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식당에 들어오더니 음료수를 주문하고 나서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이때 종업원이 다가와 말했다. “실례하지만 우리 식당에서는 손님이 싸온 음식은 드실 수 없습니다.” 그러자 두 손님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각자 싸온 음식을 서로 바꿔 먹기 시작했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 지혜가 재미있는 유머감각이 아닐까? 웬만한 종업원은 이 상황에서 화낼 수 없을 것이다. 뛰어난 유머감각은 이처럼 상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웃음을 나누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재치 있는 유머 한 마디는 돈이 되고 위기를 극복하는 빛나는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머는 전략 중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특히 재치 있는 유머화술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고 거리감을 없애는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만이 웃을 수 있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인간만이 화내고 싸우고 짜증내는 동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유머야말로 인체의 노폐물을 밖으로 분출시키며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다.
이제는 일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상대의 마음을 열지 못하면 면접, 협상, 프레젠테이션, 연설, 강의 등에서 이길 수 없다. 사실보다는 감성을, 논리보다는 재미를, 달변보다는 부드러운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닫힌 문을 열 수 있다.
일방적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 부드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상대의 문을 여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유머화법이다.
유머화법은 심리적인 저항감을 줄이고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흥미를 유발해 정서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어 어색한 상황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끌고 갈 수 있는 대화 테크닉이다. 이런 면에서 유머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신뢰감을 높이는 유머화법
따라서 대화에서는 언제나 언어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유머를 전달해 설득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이 ‘키스(Kiss)의 법칙’이다.
첫째는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친절(Kindness)해야 한다. 친절 그 자체만으로도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친절한 언어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둘째는 어느 문제를 다루든 인상적(Impressive)이어야 한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흥미를 줄 수 있는 독특한 자기만의 연출이 필요하다.
셋째는 어떠한 이야기든지 달콤(Sweet)해야 한다. 이야기가 달콤하기 위해서는 그 말 속에 향기가 넘쳐야 한다. 이 향기가 바로 재미와 웃음을 주는 유머의 법칙이다.
넷째는 간단(Short)하고 명료해야 한다.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은 상대에게 지루함을 주고 핵심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소금 맛 나듯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상대의 마음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어떤 여성이 비만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보더니 너무 뚱뚱해 기절할 뻔했다.
“아주머니, 120kg이 넘어요. 제일 적게 나갈 때는 몇 kg이었죠?”
그러자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3.2kg이요!”
맞는 말이다. 3.2kg으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이런 유머 넘치는 여유라면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것이 키스의 법칙이다. 언제 어디서든 키스의 법칙을 활용한다면 대화를 자기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대화는 단지 언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거기에 유머가 있다면 이미 그 대화는 이긴 것이다.
“노처녀가 가장 싫어하는 인사말은?”
“아줌마, 꼭 처녀 같아요.”
말의 생명은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있다. 여성들의 심리는 평생을 처녀처럼 젊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이런 처녀에게 아줌마 호칭을 붙인다면 맞아 죽을 일이다. 이는 훌륭한 목사를 ‘살아계신 부처님’ 같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 상대의 상황에 맞는 말을 찾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이다. 이런 말도 있다.
상황에 맞는 말이라야 생명력 가져
“교회 가는 길을 묻는 사람에게 가장 황당한 대답은?”
“절로(저리로) 가세요.”
참으로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이런 경우도 있다. 상갓집에 문상 가서 상주를 보고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죠”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를 알고 나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합한 언어를 찾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먹힌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산수 시간에 선생님이 한 아이에게 간단한 문제를 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몇이지?”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드는데 유독 한 아이만 손을 들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너는 왜 손을 안 드는 거야. 그것도 모르는 거야?”
선생님은 화가 나서 이렇게 소리쳤다.
“이 밥통아, 너하고 나하고 합하면 얼마냐니까?”
잠시 후 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밥통 두 개입니다.”
졸지에 선생님은 밥통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말의 전염성이다. “말은 자신에게 하는 예언”이라고 조엘 오스틴은 말한다. “말 잘하고 징역 가랴!”는 우리 속담도 있다. 이제 대화하지 말고 ‘키스’하라.
/ 이코노미플러스
글 임붕영 한국유머경영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