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세상 속으로>
아프리카의 보석(寶石) 모로코(Morocco)<2>
1. 모로코의 관문(關門) 탠지어(Tanger)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회교 모스크 / 모로코 아가씨 / 시장 골목길 풍경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최북단의 탠지어(Tanger/탕헤르)였는데 스페인의 풍광(風光)에 눈이 익은 우리에게 모로코의 첫인상은 너무나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높게 솟아있는 회교(回敎) 사원의 탑, 좁은 골목길, 길거리마다 잡다한 물건들을 빼곡히 진열한 가게들, 그리고 푸른색 긴 치마에 무슬림 히잡(Hijab/머리수건)을 쓰고 길거리를 누비는 여인들...
이곳 탠지어는 유럽과 통하는 항구도시로 BC 8세기 고대 페니키아(Phoenicia)인들의 세웠던 카르타고(Carthago)의 무역 거점도시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거의 3,000년에 가깝다고 하겠다.
미리 1박을 예약하고 찾아 나선 우리의 숙소 까사 우데아(Casa Oudeayas)가 하필이면 베르베르인들의 옛 주거지인 메디나(Medina) 안에 있을 줄이야...
꼬불꼬불 골목길을 누비며 간판도 없는 숙소를 찾아가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다. 나중 몇 번 혼났지만, 이곳에는 호텔을 제외하고 모든 숙소에 간판이 없다. 오로지 지도와 주소만 가지고 물어물어 찾아야 하는데 모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통용어가 프랑스어다. 아시겠지만 프랑스어는 영어 발음과 너무나 달라서 지도를 보고 영어 발음으로 물으면 아무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결국, 지도를 보여주고, 번지를 보여 주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엄청나게 큰 석류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짜주는 주스를 한 잔 마셨는데 너무나 맛있고 가격도 싸다.
엄청나게 큰 석류 / 무함마드 영묘 / 하산탑 입구 기마병 / 하산탑의 돌기둥들
Episode<1> 아찔했던 순간
수도(首都) 라바트(Rabat)에 저녁에 도착해서 5시쯤 숙소에 도착했는데 탠지어에서 처럼 또 숙소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나는 좀 피곤하여 샤워하고 한숨 자겠다고 했더니 임교장은 거리 구경을 좀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가까운데 조금만 보고 들어오라고 한 후 샤워를 하고 잠깐 누워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니 7시가 됐는데 임교장이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모로코는 여행 오기 전, 이곳은 굉장히 위험한 지역이라고 수차례 들었던 터라 걱정이 된다.
그런데 8시가 돼도 9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틀림없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납치됐나? 못된 놈들에게 걸려 매를 맞고 쓰러졌나? 길을 잃고 헤매고 있나?
벼라별 생각이 다 든다.
10시가 지나도 오지 않아 틀림없이 사고가 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대사관에 연락을 해야 하나, 우선 집으로 연락을 해야 하나... 그러던 중 11시가 되어서야 임교장이 퀭한 눈,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반가우면서도 짜증이 난다. 아니 어케 된거여??
임교장 왈, 골목길을 돌며 구경을 하다가 젊은 모로코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영어를 제법 하더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임교장은 얼씨구나 이야기를 계속 한 모양이다. 대화를 나누며 꼬불꼬불 골목길을 얼마나 갔는지 젊은 녀석이 이제 집에 다 왔다고 빠이빠이.... ㅎ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모로코의 꼬불꼬불 골목길은 아무리 눈여겨 보아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골목이 그 골목 같고, 틀림없을 것이라 여기고 열심히 가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장장 5시간 이상을 헤맸으니.... 아무튼, 그 후로 임교장은 절대로 혼자 바깥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