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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 <하녀, 1960년> |
리메이크 |
<화녀, 1971년> < 화녀 '82, 1982년> <하녀, 2010년> |
번외 |
<충녀, 1972년> <육식동물, 1984년> |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인 하녀는 당시 시대상과 사회상을 잘 반영한 작품입니다. 경제 성장기 산업일꾼으로써 각광 받던,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엄앵란씨가 연기한 경희는 지금으로 치면 커리어 우먼으로 음악선생 집에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다니는 신 여성입니다. 그리고 부의 상징인 2층 주택을 짓고 텔레비전을 집에 들여놓는 음악선생 동식의 집안 역시 부유한 집안으로 묘사가 됩니다. 반면, 배우 이은심이 연기한 하녀는 공장에서도 식모와 같은 허드렛을을 하는 신분으로 나옵니다. 근대화를 거치며 머슴이나 하인과는 개념이 달라졌지만 하녀는 현재 시점으로 가정부이긴 하나 신분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계급이었고 동식의 집안에 딸과 아들은 대놓고 그녀를 무시를 합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신분상승을 원하는 하녀와 집주인 혹은 혹은 집안의 장성한 아들과의 불륜 등, 사건이 종종 발생 했는데, 이는 가정내 외부인의 침입을 경계하는 사회적 심리현상이 반영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 한가지 눈여결 볼 점은 하녀에서는 재봉일을 하는 아내가, 화녀에서는 양계장을 운영하는 아내가 등장하는데 사실상 집안을 이끄는건 남성이 아니고 아내들이며 남편들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하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캐릭터 설정은 하녀 시리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소재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이 됩니다. 김기영 감독은 하녀와 '71년도 화녀를 통해 이러한 심리를 영상으로 충실히 옮기며 심리 스릴러로써 대단한 업적을 남기게 됩니다. 지금 보아도 기괴하게 느껴지는 음악과 하녀에서는 쥐, 화녀에서는 쥐와 닭 그리고 쥐약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심을 유발 합니다. 특히 '71년도 화녀에 등장하는 시체를 닭모이로 주었다는 설정은(실제로는 닭모이로 주지 않았지만...) 코엔형제의 '파고(1996년)' 보다 25년전이나 앞섰다는 점이 놀랍고 박찬욱, 봉준호 감독등 현재 최고의 감독들이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공공연히 밝힌바 있습니다.
1960년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와 동시대에 제작된 작품으로 동일선상에 놓고 보아도 결은 다르지만 영화적인 충격과 시대상을 반영한 내러티브의 힘이 결코 뒤떨지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울 뿐입니다. 한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이후 비슷한 소재의 화녀, 화녀 '82 충녀, 육식동물까지 같은 주재를 계속 변주함에도 당시 흥행에 성공하였고 심지어 2010년 하녀 역시 220만 이상 관객을 모았으니 이는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녀의 이은심, 화녀의 윤여정이 얼마나 이 역할을 잘 수행냈는지 영화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
50년의 시간이 흘러 임상수 감독에 의해 탄생된 하녀는 원작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가 다른 영화였다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가진자들의 횡포(뱃속의 아이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와 위선, 권력상승에 대한 욕망 등 사회와 인간의 부조리를 들여다 본 영화로써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 하녀를 놓고 보면 아쉽게도 이 영화는 하녀의 에로티시즘만 차용한 범작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불안하면서도 신경을 긁어내리는 설정과 방식을 제거하고 오로지, 노출과 가진자들의 위선을 보여 주는 수준에서 머물고 말았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히려 올해 개봉한 변혁 감독의 상류사회외 비교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은데, 상류사회의 뜬금없는 정사 장면과 결말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임상수의 하녀가 얼만큼 더 잘 만들어진건지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하녀를 기억하고 있는 팬의 입장에서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고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일깨워준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