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연구에 심혈을 기울이지 못한 점 3)도제 시스템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점 4)가족이나 가정의 진보적 풍경이나 비전을 과감하게 보여주지 못한 점등은 지적 받을 부분이다.
로버트 알트만 이나 조지 쿠커의 실험성이나 오손 웰스의 탐구정신, 데이비드 린의 클래시칼한 분위기를 제쳐두고 한국 영화의 생산에 몰두한 결과는 대부분의 충무로 감독들의 경우처럼 결국 후회스러운 부분으로 나타났다. 당시엔 누구나 할 것 없이 예술작업 보다는 호구지책으로 영화를 방편으로 삼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작, 단기제작, 여러 장르 섭렵은 영화창작의 밀도를 떨어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전성기가 불경기로 크로스 오버되는 70년대의 감독은 작가정신의 고매함이나 영화의 예술성을 고려할 시·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검열의 공포는 단순한 소재를 요구하게되었고 결국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고리를 갖고 있었다 .
이런 가운데 생산된『무릎꿇고 빌련다,72』『엄마결혼식,73』『신설,74』『호기심,74』『올챙이 구애작전,74』『황홀,74, 김승옥의 『무진 기행』을 영화화한 작품』『어린 시절,74』『빗속의 여인들,76』『고가,77』『슬픔이 파도를 넘을 때,78』『사랑방 손님과 어머니,78』『과부,78』『학을 그리는 여인,79』『황토기,79』『두 아들,81』『내일 있는 청춘,82』『설마가 사람잡네,85』『젊은 밤 후회 없다』는 암울한 시대의 음영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90년대 들어 탄생한 『아들과 연인,92』과 『만날 때까지,99』는 비교적 안정되고 여유가 있는 가운데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환경 탓에 영화감독협회장과 공륜심의위원을 거친 그가 부르짖는 말은 영원한 현역이다.
『아들과 연인』은 사돈이 될 부모님들이 애인인 경우를 설정한 것이고,『만날 때 까지』는 북에서 휴전선을 넘어 온 기억 상실 청년을 자식으로 생각하는 아버지 후보와의 재회를 그린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을 작품 제작 순으로 살펴보면 신성일,윤정희,김창숙,고은아,신영균,전양자,남정임,김희갑,남궁 원,김동원,한은진,박암,이낙훈,김순철,박노식,문 희, 최남현, 김진규, 강부자, 송 해,전계현,노주현,황정순,최무룡,문정숙.하명중,태현실,장동휘,김희라,신일룡,방희,홍성우,신 구, 김추련, 한인수, 윤미라, 황 해,도금봉,김상순,윤일봉,이대근,정혜선,민지환,선우용녀,조미령,현 석, 이덕화, 안소영, 선우 일란,하재영,윤양하,나영희,강석현,이상아,김혜선,이재룡,박근형,조용원,양택조,김인문 등 화려한 스타 군과 만날 수 있다.
실직자가 입이 돌아간다는 설정을 그린 『설마가 사람잡네』는 IMF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새로이 간행될 소설집을 보더라도 그는 아직도 왕성히 작업하는 예술가임을 알 수 있다.
영원한 현역 감독,趙감독이 있는 한 우리는 영화계의 또 다른 중심 축을 갖고 있는 셈이다. 가족과 인간, 고향이 살아 숨쉬는 인간미 넘치는 차기 작품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