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과 해거름인 저녁에 깨모를 심었다.
들깨는 농촌에서 가장 쉽게 심을 수 있고 풀만 없으면
어디에나 잘 자라나는 아주 전천후 식물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논의 뚝이나 길가에 사람이 밟지 않는 곳이나
약간에 여분의 공간이 있으면 들깨모를 심는다.
지난번에 아내가 열심히 풀을 뽑아 놓은 공간이 있기에 거기에도 깨를 심었다.
여름철에는 새벽에 일하기가 적격이다.
아침 이슬이 총총히 식물에 맺혀 있어 밤동안 내린 이슬을 바라만 보아도 촉촉한 감동이 밀려온다.
새벽마다 내 마음에도 굳은 心性이 아침 이슬을 받아 부드러운 심성으로 조금씩 변화될 것을 꿈 꾸어 보면서 여윈 깨모를 심었다.
때 맞추어 내리는 비가 식물의 성장에 아주 큰 몫을 하지만
아침에 아주 적은 분량의 이슬 또한 식물이 자라나는데 커다 큰 기여를 한다.
한 그루의 식물이 자라나서 사람의 입에 오르는 양식이 되기까지는 보이는 손길과 보이지 않는 손길과 합작품이다.
바로 농부의 땀과 수고와 조물주가 내려주는 자연의 혜택인 햇볕, 공기, 바람, 이슬, 비 이런 것들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우리 입에 들어올 수 있다.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우연히, 저절로 되는 것이 없음을 농부는 흙을 통해 작물을 키우면서 이를 매일 깨닫게 한다.
성경에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대인의 한탕 지상주의 빠진 자들을 향해 이렇게 살아가라고 하신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혼자는 감당하지 못하는 봄에 모종한 상추를 아이들이 와서 가득 뜯어서 우물가에서 깨끗히 씻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자동차 뒷 칸에 실어주니
돈으로 헤아리지 못하는 기쁨이 가득하였다.
아내가 심고 캔 감자도 박스에 한 박스를 실어 주어 사돈 어르신과 함께 나누어 먹게 하니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였다.
농촌에서 작물을 가꾸는 재미가 바로 결실한 열매나 식물을 나누는 마음이 솔솔하다.
도시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나 다 얻을 수 있지만 이와달리 누군가가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 식물을 서로 나누어 먹을 때 경작 할 때의 수고와 땀을 다 잊게 된다.
깨모하는 것이 역시 쉽지 않았다.
좁은 밭 고랑 공간에 일일히 작은 모종을 뿌리를 조심스럽게 나란히 곱추세워
심을 모종에 비닐을 뚫어 하나씩 구멍마다 물을 주고 심은 후에 다시 흙을 채워야 뿌리가 땅으로 내려질 수 있다.
잘 하다가도 돈 주고 사 먹으면 될 것을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여러번이다.
아직도 농촌에 몸이 익지 않아서 흙과 더불어 온 몸에 땀을 흘리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도시에 산 근성이 베워있어 자주 아내에게 타박을 받곤한다.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음을 안다.
오늘도 날벌레는 몸을 물고 얼굴에는 벌레에 물러 부어오르고 등에는 생땀이 부적부적 달아 오른다.
이 모종이 자라서 들깨잎도 따 먹고 알맹이는 들깨 기름으로 또 고소한 반찬 양념으로 사용될 것을 생각하고 인내로 심는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 not built in a day.)라는
문구가 기억되다.
삶을 소중하게! 단순하게! 즐겁게!
1%만 바뀌도 인생이 달라진다!
청주에서, 삼육대학교 재단 정종병드림/ 時兆社;敎役
첫댓글 귀한 깨달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그루의 식물이 자라나서 사람의 입에 오르는 양식이 되기까지는 보이는 손길과 보이지 않는 손길과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