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선계곡을 걸어내려 추성주차장까지 9.7km의 험난한 여정
그 시작점에 서 있다.
천왕봉에서 칠선계곡으로 향하는 험난한 내림길의 그 첫발자국을 옮기며
하루에 60명까지 예약을 받는다는데 오늘의 인원은 30명을 넘지 못하고....
인간의 간섭없이 자라던 주목군락에 안개가 흘러들어 신비감이 더하고
3명의 가이드 중 맨 선두에 선 가이드를 따라 내리다가 후미를 기다린다.
길이 미끄럽고 험해서 천천히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며 조심하란다.
천왕봉의 기상악화로 주목군락지인 이곳에서 모여 하루를 함께할 고운 인연들과 인사를....
우리나라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고 700년을 살은 주목이라고 가이드가 소개한다.
수 많은 풍상을 견뎌 오늘에 이른 그 당당함과 거대함에 경의를 표하며.....
가이드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바빠서 제대로 풍경을 담지 못한다.
길은 가파르고 안개에 젖어 미끄럽기까지 한 내림길은 잠시 방심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것 같은 위태로움 속에서 여인의 비명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옆지기의 순발력으로 구르는 여인을 얼른 막아내어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08:16 마폭포 도착, 칠선계곡에 걸린 마지막 폭포란다.
양몰이 목동에게 몰리듯 내려온 1시간여의 긴장을 시원스럽게 내리치는 마폭포의
우람찬 물소리로 풀어내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마폭포의 좌골과 우골이 합수하여 물은 그 세를 더하여 끝없이 아래로 향한다.
저 물길을 얼마쯤 따라가야 우리의 목적지가 나올지.....
앞선 가이드가 잠시 발길을 머무는 곳 거기, 옹기가 하나 누워 있다.
깜빡 속았네! 자연석이 저렇게 능청스럽게 옹기행세를 하고 있네! 신기해라!
계곡은 10월의 끝자락에서 한겨울의 모습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
산자락을 밟고 내리다가 어느 순간 길은 끊어지고, 무수히 굴러 내린 바윗돌이 멈춘 개울의 희미한 발자국에 의지하여
어둠에 가느다란 빛을 찾아가듯 더듬어가는 가이드를 따라 바삐 걸음을 옮긴다.
그 긴장된 와중에 옆지기는 용케도 셧트를 눌렀네!
경사가 높은 계곡은 지난여름 거센 비바람에 큰 바위들을 많이도 굴러 놓았다.
위태하게 뿌리내린 저 위험한 나무는 용케도 한해의 여름을 견뎌내었네!
아래에는 지금 가을이 한창 절정일텐데 높은곳에 뿌리내린 이곳 나무들은 벌써 무거운짐
다 내려놓고 두려울것없이 겨울과 맞서있다.
낙엽 쌓인 길이 아닌 길을 밟는 한 걸음 한 걸음엔 힘이 들어가고
또 개울을 건넌다.
뒷팀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둘리고
암반위를 힘차게 뛰어 내리는 물길위에 아직도 가을에 미련을 못버린 나무는 메말라 가는 잎들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고도를 낮추며 흘러내리는 칠선계곡의 무수한 폭포중 당당하게 이름을 얻은 삼단폭포 상단부
물길은 거침없이 내리치지만 갑자기 낮아지는 하산길은 바위를 잡고 사정도 해야하고
나뭇가지에 무게중심을 옮기며 매달리기도 하며 계곡과 함께 아래로 아래로 향한다.
삼단폭포의 맨 아래쪽에서 모처럼 둘이 나란히 선 사진이 떨려버렸네! 폭포수가 가려져 버리고....
10시05분 대륙폭포 도착,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걸어 들어감
중앙부의 바위 위를 미끄러져 떨어지는 폭포수는 물안개를 피우며 맑은 날에는 무지개를
선사한단다
다시 돌아 나와서
물길을 건너 또 아래로 향하고
대륙폭포에서 300m를 내리면 칠선폭포가 잎진 가지 사이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쏱아져 내린다.
등산로에서 아래로 걸어내려야 하는 이곳은 지친 심신을 바위에 걸터앉히고 잠시 쉬는 사이 옆지기가 찍어온 사진
"칠선계곡에 왔으면 칠선폭포를 보고가야지" 하며 시선이 곱지 않다.
슬라이딩 하던 여인이 지나가며 옆지기에게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며 인사를 한다.
여인이 들리지 않게 낮은 소리로 "내 아니었으면 오늘 저 아지매 일났다" 하며 생색을 낸다.
10시 40분 청춘홀 도착
옛날, 이곳에서 숯을 구워 장터목을 오르내리며 물물교환하여 근근이 살아가며 젊은 청춘을 다 바쳤다 하여 청춘홀이라고 하고
마천에서 천왕봉을 향하던 청춘들이 날이 어두워 이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던 곳이라 하여 청춘홀이라고 한단다.
가이드의 설명에 한 산객이 그것말고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묘한 웃음을 흘린다.
그게 뭘까?ㅎㅎ
개울을 건너 내리니 가이드의 간섭에서 벗어날 시간이 왔다.
험난한 여정 이끌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10시 54분, 천왕봉에서 4시간여를 내려 도착한 통제지점,
수고하신 가이드에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통제소를 지나니 이제야 징검다리대신 출렁다리가 나오네!
그 끝으로 노랗게 가을이 손짓을 하네!
계절을 거슬러, 겨울에서 가을로 다시 돌아 온것 같다.
삭막한 겨울을 벗어 던지고 화려한 가을앞에 서 본다.
나목만 보다가 이렇게 풍성한 색채를 바라보니 험난한 여정의 피로가 싹 가시는것 같다.
옥녀탕
깊이를 알수 없는 푸른 소의 바닥엔 가을이 가라앉아 있다.
큰 바위가 중심을 잡은 데크는 곡선을 그리며 개울에 걸려 있다.
11:50 간간이 휴식시간에 간식으로 배를 채웠건만, 고된 하산길인데다가 아침을 일찍 먹은 탓에
허기를 이기지 못해 식사를 하기로 한다.
새벽에 끓여 넣은 보온병의 물이 식어버려 컵라면을 또 대충 먹어야 한다.
이제 보온병을 바꿀때가 됐나보다.
옛 칠성동 마을터를 지나니 대구에서 출발한 kj 산악회 회원들이 한 무리 지나간다.
철제 다리의 단풍빛 색채 아래로 화려했던 가을이 지나는 소리 물소리와 함께 흐른다.
이제 가볍게 산책나온 탐방객들이 눈에 보이는걸 보니 추성이 가까웠나보다.
가을햇살이 익어가는 오후, 단풍빛 그늘을 따라 아래로 향한다.
두지교를 향하여 내리는 개울 가에 노랑빨강 단풍이 가을햇살에 퍼지면 칠선계곡은 점점
멀어져 간다.
꼬불꼬불 숲길이 이어진 저 끝자락이면 마침표를 찍을수 있을까?
산자락을 헤집고 물길은 꼬불꼬불 한참을 아래로 내려 앉아있다.
아득히 올려다 보이는곳, 포개어지고 포개어져 꽁꽁 숨어버린 천왕봉
그곳으로부터 물과 함께, 바람과 함께, 겨울과 함께 내리다가 겨울은 살짝 내려두었다.
그리하여 아직은 가을이라 믿고싶은 곳까지 내렸다.
13:40분 추성주차장 도착
장터목에서 출발하여 8시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주차장 가장자리엔 발갛게 단풍이 절정을 맞고 있다.
여기서 백무동주차장까지는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이용해야 된다.
마천에서 서울행버스를 타야 한다는 아저씨는 마천까지 함께 합승하자고 한다.
미리 택시를 불러놓은 부부와 함께 5명이 타면 된다고...
같이 타도 되겠냐고 부부에게 물으니 불편하다고 거절한다.
3대로 운영되는 마천택시는 전화를 받지 않고, 그사이 택시가 들어온다.
기사님께 갔다가 다시 와 달라고 하니 타라 하신다.
7인승 크기의 택시라 충분히 타고도 남는다고...
다시 부부에게 타도 되겠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역시 불편하단다.
기사님은 부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무조건 타라 하신다.
미안한 나머지 옆지기는 뒷 트렁크에 타려하니 기사님 단호하게 앞에 타라 하신다.
그들에게 불편을 끼치기 싫은 우리는 한자리에 둘이 포개 앉았다.
10여분을 달려 마천에 도착,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몇번이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말 없이 내리는 부부의 뒷꼭지를 보며 씁쓸해 하는데
백무동 주차장으로 향하던 기사님, 가는 내내 부부의 흉을 본다.
산에 다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그 사람들도 부지런히 산을 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산의 넉넉한 마음을 배울때가 있겠지!
13,000원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백무동에서 내리니 주차 요금 받는 분이 보이지 않는다.
옆지기는 빨리 타라고 제촉한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주차요금 받는 아저씨가 오기전에 빨리 가야 한다고...ㅎㅎ
그래서 우리는 빨리 줄행랑을 쳤다. 우리는 역시 부창부수야!ㅎㅎ
우리도 산의 넉넉한 마음을 닮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것 같다.
요금소가 따로 없는걸 보니 무료주차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찔리는 양심의 소리를 애써 외면해본다.
옆지기의 말에 의하면 주차요금 받는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마주치지 않으면 안줘도 된단다.ㅎㅎ
돌아나오는 길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노란 가로수길이 오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우리는 아직 지리산 자락을 빠져 나오기도 전에 또 다시 올 궁리를 한다.
아직 우리에게 천왕봉 중봉 대원사 코스가 남아 있기에
또 어느날 베낭을 꾸린다면 천왕봉을 지나 중봉으로 향하겠지!
첫댓글 가만 앉아서 지리산 구경 잘 하고 갑니다. 한때는 산악계에 날다람쥐로 소문 난 꽃사슴이었는데...ㅋㅋㅋ
아직도 날다람쥐임에는 변함없어 보입니다.
눈으로도 헐떡 거려집니다..
나에게 지리산은 3층이상 계단도 버거울때 ~친구 꾐에 빠져 무식은 용감이다를 느껴본 체험장이었답니다.
첨 신어본 아이젠에 엉덩이는 내 살인지 옆집아지매 궁딩인지도 모르게 눈눔과 입맞춤을 연신해댔고~ 예약안된 장터목 대피소에 사정해서 나이많다는 장점으로 겨우 머무를수 있었던 무박이 이박삼이 됐던 눈물겨운 여정이었답니다.
덕분에 나 지리산 갔다 온 몸이야~!를 외칠수 있겠됐죠 ㅎ
건강한 부부의 예쁜 사랑도 같이 볼수 있어 보는 이를 흐믓하게 합니다.
ㅎㅎ 그러셨군요. 지리산 대피소중 가장 치열한곳이 장터목이죠.
인터넷을 켜고 대기하고 있다가 시간이 되어 콕 찍었는데도 되지 않는곳이죠.
저는 남편의 끈질긴 도전덕에 따뜻하게 장터목을 차지했었죠.
옆지기와 옥매님 대단하셔요.
저라면 용기도 낼수 없었을겁니다
덕분에 저도 멋진 기행 하였네요
감사하구요.자주올려주세요^^
총무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다시 올려보니 그 시간으로 돌아간것 같네요.
지면을 많이 차지해서 송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