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의 상태로만 보면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나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어머니 젖을 먹는 능력만 갖고 태어난다.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교육과 훈련(연습)을 통해 계발, 습득해야 구체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낳으셨지만 그 뒤에 스승이 길러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의 지도자(君)와 가르쳐주시는 스승(師)과 생명을 탄생케 해주신 부모(父)는 동일하게 중요한 분들이다(군사부일체) 스승의 도리를 다하다가 아깝게 희생하신 분들이 있다.
①경북칠곡군 칠곡초등학교 김봉주(32세) 교사는 독감으로 고생하면서도 가난한 형편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단을 지키시다 숨지셨다. 이에 청도군 초등교육회는 60세 노령의 편부와 30세 미망인 그리고 어린 두 자녀와 미성년인 4형제 등 8명의 유족의 생계가 암담하게 되어 유족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1996. 12. 19일자 보도)
②서울 효제초등학교 김영걸(48세) 교사가 졸업식 후 학부모들이 보는 가운데 중학교 배정서를 나누어주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과로에서 얻은 증상이란 진단과 함께 절대안정하란 진단을 받은지 일주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1971. 2. 22일자)
③지난 6월말 수련원 화재로 어린이 19명과 마도초등학교 김영재(38세) 교사 등 4명의 어른들도 숨졌다. “불이야!”하는 소리에 깨어난 김 교사는 유독가스가 자욱한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잠자던 어린이들을 대피시키고 자신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국교총장학회가 김 교사의 유자녀 2명(초등학교 3학년, 5학년)에 대해 대학 4학년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1999. 7. 5일자) 이상은 한국교육신문의 스크랩에 나타난 순직교육자들의 사례들 중 일부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11. 5. 9-15까지를 제 59회 교육주간으로 제정하였다.
주제는 “올바른 교육, 훌륭한 선생님”으로 정해졌고 “교육의 본질과 정체성 회복”을 부제로 정했다. 2011. 5. 15일은 제30회 스승의날이다. “스승에게 존경을! 제자에게는 사랑을!”이란 표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 세상사는 동안 가장 흔하고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앙드레김한테 검정 옷 입히기, 대머리에게 핀 꼽기가 어렵다지만 인간관계가 더 어려운 일이다. “관계가 없으면 종교도 없다”(No relation, no religion)는 말은 결국 종교(신앙)도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계라고 보는 것이다. 나와 하나님의 관계(上向신앙), 나와 이웃과의 관계(外向신앙),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內向신앙)가 신앙생활인 것이다.
다시 이 관계를 구분하면 ①부모님과 자녀의 만남 ②남편과 아내의 만남 ③스승과 제자의 만남 ④직장에서 상, 하, 동료와의 만남 ⑤신앙생활에서 성직자와 신자들의 만남 등이 있다. 여기에서 스승은 제자를 잘 만나야하고 제자는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 스승을 잘 만나면 사회생활의 기초가 순탄하게 자리 잡는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부터 대학원의 박사학위 지도교수까지 공식적인 스승들이 계실 것이고, 인류의 스승인 위인들과의 간접적 만남도 있을 것이다.
정신적 가르침 하나를 제대로 잡으면 그 뒤의 생활이 훨씬 풍성해지고 쉬워진다. 바울은 바나바를 잘 만났고 여호수아는 모세를 잘 만났으며 엘리사는 엘리야를 잘 만났다. 디모데는 바울을 잘 만났고 헬렌켈러는 설리반 선생을 잘 만났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담임교사인 李善珪 장로님을 잘 만나 학업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김형태 장학회」를 조직해 10년 동안(중학교-대학교 졸업) 장학금을 대주셔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대학원 공부할 때는 김주현 박사와 이종승 박사님이 따뜻한 지도를 해주셨고 해외유학 땐 Emy Villar 박사가 자상한 지도를 해주었다. 교수 재직 때는 李元卨 총장님이 역할모범(roll model)이 되어주셨다. 부모와 아내를 잘 만난 축복은 물론이지만 훌륭한 스승과 닮아갈 모델을 잘 만나는 축복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좋은 교과서는 살아있는 실존인물 중 존경하고 따를만한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다.
오늘도 전국의 각 급 학교 교단에서는 목숨까지 희생하진 않아도 시간과 정열을 아낌없이 쏟아주는 많은 스승들이 계신다. 그 분들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내일이 없다. 우리나라는 석유나 다이아몬드가 나오지 않는다. 국토가 넓은 것도 아니고, 북한의 전쟁위협도 큰 부담요인이다. 무엇으로 국력을 키우며 세계 각 국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겠나? 인력 계발, 기술 습득, 정직한 신용의 보장 등으로 겨룰 수밖에 없다. 원료를 제품화하듯 어리고 무력한 제자를 기르고 다듬어 장성하고 유능한 인재로 기르는 스승들이 큰 애국자인 것이다.
이제 스승의 길을 생각해본다. 「예기」에는 “배워본 후에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쳐본 후에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함을 알아야 스스로 반성할 수 있고 어려움을 알아야 스스로 노력할 수 있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敎學相長)고 말할 수 있다”라고 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