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아파트로 이사왔을 때,1층 사는 사람들 모임에서 그녀를 보았다.남편이 대학교수인 숙녀는 젊고 상냥했다.
‘우리 모임을 <가든 클럽>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멋진 제의를 한 그녀를 우리는 <가든 클럽>회장으로 뽑았다.
봄비 오고 크로커스 히아신스 꽃이 필 때 우리는 서로 정원에 찾아가서,그 꽃을 어디서 사왔는지,값이 얼마였던지 묻곤했다.서로 사 온 꽃을 나누기도 했다.
산에 진달래와 벚꽃이 필 때,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방사선 치료를 받고 머리칼이 빠져 수건을 쓰고있다고 했다.늦봄이었다.슬리퍼 신고,잔듸로 덮힌 정원을 거쳐서 그 집에 가니,그녀가 꽃을 가꾸고 있었다.차 한잔 대접 받은 며칠 후 머리에 수건을 쓴 그녀도 우리집에 와서 화단에서 아내와 꽃을 보며 한참 이야기 나누었다.우리가 선물한 몇송이 장미 들고 돌아가는 그녀 뒷모습은 너무나 쓸쓸했다.그리고 그녀는 목단꽃 붉게 질 때 지고 말았다.
비 개인 여름의 어느 일요일.그녀의 정원에 가보니,남편 혼자 화단을 가꾸고 있었다.자주빛 작은 물망초꽃처럼 애처로운,엄마 잃은 어린 딸이 아빠 옆에 꼭 붙어 따라다니고 있었다.
초가을 아침,그녀의 정원은 너무나 쓸쓸하다.잡초 속에 국화꽃은 가려있다.그녀가 심은 목백일홍 나무는 꽃도 없이 말라있었다.복자기나무 붉은 잎에 하얀 이슬 맺혔다.주인 없는 흔들의자는 비어있고,장미는 가지가 제멋대로 뻗었는데,아름답던 숙녀가 매달아놓은 정원 램프등은 너무나 외로웠다.
‘고운 꽃일수록 일찍 시든다’던 어느 시인의 한탄 바로 그것이었다.
첫댓글 가든 클럽의 한 맴버가 마음에 정원을 남겨 두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