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1. 김도연 교과부 장관, 국무회의서 “편향된 역사교육 탓 청소년들 반미성향” 발언
2008.07.03.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광복절을 ‘건국절 ’로 바꾸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안’ 국회에 제출
2008.07.22. 뉴라이트 등 민간 보수 단체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개최. 건국위원회
의 공동 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 전야제 참석해 축사
2008.07.22. 국방부, 각 군에 불온서적 군대 반입 차단 공문 발송
교과부장관의 발언과 총리의 맞장구
김도연 전 교과부장관 ⓒ 한겨레 |
문제가된 금성교과서의 천리마운동 부분 ⓒ 오마이뉴스 |
2008년 7월은 교과부 장관의 망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5월 '좌편향' 발언의 연장선인 셈이지요. 김도연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편향된 역사 교육에 따라 청소년들이 반미, 반시장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라며 금성교과서를 공격했습니다. 천리마 운동을 더욱 상세히 보이게 기술했고, 새마을 운동은 유신독재정권의 도구로 묘사했다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 국무회의 주재자였던 한승수 총리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학자들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라, 각 부처가 교과서를 찬찬히 읽어 잘못된 부분을 취합해 교육부를 통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었던 새마을운동과 천리마운동은 다른 페이지에 기술이 되고 있었고, 두 운동 모두 긍정 부정적 측면을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교과서의 기준이 되었던 교육과정은 김영삼 정권때 만들어졌던 겁니다. 이를 보면 이 발언은 단순히 교과서의 문제가 아니고 교과서를 빌미로한 색깔론에 다름없는 것이지요. 교과부의 수장은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특정과목 교과서의 서술자체를 비판하고 나선겁니다.
이때는 한창 쇠고기 파문이 확산되던 시기였고, 이미 5월에 교과부 간부들이 모교나 자녀학교에 특별교부금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교체되게 됩니다. 이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도 같이 경질되었습니다. 경질되었다고 해도 그걸로 끝난건 아닙니다. 김도연 전 장관은 퇴임직후 제8대 울산대 총장(2008.09 ~ 2011. 02), 대통령 자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2009.12 ~ 2010.11), 한국공학 한림원 회장(2011.0 1 ~ 2011.03)을 거쳐서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2011.03~)을 하고 있군요. 다른분들은 또 어떨지 잘 살펴봐야 겠습니다.
계속되는 건국절 띄우기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등 13명이 제안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결국 9월12일자로 철회되었습니다.
앞서 2008년 5월에 국무총리 산하에 ' 건국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발족했다는 건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더해집니다. 이 개정안은 2008년 7월 3일 정갑윤, 권경석, 김정권, 김학송, 김효재, 송훈석, 이화수, 정두언, 정해걸, 조전혁, 허범도, 현경병, 홍장표 의원이 발의한 바 있습니다. 제안이유는 아래쪽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서 검색할 수 있네요. 요약하자면 "광복절의 의미에만 국한되어 건국 이념과 정신이 등한시 되고, 건국시기에 대해서 잘 모르고, 1945년 광복은 자력이 아니라 불완전한 것으로 국제화시대에 반감을 가질수 있다." 정도군요. 결국 '건국절' 행사가 끝난 9월 12일 철회되게 됩니다.
정부가 앞장선 건국절 논란은 법률에 이어 학술적인 면에서도 결을 같이합니다. 2008년 7월 11일에는 동아일보 -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 건국 60년 과거 현재 미래'라는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이에 반대해서 7월 15일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사업회, 한국민족종교협회, 삼균학회 주최로 ‘대한민국 건국 89주년 학술회의’가 열리기도 했었습니다.
건국절로 검색한 결과입니다. 검색 결과만 봐도 2008년 8월 위한 논의였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물량공세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7월 22~23일에는 1박2일로 조선일보가 후원하고 민관합동기구인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도 열렸습니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 학술회의의 전야제에 참석해 축사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정부의 관심이라는걸 볼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건국절 논란은 8월15일 행사때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마치 건국을 이제야 발견한 것 마냥 일사천리였지요. 역사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씁쓸한 코미디,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얼마전 시사IN [218호]에 나온 기사입니다.
하루에 대여섯권 팔리던 책이 어느날 457권이 나갔다. 하루걸로 한 권 나가던 책은 하루동안 128권이 팔렸다. 2008년 8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파악한 <나쁜 사마리아인>과 <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매출 성적표다. 당시 서점가의 때 아닌 특수를 도운건 국방부였다.
(중략)
3년이 지났다. 그때 그 '불온서적 리스트'는 어떻게 됐을까. <시사IN>이 입수한 2011년판 불온서적 목록을 보면 이들 목록이 여전히 통용됨은 물론 책 종류가 오히려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2008년, 지금부터 3년전의 소식들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데 이 일들이 도무지 3년 전 일 같지가 않습니다. 2008년에 한창 논란이 되었던 일들은 아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8년 불온서적 지정파문, 기억나시는지요?
소개한 기사대로, 2008년 7월 31일 국방부는 불온서적 차단 대책을 전군에 지시했다고(22일) 밝혔습니다. 소위 '불온서적'을 부대에 반입하지 말라는 공문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언론에 알려진 것은 7월말, 이 때부터 8월 내내 불온서적 파문이 일었습니다.
'불온서적'은 총 세 분야로 나눠져 있습니다. 북한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입니다.ⓒ 한겨레
리스트를 보면 지금도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등 과연 이 책들이 부대에서 읽지 못할 정도로 '불온'한 것이었는지는 의심이 갑니다. 국방부의 '불온'은 결국 '정부, 미국, 자본부의에 대한 비판을 용납할 수 없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스갯 소리로는 국방부가 출판사들과 짜고 안티 마케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이걸 기막히게 이용했습니다. 오히려 '불온서적' 23선을 읽고 서평을 달면 적립금을 주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결국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 는 국방부 추천 도서가 되어버렸습니다.
한 인터넷 서점은 오히려 선정된 '불온서적'으로 적립금을 쌓아주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입니다.ⓒ 알라딘
그 결과는 어떠했을 까요? 앞의 시사IN 기사가 말해주듯 오히려 '불온서적'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리고 그 불온서적 헤프닝은 2011년,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불온서적문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도, 마냥 우습다고 이야기 하기도 힘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