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하늘길
운탄고도(運炭古道)를 끼고
언 제 : 2012. 10. 04 (목) 06:52~15:50
동 행 : 홀로
코 스 : 정암산 안부 ~ 백운산 ~ 화절령 ~ 두위봉 ~ 자못골
1,330 ~ 1,470 연봉들로 이어지는 코스니 그야말로 Himmel Strasse 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하늘길 걸어보라는 유혹이 일어나더니 이젠 그게 제법 커졌다. 추석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곳, 개천절에 가보려고 몇 몇 지인들에게 권해보지만 메아리가 없다. 그냥 홀로 떠나기로 한다.
원주발 야간열차로 고한에 내려가니 새벽 네 시 반. 해장국 한 그릇 해치우고 만항재 올라갈 택시를 세워보나 아무도 태워주지 않는다. 카지노 끝나는 시간이라 그렇단다. 어물어물 여섯 시 반이 지난다. 만항에서 06 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시간계획을 세웠던 건데 이젠 도리가 없다. 셔틀버스를 얻어타고 하이원 C C 로 올라간다.
정암산 자락 1번 홀 부근이라는 지배인의 설명대로 들머리를 찾아내지만 막상 오르려니 헷갈린다. 능선에 사람 오른 흔적이 없고 무엇보다 등로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만항재 ~ 정암산 구간 포기해서 시간을 벌었으니 지형정찰 삼아 임도로 나아가 본다. 1 시간 정도 거리를 자원해서 더 걷는 모습이 되었다.
▲ 친절한 지배인을 만났던 하이원 호텔 & 골프장 클럽하우스
▲ 들머리 찾아가며 재미 있어서 - 이것도 일종의 셀카
▲ 여기가 들머리 - 왼편 축대두른 산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임도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 임도 앞으로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보인다
▲ 연탄 나르던 옛 길(運炭古道)이 이렇게 잘 정비되어 있다
▲ 이 지점에서 임도가 Switch Back 하여 백운산 오르는 능선과 만나게 된다
▲ 차단기를 지나 조금 더 나가 보다가
▲ Switch Back 지점으로 돌아와 능선으로 향한다
▲ Switch Back 임도가 백운산 능선과 Cross 하는 지점을 확인하고
▲ 조금 더 내려가보니 전망대가 나온다 - 당초 들머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 전망대 바로 아래 - 조금 전까지 걷던 임도가 보인다
▲ 가운데 봉우리가 장산(壯山)이다
▲ 앞 봉우리 바로 뒤가 삼동치 고냉지배추단지 - 그 뒤가 백두대간 옥돌봉
▲ 백운산 능선길 중간 중간 마루금을 막고 우회길을 내 놨다
▲ 밸리콘도 갈림길
▲ 갈림길 바로 앞은 넓은 헬기장이다
▲ 밸리탑 탐방로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백운산이다
▲ 마천봉이라 씌여있는 백운산(1,426) 정상 - 멀리 민둥산 쪽엔 운해가 떠있다
▲ 왼쪽 마운틴 탑 뒤로 보이는 두위봉
▲ Self Camera 로 찍었는데 이 지경 .....
▲ 다시 한 번 찰칵
▲ 백운산 지나면 바로 넓은 헬기장이 나온다
▲ 남쪽으로 멀리 삼동치와 옥돌봉 대간능선
▲ 북쪽 민둥산 방향
▲ 동쪽 장산과 그 뒤로 태백산
▲ 운탄도로로 내려가는 갈림길과 1,381 봉을 지나고
▲ 제법 느낌 좋은 길을 통해 마운틴 탑으로 향한다
▲ 마운틴 탑 뒤로 멀리 두위봉
▲ 마운틴 탑
▲ 공연장 같은 마운틴 탑 하단 데크 - 가운데 Couple 은 싸운 모양이다
▲ 스키 슬로프
▲ 이런 길을 잠시 내려가
▲ 임도(運炭古道)에 닿으면
▲ 이내 넓은 사거리로 이어진다
함백역에서 새비재를 넘어 백운산 능선 남쪽을 타고 만항재를 지나 황지역까지 이어지던 게 옛 운탄도로다. 하이원측은 이곳(사거리)에서 리조트 아래 마운틴 콘도까지, 그리고 지나온 Switchback 지점에서 하이원호텔까지 길을 연결해 U 字형 트레킹코스를 개발해 놓았다. 옛 길은 요즘 운탄고도라 불리면서 바이커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었으나 트레킹코스는 아직 홍보가 덜 되어 있다.
▲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아롱이 연못 - 도롱이 연못도 있다는데 찾지 못했다
▲ 여기서 카스테라 하나, 막걸리 두 잔, 사과 두 쪽으로 요기
▲ 1,215 봉은 임도로 우회한다
▲ 몸은 시들었어도 끝까지 버텨 가을을 맞은 둥근이질풀
▲ 여기가 꽃꺼끼재 (꽃꺾이재, 화절령)
대간 못지않게 좋던 등로가 화절령부터 복잡하게 변한다. 밋밋한 능선은 등로가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제법 뾰족해 길 잃을 염려없는 능선엔 나무가 빽빽하다. 화절령 급경사부터 시작되는 이런 어려움은 1,439 봉 오름길 이후까지 계속되다가 1,368 너덜암봉을 지나 도사곡 삼거리에 가야 끝난다. 3 Km 거리인 게 그나마 다행이다.
▲ 임도 사이로 능선에 오르면 산죽으로 아예 길이 없다
▲ 오를수록 점입가경
▲ 군데군데 이정목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 큰 나무 아래 넓은 공터를 만나 막걸리 한 잔 하고 간다
▲ 1,493 봉 정상 - 삼각점 중력측량 중이란다
▲ 중력측량이 뭐냐 물어도 대답않던 젊은이들이 사진 찍겠다는 제의엔 순순히 포즈를 잡아준다
▲ 큰 나무와 덤불이 능선마루까지 점령한 고약한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 오늘 처음 주목을 본다
▲ 아니나 다를까 - 주목군락지라는 표지목
▲ 단풍사이로 바라보이는 두위봉 전위인 1,465 봉
▲ 너덜지대도 통과
▲ 도사곡 갈림길 쉼터 - 도사곡에서 올라왔다는 젊은 부부를 만난다
▲ 제각각인 이정표 - 두위봉까지 하나는 2.3 Km, 하나는 3.2 Km
▲ 이곳에 점심상을 차린다
▲ 점심 후 말끔히 청소를 하고
▲ 수령 1,400 년이라는 보호수(주목)도 살펴본다
▲ 더 상하지 않게 하려는 건지 갈라진 주목 줄기를 흙 비슷한 것으로 채워 놓았다
두위봉은 정상이 세 개나 된다. 철쭉 기념비가 세워진 신동정상(1,488), 국유림 표지석이 세워진 사북정상(1,465), 삼각점이 설치된 1,470 봉이 모두 지근거리에 있다. 산 하나를 놓고 여러 기관이 중복관리해 그리된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서로 협의해 이정이라도 통일시켰으면 좋겠다. 지근에 있는 전위봉도 1,465 M 나 되니 정상석 하나 더 세워지는 게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 두위봉 전위인 1,465 봉이다
▲ 그 정상부근에서 도사곡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갈라진다
▲ 삼각점봉 (1,470)
▲ ' 사북정상 ' 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암봉
▲ 사북정상 (1,465.9) - 산림청에서 세운 두위봉국유림 표지석
▲ 사북정상에서 바라본 삼각점봉
▲ 발 아래로 떨어지는 깊은 계곡
▲ 가끔 나타나 주는 동행
▲ 사북 - 신동정상 사이의 하산길 (자미원/자못골)
▲ 신동정상(1,448)에 세워진 두위봉 철쭉비
오늘 걷는 복이 터졌다. 자미원역 하산길 알리는 표지목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단곡 등산로로 내려가다 갈라진다고 알고 있었으나 어쩐 일인지 한참을 내려가도 갈림길이 나오지 않는다. 망설이다가 되돌아선다. 40 여분 손해를 보고나서 이번엔 두 정상 사이 자못골 하산길로 내려와보니 증산역까지 4 Km 쯤 더 걸어야 된단다. 도로는 있는데 차는 다니지 않는 이상한 동네다.
▲ 이정목에 있던 ' 자미원 90 분 ' 이라는 방향표지가 떨어져 나갔다
▲ 단곡쪽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질운산 아래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
▲ 보호주목
▲ 이것도 보호주목 - 몸은 완전히 죽은 것 같은데 잎은 파랗다
▲ 자못골 하산길에 세워진 돌탑 - 나도 하나 얹어본다
▲ 자못골 마을의 폐가(廢家)
오늘 사람 드문 길을 오래 걸었다. 날씨도 좋았고 단풍도 제법 들었다. 이런 저런 헛걸음도 했지만 애초 등로 자른 덕을 보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맑은 가을 날 높은 산에 올라 하루를 보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가을 더 깊어지면 오늘 못 가본 정암산이며 장산까지 모두 걸어보고 싶다. 다만 한 가지 ..... 겨울 이겨내려 제 잎 붉게 물들이다 끝내 그것마저 몸에서 떼어내는 나무들 생각하면 무언가 이기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들이 겪는 시련의 계절을 가을이라며 너무 즐기려만 드는 것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