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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자李允子 Lee Yun-Ja
1. 약력
ㆍ1938~1975. 서울에서 출생했으나 유년기와 젊은 시절을 삼척에서 보냄
ㆍ1956. 삼척여고 졸업, 삼척「東藝文學會」 同人
ㆍ1961. 대전보육대학 졸업, 이화여자대학 교육대학원 졸업
ㆍ1963. 충청일보 신춘문예 동시당선, 1964. 충청일보 신춘문예 동화당선
ㆍ1965. KBS TV 인형극 「눈사람의 고향」 외 20여편 방영
ㆍ1969. 창작동화집 「딩동뎅 구두병원(31편 수록)」 펴냄
ㆍ1972. 소년중앙 50만원 고료 동화 입상, 동극집 「별들의 함창」 펴냄
ㆍ1975. 창작동화집 「아기사슴의 뿔(50편 수록」 펴냄
ㆍ1976. 논문 「현대 동화에 미친 신화 및 전래동화 영향」 발표
ㆍ문협이사, 한국아동문학협회 이사, 기독교유아교육연합회 이사, 대전여자대학 강사역임, 교육연구상 수상
ㆍ1975년 38세에 요절하다.
2. 작품
딩동뎅 구두병원
바닷가에 부지런하고 씩씩한 작은 꼬마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꼬마들은 아침부터 바다 깊이 들어가 진주조개를 열심히 잡았습니다.
그건, 한달에 한 번씩 이 바닷가로 빨간풍선을 단 하얀 배가 오기 때문입니다.
그 배는 꼬마들이 좋아할 여러 가지를 싣고 와서 진주와 바꾸어 갑니다.
그런데 언제나 먹을 것만 싣고 오던 배가 한 번은 구두를 싣고 왔습니다. 구두를 처음 본 꼬마들은 있는 대로 진주를 주고 구두를 여러 컬레씩 바꾸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신은 꼬마들은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날마다 구두 자랑만 했습니다. 꼬마들은 구두를 벗기가 싫어서 바다에 들어가 진주조개를 잡지 않았습니다.
“내 구두코가 더 높지!”
“아냐, 높지 않어!”
“내 구두코가 더 반짝이지”
“아냐, 아냐 나도 반짝이는걸! 봐! 봐!”
똑같은 구두를 신고 서로 자랑을 하다가는 구두코를 부딪치며 곧잘 싸움을 했습니다.
이런 꼬마들의 구두싸움은 동네를 시끄럽게 했고, 그 소문은 점점 먼데까지 퍼졌습니다.
큰 사람 동네에 사는 방울모자 할아버지는 이 소문을 듣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봇짐을 꾸려가지고 꼬마들의 바닷가로 찾아 왔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다니고 그늘을 지우는 큰나무에 할아버지는 간판을 달았습니다.
“딩동뎅 구두병원”
할아버지는 봇짐에서 일곱 개의 자루를 꺼내 펴 놓았습니다. 그것에는 서로 빛깔이 다른 동그랗고 뾰족한 색색의 징들이 소복히 들어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시 봇짐을 뒤지더니 실로폰을 꺼내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딩동뎅동…… 할아버지의 손길에서 퍼지는 실로폰 소리는 동네로 흘러 갔습니다.
나무 위에 있던 꼬마, 바닷가에 있던 꼬마, 옥수수를 먹던 꼬마, 잠자던 꼬마, 싸움을 하던 꼬마…….
“누구야! 우리 꼬마 동네에 큰 사람이 왜 들어왔지! 그건 뭐야! 뭐야 무슨 병원이 저래!”
그제야 눈을 뜬 할아버지는 둘레를 휘이 둘러 보았습니다.
꼬마들은 눈을 빛내며 앞을 다투어 구두자랑을 하려고 할아버지 앞으로 밀려 들었습니다.
“허허허…… 똑바로 서요, 난 다 알지. 세상에 똑같은게 이렇게 많으면 재미 없어요…… 쯧쯧…… 구두는 좋은데 재미가 없군 그래…… 어이구 게다가 구두를 너무 부려 먹어서 이게 뭐람, 햇볕에 벗어 놓고 쉬게도 해야지…… 징이 다 닳았군…… 쯧즛……”
할아버지는 한 꼬마의 구두를 벗겨 실로폰 위에 올려 놨습니다. 그리고는 빨강 노랑 파랑색 자루에서 각각 징을 하나씩 꺼내어 박았습니다.
징에서는 도, 미, 쏠(딩동뎅)하고 실로폰의 아름다운 소리가 났습니다.
징 박은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꼬마들의 발 밑에서는 음악이 돋아 났습니다.
도미쏠…… 파쏠솔…… 도미미…… 라시도……
모두 다른 음악이 돋아나는 구두를 신은 꼬마들은 즐거워졌습니다.
구두 코를 맞대던 싸움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딩동뎅 음악이 돋아나는 징이 쉬 닳을까봐, 바닷가에 벗어놓고 진주 조개를 다시 잡게 되었습니다.
좌) 1969년 세종문화사에서 첫 동화집인 『딩동뎅 구두병원』을 발간, 1977년에 발간된 3판의 겉표지
우) 1977년에 발간된 3판의 속표지
좌) 1977년에 발간된 3판의 목차 우) 1977년에 발간된 3판에 실려있는 창작동화 [별아기와 이슬 안경]의 본문
1977년에 발간된 3판의 뒤 속표지
아기사슴의 뿔
진달래가 번져가는 산불처럼 발갛게 피었습니다. 아빠사슴과 엄마사슴이 서로 콧김을 핥으며 기다리던 귀여운 아기사슴이 태어났습니다.
아기사슴은 노릿한 털에 하얀 점박이었습니다.
엄마사슴은 아기사슴과 아빠사슴을 번갈아 보면서 배시시 웃음지었습니다. 아기는 아빠사슴을 홀랑 뒤집어 쓴 듯이 닮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빠사슴은 아기가 엄마사슴을 많이 닮은 것이 좋아서 벙글벙글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날이 갈수록 아기사슴의 재롱은 늘어 갑니다. 그때마다 아빠사슴과 엄마사슴의 기쁨도 커 갔습니다.
어느 날 밤, 쌕쌕 잠든 아기사슴을 내려다 보며 엄마사슴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기사슴만큼은 숲속에서 두드러지게 뛰어난 사슴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아빠보다 열 배 백 배 더 기운이 세고, 더 슬기로운 어른사슴으로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엄마사슴은 사슴의 훌륭함은 뿔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기사슴의 이마를 쓰다듬어 줍니다.
엄마들의 욕심이란 다 그런 것일까요.
“여보, 우리 아가에게도 뿔이 날까요? 멋진 뿔 말예요.”
“나구 말구. 나 같은 뿔관을 쓰게 될 거요. 당신이 언젠가 나에게 말했잖소. 늠름하고 힘차게 뻗은 멋진 뿔이라고…….”
아빠사슴은 자랑스럽게 고개를 쑥 젖혔다가 옆으로 꾸부립니다. 그리고는 뿔로 엄마사슴의 귀를 사알살 정답게 빗겨 내려 줍니다. 그것은 아빠사슴의 정다운 몸짓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엄마사슴은 눈을 사르르 감아버립니다. 아빠사슴의 마음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뜬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감으면 보인다나요.
언제나 그렇게 해 보이던 엄마사슴이었는데 오늘은 태도가 아주 달랐습니다. 아빠 사슴이 뿔로 귀를 정답게 빗겨 주어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먼 곳에서 무엇인가 찾고 있는 그런 눈이었습니다.
“아빠, 우리 아가 뿔은 산호 같은 뿔이면 좋겠어요.”
“산호라니? 아기 뿔이 말이요?”
“네, 네, 왜 바닷속의 보배 말예요. 오글오글한 부채살 모양의 아름답게 돋아나는 산호 있잖아요.”
“음 언젠가 산밭에서 들은 농부의 이야기를 하는 거로군.”
“아이 참, 아기 뿔 이야기예요. 우리 아기 뿔요.”
엄마사슴은 짜증스럽게 내뱉었습니다.
어떤 광부가 금을 캐는 일을 하다가 금을 찾아 내지 못하게 되자 농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농부는 산밭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꿈은 바다로 향해 있었습니다. 바다로 가면 바닷속의 산호나 진주를 캐면서 재미있게 살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산밭 일을 훌훌 털고 산을 떠나지 못하고 산밭에 머물은 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사슴과 엄마사슴은 그 농부가 바다에 대해, 바다 속의 산호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 뿔이 돋아 나면 이 산 속은 발칵 뒤집힐 듯 소문이 나겠죠. 그리고 모두들 아기사슴을 우러러 보겠죠.”
엄마사슴의 눈에는 빠알간 노을 빛이 동그랗게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그런 말을 하다니 사슴 새끼는 사슴답게 이쁘게 키워야잖소.”
아빠사슴은 동그란 엄마사슴의 눈을 감겨 주고는 다시 사알살 정답게 빗질을 해 줍니다.
그러나 엄마사슴의 눈은 금방 다시 뜨이고 먼 곳을 바라 봅니다.
“산호뿔이 아니면 그 자리에 고운 날개가 돋아 났으면 좋겠어요. 새처럼 어디든지 날아 다닐 수 있는…… 옛날에는 날개 달린 말도 있었다던데…….”
엄마사슴은 아기사슴 이마 위에 천사의 날개 같은 것을 그려 봅니다.
또 은빛 날개를 휘저으며 푸른 산을 홀홀 넘고, 파란 하늘을 훨훨 날아 오르는 것을 그려 봅니다.
그런 생각으로 엄마사슴은 한잠도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웁니다.
누구도 잠 깨지 않은 조용한 이른 새벽입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엄마사슴은 깊은 골짜기로 들어 갔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숲속 길에서 입을 딱 벌려 안개를 들여 마십니다.
“하으읍―, 하으읍―.”
안개를 몇 모금 넘기면서 입과 목과 가슴을 싸아하게 닦아 냅니다. 이런 엄마사슴의 모양을 샛별이 빤히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엄마사슴은 다시 발길을 옮기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샛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엄마사슴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샛별님, 샛별님, 우리 아기 사슴에게 복을 내려 주세요.”
샛별에게 기도를 마친 엄마사슴은 숲길을 다시 걷습니다.
가다가 땅에 코 끝을 박고 땅님에게 기도했습니다. 나무님에게도 기도했습니다. 바위님에게도 기도했습니다.
빛살을 내 쏘며 해가 떠 오르자, 해님을 향해 넙죽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불바다 같이 핀 진달래 꽃님에게도 기도했습니다.
보이는 것 모두에게 엄마사슴은 열심히 기도 했습니다. 보이는 것 모두가 아기사슴에게 축복을 주기 위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사슴은 아기사슴에게 많은 축복이 쏟아져 오기를 열심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사슴네 집안은 모두 바빠졌습니다.
아빠사슴은 새끼 몫까지 먹이를 구해 와야 했고, 엄마사슴은 새벽기도 때문에 부지런해졌습니다.
아기사슴은 이웃 동무들과 사귀면서부터 나들이가 잦아졌습니다.
“엄마야, 난 토끼가 예쁘더라. 하얀 털이랑 길쭉한 귀랑 아주 예쁘더라!”
“얘야, 토끼랑 놀지 말아요.”
“왜? 엄마, 난 토끼가 아주 예쁘던 걸…… 뭐!”
“난 널 잘 되라고 매일 기도를 해요. 해님에게도 빛살 같은 빛을 내쏘는 뿔이 돋아 나게 해 달라구…….”
“헤헤헤헤 그런 것 난 싫어이…… 그럼 내 동무들이 다 도망치라구?”
점점 잔소리가 많아지는 엄마 곁을 빠져 나온 아기사슴은 깡충깡충 뛰어서 너른 바위 시냇가로 가 버렸습니다.
거기에는 고만고만 또래들이 모여 노는 놀이터입니다.
아기사슴은 날이 갈수록 동무들 속에 파묻혀 노는 것을 재미로 삼았습니다. 아빠 엄마가 가르쳐 주지 않은 여러 가지들을 동무에게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
꼬마들이란 실컷 노는 가운데 몸이 무럭무럭 자라고, 마음도 넉넉하게 살찐다니까요.
“얘야 너 오늘도 걔네들하고 놀았지? 말해 봐, 또 놀았지?”
“으응. 산돼지 이빨은 날씬한 게 멋있어요. 나도 그런 이빨이 났으면 좋겠어요…….”
“에구머니나! 그 더럽고 징그러운 것을, 아가 넌 그런 애들과 달라요. 엄만 널 위해 매일 기도를 하는데…… 넌 진달래꽃 향기가 솔솔 풍기는 그런 뿔이 돋아날텐데, 그리고 또 바람이 씽 불어오면 네 뿔은 은빛 날개로 변해 하늘로 훨훨 날아 다니기도 하고 말야. 정말 그렇게 되면 넌 숲속의 왕자님이란다. 걔네들은 모두 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쩔쩔매는 신하같은…… 넌 엄마 말만 잘 들으면 아주 훌륭해져요.”
“헤헤헤헤, 우리 엄만 늘 요술쟁이 같은 말씀만 하셔요. 난 그런 괴물 같은 건 되기 싫어요.”
아기사슴은 재롱을 떨 듯이 엉덩이를 번쩍 들어 보이고는 숲 속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엄마사슴은 아기사슴을 붙잡아 두려고 했지만 번번히 놓치고 맙니다.
“여보, 아기를 잡아두지 않고 어디갔다가 지금 오셔요.”
“음, 이봐요. 모매를 캐 왔지. 매꽃이 피기 전에 모매는 캐야 하거던, 아주 달삭하고 맛 좋은데 먹어 보오.”
아빠사슴은 몇 뿌리를 아작아작 먹다가는 고개를 기웃거립니다.
“아가, 얘야 아기사슴아. 모매 먹어아. 얘야, 얘야…….”
목을 길게 뽑고 아기사슴을 부르는 소리는 골짜기 마다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아기 사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칭얼대고 있었습니다.
“앙앙 이잉 이잉…….”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사슴의 가슴은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우리 아기가 아픈가 봐요. 빨리빨리 좀 봐주셔요. 빨리요, 빨리요.”
엄마사슴은 가슴을 콩콩 두드리면서 법석을 떨었습니다.
아빠사슴도 걱정스러웠던지 큼직한 눈을 더 크게 뜨는 아기사슴을 덥썩 껴 안았습니다.
“아가, 어디 아프냐? 아버지에게 말해요, 응? 아빠가 기분좋게 핥아줄게, 응?”
“앙앙 잉잉 잉잉…….”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암만해도 큰 일 났나 봐요. 어쩌나…… 이를…… 나쁜 병을 옮았나 봐요…….”
엄마사슴은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습니다.
“아이야이 아이야이, 난 몰라…….”
아기사슴은 발버둥을 치며 어리광을 떨었습니다.
“그럼 왜 그래? 무서운 꿈을 꾸었니?”
“아니야. 씨이, 여기여기, 여기가 욱신욱신하구, 간질간질하구,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씨이, 아빤 그것도 몰라이…….”
아기사슴은 아빠 품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마꼭지를 아빠의 가슴에 박아 댔습니다.
“어디 보자 어디어디? 와아 으하하하하…… 우리 아기가 이제 다 컸구나 다컸어. 뿔이 돋아 나는군 그래!”
아빠사슴은 기분이 좋은 듯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기사슴의 이마꼭지에는 노랑 뿔이 죽순처럼 뾰족이 돋아 나고 있었습니다.
“정말 뿔이에요? 옹 뿔이구나. 뿔이구나…… 사슴의 자랑스런 뿔이구나…….”
엄마사슴의 입은 함지박만큼 벌어졌습니다. 엄마사슴은 곧 나무껍질로 아기사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감싸줍니다.
“아가, 참아야 해! 욱신하지 않고, 간지럽지 않게 해주는 거야. 멋진 뿔이 죽죽 돋아 날 거란다.”
아기사슴은 붕대로 감은 이마꼭지가 답답했지만 억지로 억지로 여러날을 참았습니다.
“야아 뿔이다! 아빠 같은 뿔이다. 뿔이다. 야아 신난다. 신난다. 동무들에게 자랑하러 가야지…….”
어느 날, 붕대를 꿰뚫고 쭉쭉 뻗어 나온 뿔을 잡고 아기사슴은 깡충깡충 뛰면서 떠들어댔습니다.
깜짝 놀라서 뛰어 나온 엄마사슴은 떨리는 손으로 아기사슴의 뿔을 덥썩 잡습니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살펴 보며 냄새를 맡아 보다가, 두드려 보다가 법썩을 떨더니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물러 앉습니다.
“내 뿔 봐라. 내 뿔…….”
아기사슴은 붕대를 벗어 던지고 숲 속 동무들에게로 껑충껑충 뛰어갑니다.
“여보, 그놈 하는 짓이 귀엽지? 덤벙대고 까부는 것은 당신을 닮은 데가 있단 말야…….”
아빠사슴은 맥이 빠져 털썩 주저 않아 있는 엄마사슴의 귀를 뿔로 정답게 사알살 빗질을 해 주며 웃고 있었습니다.
3. 해설
김 익 하
作故, 三陟出身 文人作品을 찾아서
우리나라 兒童文學의 유년동화 한 패턴을 개척하고 정립한 李允子의 作品을 찾아 백방으로 뛰었다. 그도 요절했던 터, 教保文厙로 鐘路書籍으로, 청계 7가로, 그의 童話集을 맡아 發刊하였던 세종문화사로…… 그러나 절판된 지 오래라 했다. 모두 10년 전에 나왔던 創作童話集, 해서 유족들을 인구 9백만 도시에서 찾아보려 했으나 원고마감과 편집시간에 쫓기고 있을 然輝兄과 鴻杰兄의 얼굴이 어른거려 그럴 여유가 없었던 유일한 기대를 갖고 韓國兒童文學會에 전화를 넣었다. 아동문학가 박두순兄이 作品集은 없다면서 하나의 힌트를 주었다. 사직공원 안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토요일 근무도 팽개치고 달려갔다. 태풍13호 패트의 영향으로 바람과 빗살이 휘몰아 때리는 날, 도서관 열람실의 첫째 서가 앞에 섰을 때, 나는 손때에 새카맣게 절여진 네권 책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꼬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책을 보다가 얼떼기 같은 어른을 보고 웃을 만큼……. <딩동뎅 구두병원>이었다. 얼마나 흥분하였으면 2층에 올라와 카피를 뜨고 내려와 서가에 책을 꽂으려할 때 제2 창작동화집 “아기사슴의 뿔” 두 권을 발견하였겠는가. 다시 2층으로 뛰어올라가 퇴근하려고 목수들의 못가방 같은 핸드백을 어깨에 걸머메는 여직원에게 갖은 좋은 소리만 골라가며 복사를 뜨는 난리를 (책을 훔쳐올 욕심을 참아가면서) 벌였다. 아, 아, 그런데 삼척으로 “자료구입완”이라고 연락을 취한 뒤, 읽어보니 “아기사슴의 뿔” 두 페이지가 누락되어 있지 않는가. 흥분한 탓으로 카피 뜰 때 제대로 확인을 못한 게 내 불찰이지만. 구세주 같았던 그 여직원의 소행이 괘씸하게 여겨진다. 별 사심없이 그랬다면 몰라도 오후 데이트 약속 땜에 그랬다면 미역국을 먹었을 게다. 다시 버스를 타고 사직공원으로 갈 수밖에. 그 여직원도 퇴근하였으니 빠진 부분은 원고지에 옮겨 적을 수밖에. 그러나 삼척, 그 억센 바닷바람 속에 펜과 같이 살다간 선배 文人들의 作品을 음미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큼은 어찌하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