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2006, 봉준호)
출연 : 송강호, 변희봉, 배두나, 박해일
-2010년 1월 영화 <아바타>가 그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1302만 명 관객이라는 최고 흥행 기록을 수립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괴수 영화이며, 그 스케일이 클 뿐만 아니라 봉준호 감독이 직접 각본, 감독을 해 평단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켰다. 한강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활용한 독특한 발상,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사회 문제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뼈있는 각본, 할리우드와 차별화된 한국인만의 정서를 십분 활용한 이야기 구조, 봉준호 감독의 특징인 디테일한 상황 설정과 연출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동시에 여름 시즌에 개봉한 상업영화라는 큰 틀 속에서 일반 관객들에게도 매력을 어필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참고로 이 영화는 국내에선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무비지만 해외의 평단에겐 '예술영화'로 평가 받는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한강 둔치에서 자신이 괴물로 보이는 것을 목격한 후 영화감독이 되면 꼭 한강을 배경으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전작 <살인의 추억>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괴물의 디자인을 시작해 3년에 걸쳐 괴물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는 국내의 크리처 디자이너의 초안을 토대로 할리우드의 모델링, CG 작업, 그리고 시각효과 작업 팀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된 형상이다.
하지만 극중 양궁선수로 나온 배두나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촬영 도중에 괴물의 모습이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활로 괴물을 쏘는 장면에선 스태프가 팻말을 들고 있으면 그쪽을 보고 쏘는 식이다. 괴물의 첫 등장 장면에서 꼬리에 맞고 튕겨나가 강에 빠지는 사람은 유압 실린더를 이용해 사람을 튕겨냈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일명 '헤드폰녀' 장면 역시 스태프들이 배우를 와이어로 끌어내는 것을 촬영한 후 편집 과정에서 CG로 합성한 것이다.
영화 <괴물>은 크리쳐물이라는 장르 아닌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에게 '가족'이라는 한국적인 동기를 부여해 극에 필연성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할리우드 크리쳐물과의 차별을 꾀한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반미 의식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이긴 하지만,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제쳐놓고 보면 '가족', 즉 괴물에게 잡혀가 행방불명이 된 현서(고아성)의 가족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나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고모와 삼촌까지 달려들어 현서를 구하려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의 연민을 강하게 자극하기도 하고, 또한 극에 필연성과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현서가 사라진 후 곧바로 이어지는 '합동분향소' 장면은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일으키는 매우 '한국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괴물영화'라는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모든 관객층을 포함하기에 적절한 장르, 빼어난 컴퓨터 그래픽(괴물이 죽는 마지막 장면만 제외한다면!), 그리고 비평가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각본이 천만영화를 넘어 (당시)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일궈낸 원동력이었다고 평가된다.
해운대(2009, 윤제균)
출연 : 설경구, 하지원, 엄정화, 박중훈, 이민기, 강예원
-<괴물> 이후 3년 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선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앞서 등장한 천만 영화 네 편과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 작품이다. 이전 영화들이 감독의 네임밸류 및 그들의 사회 혹은 인간에 대한 가치관을 내포해 만들어낸 어두운 작품이었다면,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 특유의 코미디 및 신파를 십분 활용해 더 많은 관객층을 포함할 수 있도록 제작된 철저한 상업영화라는 점이 그것이다.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초중반부는 휴먼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녹아있어 한국적이라는 평가도 얻었으며, 이 작품 이후 한국영화계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의 이른바 '흥행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상업적인 여파가 큰 영화였다. 2012년 개봉한 <도둑들> 및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시 이 흥행 공식 안에서 계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운대>는 <괴물> 이외에는 좀체 시도되지 않았던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외형을 갖추었다. 할리우드에서 직접 가져온 특수효과와 CG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여 관객을 끌어모았고, 뚜껑을 열어본 후 무척 세련된 만듦새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의 개봉 당시 메이킹필름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쓰나미가 닥친 후 사람들이 물에 쫓기거나 잠기는 장면들은 상당 수 실제 물을 현장에 끌어다놓고 촬영한 것이었다. 설경구와 하지원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좁은 도로를 뛰어 도망치는 장면도 인공 수로를 만들어 차량을 뒤집어놓고 물을 받은 후 촬영한 것이며, 박중훈이 딸을 구하러 간 빌딩에서 물에 휩쓸리는 장면도 실제 물을 쏟아부은 것이다. 엄정화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물에 잠기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치열함과 더불어 할리우드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컴퓨터 그래픽이 쓰나미에 의한 재난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해운대>는 플롯과 장르적인 부분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확연히 다르다. <아마겟돈>, <딥 임팩트>, <투모로우> 등의 영화들은,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간단한 인물 묘사로 영화를 열어젖힌 후 곧바로 재난에 돌입한다. 그 스케일은 가히 전세계적이며, 이후 영화는 지구 혹은 한 국가에 닥친 재난을 막을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해운대>는 영화의 중반부까지 재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중훈이 맡은 김휘 박사가 쓰나미가 올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동안엔 설경구와 하지원을 축으로 하는 로맨스와 드라마가 쭉 펼쳐지며, 박중훈과 엄정화, 이민기와 강예원, 그리고 김인권 등이 각자의 재미를 더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스토리라인 때문에 <해운대>가 다소 욕을 먹긴 했지만, 마침내 재난이 끝난 후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관객들이 더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이 영화의 옥의 티. 이민기가 강예원을 구하고는 줄을 끊어 떨어지기 직전, 강예원에게 전해달라고 말하며 동료에게 자신의 손목시계를 풀어준다. 하지만 정작 줄을 끊고 바다로 떨어질 땐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다고 한다.
p.s. 분량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너무 전문적인가?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고, 홍수빈 니가 써준 자료에도 있고 해서 넣은 건데... 혹시나 바꿔야 한다면 말해줘. <괴물>은 빨리 수정하도록 하겠음.
첫댓글 전부 좋긴 한데.. 설명이 너무 작다.;; 정 안되면
관련된 일화도 좀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