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결혼해서 독립한 뒤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사는 것에 스스로 새삼 놀랍니다. 애호박 하나도 비닐포장 된 요즘, 덜 소비하거나 재활용을 잘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재활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합니다. 비닐 코팅된 종이, 티백 포장지, 껌 종이도 재활용 되는지, 깨진 유리나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나요? 플라스틱 제품마다 재활용 방식이 다를 텐데요. 아울러 재생플라스틱 현황도 궁금합니다.
!!! 자연에는 애초 쓰레기가 없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소비 탓에 순환 고리가 끊어져 책임지지 못할 ‘쓰레기’를 인간이 만들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쓰레기’라는 이름표를 달기 전에 순환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질마다 고려할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종이 1톤을 만드는 데 갖가지 자원 98톤이 필요합니다. 생활쓰레기 가운데 종이가 40~50퍼센트 넘게 차지합니다. 재활용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모든 종이는 종류별로 잘 모으고, 코팅종이가 섞이지 않는다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코팅종이 1장만 섞여도 재생종이 질이 크게 떨어지니까요. 비닐을 잘 벗겨내야 하고, 책이나 잡지에 애초 코팅을 하지 않게 독자로서 요구를 해야 합니다. 우유팩도 함께 모이면 질 좋은 원료가 됩니다. 종이재활용 핵심은 섞지 않는 것입니다.(green-paper.org 참고) 커피거름종이나 티백종이도 질 좋은 펄프입니다. 내용물을 잘 말려 버리고 잘 펴서 함께 모아야 합니다. 껌 종이느 ㄴ알루미늄 코팅과 종이를 분리해 유리병에 쿠킹호일과 함께 모아 알루미늄 캔과 함께 배출합니다. 유리병은 ‘재사용’이 가능한 종류와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씻어 색깔별로 구분해서 모아내야 합니다. 깨진 유리도 물질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현재 수거체계에서는 폐기물로 처리합니다. 일정한 양을 지자체가 공동으로 모아 유리공장으로 직접 보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보면, 페트병(PET) 재활용이 70퍼센트 정도로 가장 높고, 비료포대나 석유통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욕조나 유아용품으로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레(PP)도 재활용이 잘되는 편입니다. 요구르트병으로 쓰이는 폴리스티렌(PS),레고나 범퍼로 쓰는 아크릴노니트릴(ABS), 호스, 비닐봉투로 쓰는 폴리염화비닐(PVC)이 주로 쓰는 ‘6대 범용수지’라고 합니다. 스티로폼(발포폴리스티렌EPS)도 재활용이 잘되는 축에 속합니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다양해 이물질과 종류가 섞이면 물질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에너지 회수’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단순소각과 구분해 순도를 높여 효율 높은 에너지 활용에 무게를 두자는 입장입니다. 플라스틱 특성 탓에 한두 번 재활용하면 다시 재활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혼합재질로 바뀌기 때문이죠. 혼합재질 플라스틱은 고형연로(RPF)로 쓰거나, 보도블록이나 건축자재, 제방을 쌓는 블록으로 쓰기도 합니다. 페트병은 코팅비닐과 뚜껑을 분리하고 세척을 잘해야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 수 있는데 현실은 늘 질이 한 단계 떨어지는 데 사용합니다. 대체로 화학솜, 노끈을 만들고, 일부 실을 만들어 운동복을 만드는데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품질이 떨어지는 함지박이나 정화조를 만들고, 색깔이 섞여 주로 검정색이 됩니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물질재활용은 40~50퍼센트 정도이고, 유럽이 60~70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편은 아닙니다. 에너지 회수는 20~30퍼센트 정도. 우리나라 현실에서 분리수거를 세분화하고 지금보다는 정교할 필요가 있지만, 몇 개 품목을 확실하게 분리수거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피브이씨(폴리염화비닐 PVC). 재활용도 어렵고 혼입되면 다른 것도 재활용을 어렵게 합니다. 재활용률이 가장 떨어지는 품목이고, 염화가스가 많이 나와 연료로 쓰기도 어렵습니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한 해 2.7억 톤에 이르고, 1950년대 뒤로 지금까지 10억 톤 가량이 버려졌습니다. 플라스틱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석유와 운명을 같이하는 물질이기 때문이죠. 합성수지에 대한 대안으로 생분해성플라스틱을 만들지만 35만 톤 정도로 국내 점유율 1퍼센트도 안 됩니다. 그것도 원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해마다 20퍼센트 넘게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포장재나 농어업용, 건축용과 전자 자동차용으로 활용도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사실 ‘쓰레기’ 가운데 90펴센트는 재활용,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최종 목적은 ‘재활용을 더 하자’가 아니라 ‘쓰레기를 덜 만들자’여야 합니다. 애니 레너드는 ‘재활용은 물건에 대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헤더 로저스 표현대로 ‘쓰레기는 양심 없이 자연을 착취하고 인간의 삶과 노동을 착취하는 체제의 배설물’입니다. 쓰레기는 결국 모든 사람의 손에 남습니다. 쓰레기는 시장과 자연의 관계를 드러내고, 공산품 속에 숨어 있는 환경정책을 보여줍니다. 쓰레기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의 관점에서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쓰레기가 만들어지기 전에 쓰레기를 줄이려는 독일의 제도는 생산영역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강력한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를 적용해야 합니다. 그 뒤에 우리가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를 해야 쓰레기 제로 사회로 갈 수 있습니다.
*자원순환연대, <사라진 내일>(헤더 로저스, 삼민), <물건 이야기>(애니 레너드, 김영사)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년 7월호 가운데 녹색상담소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