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활야구의 미래다! 작지만 큰 도전...
강산이 세 번쯤 바뀔 수 있는 29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려 다시 밟은 본선 무대...지금 미국 동부의 인구 6천명에 불과한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리틀야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리는 68번째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 미래의 주역들이 세계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월드챔피언에 도전중이다. 한국야구는 스스로 야구강국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리틀야구에서 만큼은 1985년 월드시리즈 제패이후 아시아의 변방으로 전락해 세계 리틀야구 역사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다시 새기고 본선무대에서 승전보를 전해 오는데 무려 29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이번주 이슈앤대세에서는 생활야구의 미래인 2014 세계 리틀야구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태극전사 꿈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던져 볼까 한다.
실질적인 아시아 리틀야구 최강국, 대만의 벽을 넘다!
프로야구에 쏟아지는 온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외면받는 시선으로 인해 찬밥신세인 대한민국 아마추어 야구를 향한 비정상적인 편식현상은 리틀야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학 혹은 프로진출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학원야구가 중심이 아닌 선진국형 레져문화인 나이제한을 두고 지역 커뮤니티의 일환으로 시작된 리틀야구는 초-중-고 선수생활로 이어지는 제도권의 엘리트야구와는 생각과 시각의 온도차이가 제법 나는 취미활동의 일부인 생활야구에 의미가 둔다. 한국리틀야구가 1985년 세계대회에서 훗 날 프로야구 선수로 성장한 심재학선수를 이끌고 2년 연속 세계제패에 성공하면서 대회2연패라는 성적을 낼 때만 해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예선 통과쯤은 당연한 일쯤으로 여겨졌지만 야구기계를 양성하는 학교 중심의 엘리트 체육이 아닌 아이들로 하여금 취미활동으로 클럽야구를 즐기며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일은 애시당초 성적우선주의, 입시위주의 사교육열풍과 부정부패에 찌든 80~90년대 우리나라의 현실상 무모한 발상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80년대 후반 국내프로야구의 폭발적인 발전세와는 상반되게 유소년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멀어지면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번번히 대만과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철저하게 세계무대와 차단이 된 채 세계최강수준이라는 아시아 리틀야구의 높은 벽을 근 30년이란 세월동안 실감하며 단 한차례도 더 넓은 세계무대로의 진출이 어려웠다. 매번 한국야구 인프라와 일본야구 인프라를 비교할 때마다 제시되는 고교야구팀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멀어진 일본 리틀야구의 팀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700개가 넘는 빅리그로 성장해 자동출전권을 인정받을만큼 발전하고 있는 동안 한국 리틀야구 클럽은 명맥만을 유지한 채 겨우 백여개팀에 불과한 제자리 걸음을 하며 이제는 라이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일본과 대만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대한민국 리틀야구의 현실이였다.
이런 추세에 위기의식을 느껴 심기일전, 몇 년전부터 리틀야구연맹을 이끌고 있는 한영관 회장을 비롯한 주변의 뜻 있는 야구계의 인사들이 지역 리틀야구팀의 창단에 대한 아낌없는 후원을 통해 경기경험이 많은 우수한 지도자들을 유소년야구 감독으로 유입시켰고 야구선수출신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속적인 투자활동과 지원, 국제무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본-대만-한국간 교류경기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며 국제경기의 감각을 익히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야구의 트랜드를 이해하고 정성을 기울인 끝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종 예선에서 마침내 대만이라는 강적을 준결승에서 물리치고 29년만에 본선에 진출한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파란의 주인공, 포기를 모르는 역전승으로 파죽의 2연승!
서울지역 리틀야구팀 멤버들이 주축이 된 당찬 아이들, 대한민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014년 아시아-태평양 예선 최종전에서 홍콩을 11-0으로 이길 때까지 7경기에서 내준 실점이 단 2점에 불과했을 만큼 황재영-최해찬로 이어지는 마운드가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예선 1회전부터 월등한 실력으로 유럽-아프리카 대표로 나선 체코대표팀을 10-3으로 물리치며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승전보를 전해주면서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시차적응과 컨디션 난조, 경험부족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대한민국 야구의 우수성을 증명한 기분좋은 첫 승이였다.
첫 경기였던 체코전이 가볍게 몸을 풀 듯 거둔 대승이였다면 2회전에서 만난 남미의 강호 푸에르토리코와의 경기는 경기초반 중견수가 중전안타를 뒤로 빠트리며 펜스까지 구르게 만든 치명적인 실책으로 타자주자마저 홈을 밟게 하는 불안한 출발 속에 초반리드를 허용하면서 3대0까지 끌려가던 경기였다. 정규이닝이 9회가 아닌 6이닝제인 리틀야구는 보통의 사회인야구보다도 선취점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큰 만큼 선취점을 내준 불리한 상황에서도 경기후반 장타력을 앞세워 홈런포를 터트리며 역전에 성공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상승세가 돋보이는 경기였다.
운명의 한일전, 상대는 숙적이자 디팬딩 챔피언 일본!
기대이상의 선전속에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던 푸에르토리코를 물리친 한국야구의 기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지만 3회전에서 만난 상대는 대회 3연패를 노리며 우승에 도전하는 디팬딩 챔피언이자 최강전력을 갖 춘 껄끄러운 상대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을 만나게 된다. 일본 야구는 기복없이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었으며 일정규모 이상의 리틀야구팀을 보유한 나라에게만 주어진다는 자동진출 대상국이 되었을 만큼 700개 이상의 리틀야구팀이 참가하는 일본 예선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세계무대에서 어느정도 통할 수 있다는 검증과정을 마친 팀이였다.
더욱이 한일전의 선발투수로 예고된 “닥터K”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팀의 에이스 다카하시는 베네수엘라의 강타선을 상대로 14K를 뽑아낸 만큼 이번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번 대회의 규정이 WBC대회와 동일하게 2연패를 당하지 않으면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더블 일리미네이션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한국팀은 에이스 황재영이 아닌 최해찬을 일본전에 선발 투입한 의중을 놓고 봤을 때 만약 한일전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났을 때 패자결승인 멕시코전을 대비하는 경우의 수까지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예상대로 1회와 2회 3회 2사까지 무려 8명의 타자가 연속삼진을 당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파워면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팀의 리드오프 최해찬이 행운의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한 첫 번째 주자를 불러들이며 확실히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투런포로 쏘아올렸고 이번 대회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황재영이 6회초 스코어 2대2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결승 솔로홈런을 날리면서 한국팀을 한수 아래로 보며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던 일본 대표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29년만에 세계무대로 진출한 대한민국의 12세 소년들은 일찌감치 국제그룹 결승에 선착하면서 이제 역사에 길이 남을 신화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과연 월드시리즈 깜짝 스타, 모네 데이비스는 부활할까?
우리에게는 29년만의 본선진출과 한일전의 승전보가 중요하지만 사실 이번 대회의 최대 이슈 메이커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펜실베니아 지역 대표팀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미국 리틀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13세의 여자야구선수 모네 데이비스이다. 올해로 75주년이 되는 미국 미틀야구 역사상 지금까지 여자 리틀야구선수가 몇 있었지만 모네 데이비스처럼 팀의 에이스를 맡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여자야구선수는 지금까지 찾아 볼 수 없었다. 참여에 의미를 두는 여자팀원이 아니라 밥먹듯이 완봉승을 따내는 여자야구 선수는 일찍이 없었기 때문에 미국 언론은 스타탄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였다.
주요 외신들은 70마일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파워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정상급 리틀야구 투수인 데이비스를 LA다저스의 에이스 커쇼와 비교하며 최초의 여성 메이져리거를 향해 한걸음 다가선 모네 데이비스의 역투를 앞 다투어 소개했다.
하지만 너무 큰 관심이 독이 된 것일까? 모네 데이비스는 미국 국내팀들간에 순위를 가리는 미국그룹 3회전에서 네바다주팀에 패하면서 팀을 결승으로 직행시키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우승을 향한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지 못 한 것이다. 펜실베니아 리틀야구팀이 월드시리즈 결승진출을 위해서는 일단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 이후에 다시 미국그룹 결승전을 재도전을 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 남아있음을 감안하면 선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투수구 규정이 상당히 엄격하고 까다로운 리틀야구의 규칙을 생각할 때 모네 데이비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녀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기적같이 멋지게 부활해서 월드시리즈의 정상에서 한국팀과 만나는 그림을 그려본다.
단지 승리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맹목적인 승부가 아니라 엔트리에 구성된 모든 선수가 6회이전에 대주자 혹은 대타, 대수비처럼 어떠한 형태로든 모두 참가해야 한다는 리틀야구의 참신한 규정은 사회인야구에도 도입해 봄 직한 바람직한 게임룰이다. 리틀야구 본연의 목적인 아이들에게 야구를 통한 꿈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무대이기에 세계챔피언,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타이틀보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회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교훈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번 주말, 12세의 리틀야구 태극전사들은 결코 쉽지 않은 두 번째 한일전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번 멋지게 물리쳐야 하는 과제가 던져질 지도 모르겠다.
평소 눈길조차 주지 않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야구팬들은 무려 29년만의 본선진출임에도 단숨에 결승까지 오른 소기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장한 아이들에게 무조건 이겨야 하는 한일전 생중계를 요구하며 그들의 어깨를 부담감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승패의 결과보다는 생활야구를 즐기는 이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진정으로 박수쳐 줄 수 있는 야구팬이 존재하지 않는 한 우리가 윌리암스포트의 무대를 다시 찾는 일은 어쩌면 29년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첫댓글 정말 WBC 때만큼 재미지게 야구하더군요 ^^ 황재영 에이스 10년뒤가 궁금해지네요 리틀야구에는 전멤머가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는 게임에 전부 참가해야한다는 룰은 사회인야구룰에도 적용되면 좋을거 같네요 ^^
애기들 자세 쥑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