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를 준비하며...
대회일이 다가올수록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왼쪽 둔근-햄스트링-거위발건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영 불안하다. 잘 할 수 있을때 다시 도전하고 이번엔 포기할까..생각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회란, 잘 하기 위해서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일 뿐...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한두번의 대회로 끝나지 않을테니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출 필요는 없지않을까. 내 속도대로 가보자"고 여러번 되뇌인다.
# 출발-도착-숙소- 등록
고성과 인접한 마산의 작은 어촌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 바로 앞 횟집에 안주거리가 줄을 서 있다. 집은 오래된 한옥이라 서까래와 툇마루가 있다. 방문을 나서려면 몸을 절반쯤 접듯이 숙여야 한다. 차소리가 안들리니 새소리, 강아지 소리가 크게 들린다. 툇마루에 앉아 작게 꾸며진 화단을 보며 파리채를 들고 이따금씩 모기를 잡는다..멍..하니 앉아있어본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그순간 깨닫는다. '고성은 대회뛰러가 아니라 서포터로 와야하는구나!' 툇마루 항아리에 생화 한다발이 꽂혀있다. '세상 참...예쁘고 행복하다.'
등록을 위해 대회장을 갔는데. 신분증이 든 지갑이 없다. 등록도 하지 못한채 숙소로 돌아왔다. 카드도 현금도 신분증도 없으니...뭔가 많이 불안하다. 대회는 뛸수 있을까...그날밤 박연서 이사님께 부탁..다음날 선수등록성공.
# 대회당일 출발 전 - 수영 - T1
바꿈터에 거치된 자전거를 보니 로드자전거는 거의 없다. 별별 색깔이 다 있다. 검차 스티커들도 두번이상 덧붙인.. 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자전거만 봐도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주눅든다.. 내 자전거만 시커매..ㅠㅠ 그래도 내가 저렇게 경험 많고 잘하는분들과 같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의미있으니..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여기고..억지로 뿌듯함을 장착해본다.
수영출발은 점프스타트다. 수경 안벗겨졌으니 성공. 그런데 물에 입수하자마자 멘붕이 온다. 물이 너무 짜서 금새 목이 마르다. 포기할까 잠시 생각했으나 완주메달은 받아야하겠기에 팔만 살살저어 간다. 순간 깨달았다. "바다는 호수와 다르구나. 잔잔해보여도 전방주시가 더 어렵고 조류가 있구나. 대회를 앞두고 바다수영도 연습해봐야는구나.."부표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서 수영했다. 남들보다 100미터는 더 수영했을것같다. 수영할때 시계를 누르지 않았다. 어차피 천천히 수영할 예정이지만 출수때 가만기록을 보면 실망감을 느낄수 있기때문이다. 그럼 사이클경기도 의욕이 떨어질테고...수영 기록이야 칩이 잘 체크해줄테니~~
∎ SWIM 1.9km - 41: 05
∎ T1 - 4:38
# BIKE 90km
90km를 혼자서 논스톱으로 타본적 없다. 어느정도 속도로 가야할지 모르고 대회코스도 가늠할 수 없다. 코스는 오르락내리락이다. 가다보니 맞바람치는 긴~평지구간이 나온다. 언덕보다 더 힘들다. 아이언맨대회는 확실히 다르다. 싸이클 전구간에 자원봉사자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서있다. 한명한명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고 사진을 찍고 화이팅을 외쳐준다. 완벽하게 교통통제가 되었고 보급소 운영도 훌륭하다. 그런데 물통을 언제 어떤걸 받고, 언제 어떤걸 버리고, 언제 뭘 먹고, 언제 버리고...그 계획이 부족했다. 먹다남은 젤껍질은 경기복 다리밴드에 넣었다가 끈적한 게 질질 흘러내렸고...먹지도 않을.. 꽉 찬 물통은 2개나 받아서는 무겁게 자전거를 탔다.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젤 멋찐 사람인양 박수를 보내주는 자원봉사자분들께 일일히 인사를 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세종트라이 554번 선수하고 담소도 계속 나눈다. (구례가신다고...) 평소 연습땐 잘 못잡던 드롭바를 대부분의 구간에서 잡고 과감하게 타보았다. '아..너무 힘든데....아...너무 재밌다!' 마지막 보급소에서는 바나나를 하나 받았다. 내 반드시 먹으리라....자전거를 탈때는 자유자재로 ‘먹고 마시고' 가 되어야 할것 같다. 그것도 대회경험과 연습을통해 배워야할 부분인것 같다. 손이 자유로우려면 자전거가 익숙하고 편해야 할텐데... (도대체 언제쯤 가능한걸까..........)
∎ BIKE 90km - 3:07:34
내자전거만 까매..ㅠ 아 놔.....바나나...ㅜ
#T2
상상도 못해본 멘붕이 온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양 손에 힘이들어가질 않는다. 팔 뒤쪽이 아프다..장갑을 안껴서 그런가. 안잡아보던 드롭바를 오래 잡아서 그런가. 에너지젤 뚜껑을 딸 수가 없다. 운동화끈을 묶을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 손이 움직일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천천히 먹고 천천히 움직였다. 신발끈을 제대로 조여묶지 못했다. ㅜㅜ
∎ T2 - 8:07
#RUN
너무..너무..너무 덥다. 멘탈관리상 가민시계는 아예 보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본적도 없지만. 혼자서 뛰어본적도 없으니 어느정도 페이스로 뛰어야하는지도 모르는구나...' 그렇다면 춘마때처럼 심박만 보자..심박만 시계화면 전체에 나오게 해두고 162정도 유지하며 뛴다. 말로만듣던 통곡의 언덕 3회전.. 한순간도 걷지 않았다. 너무 더워서 죽을꺼 같은데 다행히 보급소에서 얼음을 준다. 처음엔 모자에만 넣었다가 나중에는 한바가지씩 경기복 등쪽에 부어넣었다. 얼음이 녹아 이미 온몸과 신발을 다 적셨는데 제대로 묶지 못한 신발안으로 물이 가득이다. 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철인-하프코스에서 런은 조깅속도 이상으로 뛸 수 없구나. 조깅의 전체속도를 조금 높힐수있게 연습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런코스가 언덕이고 어렵다고들 하는데 주말훈련때 구성포 20km를 뛰어본 경험이 크게 도움되었다. 보급소마다 물을 마시고 얼음을 채워넣느라 많은 시간을 썼지만...너무 더워서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언덕에서 걷지 않았음에 만족한다.
∎ RUN - 2:13:47
# 대회를 마치고...
아이와 동행한 2박3일..대회를 마치자마자 바로 씻고-짐 정리 후 따님과 몸이 아프다는 아이아빠를 챙겨 400km거리를 혼자 운전했다. 운전하면서 생각했다. '대회뛰는게 힘들까...운전하는게 힘들까...물론 대회를 뛰자마자 운전하는게 젤 힘들지..그 힘든걸 내가 해내고있군...'. 다음날 아침...수영강습을 갈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저기 피부가 쓸려 따끔거리니 하루는 패스... 근육통도 데미지도 그닥 심하지 않다. 월요일에 바로 출장업무까지 소화했다. (거..참..신기할쎄...) 잃어버린 지갑은 당항포유원지 관리사무소에 잘 보관되어 내 손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배우고 느낀점이 참 많은 대회였다. 선배님들과 함께 완주한 대회여서 더 뜻깊었다. 고성은 때묻지 않은 참 좋은 곳같다. 내년에 또 오고싶다...(써포터로 와서...돌장어랑 생새우회랑 장어탕이랑 쏘오주를 다 먹으면서 바닷가에 오랜시간 앉아 있을테다~~~) 아이언맨 하프대회..너무 멋찐 경험이였다~
첫댓글 언제나 글을 맛깔스럽게 쓰네요. 대회 느낌 그대로 전달되고 심사도 가감없이 전해집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 멋져 보이네요. 남궁정 철인 최고~!!!
재밌겠다!!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넘 멋진 후기네요~~
작년에 힘들어던 추억이 떠오르며 당시엔 고통스러웠어도 지금은 멋진추억으로 자리잡았네요
멋진완주를 다시 한번 추카추카~~
남궁정 가즈아~~킹코스~~^^
읽다 보니 어느새 끝나는 후기 ~
재밋게 재밋다 ^^
후후~고생 하셨네요!!
맛깔나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맘" 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껴 보네요.
완주를 축하합니다 ^^
아이언맨대회 넘 멋지고 선배님도 너무 멋져요~~ 우리애기도 얼릉커서 함께하고싶네요 ㅎㅎㅎ
후기가 너무 생생하여 내가 현장에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작년 아이언맨 대회가 새록 새록 생각이 납니다 ~~~~~~
맨탈도 좋고 기록도 너무 좋고
부상으로 몸도 성치 않은대 고생했습니다.
클럽 홍일점 남궁정 철인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
이제 시작인걸 풀을뛰는그날까지 쭈욱홧팅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과 현장 몰입감을 주는 신선한 후기, 이렇게 제3자들에게 전달해줘야 정말로 확 와닿는 그 맛~!!
이번 대회에 내가 무사히 완주하는데 크게 신세를 졌구만, 고맙고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