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총장은 1천여편 자작시 중 ‘닿고 싶은 곳’이란 시를 제일 좋아한단다.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에 하중을 받들고…’ 이렇게 시작해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고 끝을 맺는다. 최 총장은 “이 시에는 사람이나 모든 생물이 결국 자신이 가지는 부족한 것, 모자란 것, 이루지 못한 것, 그것 때문에 죽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말한다. 어렵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실현하지 못한 이상이나 희망, 꿈 이런 것들이 개인 모두의 ‘닿고 싶은 곳’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대담 시종일관 온유함 속에 강함이 베어 있는 한마디 한마디는 협성의 미래를 밝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담 : 김동일 편집국장
▲ 협성대학교 최문자 총장
―우선 대학을 소개해달라.
▲협성대학교는 기독교 진리를 창학 이념으로 삼고 기독교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대학이다. 나라가 어려웠던 시기에 구국운동과 민족운동의 거점이며 민중의 중심지였던 상동교회로부터 배태됐다. 협성대학교는 1907년도에 협성신학교로 처음 출발했다. 협성대학교는 이러한 기독교적 소명 속에서 믿음, 사랑, 봉사를 교훈으로 삼고 존 웨슬리의 복음주의적 신학과 민족,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강조하며 미래사회를 열어갈 전문지식, 지성 및 창의성을 갖춘 목회자와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93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돼 현재는 5개 단과대, 4개 대학원이 있는 종합대학으로 총 26개 전공학과에 전체 5천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졸업생은 약 1만여명으로 과반수가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다.
―취임사에서 ‘연인같은 총장’이 되겠다고 밝혔는 데, 연인같은 총장은 어떤 총장을 의미하나?
▲여성이 총장이 됐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어머니 같은 총장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어머니는 리더십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이든 받아들여야 하고 자식들 앞에서는 판단력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반면 연인 같은 존재는 서로 볼 때도 거부감이 없으면서 또 서로의 요구를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고도 한다. 대등한 수평적관계다. 부드럽지만 때로는 강하게, 일관된 신념으로 일을 추진하는 연인같은 총장이 되겠다.
―취임사에서 밝힌 화두는 ‘경쟁력’이다. 대학뿐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조직의 동력은 경쟁력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국제화, 세계화는 대학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기본 요소이다. 여기에다 협성대학교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가져야한다. ‘소강(小强)’대학을 만들겠다.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써 내실을 갖추겠다. 현재 감리교단 아래 감리교 신학대학, 목원대학, 협성대학교가 있다. 학교여건을 감안할때 협성대학교가 발전가능성이 가장 높다. 감리교 신학대학은 신학과만 있고 목원대는 지방에 있다. 하지만 협성대는 수도권에 소재한 종합대학이다. 외국의 유명 신학대학들과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고 학점교류 등을 통해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졸업생 일부가 애모리대학, 하버드 대학의 신학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외국대학과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연수년 교수로 나가 계시는 교수들에게 교섭 임무를 맡겼다. 필요하다면 총장인 내가 직접 나가 교섭을 벌일 계획이다. 인터넷을 통한 강의교류 등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외국어수준 등을 감안해 시간을 갖고 준비 중이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다니지 않고 한 공간에서 한번에 행정을 처리할 수 있는 ‘원터치 행정’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가 되도록 개방형 ‘오픈 룸’ 업무공간을 만들 방침이다.
학생·교수·직원 경쟁력 확보 재정적 총 지원 지역주민에 각종 시설 개방 ‘열린 학교’ 표방
―대학의 경쟁력은 본질적으로 인적자원인 학생, 교수, 직원의 경쟁력에 좌우된다고 본다.
▲당연하다. 학생, 교수, 직원 하나 하나 경쟁력의 총화가 바로 대학의 경쟁력이다.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각자의 노력에 1차적으로 달려있다. 하지만 학교 측도 이들이 경쟁력을 가질수 있도록 견인하고 뒷받침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취임 후 바로 각 부처 구성원들과 면담을 했다. 학생들과 교수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도 연구하고 활동하라고 주문했다. 직원들도 학교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 경우 연구비,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을 위해선 실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안정적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경영전략은?
▲취임하면서 ‘발전기금을 100억원 모금할 계획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우선 100억원이라는 액수를 말한 이유는 당장 외국학교와의 국제교류와 협성대학교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기본적으로 100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고 난 후, 솔직히 100억원을 누가 줄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노력하면 되리라고 믿는다. 우선 협성대 출신 감리교 각 담임 목사 동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호응이 좋은 편이다. 두 번째로,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공모해 경영수익사업으로 연계시킬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가구디자인학과는 장애인을 위한 가구제품을 만들어 판매 수익의 일부는 대학발전기금으로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교수들도 자신의 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나온 수익의 일정부분을 대학발전기금으로 내놓는 방안 등 여러가지다. 이밖에 ARS를 활용한 동문 등으로부터 모금활동 등이 있다.
―‘BTL’ 사업을 구상중인 것으로 아는데.
▲12층짜리 다목적 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바닥면적은 3천300㎡, 연면적은 총 2만1천570㎡이다. 지하 1, 2층은 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이며 3층은 체육관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1, 2층은 웨딩홀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대여하고 또 학교주변에 없는 고급스런 식당 등을 갖춰 지역주민들이 이용하게 할 구상이다. 또, 젊은이들을 위한 세미나룸을 비롯한 다용도공간을 확보하고 게스트룸을 만들어 외국학생을 유치, 한국어도 가르칠 계획이다. 화성시와 함께 쓸 수 있는 용도의 공간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구상단계지만 이 건물이 들어설 경우 학교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취업과 교육을 별개로 볼 수 없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협성대는 어떤가.
▲사회복지학과는 취업율이 100%다. 또, 아동보육학과와 보건관리학과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학교 전반에 걸쳐 취업율이 높지는 않다. 총장을 비롯한 전 교수가 나서 학생들의 취업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화성시에는 100명 이상의 고용인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500개가 넘는다. 이들 중소기업을 방문 지역소재 대학생들을 고용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또,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갖도록 직업전문상담사를 배치해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 목사고시, 군목시험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여름, 겨울 계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다.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협성대학의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앞으로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교류는 아주 중요해진다. 우리 지역은 아파트 거주 맞벌이 가정이 많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고 우리 학교에 보육학과가 있는 점을 감안, 값싸고 질좋은 보육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이 믿고 아이들을 맡기게 할 작정이다. 또 사회복지학과의 특성을 살려 노인복지시설을 운영, 지역사회에 기여할 생각이다. 이밖에 지역 초중학교를 찾아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도 매년 상하반기로 두차례씩 하고 있다. 유료로 대여하고 있는 인조잔디구장을 제외한 대부분 시설을 개방해 지역주민들에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인으로 천편 넘는 시를 쓰신 것으로 아는데 애송하는 시가 있으시다면.
▲문창과 교수였다. 그리고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천편넘게 시를 썼다. 시인이다 보니 순수한 마음으로 대학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대학을 경영한다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상당히 비현실적인 감각으로 비쳐 자칫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나 사태를 변화시키는 것은 수수함이 아닌가 한다. 윤동주의 ‘팔복’이란 시를 좋아한다. 박사학위도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논문으로 받았다. 그의 깨끗한 마음을 사랑한다. 살아서 한권의 시집도 내지 못했지만 죽어서 큰 문단의 평가를 받은 그처럼 나도 그런 시인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