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하루를 완전히 죽여버릴까 생각했다가,
그래도 하루에 한 가지 일은 해야겠다싶어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일요일은 '산 텔모 시장'이 열리는 날!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그곳으로 향한다.
열흘 쯤 여기서 지냈다는 언니와 나도 동행.
큰 기대는 없었지만 혹시나 득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갔다.
환전도 하고 길도 익힐 겸 겸사겸사.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숙소에서 산 텔모 시장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날씨가 너무 더운 날이거나 걷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면 지하철을 타는 것이 나을 정도인 거리였다.
왕복으로 걷고 시장도 좀 구경하면서 걸었다니 기진맥진.
무더위가 한풀 꺾인 시점에 내가 도착해서 날씨가 미친듯이 덥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숙소로 돌아와 얼굴을 만지니 콧잔등에 소금기가 살짝.
시장은 예상대로 별볼일이 없었다.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었고 특이한 물건이 많은 것도 아니었음 ㅠㅠ
공산품을 왕창 떼와서 파는 곳이 절반쯤이었고, 핸드메이드 제품이 나머지였는데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도 살짝 허접스러운 외관때문에 지름신을 부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요런게 있구만~~ 하면서 전부 지나쳤다.
시장 한가운데있는 스타벅스가 제일 편하고 좋은 공간이었고, 숙소로 어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하필이면 외출 첫 날이 일요일이라 가게문은 거의 다 닫혀있고 거리도 한산했다.
게다가 첫 방문지였던 '산 텔모 시장'이 너무나도 허접스러워서 시작부터 김샌 기분이 좀 들었다.
뭐 대단한걸 보려고 온건 아니었지만,
여행은 '그냥 거기도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던 날.
그냥 어서 우유니사막이랑 마추픽추만 보고 집에 가야되나 싶기도 했고 ㅎㅎ
하루하루지나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랬다.
숙소로 돌아와서 만화책 좀 보다가 낮잠잤다가 환전하러.
택시타려고 공항에서 환전할 때는 1달러에 6.5페소였는데
시장에서 환전하니 1달러에 10.5페소 ㅎㅎ
덕분에 한국에서 한 잔에 3900뭔하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여기서는 한 잔에 2000원 정도..
이번주는 아마도 적응기가 될 것 같다.
내일은 일도 인수인계받고, 뭐 이리저리 정신없어질 듯.
사람들도 낯설고 어색하고, 밥 먹자는 말도 잘 못하겠엉 ㅎㅎㅎ
그래도 이번주에는 스페인어 선생님 소개 받아서 수업계획도 짜고
탱고 수업이랑 탱고쇼도 보러가야겠다!
6개월 쯤 한국에서도 팽팽 잘 놀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할게 없어지니 약간 멘붕이 왔다.
뭘 해야하는건지 알 수가 없으니 내가 여기 괜히왔나.. 싶은 생각도 살짝 들긴했다.
이제 겨우 하루이고, 이런 기분은 인도에서도 느껴서
여행 막바지가 되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질 것이라는 걸 알지만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등지고 떠났다는 생각에 아직은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 않다.
그래서 일부러 일도 하면서 지내려는 것이고,
그 외에 시간에는 스페인어도 배우고 탱고도 배우려고 스케쥴을 빡빡하게 만드는거.
그렇게라도 하면 좀 마음이 편해질까싶어서 ㅠㅠ
어쨌든 오늘은 이렇게 흘렀다.
많이 외롭고 아주 약간 즐거운 그런 상태?
가계부는.. 머릿속에 있지만 내일부터 적을란다.
피곤타..
첫댓글 우리도 먼길 다녀와 너무 피곤하다.
운전 11시간. 한국도 넓더라.내일을 위 우리도 자야것다.
하루하루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