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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서자
한낯의 햇살이 서서히 기울며 먼 하늘빛이 푸르스름 하다.
곧 이 아름다운 도시를 온통 금빛으로 물들일 석양이 질 것이고
그 석양과 노을이 지는 피렌체의 전경을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한다.
우선.. 호텔을 나서면 정말 바로 앞에 베키오 다리가 있다.
< 우피치에서 바라본 베키오 다리 >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에서도 가장 오래된 다리다.
무려 1345년에 걸립이 되었다.
거의 700년이 다 되어가는 고령의 몸이시다. -_-;;
지금도 다리 위에는 여러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읽으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다.
중세유럽에서는 한때 이런 형식의 다리가 유행했으며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 베키오 다리만이 남아 당시의 유행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 로마의 형식을 이어받은 마지막 다리인 것이다.
원래 베키오 다리 위에는 정육점과 생선이나 과일 가게들이 즐비했었단다.
서민들에 의해 서민들이 살아가는 서민들의 다리였던 거다.
그런 베키오 다리를 피렌체의 주인이나 다른 없는 메디치 가문이
1키로 밖으로 집을 옯기면서 결국 그곳까지 길을 만들기 위해
종전에 있던 재래식 시장을 깡그리 없애버리고
거기 값비싼 보석이나 향수를 파는 가게들로 바꾸어 버렸단다.
악취가 난다는 페르디난도 1세의 명도 있었고..... .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진자들의 야멸찬 행동들은 변함이 없다. =_=
허름해 보이는 저 좁고 작은 가게들은
지금도 대부분 값비싼 보석을 파는 가게들이다.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비싼 보석들이다. -_-
< 아이쇼핑도 부담이 갈만큼 값 비싼 보석상들이 우글우글..... . >
1944년 2차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추격을 받던 독일군이
강 양쪽 기슭의 집을 모두 파괴했으나
천만다행으로 이 베키오 다리만은 남겨두고 떠났다고 한다.
이를 두고 유물의 가치를 아는 독일군이네 어쩌네 떠들지만
사실.. 기갑부대 같은 중장비가 건너기 어려운 낡은 다리였으니
전술적 가치가 없다여겨 파괴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베키오 다리의 존재가 한층 빛나는 이유라면
바로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운명의 장소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Dante and beatrice - Henry Holiday(1839~1904) >
아홉살 소년이 저렇게 조숙할 리가.... -_-;;
당근.. 사실화가 아닌 상상화에 가깝다.
'정열적 사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연인의 본질적 모습에서
새로운 장점을 찾아내는 정신적 활동을 의미한다.'
스탕달의 ↑이 수정이론을 완벽하게 증명해 준 범세기적 커플이라면
역시 단테와 베아트리체다.
결국.. 과거 유럽인들이 삶의 교과서로 여긴 '신곡'에서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신에 버금가는 신성하고 고귀한 존재로 격상시킨다.
'데카메론'의 저자이자 단테 연구학자였던 보카치오는
그의 저서 '단테의 삶'에서 그 운명적 만남을 이렇게 적고 있다.
"5월 초하루.. 아름다운 꽃들이 화창하게 피어난 피렌체.....
명문귀족 폴코 포르티나리 가문은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축제를 베푼다.
..중략.. 단테는 이 파티에서 포르티나리의 귀엽고 예쁜 딸 베아트리체를
처음 보게된다. 어린 단테의 눈에 비친 베아트리체는 천사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용모와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베아트리체는 파티의 꽃이었다.
단테는 첫눈에 베아트리체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다.
그날 이후.. 단테에겐 오직 베아트리체를 보는 것만이
생의 유일한 위안이요 행복이 되었다."
저 정도면 아주.. 제대로 꽃힌 거다.
저렇게 꽃히면 방법이 없다.
죽기 전에는..... . -_-
암튼.. 파티에서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단테의 연세가
무려 아홉살이셨다. -_-;;
증말.. 온몸의 아드레날린을 대방출하며 제대로 조숙하셨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끝내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도
원사이드 러브로 안타깝게 끝나버리고 만다.
자라며 정치가의 길을 걸었던 단테는 치열한 암투와 당쟁의 회오리 속에서
37살 때 피렌체로부터의 영구 추방령을 선고 받았고
체포시에 화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끔찍한 판결도 받는다.
결국.. 이 도시 저 마을을 방랑하며 필생의 대작인 '신곡'을 구상하고
1307년(42세)에 집필을 시작 13년에 걸쳐 완성한 뒤 바로 숨을 거둔다.
집요할 만큼 혹독했던 그의 사랑이 그제야 끝난 것이다.
< 단테 생가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뵈기 싫어 안 갔다. -_-;; >
그렇게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 이 다리에서
지금도 피렌체의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그 증표로 자물쇠를 채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린다고 한다.
지금도 다리 입구에는
그런 의미를 담아 관광객들이 채워놓은 자물쇠가 빼곡하다.
과거.. 이 놈에 자물쇠 공해(?) 때문에 시당국이 골머리를 앓았고
결국 벌금형에 처한다는 살벌한 내용의 경고문을 여기저기 박아두며
이제 한결 줄어들었단다.
인간들이란 참....
연못엔 그토록 동전을 많이 던져대도
벌금형에 처한다는 살벌한 경고문 따윈 없더만..... .
결국 그거다.
돈이 되면 놔두고 돈이 들면 지랄을 하는 거.... . -_-+
< 단테가 철물점 주인 여럿 먹여 살린다. 그래도 이건 쫌.... -_-+ >
또 이 베키오 다리에는
당시 유명한 화가이자 건축가인 바사리가 디자인해 만든
Vasari Corrodor이 2층에 있다.
다리위 2층에 창문들 보이는가?
거기다. -_-
다리끝에서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저 통로가 우피치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통로다.
당시엔 이 우피치 미술관이 바로 메디치 가문의 사무실로 사용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베키오 궁에서 나중에 만든 피티 궁까지 외부를 통하지 않고
귀족들이 바로 이 아르노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설치된 다리였던 거다.
편리와 안전을 위한 조치였을 테니 아마도 신변이 그다지 안전하지는 않았었나 보다.
치열한 암투가 있었다는 증거라고나 할까?
암튼.. 베키오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하던 중
라지놈이 말을 건다. -_-
" 저기.. 삼춘!! "
" 와이? "
" 출출하지 않어? "
" 출출해 "
" 젤라또 먹으며 가자 "
애쇗히.. 피렌체에 도착해 처음 하는 질문이
출출하지 않어? ..와.. 젤라또 먹자는 거다.
과연 이늠들에게 멀 가르친다구 알아듣기나 할까? =_=
암튼.. 출출한 건 사실이기에
가는 길에 젤라또 가게가 있나 살펴 본다.
(-_ㅡ) .. (ㅡ_-) 두리번 두리번!!
오~~!!
겉은 허름하지만 그럴듯한 비쥬얼의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게다가 사람들도 많다.
그 틈에서 살펴보고 물어보니 무려 1878년에 오픈한 가게란다.
젤라또 가게라기 보다는 초코렛 상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데
현지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곳이란다.
암튼 가게 이름은 "Venchi" -_-
주로 정통 유럽의 다크 초코렛과 젤라또를 팔고 있었다.
젤라또는 일반적인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진한 맛을 내면서도
유지방분은 절반 수준이어서 최근 저칼로리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크초코에 프라고(딸기)를 얹은 젤라또....
유명한 다크초코렛 가게라니
초코렛 맛도 보고 젤라또 맛도 느낄 수 있는
묘지의 탁월한 선택이라고나 할까? ^^;;
역시.. 135년의 전통이 괜히 생긴 건 아닌가 보다.
달콤 쌉싸름한 다크초코렛의 진한 풍미
상당히 앤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앤틱한 맛이 뭔데? ..라고 묻는다면
그냥 달기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끝맛이 쓰지도 않은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로코코의 향기가 있다고나 할까?
....
....
미안하다.
주접떨어서.....
그냥.. 맛나서 그랬어. -_-;;
이제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밤의 빛은 우리의 감성을 충분히 열어준다.
보고싶지 않은 건 가려주고 보고싶은 건 더더욱 강조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인공의 불빛이지만
가로등과 인공의 조명이 만들어 내는 피렌체의 밤은 계절과 상관없이 그윽하다.
그 야경의 절정을 담기 위해
아르노 강을 건너 베키오 다리를 지나 미켈란젤로 광장이 있는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른다.
미켈란젤로 언덕에는 피렌체의 야경을 가장 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이 있고 거대한 다비드 상도 있다.
참고로 피렌체에는 모두 3개의 다비드상이 있는데
하나는 베키오 궁 앞에 있고
다른 하나는 이 미켈란젤로 언덕에 있으며
마지막 하나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
자~~!!
한 번 맞춰바라.
어느 게 진품이게? -_-/
< 해가 지며 서서히 노을에 물들고 있다. 광각렌즈 빼고 한 컷..... . >
도시는 저마다 컬러를 지니고 있다.
물론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회색빛의 로마나 낡은 아스팔트 색의 영국
베네치아의 진한 블루와 스위스의 깊은 초록빛
퀘벡의 하얀 눈사람과 아일랜드의 바람부는 갈빛 언덕들.....
그런가 하면 프랑스는 아이보리색으로 기억에 남아 있으며
피렌체는 붉은 기운이 감도는 다홍색이 압권이다.
구름이 조금만 걷혔더라면 하는 아쉬운 순간..... .
하긴.. 산다는 일에 매순간 아쉬움 빼면 뭐가 남겠는가.
그러니 아쉬워 말자.
그냥.. 지지리 복도 없다고 생각하자. -_-
어느덧 피렌체는 금빛 노을에 물들어 있다.
이 노을빛은 언제봐도 눈물이 난다.
어릴 적.. 뒷동산에 올라 보던 그 노을빛도
첫사랑을 잃고 강변에서 마주하던 그 노을빛도
그리고 삶에 애환을 겪으며 도시에서 마주하던 그 노을빛도
돌아보면 늘 눈물과 함께 였었다.
그렇게 몇번이고 나를 멈춰서게 한 그 노을빛들은
눈에만 담기지 않고 가슴에도 넉넉히 담긴 것이다.
작년 이맘쯤.. 통영에서 마주한 ↑이 노을도 그랬다.
어김없이 가슴에 담겼고 따스했다.
지난 몇 해 동안.. 가슴 밑바닥에 저민 슬픔들과 말할 수 없는 아픔들
그리고 끝내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서글픈 이야기들을
저 노을은 장렬한 붉은 빛으로 창연히 태워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몇번이고 다시 살아난 것이다.
노을처럼 붉던 네 입술이 노을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네 가느다란 속눈썹이 살며시 떨리는 걸 보았었다.
너는 네 눈속에 노을을 담았고
나는 반달같은 네 눈썹을 통해 꿈을 꾸는 너를 담았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그게.. 정말 꿈으로 끝날 줄은..... .
그래서 노을빛은 더 눈물이 난다.
이렇게 사람이란 누구든 각자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사소한 혹은 결정적인 차이들을 찾고 발견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인생마져 이해하고
그들이 창조해낸 세계에 함께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시대를 넘어.. 공간을 넘어.. 각자의 진실된 세계를 직면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히 행복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여행이란 그런 행복한 사건에 촉매제로서 더 없이 충분하다는 걸 믿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 베키오 보석상에 진열된 화려찬란한 장신구와 보석들..... . >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제법 오랜 시간 머물렀다.
얼마 전 실연의 아픔을 겪은 라지놈과 주섬주섬 대화도 나누었고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스몰이는 준비해 간 스케치북에
열심히 피렌체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나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피렌체를 담고 있는 것이다.
문닫힌 상점들에도 여러 표정이 있었다.
낡고 오랜 상점을 가리는 저 나무문짝들.... .
아주 잠시지만 과거 어느 한 싯점에 내가 서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었을지 모를 저 나무문짝들.... .
아마도 밤의 거리를 지나지 않았더라면 영영 이런 모습들을 보지 못한 채
피렌체를 떠났을 것이다.
이건.. 새건가 보군.
잭일.. 분위기 깨고 있어. -_-+
이미 시간은 11시가 가까워졌다.
피렌체의 밤은 늦게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많은 식당들이 새벽까지 영업을 한다.
베키오 다리 양싸이드로는 유명 식당들이 즐비하다.
물론.. 아르노 강의 이 전망 때문에 비싸고 예약도 쉽지 않다.
좌측에 보이는 삐죽 솟은 곳이 베키오 궁이다.
시뇨리아 광장에 위치한 저 베키오 궁전은
원래 피렌체의 시청으로 사용되었고 14세기에 완성된 중세고딕건축물이다.
피렌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인 메디치 가문의 소유였는데
이 메디치 가문에 대해서는 나중에 우피치를 돌아보며 설명하겠다. -_-
이리저리 수모문한 끝에 찾아간
" Golden View Bar "
특히.. 창밖으로 비치는 아르노 강의 야경과
라이브 재즈가 들을만 하단다.
처음엔 'Bar' 라는 단어만 듣고는
울나라처럼 아가씨들이 몇 있고
하하~ 호호~ 술만 파는
그런 'Bar' 를 연상해서
조카놈들 눈치를 보며 포기하려고 했었다.
근데 막상 찾아가 간판을 보니
다행히 레스토랑이다. ^^;;
근데.. 이 아쉬움은 뭐지?
왜 어깨가 축~ 처지지? -_-;;
다소 어두운 실내조명....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창밖에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역시 이처럼 약간 어두운 것이 좋을듯 싶었다.
뭐든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암튼.. 테이블 셋팅은 깔끔하다. ^^
다란~ 따따라란~ 따란~ 두구둥~ 두둥~~ ♬♪♪
실내엔 적당한 리듬의 째즈가 흐른다.
그것도 야시시한 보이스의 라이브로.... .
좋다. -_-/
이 집의 자랑이라며
해물요리들을 권하기에
일단 '샤도네이' 부터 한 잔 시켰다.
육류엔 레드 와인
해물엔 화이트 와인
기본이다.
왜 그런지는
반대로 먹어보면 안다.
생선을 먹으며 레드 와인 함 마셔봐라.
탄닌의 그 떨떠름한 맛이
당신의 혀와 오감을 아주 제대로
오그라들게 만들 것이다. -_-;;
모든 이탈리안 식당이 그렇듯 빵부터 나온다.
빵맛은 그저그런.... . =_=
그냥 분위기만 느껴보고 싶었기에
간단히 주문한 '새우 올리브오일 스파게티'
망하던 흥하던 같이 죽자는 의미로 셋 모두 통일..... . -_-;;
새우의 개체수는 총 4마리.. 살짝 아쉽다.
한마리만 더 넣어주지.. 묘지.. 해물 엄청 좋아하는데.... . =_=
일단.. 맛은 갠찮다.
분위기도 좋고 차분하니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하기에도
또 지나친 풍경들을 되새기에도 조용하니 좋다.
흐르는 재즈 선율도 맘에 들고 말이다.
결국..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이다.
요 간단해 보이는 요리가 대략 4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자리세도 비싸고.... .
그렇다고 피렌체의 모든 식당들이 다 비싼 것은 아니다.
일단 베키오 다리 주변의 식당이 비싸다는 것이다. ^^;;
암튼.. 배고프다고 투덜거리는 조카놈들 때문에
마치 우동면처럼 생긴 피치(Pici) 파스타 두 그릇에
티본 스테이크 하나 추가.
난.. 음악만 들어도 배부른 매우 양식있는 놈이기에
안 먹어서 맛은 모르겠다.
꼬르륵~~!! -_-;;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Acoua Panna' 속에서
활짝 웃고 계시던 파바로티 형님..... . -_-
제법.. 물장수 삘이 난다. ㅋㅋ -_-;;
적당히 순대를 채우고 다시 밖으로 나오자
베키오 다리의 색감이 한층 짙어졌다.
피렌체의 밤이 이렇게 깊어가는 것이다.
소화도 시킬 겸 근처 베키오궁 쪽으로 슬슬 걷는데
그동안 내내 조용하던 스몰이가 슬며시 묻는다.
" 삼춘 20년 전하고 지금하고 어때 피렌체는? "
" 글쎄.. 똑 같은 것 같다. 내가 늙었다는 것만 다를뿐.... . "
" 흠.. 앞으로 20년 후에 나도 그렇게 생각할까? "
" 아마도.... . "
" 근데.. 그러면 다시 찾아올 이유가 없지 않을까? 똑 같으니까. "
" 중요한 건.. 피렌체가 변하고 말고가 아냐. 네 자신이 변했다는 거지
바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찾아야 하지 않겠어? "
" 음.. 잘 이해가 안 된다. "
" 20년 전.. 삼춘이 이 피렌체를 찾고 여전히 아름다운 석양과 노을을 보았지만
그때의 삼춘은 차마 울지는 못했어. 가슴으로 담고 가슴으로 토해내는 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지. 지금 너희들이 울지 못하는 것처럼 말야
하지만 20년 후의 너희들이라면 분명 가슴으로 울게 될 거야.
그건 삶이 지워주는 준엄한 나이테같은 거니까.
그걸 확인해 보라는 거야. "
혹자들은 말한다.
아마 당신이 지금 피렌체를 방문하고
다시 500년 후에 방문하더라도 특별히 달라진 게 없을 것이라고.... .
그만큼의 자신감이 충분히 이해되는 도시
그만큼의 옛모습을 확실히 품고 있는 도시
그게 바로.. 피렌체다.
어느 한순간..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투영하고 삶을 재조명하는 일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도시가 있을까?
그래서 피렌체는 더더욱 매력적인 도시다.
베키오 궁전 앞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은 똥폼으로 서 계신 다비드상이다.
계단 왼쪽엔 이 다비드 상이 오른쪽엔 헤라클레스 상이 나란히 있는데
헤라클레스 상은 조금 흉칙해서 안 찍었다. -_-
앞서 말했듯
피렌체에는 모두 3곳에 다비드상이 있다.
베키오 궁전 앞에 이 양반
미켈란젤로 광장의 거대한 양반
그리고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짱-_-;박혀 있는 양반..... .
과연.. 어느 양반이 진짜 다비드 씨일까? ^^;;
진품은 바로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 Accademia)에 있는 양반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야외에서 작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라고 답해주겠다.
원래는 요기 시뇨리아 광장에 진품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강풍에 날아온 판자-_-때기에 왼손이 부서지고 -_-;;
어느 정신병자가 왼쪽 엄지발가락을 망치로 부러트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고난 후
보존을 위해 미술관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우리의 숭례문도 그렇지만
참.. 도대체 문화제에 무슨 죄가 있다고.... ㅠ_ㅠ
암튼.. 머랄까?
진품이 아니란 걸 알아서일까?
그림자 놀이 말고는
그닥 감동이 없다. =_=
내일 오르게 될 지오토의 종탑과 뒷쪽에 쿠폴라가 보인다.
미리 예행연습 삼아 찾아왔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내일 낯이면
길게 줄이 이어질 것이다.
아무리 기다림이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묘약이라지만
그런 종류의 기다림은 욜 거절한다.
일찍 와야지. -_-+
다행히 피렌체 카드를 미리 끊어두었기에
기다림 없이 마바로 입장이 가능할 거다. ^^
사진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 앞에 서면 정말 장대하고 거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본 자들은 보아서 믿지 못하고
보지 못한 자는 보지 못해서 믿지 못한다는 말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다.
암튼.. 내일.. 마치 등산하듯 열심히 오를 것이다. -_-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유명한 카페 질리(Gilli).... .
굉장히 오래된 곳으로 레프블리카 광장에 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커피 가격.. 드럽게 비싸다. -_-;;
저 맛나 보이는 빵과 쿠키.. 케익들.....
그리고 대-_-;야 만큼 커다란 잔에 가득 따라주던
거품 가득한 부드러운 카푸치노..... .
내일 낯에 들려 한 잔 빨아야지. -_-
밤이 깊어지며
아르노 강의 풍경 또한 밤의 정막에 쌓여간다.
다시 돌아온 호텔....
이제 내일을 위해 휴식에 들어간다.
자리에 누울 때까지도
피렌체의 야경들이 계속 머리속에 남아 있었다.
아니.. 20년 전에 보았던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 행복한 상상임에 틀림이 없다. ^^
< 요 사진이 가장 잘 뽑힌 것 같다. 역시.. 광각렌즈의 힘이란..... ^^;; >
< 요건 와인필터 장착 보정 샷 뽀너스다. ^^ >
< J.S. Bach 'Italienisches Konzert' BWV 971 - Albrecht Mayer - Oboe >
원래 란디니의 음악을 올리려 했는데
전에 유투브에서 보았던 란디니의 음원이 사라지고 없었다. -_-;;
란디니는 피렌체에서 태어나 피렌체에서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14세기 아르스 노바 음악을 이끈 대표적인 작곡가다.
프랑스 아르스 노바 음악을 주도한 '마쇼'에 비유될 정도로
이태리 아르스 노바 음악을 주도한 음악가로 작곡 이외에도
시인.. 가수.. 악기 제작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단다.
유년시절 천연두를 앓고 장님이 되었지만 어두움에 대한 공포를 이기기 위해
일찍부터 오르가넷토(Organetto)를 비롯한 여러 악기들을 연주하였고
또 노래 부르고 시를 짓고 하다가 드디어 피렌체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게 되었단다.
한마디로 인간승리의 표본. -_-
암튼.. 누가 란디니의 음원 좀 올려주었으면..... . -_-
첫댓글 베키오...저 다리 위를 자주도 오물,진창을 피해 마구 뛰어댕기던 마키아벨리가 보인다...
지금은 저 다리 양켠이.. 관광객을 위한 무슨 고급한 점방들이 즐비하담서요?
누구얏??
피렌체가 어딘데..존만한 강을 두고 뭐이 다뉴브강으로 흘러가 가길..
곰방 피사로 해서 지중해로 드가긋지..ㅋ
베키오 다리엔 값비싼 보석상이 주욱~~ 중간중간 전통 공방에서 만든 소위 명품들이 즐비즐비.
다리는 여전히 서민의 풍경인데도 실제 우리같은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죠. ^^;;
키키``` 나두뭘렁... 20년전 남편말을 어찌키 믿엉~!
아~~ 유럽에 강다리가 좀 많어야지... 가는곳마다 양다린 걸???
아 이상하다..짤츠부르크하고 체코 카를교다리였나
그니가 뭐라 떠들어쌌는데... 그때 지는..
아마도 조금 싼 곳을 잡아야 할낀데..했던거 같으니..킼
가보고도 간척을 못하는 나.. 안가고도 간것처럼..뉘기?!
쩝!
가 보고 싶다. 님이랑 손 잡고 거닐고 싶다.
바램이 너무 심했남?
손 잡고 거닐져 머. ㅎㅎ
계 하나 부을까요? ^^;;
방울님
꿈이 이루어 질까나~~
홧-팅~~
미련 곰팅이란 분이.. 닉이요... 그분이
베아트리체 초상화를 올려 놓고선..
.. 내 애인은 베아트리체 보다 더 이쁘다... 하시드만요...
글쵸... 본인이 사랑 하는 사람이니까 어느 누구보다 이뻐
보일거... ... ^^
참 행복해 보이셔요...
행복..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랑은 한참 멀리 있던 놈이었죠.
물론 지금도 그닥 가까이 있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행복.. 지가 안오니 제가 찾아야죠 머. ^^
잔잔한 설명과 함께 펼쳐진 그림
사진들...
피란체의 야경
직접 경험한 멋진 풍경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으네요
즐감합니다
은방울님의 바램이
심하지는 않은듯....
하이요 향기님. ^^
즐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리 오랜 기억도 아닌데 또 가구 싶네요.
아마도 사주에 역마살이 끼어 있는듯 ㅎㅎ ^^;;
존 오후.. 행복한 오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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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 맞지? 혹시.... ㅈ.... 아니지? ㅋㅋ
아.포 잘 아네 ^^
카메라 사면 대부분 조리개조절모드(Av)로 쓰니까.
미리미리 아.포 감안하는 게 좋드라구. 머.. 알면 통과.
가로등은 일반전기등이 아니라 가스등.. 직접 보면 정말 색이 고움.
그외엔 압권이랄 만한 것 읍음.
졸 비싼 걸 빌려가서 여행내내 도둑 맞을까바 노심초사하며 다녀씀.
행여 망가트릴까바 거의 오토모드 -_-;;
왠만한 건 스몰이 똑딱이로 툭툭~~ 찍고 다녀씀 ㅋㅋ -_-
아녀.. 헤라클레스보담 다비드의 균현잡힌 단단한 그뉵..키키~~ 고튜였어..
대장금에서 그놈이 그러대.
네 이년!!
아름답게 마음에 담겨진 피렌체.
언제 가보려나~~ㅠ
훌훌 떨치고 떠날수있으면 좋으련만~~~ㅎ
바로 윗글 따윈 신경 쓰지 마시구여.
호호호호~~ 그렇져.. 알흠답져 호호호호~~!!
왜.. 내가.. 비참하지? -_-;;
우리 피렌체가기 계 모임 합시다....!!
계 콜!!
계주는 묘지님이 하는겨???
장미야 이 언니는 성미 급해서
걍 일시불로 쏠게 ㅎㅎㅎㅎ
사진 좀 배웁시다..요.
지도 관심 많은데...
그냥.. 저한테 관심을 주시면 대여. -_-/
아..피렌체...역사시간에 졸라 나오던 도시이름.
아..피렌체...냉정과 열정인가 열정과 냉정인가 사이에 있는 도시?
아..피렌체...묘지님으로 하야 가고잡아진 도시..
시..군요.
멋진 신데여.
특히.. 본문도 안읽고 날림으로 쓰는 시.....
감동이어여. -_-+
앗...두리번 두리번..내컴에 몰래카메라??
잉..????
나 정말..이글 안보고 댓글 달았어.....ㅋㅋㅋㅋㅋㅋㅋ
전생에 신선이었씀.
앉아 구만리 서서 십만리.. 느낌 아~니까!! -_-
나 지금 뭐 먹게???
나이 -_-
쭁코.
기가 막히는 점쟁일세..
훗 -_-v
베키오다리 밑에서 둘이 만나야..역사가 이루어지지..암만.....ㅋ
연재야~~우린 다리밑에서 만나자잉???ㅋㅋㅋ
사랑질(?)은 밖에서..... -_-;;
요즘 밖에 쌀쌀한디..
안이 좋은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