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아파트에 심어져 있는 오래된 나무에서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황사바람으로 문을 자주 열어놓지 못했는데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돌고 의자에 앉았다. 목련은 벌써 서운한 몸짓으로 가버렸지만 연산홍과 벚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향기를 전달하고 있다.
요즈음은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을 달라는 기도가 입술을 떠나지 않는다. 길을 갈 때도 앉아 있을 때도 여행을 갈 때도 그 말씀이 내 마음 속에 쏘옥 쏘옥 들어온다. 며칠 전 가벼운 나들이를 갔다. 대청댐에 오랜만에 가보니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그렇지만 대청댐으로 가는 길은 옛날 그대로이다. 조용한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방심하면 안 되는 구불구불한 길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수님 안에서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에겐 늘 예수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들어있어서 마음들이 바쁘다. 마음이 있어도 형편이 안 되서 마음 아픈 이도 있고 경제적 여력은 있는데 선물이 함께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힘들어 하는 이도 있다. 그럴 때면 더 주님을 찾게 된다.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부모님을 주시고 또한 귀한 생명 자녀도 주신 하나님께 제일 먼저 감사의 편지를 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시간은 이렇게 바삐 가는데 주님의 시간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작은 일에 감동하고 기뻐하면서 마음 속에 메마른 사막이 남아 있다면 이제 깨끗한 눈물로 적셔야 하지 않을까. 난 비고 좋고 눈도 좋지만 가슴 속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좋아한다.
기도하다 찬송 듣다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필요를 채워주실 때 정한 마음으로 흘리는 감사의 눈물은 내 가슴에 꽃으로 피어난다. 하나님은 참 좋은 분이다.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교회 간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한 번도 날 외면하지 않으셨다. 이것은 한 사람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될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동안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고 축복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매일해도 모자람이 없다.
특히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으시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생각날 때 감동 올 때마다 더 많이 안아 드리고 필요한 것을 채워드리고 더 없는 사랑으로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때 늦은 후회를 한다. 후회 중에 제일 가슴 아픈 것은 부모님에 대한 것이다. 그 분처럼 내리 사랑을 보일 수 없음에도 언제나 어미새에게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로 살아왔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내 외로움이나 내 고통만큼 크다고 생각지 못하고 내 손에 박힌 가시가 제일 아프다고 하면서 엄살을 부렸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시고 자유 의지로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아직도 노예 근성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축복해요’를 늘 입술에 달고 살면서 부모님보다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하나님이 주신 은사대로 나눠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전화를 들고 부모님, 목사님, 선생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동안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쉽지만 잘 안 나오는 말들을 하면 좋겠다. 그러면 눈 앞을 가리는 안개도 사라지고 하나님의 길이 뚜렷이 보이지 않을까. 서로를 축복해주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