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 사실주의는 죽었는가?
라틴아메리카의 작가들의 새로운 세대는 도시적이고 해박하며 용기가 충만하다. 그래서 또우깐(역주: 거대한 부리를 가진 깃털이 아름다운 열대 아메리카 산의 새)을 상쇄한다
글 맥 마골리스 Mac Margolis/번역 전효준
뉴스위크 Newsweek | 2002년 5월 6일
칠레 작가 알베르또 푸겟 Alberto Fuguet 이 쓴 최근작 단편소설 “하늘보다 더 많은 별들 Mas Estrellas Que en el Cielo”에서 두 명의 젊은 칠레인들은 로스 엔젤레스의 커피 전문점에서 공표하고 있다. 한 명은 사진작가이고 다른 한 명은 영화감독인 이 두 사람은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칠레 영화를 후원하는 사절단의 일부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할리우드를 최고라고 여기며 한 사람이 크립토나이트 kryptonite (역주: 슈퍼맨의 파워를 없애고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돌)같은 칠레에서부터 기꺼이 멀어져 있으려고 한다. “그것으로부터 가까이하려 하면 할수록 당신은 당신의 모든 정기를 상실할 것이다.” 턱시도 대여점에서 그들은 그들이 늘어놓았을 수도 있는 수상 연설과 아카데미 상이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온갖 종류의 섹스에 대하여 꿈꾼다. 다른 라틴아메리카가 쓴 또 한편의 이야기에서 이것은 포마이카 Formica (역주: 내열 플라스틱 판)에서부터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그리고 요정 같은 이슬의 분출에서 영광을 잡아채기 위한 어떤 여자 마법사들을 위한 신호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라틴아메리카문학의 최신의 선동 요원인 푸겟이고 무대는 영혼의 집이 아니라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Denny's)이다. 이 두 사람이 영광을 얻게 되리라는 가장 가까운 사안은 두 사람을 영화 스타의 리무진 운전사라고 오인하는 할리우드를 기웃거리는 연예인 추종자들에 대한 가벼운 조롱이다.
푸겟의 단편소설은 할리우드에 중독된 사람과 천국에 있는 바보들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라고 불리었던 환상도 꿰뚫는다. 세속적인 것을 훌륭하게 보이게 만들었으며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전세계의 책장 위에 올린 문학 스타일이라고 말할 마술적 사실주의는 죽어가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 포스터에 등장하는 소년 환 발데스 Juan Valdes와 그의 당나귀(역주: 이전 레쓰비 커피 광고의 모델을 참조하시오.)만큼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긴 장화를 신은 총통만큼이나 죽어가고 있다. 인생의 비밀들은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에서 보다는 맛 없는 미국산 커피의 밑 빠진 잔에서 드러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 푸겟의 메시지다. 또우깐을 상쇄하라; 여기에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진실이 온다.
1970년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Cien anos de soledad”이 영어권 독자들에게 마술적 사실주의를 도입(역주: 미국의 저명한 번역가 그레고리 라바사 Gregory Rabassa의 번역으로 미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거의 재창작에 가까운 번역으로 마르께스도 원작보다 훌륭하게 재창조되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했던 이후로 세계는 너무나도 변화했다. 이 소설은 할머니들이 공중부양하고 독재자들은 부패했지만 절대로 죽지 않으며 농부들은 귀신들과 이야기하는 증기(蒸氣)가 자욱한 남아메리카의 상상의 지대인 마꼰도Macondo의 특별전시였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라틴아메리카와 거의 모든 지역의 작가들의 두 세대 뿐만 아니라 세계가 라틴아메리카에 대하여 상상했던 방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푸겟과 그의 동료덕분에, 리오 그란데 Rio Grande강 남쪽에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것은 해박하고 도회적으로 세련됐으며 때로는 건방지며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성과를 올리는 성향이다. 푸겟은 이것을 맥도널드 햄버거와 매킨토시 컴퓨터 그리고 콘도의 합성어인 맥꼰도McOndo의 목소리라고 칭한다. 이 명칭은 물론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소설 속 마을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경도를 파스텔 색조의 떼낄라 광고로 변모시켰던 온갖 종류의 새침데기들에게 선보이는 눈속임이다. 안녕하세요! 푸겟이 말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천국이 아닌 것이다.
새로운 장르는 “맥꼰도” 라고 불린 모두 35살 이하의 18명의 작가들이 집필한 단편소설집과 더불어 1996년에 태어났다. 푸겟과 공동 편집인 세르히오 고메스가 냉열기(冷熱機)의 소음 속에서 책에 사인을 해주었던 산띠아고 소재 맥도널드에서 거행된 파티에서 어느 정도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책은 출간됐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섹스와 마약과 팝 뮤직의 백비트를 언급했던 현대 도시 생활에 관한 불경스럽고 종종 공격적이며 외설적인 반복구절들이다. 환락에 극도로 중점을 두면서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환각에서 자살까지 아우른다.
세르반테스에 흠뻑 빠져 있었던 스페인의 문학적 주류는 섬뜩하게 되었다. 칠레의 한 비평가는 푸겟의 초기작 중 하나인 “나쁜 감정 Mala Onda”을 “쓰레기”라고 칭했다. 좌익에서 여피 Yuppie (역주: 여피란 젊은(young), 도시화(urban), 전문직(professional)의 세 머리글자를 딴 ‘YUP’에서 나온 말이다.
여피족은 너나없이 베이비붐으로 태어나 가난을 모르고 자란 뒤,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면서 어떤 전문직에 종사하여 높은 수입을 보장받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태도, 가치관 등에는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물론, 같은 세대에 속한 다른 젊은이들의 그것과도 크게 다른 데가 있다.
우선 이들은 개인의 취향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며, 매사에 성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다. 또 모든 행동거지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으며, 대인관계에서는 부족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깨끗하고 세련된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이 밖에도 이들은 사회적 광장(廣場)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규범보다는 오히려 개인적인 밀실(密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존적(獨尊的)인 가치관은 ‘1970년대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가치관으로, 풍요로운 토양 위에서만 싹틀 수 있는 귀공자 풍 가치관’이라고도 볼 수 있다.)족의 소외감에 대한 사과로서의 문예사조라고 비방했던 반면에 어떤 지식인들은 맥꼰도 작가들을 천박하고 시건방지다고 낙인 찍었다. “맥꼰도”의 창시자들은 그들이 야기했었던 논란거리에 어느 정도 깜짝 놀랐다. “ 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팝 문화를 탐닉했던 중상류층에 속하는 버릇없는 아이들의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코넬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볼리비아 출신으로 맥꼰도 작가인 에드문도 빠스 솔단을 말한다. 그래서 맥꼰도 작가들은 볼륨을 약간 줄였으며 눈초리를 순화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문예사조에서 심지어 벗어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술은 풀려버렸다. “맥꼰도는 마술적 사실주의로 통하는 문을 쾅 하고 닫았습니다” 라고 빠스 솔단은 말한다.
동시에 그것은 라틴 아메리카의 변화하는 인구통계학으로 통하는 창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라틴계 사람들은 마술적 사실주의가 여전히 묘사했던 꿈결같고 이국적인 대륙에서가 아니라 인구가 조밀하고 발길이 머무는 대로 자유로운 환경의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맥꼰도 소설들에서 묘사했던 세상들은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세상보다는 라틴아메리카의 경험에 보다 가깝습니다” 라고 빠스 솔단은 말한다.
맥꼰도의 감성은 멕시코의 랩과 아르헨티나의 흥겨운 춤에서 팝 음악과 영화로 베어 들었다. 두 편의 영화 공히 꾸밈이 없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민속의 힌트도 없이 기발하고 결점도 가감 없이 다 들어내는 풍경을 보여주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Alejandro Gonzalez Inarritu 의 오스카상 후보작품 “아모레스 뻬로스 Amores Perros”와 알폰소 콰론 Alfonso Cuaron 의 “이 뚜 마마 Y Tu Mama Tambien” 같은 스케일이 크고 치열한 영화들에서 맥꼰도의 감성은 작열한다. “바로 맥꼰도답습니다” 라고 푸겟은 말한다.
맥꼰도는 많은 주장이 있습니다만 푸겟은 이 문예사조의 창시자이자 순위 안에 드는 경구창조자로 남아 있다. 철 테 안경 너머로 검은 색 티 셔츠를 착용한 38세의 그는 과대 성장한 대학생처럼 보인다. 그는 날렵한 걸음걸이와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자신의 사고를 우스개 소리를 싣는 경구에 올리는 재능을 지녔다. “예전에 라틴아메리카의 지식인들은 펜과 칼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현재 그것은 PC 혹은 매킨토시 Macintosh 입니다.” 칠레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원더 브레드 Wonder Bread 를 배달했던 캘리포니아에서 12년을 보냈다. 현재 푸겟은 산띠아고에서 살고 있으며 비록 그가 2개국 언어를 구사하지만 자신의 문학적 언어는 영어라고 고려한다. 보수적인 칠레에서 “당신은 언제나 당신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말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라고 그는 말한다. “마치 내가 8살 인 것처럼, 영어로 말할 때 나는 훨씬 더 자유스럽다는 느낌이다.”
사실, 맥꼰도 작가들은 어느 곳에서도 집처럼 편안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살고 있는 소설가 안나 카주미 Anna Kazumi 는 일본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루이지아나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스페인어로 작품을 쓰고 그녀 스스로가 영어로 번역한다. 호르헤 볼삐 Jorge Volpi 와 이그나시오 빠디야 Ignacio Padilla 같은 작가들이 속한 멕시코의 “크랙 세대 crack generation”는 종종 라틴 아메리카에 관하여 전혀 쓰지 않기도 한다. 이번 7월에 발간 예정인 볼삐의 소설 “클링조르를 찾아서 En busca de Klingsor”는 원자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히틀러의 탐구에 관한 이야기다
맥꼰도가 라틴 아메리카 이외의 지역을 따라잡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도 아니다. 1990년대 중반에 푸겟이 유명한 아이오와 작가 워크샵에 참가가 허용되었을 때 그는 열심히 미국 출판업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가 미국 잡지에 제안했었던 첫 번째 단편소설은 즉석에서 거절당했다. “그들은 그 작품이 충분히 라틴 아메리카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라고 그는 회상한다. 번역: 날아다니는 할머니들이 없다. 푸겟은 마음이 상했었지만 그는 견뎌냈다; 1997년에 살론.컴에서 “맥꼰도 McOndo”에서 발췌한 “나는 마술적 사실주의자가 아니다” 라는 제목의 그의 서문을 발간했다. 같은 해에 그가 1991년에 발표한 소설 “나쁜 감정 Mala Onda”이 영어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