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안철수가 개발한 '백신'(V) 프로그램은 아주 낯익고 친근한 것이다. 이것은 개인용 컴퓨터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해줄 뿐만 아니라 예방기능까지 지니고 있는 필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는 한국의 컴퓨터 분야에 기여한 인물들을 꼽을 때 반드시 거론되는 존재다.
그는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라 전기생리학(電氣生理學)을 전공한 의사였지만, 이 프로그램을 만든 뒤 통신망을 통해 공개해 그동안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1995년 안철수 바이러스 연구소를 개설하고 마침내 백신 프로그램의 유료화를 선언했다.
안철수는 1962년 1월 22일 부산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대 본과에 재학중이던 1982년, 같은 방에서 하숙하던 친구가 가지고 있던 애플 컴퓨터를 구경하면서 처음으로 컴퓨터와 접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공작(工作)을 좋아했던 탓에 그는 컴퓨터에 쉽게 익숙해졌고, 이듬해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본격적인 컴퓨터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생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그는 생리학 실험에 쓰이는 기계를 컴퓨터와 연계시켜보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언어인 기계어를 공부하다가 1988년 컴퓨터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브레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컴퓨터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하고는 바이러스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 애썼고, 곧바로 이것을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백신'을 개발해 '컴퓨터 의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국내에서 발견되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를 계속한 그는 '백신'을 개정해 '백신2'(V2)와 '백신2+'(V2+)를 내놓았고, 박사과정을 마치고 해군 군의관으로 입대하던 1991년에는 '백신3'(V3)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소중한 프로그램들을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1995년 의학 연구에 전념하고자 미국 유학을 계획하던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련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물려주기 위해 2월에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글과컴퓨터사에서 첫해 1년간 운영비 5억 원을 출연한다는 조건이었다. 연구소 설립 후 그는 곧바로 '백신' 프로그램을 상용화(商用化)했는데 이는 컴퓨터를 판매하는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었고, 개인에 대해서는 공유소프트웨어(shareware : 사용자가 일정기간 사용한 뒤 스스로 등록하는 소프트웨어)의 형식을 취했다.
1995년 9월 안철수는 컴퓨터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