화 중이계인 아저씨 뺨을 때린 것도, 이성진 아저씨와 윙크 한것도, 소녀시대 언니에게 사인 받은 것도 잊었는지 아니면 그 꿈을 모두 모아서 무럭무럭 편집을 했는지도모르는 일이지요. 방송이 나오고, 그 후로 가끔 녹화본을 돌리면 울면서 방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아마, 자기의 공중파 째냄이 부끄러웠던 모양입니다.
그런딸이 몇달전 학교에서 캠프를 구성했습니다. 그것도 선거캠프였지요. S 초등학교 전교 부회장 캠프에 합류했던 것입니다. 딸은 꼭 당선되고 싶어 했습니다. 출마의 진실을 막내가 슬쩍 안내하였습니다. 그 학교는 학예발표회에 전교 부회장이 솜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회를 보는 일이 전통이라고 합니다. 딸 아이는 그 드레스가 목표였던 것입니다. 부회장의 시니피앙은 드레스였지요. 저는 그것이 시니피에가 되었으면 하고 마음으로 바랬지만, 본질이고 껍질이고가 뭐가중요하겠습니까. 아무튼, 딸 아이는무사히 캠프에서 당선 되었고, 드레스 입고 사회 볼 날만 학수고대하는 듯 합니다.
세상은 연극이라고합니다. 통조림처럼 딱딱한 세상을 우리는 답답하게 살아가는 것이 겠지요. 생각해보니 저의 꿈도 연기자였습니다. 그러나 짧은 다리를 보며 시인으로 꿈을 고품격 활성화를 했지요. 여은이는 예술과 방송기질이 많습니다. 무럭무럭 그 꿈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상처받지 않고 신데렐라처럼, 백설공주처럼 아름답게 눈치 보지 않는 딴따라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빠는 풍각쟁이야~~~> 가끔 딸들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관심 깊고 하고 싶은 꿈은 내내 유지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힘들고 버거울 때 만경평야 바람처럼 저에게 안겨 훌쩍훌쩍 울겠지요. 그때 저는 동화처럼 토닥토닥 다독여 주겠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면 되었다고.
오월의 공주처럼 꽃처럼 아름다운 계절은
우리의 딸들입니다.
오월은 혁명처럼 찬란합니다.
박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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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은이가 입었을 이쁜하얀드레스를 생각하니 저도 가슴이 설레네요.....가슴따뜻했습니다...
시인되시길 정말 잘 하셨네요.^^
읽는내내 아빠의 마음과 감동이 전해져오는걸 보니 ~~
따님의 일상을 그린 수필 한편 잘 감상하고 갑니다.
아빠의 포근한 사랑이 여은이 가슴속 유전자에 오래토록 남을거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