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내의 호칭
아내의 호칭문제는 부르는 사람의 당사자와 연령(노소) 그리고 시대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 예를 들면 평상 시 자기 아내를
부를 때는 예사말(例事-)를, 웃어른(윗사람)과 선배 앞에서는 낮춤말(비칭)을, 부부싸움을 할 때와 자타의 아내와 상관없이 악
처로 낙인하여 험담할 경우에는 속어 또는 비속어도 서슴치 않고 사용한다. 그러나 남의 아내를 호칭할 때는 그 아내의 집안 또
는 사회적 평판과는 무관하게 높임말(경어, 경칭, 경칭어, 공대말, 존대어, 존경어, 존칭, 존칭어)을 사용하는 후덕한 관습이 여
전히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은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유교적 가부장제의 소산이지만, 핵가족화의 극치를 보이는 오늘날의 신세대에서는 자기
들만의 별칭도 서슴없이 사용하며, 어불성설인 호칭도 누군가 먼저 말장난으로 사용하여 좀 히트를 친다면 곧 일반사회로 번져
나가는 세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지금까지 불려졌던 아내의 호칭들을 찾아서 <예사말> <낮춤말> <높임말>
로 구분시켜 정리해 보았다. 물음표(?)가 달린 호칭들은 일부 통용되고 있으나 널리 공인된 말이 아님을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호칭은 “어부인”이다. 혹자는 어부인의 한자를 ‘御夫人’으로 적고 있지만, 우리말에 접두어인
임금 ‘어(御)’자(字)가 붙는 말이면, 그 말의 뜻은 거의 전부가 임금과 왕실에 관련된 물건과 사람 등을 나타내므로, 곧 임금의 부
인 즉, 왕비(중전)가 되기 때문에 전혀 맞지 않다. 또한 혹자는 일본말이라 주장하는데, 물론 지금도 일본에서는 접두어 <御>자를
써서 존경이나 훌륭함을 뜻하는 높임말로 사용하고 있지만, ‘御夫人’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심코 쓰
는 <어부인>이란 말은 국적불명의 말이므로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잘못 발음하여
‘여부인(如夫人)’이라 불렀다면 ‘남의 첩을 높이어 이르는 말’이므로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어쩌면 친구들 간에서 상대방의 아내를
농조로 자기 “애인(첩?)”인양 불러보곤 하던 버릇의 대리만족으로 ‘여부인’이 ‘어부인’으로 되지 않았나 억지 춘향으로 생각도 해
본다.
한동안 대통령의 부인을 ‘영부인(令夫人)’이라고 호칭하였는데, 사실 그 뜻은 지체 높은 사람의 아내를 말하므로 ‘귀부인’ 중 貴婦人
과 같은 말이다. 옛날로 치면 정경부인에 해당하는 말이다. ‘정경부인’이 정일품과 종일품 문무관 즉,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우찬
성 및 좌찬성의 아내를 지칭하므로, 요즈음으로 보면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부총리, 국회부의장, 정당 총
재 등의 아내에 적용해도 좋을 듯 하다. 그래서 혹자는 ‘영(領)’부인으로도 쓰는 모양인데 잘못하면 국군의 영관급 장교에도 쓰일
수 있어 곤란하다. 역시 조선시대에 섰던 지체 높은 부인의 높임말의 하나인 ‘마님’을 비롯한, 정일품과 종일품인 종친의 아내에게
주었던 봉작인 ‘현부인(縣夫人)', 정일품 대군의 아내를 칭하는 '부부인(府夫人)'과 정사품 및 종사품 문무관의 아내의 호칭인 ‘영
인(令人)’도 있음을 함께 알아두자!
또한 “사모님”이란 스승, 윗사람 및 남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긴 하지만, 친구나 후배의 아내에게 적용하기엔 낯 뜨겁고 오히
려 민망한 호칭이다. 평소 우리가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가질 때 흔히 동부인(同夫人)한다고 하듯, 정확히 알지 못하면 남의 아내를
부를 때는 그저 높임말인 부인(夫人)이라고 칭하면 무난하다. 좌우지간 부부간 금실을 위해 실생활에서 아내의 호칭만이라도 부인
으로 업그레이드시킴이 가화만사성의 첩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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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말> 자기의 아내를 예사롭게 겸손하게 이르는 말
가인(家人), 각시(閣氏), 내자(內子), 당신(當身), --댁(宅), 마누라, 새색시(색시),
신부(新婦), 실인(室人), 아내, 아주머니, 아줌마, 안노인(-老人), 안사람,
안주인(-主人), 여보, 와이프?, 임자, 자기?, 주인댁(主人宅), 집사람, 처(妻),
처실(妻室), 할멈=노구(老嫗)
<낮춤말> 자기의 아내를 속되게 낯추어 부르는 말
계집, 계집년, 부엌데기?, 소첩(小妾), 솥뚜껑운전수?, 아낙네(아낙)?, 아녀자(兒女子)?, 아주미?, 안식구(-食口), 어멈, 여편네
(女便-), 첩(妾), 할망구?, 할미=노고(老姑)=노온(老媼)
<높임말> 남의 아내를 높여서 일컫는 말
귀부인(貴夫人), 귀부인(貴婦人), 마님, 부부인(府夫人), 부인(夫人), 사모님(師母-)?, 새댁,
새아가씨, 아씨(阿氏), 아주머님, 안방마님(-房-), 안부인(-婦人), 안양반(-兩班),
어부인(御夫人)?, 여사(女史), 영규(令閨), 영부인(令夫人), 영실(令室),
영인(令人), 정경부인(貞敬夫人), 합부인(閤夫人), 현부인(賢夫人),
현부인(縣夫人), 현합(賢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