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00년) 부천에 초임 발령 나던 날, 마중 나온 교감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씀을 꺼내셨다.
“특수학급 선생님이 사퇴해서 자리가 비어 한 학기만 맡으면 내년에는 일반학급을 맡게 될 것입니다.” 무슨 말씀인가 영문을 모르고 도착한 학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은 정신지체 3급 정도의 도움2반 6명이었다. 1학년 4명, 2학년 1명, 6학년 1명이었는데 원적반에서 수업을 받다가 2교시 정도를 특수학급인 우리반에 와서 보내게 되어 있었다. 요가선생 15년에 주로 어른들만 상대했고, 여러 번 교직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 상대하고 놀기 싫다고 외면했는데 4살 먹은 둘째 아이보다 하는 행동이 못 따라 주는 아이들을 보고 참으로 난감했다.
자폐증세가 있는 건영이는 무조건 물건을 집어던지고, 괴성을 질러댄다. 특수 교육 전공의 옆 반 선생님 표현으로 하이퍼 기질이라는 유진이는 친구들이 자기 뜻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 머리를 쥐어박고 때리기를 곧잘 한다. 침을 질질 흘리는 철이, 부모 모두 장애인인 까닭에 유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지만 너무 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니 손을 붙들고 1대1로 가르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부모들과 상담과정에서 장애원인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원인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임신 중에 모세기관지염을 심하게 앓고, 신생아 시절에 아기가 엄마가 앓던 병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의 건강상태가 얼마나 중요하게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를 어렸을 때 심하게 하고 나서 성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우와 성장이 어느 아이들과 달라 여러 번 병원 정밀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아이를 방치하다가 성장해서 뇌 스펙트럼 검사에서 뇌혈관 역류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조기에 손을 쓰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보고, 조기치료와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해 주었다. 그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될 지 참으로 막막했다.
나로서는 가장 익숙한 요가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일로부터 시작하였다.
아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손가락의 힘이 너무 없었다. 6학년인 중선이는 글씨가 매우 흐리고, 그리듯이 쓴다. 1학년 준식이는 연필 쥐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손가락 구부렸다 펴기 운동을 수시로 하면서 숫자세기를 하고, 제대로 안 되는 가위, 바위, 보로 게임을 하고, 주먹 쥐었다 펴기는 기본운동으로 하였다. 머리를 써서 하는 것은 힘들어하고, 잠시도 집중을 제대로 못하는데 몸으로 하는 것이고, 낯선 것이라 호기심도 있어 제대로는 흉내를 못 내지만 따라하려고 했다. 10월 중에 평촌 정보고등학교 특수학급에 2년째 요가 출강을 나가시는 선생님에게서 학예회 발표를 통해 일반 학생들, 학부모의 감동스런 눈물과 큰 격려를 받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저학년 학예회에 발표하겠다고 자청을 하고 공연준비를 했다. 다 같이 지도하는 것은 역부족이라 두 명씩 짝을 지어 지도하고, 태양경배체조를 쉬운 포즈를 바꾸어 해도 무릎펴기를 무척 힘들어했다. 결국 장애인인 아이들이 다른 학부모들의 놀림감이 되기 싫다는 부모들의 이해부족으로 공연을 포기하고 한 때 의욕이 많이 감퇴됐다. 11월 들어 온돌이 되어 있는 유치원 교실에서 요가를 매일 20분에서 40분 정도 유치원생 10명, 우리 반 6명, 학습 부진아로 구성된 다른 특수학급인 도움1반 5명으로 통합수업을 하게 되었다. 우리 반 아이를 데리고 요가지도를 하다가 어려도 정상아인 유치원생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잘 따라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나도 의욕이 생겼고, 분위기가 있으니까 산만한 아이들도 할려고 마음을 내었다. 유치원 선생님과 도움1반 선생님이 보조교사로 아이들을 붙들어 잡아주고 거들어 주신 덕분에 방학할 때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맞는 요가지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두 분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재미있게 해야 아이들이 꾸준히 흥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전굴자세를 할 때 “발 끝을 나무토막이라 여기고 손끝으로 누가 멀리 넘어뜨려 볼까요” 라는 멘트가 아이들에게 좀더 자발성을 불러 일으켰다. 또 기는 포복자세를 하면서 이름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도마뱀 자세’라고 하는 아이들의 관찰력이 뛰어났다.
매우 뚱뚱한 우리반 희선이는 처음에는 척추굴리기 자세가 잘 안돼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안 돼도 하려고 하니까, 한 달이 못 돼 자세가 잘 된다고 자랑을 하고 요가 끝나면 반드시 화장실을 가서 볼일을 보고 몸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부모들 애기를 나중에 들어보니 집에 와서 학교에서 배운 한 발로 서기를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했다.
열심히 한 기간이 한 달 반 정도라 안 되던 자세가 잘 되는 것 말고 두드러진 전체적 변화를 크게 얘기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엎드려 쉴 때 갑갑해서 눈을 떠보고 옆사람과 얘기하던 아이들이 늘상 듣는 명상음악에 귀기울이고 호흡주시를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거의 물건을 집어던지지 않고 혼자만 놀던 건영이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씩 어울리게 된 것을 보고는 무척 놀랐다.
또한, 유진이가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통합 수업이 계기가 되어 방과 후에 동학년 선생님들과 요가를 하게 되었고 그 선생님들이 좋은 컨디션을 갖게 되면서 그전보다 의욕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보고 요가의 파급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학기를 마치면서 학부모 간담회를 겸해 ' 부모와 함께 하는 심신수련' 이라는 주제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요가를 했는데 부모들의 호응이 좋았고 부모들이 함께 하고 보조를 해 주셨다.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이 잘 따라했고 방학중에도 시간을 갖고 요가수련을 한다고 했을 때 다 참가하겠다고 할 정도로 호의적이어서 그 동안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습관형성이 평생의 심신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할 때 요가는 무리가 없으면서 자연스럽게 심어질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심신수련법이자 인성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에게서 그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다.
또한 짧은 기간에 접한 특수교육 분야에서 요가가 접목된다면 ‘장애극복과 심신치료의 효과’를 거두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특수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또 정상인을 가르치는 것보다 몇 배로 힘들고 여러 명일 경우는 반드시 보조교사가 필요하지만 많은 요가선생님들이 아직 미개척 분야인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요가를 함께 나누고 알리는데 많이 동참하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4.2월 교직을 사직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