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뤄볼 내용은 팬들 사이에서 제일 호불호가 갈리는, 그러나 그런 만큼 이 프랜차이즈에선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유니크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한 애니메이터, ‘타테 나오키’에 대한 얘기입니다.
타테는 세이가샤 소속의 ‘동화가’로서 1987년 7월에 나온 드래곤볼 극장판 2편 ‘마신성의 잠자는 공주’에 참여하며 데뷔합니다. 그는 그 후로 3년간 tva판인 드래곤볼 오리지널과 Z에 몸담았고 그의 선배들인 ‘시마누키 마사히로’와 ‘히사다 카즈유’가 ‘원화가’에서 ‘작화 감독’으로 승격하자 타테는 원화가 자리에 오르게 되죠. 이 둘과 많은 작업을 같이 한 타테는 시마누키로부터는 효과적인 이펙트와 타격감 연출을, 히사다로부터는 캐릭터의 다이나믹한 움직임 연출을 배우며 애니메이터로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죠.
이 사진은 타테가 원화를 담당한 한 장면입니다. 셀의 주먹에 맞으며 무섭다 싶을 정도로 크게 일그러지는 오공의 얼굴에 대한 묘사는 타테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됩니다. 타테의 이런 과장된 임팩트 연출은 그 스스로를 시리즈에서 손에 꼽히는 애니메이터들 중 하나로 올려놓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당시 순수 전투씬이 매끄럽지 못하고 그 대신 한 방 한 방 타격의 연출에 크게 의존하던 당시의 타테는 대충 준수하다 정도의 수준이었지, 정말 최고의 인력은 아니었는데요. 그러던 그는 이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드래곤볼이 다 끝나고 타테는 토에이에 정식으로 합류하여 원피스에 참여하게 됩니다. 원래 원피스의 초기 극장판들은 전투씬 자체가 좋았다기 보단 매끄러운 캐릭터 디자인과 좋은 콘티로부터 나오는 멋진 카메라 앵글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었죠. 그러나 이는 6기 극장판인 ‘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에서 완전히 뒤엎어집니다. ‘호소마 마모루’가 감독을, ‘야마시타 타카키’가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은 이 극장판은 위에 사진처럼 전체적으로 그리의 선이 상당히 거칠고 심플했으며 이는 참여 작화진으로 하여금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해주어 그 결과 높은 퀄리티의 액션씬을 만들 수 있게 했는데요. 당시 토에이 상당수의 젊은 애니메이터들은 이 극장판에서 많은 영감을 받게 되었고 타테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원피스 애니가 300대 회차에 접어들었을 시점, 타테의 스타일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상당히 거칠고 심플한 캐릭터 선 그리기에 과거 드래곤볼에 몸담을 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역동적이고 유연해진 캐릭터들의 움직임 스타일이 딱 위에 언급된 6기 극장판의 그것이었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타테는 원피스 9기 극장판 ‘에피소드 오브 쵸파: 겨울에 피는 기적의 벚꽃’의 총작화 감독 및 캐릭터 디자이너를 담당하기도 하는 등 애니메이터 바닥에서 크게 인정받게 됩니다. 이후 그는 원피스 말고도 여러 애니들에 초빙되어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뽑낼 수 있었죠. 그리고 그는 ‘드래곤볼 슈퍼’에 참여합니다.
2화의 원화가로서 슈퍼에 처음 참여하여 위에 사진처럼 아주 깔끔한 퀄리티를 보여준 타테는 머지 않아 직접 한 회차의 작화 감독을 맡게 됩니다.
그게 바로 대망(大亡)의 5화였죠. 사실 이 사진의 원화를 그린 사람은 타테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타테 본인은 괜찮은 퀄리티의 원화를 몇개 뽑아냈죠. 그러나 설령 이게 타테 본인의 그림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사람에게
책임을 돌릴 테고, 그 대상이 바로 해당 회차의 작화 감독이었던 타테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타테가 전부 독박을 써야 하는 문제였을까요?
슈퍼는 엉성한 스케줄 기획으로 말이 많았고 이 역시 그 스케줄 문제에 해당됩니다. 2화 참여 후 5화라는 건 타테에겐 2~3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는 건데 이게 말로는 쉽게 들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죠. 보통 한 애니 회차의 원화가 다 그려지고 작화 감독의 수정을 거치는 데엔 두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달랑 3주 주고 이 모든 걸 해결하라뇨. 결국 이 5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와 상처를 뒤집어 써야 했던 건 타테 본인이었으며 많은 팬들 사이에서 그의 명성은 땅으로 추락합니다.
타테는 11화의 작화 감독으로 다시 돌아와 그의 실력 자체를 향한 눈초리들에 제대로 반박해냅니다. 그는 좋은 타격감이 실린 전투 연출로 멋진 회차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고 이후 슈퍼의 일정 문제가 서서히 조율됨에 따라 그 역시 시리즈에 잘 스며들게 되었죠. 제가 당장 기억하는 타테가 작화 감독을 맡았던 다른 대표적인 회차들로는 38화, 47화, 65화, 95화, 110화, 118화, 130화 등이 있는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부 슈퍼의 중요한 회차들이었고 이는 타테가 큰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110화와 130화에서 타테는 몸이 저절로 반응해서 움직인다는 컨셉의 무의식의 극의에 그 누구보다도 제격인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타테의 유니크한 점을 잠시 언급하자면 대표적으로 캐릭터들의 눈썹이 상당히 진하다는 것, 손을 다른 이들보다 통통하게 그린다는 것, 역동성 강조를 위해 팔을 순간적으로 길게 늘려뜨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얘 엄청난 애니까 그냥 입 다물고 좋아하시면 됩니다’라고 마냥 하기엔 타테는 취향을 확연히 탈 수밖에 없는 스타일입니다. 전세계 팬덤에선 늘 타테에 대해 토론을 시작하면 얘기가 끝이 없는 모습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호불호와 취향을 떠나 그가 실력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애니메이터라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타테가 앞으로 드래곤볼 프랜차이즈에서 보일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타테가 담당한 슈퍼의 액션들은 이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을 한 번 보시면 이 글에 대해 더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 슈퍼를 보면서 ‘저거 백퍼 타테네’라는 감이 올 겁니다. (https://m.youtube.com/watch?v=QAlOS-vncbc)
첫댓글 다테씨도 옛날에는 정말대단하셧지만 약간 녹쓴감도분명이있는거같네여 ㅠ
스타일의 변화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좋은글 잘 봤어요
나오키씨 뿐 아니라... 외주를 필리핀같은데 맡긴 토에이가 문제라면 문제... 진짜 신과신 그리고 부프의... 애니판은 진짜 못봐줄 정도 였다는게 팩트입니다. 전설의 5화로 독박쓰는거 같아 아쉽긴합니다만..
그건 이 글을 같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m.cafe.daum.net/FoReVerDB/RD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