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드혼 공동체는 35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주변에 40개가 넘는 사업체를 만들어 내었다. 이들은 공동체(Findhorn Foundation)의 직접 지배아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다수가 독립된 사업체로 되어있다. 공동체 운영자들은 공동체의 비대화와 그에 따른 관료주의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체들의 독립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지금 영국에는 ’Green의 Business‘ 혹은 ’Ecological Economy‘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현실적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Green Capitalism 이다. 그린 캐피탈리즘은 자본주의를 여하히 에콜로지의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논자에 따라서는 여전히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비록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이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나는 여기서 이 논쟁들을 소개할 여유도 능력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가진 미래에 대한 비젼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다. 어떤이는 남의 비젼을 비판하는 것에 온 힘을 쏟는가 하면, 어떤 이는 남의 비젼을 쫒아만 다니다가 시간을 다 보내기도 한다. 칠 팔십년대에 우리는 소위 ’사회과학‘ 학습을 통하여 비젼을 획득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일정한 조건 아래서 행해진 ’주입식 교육‘과 같은 것이었다. 혹은 ’분단‘ 과 ’독재‘ 라는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한정된 비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21세기에 우리가 가져야할 비젼은 언어와 논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뭔가 천지와의 교감 속에서 우러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핀드혼 공동체의 모든 사업체는 에콜로지의 원칙에 입각하여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령 사업의 지역적 완결성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든지, 사업장 내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한다든지 혹은 지역화폐운동(LETS)이나 공동체 은행, 윤리적 투자 등과 같은 대안적 경제행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렇다. 공동체 내의 경제행위를 일일이 알아볼 만큼 나의 체류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아래에 공동체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사업체들의 이름만 열거해 보겠다.
*Phoenix Community Stores 핀드혼 지역의 공동체 상점 *Phoenix Bakery 오르가닉 제빵 *Findhorn Press 출판사 *Findhorn Flower Essence 향기요법(Aroma Therapy)의 연구개발 및 판매 *Wind Park 풍력발전사업 *Findhorn Bay Housing Company 택지개발 및 건축 *Gnosis 콤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상담 *Trees for Life 스코트랜드 산림 재생 사업 *Moray Steiner School 스타이너 어린이 학교 *Minton House 휴양 및 워크샾 센터 *Newbolt House 휴양 및 워크샾 *Health Works 대안의학센터 *Findhorn Center for the Arts 미술 창작 *Findhorn Crafts Association 공예, 도예, 직조 등 *Eco-Village Ltd 에코 디자인, 에코 하우징 *Ecopia Project 소비자 협동조합, 공동체 은행 등 *Ecologia Trust 러시아 공동체와 프로그램 교환
핀드혼 공동체에는 지금도 새로운 사업체와 프로젝트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공동체를 끊임없이 새롭게 하려는 움직임이다. 근자에 진행되고 새로운 사업 중에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핀드혼 대학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이 문제는 워낙에 덩지가 큰 사업이라서 아직도 내부에서 찬반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사업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의 건설”에 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 사업체들 중 공동체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피닉스 코뮤니티 상점 하나만 이야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하자.
피닉스는 내가 지금까지 다녀 본 이런 종류의 상점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번성하는 상점이다. 취급하고 있는 품목과 수량에 비해 건물이 너무 협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진열된 상품 중 상당수는 자체 생산품이다. 오르가닉 식품이나 책, 공예품 등이 그렇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공동체내의 주요 소식을 전하는 게시판이 나온다. 정면에서 볼 때 왼편에 책, 중앙에 공예품 오른쪽에 식품 순으로 진열해 놓았다. 서가의 북 콜렉션이 적어도 뉴 에이지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핀드혼이 오랫동안 스피리츄얼 공동체(Spiritual Community)로 명성을 누려왔다는 사실이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 밖의 분야도 콜렉션이 대단한 수준이다. 나는 서가에서만 이틀 오후를 보냈다. 서가 한 켠에는 각종 CD와 테이프가 있는데 정리가 제대로 안되어 어수선하다. (그래도 매상고는 서적과 비슷한 수준이란다) 공예품 중 상당수는 Fair Trade(제3세계 상품을 제값 매겨서 수입하는 운동)를 통해 들여온 제3세계 상품이다. 오른쪽 안으로 들어가니 대체의약품 코너가 있는데 그 가짓수와 물량에 압도당할 지경이다. 대체의학 관련서적도 빼곡이 꽂아 놓았다. 공동체 안에 아로마 세라피(향기요법) 센터와 대체의학센터가 있어서 이 분야에 관련된 상품이 특별히 많은 듯했다. 식료품은 거의가 ‘오르가닉’을 취급한다. 자체 생산물 뿐 아니라 스코트랜드 인근의 지연식품들도 이곳에서 취급한다. 바로 옆 건물엔 오르가닉 제빵(베이커리)이 있는데 거기서 구워낸 빵으로 공동체 식구들의 대부분을 먹여 살리는 것은 물론 주말에는 지역에 있는 농가 직거래 장터에 가서 하루에 1200개나 팔고 온단다.
지금 피닉스는 중대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날로 성장하는 상점을 확대하는 일과 상점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일이다. 피닉스는 작년에 처음으로 매상고 백만 파운드를 기록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중에 순수익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들은 수익의 1/10을 지역의 공동체 및 교육 사업지원을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 상점의 확대는 지금의 추세로 보아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가게 안을 돌아다니기가 너무 비좁다. 또 하나 문제는 상점의 일꾼들이 번창하는 사업으로 인해 노동시간이 한정없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공동체 생활의 기본 철학 중의 하나는 되도록 적게 일하고 검소하게 살되 보다 많은 창조적인 시간을 가지자는 것인데 사업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자니 원래의 순수한 의미가 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피닉스는 공동체 재단(Findhorn Foundation)의 단독 소유였으나 수년 전부터 물밑 작업을 계속해와 이제 곧 상점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 즉 종업원, 재단 관계자. 소비자, 공급자, 후원자 등이 모두 참여하는 ‘협동조합 소유’(Co-operative Ownership or Community Ownership) 로 전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진정으로 이름에 걸맞는 ‘공동체 상점’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