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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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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Ⅱ. 국회 자율권의 내용 Ⅲ. 일본의 議院 자율권 문제 Ⅳ. 국회 자율권의 제약과 한계 Ⅴ. 맺으며 |
Ⅰ. 들어가며
국회의 자율권이란 국회가 조직ㆍ활동 및 내부사항에 대해서 타 국가기관의 개입 없이 자주적으로 이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그 자율권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국회 스스로 그 자율권을 훼손하고 있는 경우는 없는지, 헌법재판소 등의 타 기관이 국회의 자율권을 제약하고 있지 않은지, 그러한 제약은 현대 헌법론으로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 논문은 제목에서 제시하듯이 국회의 자율권에 대한 사법적 제약으로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을 논의하고, 그 권한쟁의심판 제도도,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여, ‘가급적 의회 결정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한계를 논한다. 그리고 권한쟁의심판제도의 일부 개혁논의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하여, ‘의회의 자율권’에 관하여 일본의 논의를 본문에서 검토한다. 일본은 ①오랜 의정 경험이 있고,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 의사강행처리 및 난투국회 등의 경험이 있었으나 현재는 안정적인 의회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하여 현재는 ②의회 내에서의 폭력행사 등의 문제가 없다는 점과 ③우리의 국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의회의 자율권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을 검토하고, 우리 ‘국회의 자율권’의 사법적 제약과 그 한계를 논의하기 위한 비교 연구를 한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위하여 우리 ‘국회의 자율권’의 내용을 정리하고 관련 문제를 제시한 다음(Ⅱ), 일본에서 있어서 의회의 자율권(自律權) 문제를 검토한다(Ⅲ). 그리고 우리 국회에서의 자율권 제약의 모습과 그 한계를 연구하고, 국회의 개혁방안을 제시한다(Ⅳ). 이 연구를 통하여 제19대 국회부터 국회 스스로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회운영을 통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모범적인 국회상 정립을 바라며 이에 기여하려 한다.
Ⅱ. 국회 자율권의 내용
1. 국회와 자율권
(1) 국회의 풍경
건국 이후부터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과 행정부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 그러나 제13대 국회 이후로 24년여간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민주성과 대표성 그리고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입법절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제도화되었고, 과거보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약해져 왔다. 하지만 국회 안에서 법안의 물리적 충돌과 다수당의 강행처리, 폭언ㆍ폭행과 의사절차를 위반한 국회운영이 반복되었다. 국회법에서 정한 의사절차에 따라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입법교착이 발생했을 때 직권상정이 시도되었고, 직권상정 된 법안은 원내갈등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에 대하여 이따금 국회의원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청하게 되어 국회의 자율권을 국회의원 스스로 침해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결국, 제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012년 5월 2일, 국회의 파행적 운영의 원인이 되었던, ‘직권상정제도’의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그리고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직권상정을 통한 쟁점법안의 강행처리는 어렵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국회의 파행적인 운영은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2) 국회의 자율권
국회의 자율권은 영국에서 주장되고 발전하여 실정법 및 헌법상의 관습으로 확립되어, 세계 각국 의회에 계승되고 헌법 및 국회법에서 보장되고 있다. 우리 헌법 제64조 제2항에서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의원의 자격쟁송을 규정하고 있으며 의원 사직시에 허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국회의 자율권의 한 내용인 자주조직권을 규정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국회의 직원선임권, 의원의 자격쟁송의 재판권, 의원 체포의 허락 및 석방요구권이 포함된다.
제19대 국회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두 의원의 제명 처리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자격심사와 징계에 대해서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 헌법 제64조 제3항에서 “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법 제64조 제4항은 “제2항과 제3항의 처분에 대하여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서 국회의원의 징계에 대한 사법심사를 배제하고 있다. 여기서 법원이라 함은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사법기관을 통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64조 제1항에서 “국회는 법률에 접촉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국회 자율권의 또 다른 내용으로서 자율적 운영권이 있는데 이것은 자주입법권(의회규칙제정권), 의원(議員)의 징계권, 의장 질서유지권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제18대 국회까지 ①국회의 입법절차에서의 하자에 관한 문제와 ②폭력의 방지, 국회의 품위 및 국회윤리위원회의 기능 개선이 필요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해 왔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많은 경우, 문제는 국회에서 해결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심판으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2. 자율권의 제약과 한계
국회 자율권의 규정에 따라 국회는 중요한 사안을 국회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정파적 원내갈등과 그에 따른 입법교착의 모습을 국민에게 자주 보였다. 또한 의사절차에서 국회의원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고 국회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모습도 보여 왔다. 헌법재판소도 “국회의 자율권은 의사절차나 회의운영 또는 의사결정의 형식적인 요건 중 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국회법에 명시된 부분을 분명히 위반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의 법적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민주주의를 수호할 방법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이것은 국회의 자율권에 관한 사법통제에 의한 제약이기도 하다. 국회가 의사결정에 일부 하자가 있는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회 자율권의 침해를 의미할 수 있다. 한편, 그동안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심의ㆍ표결권 행사, 국회의 날치기 통과,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 절차상의 하자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였기에 국회의 자율권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이렇게 국회 자율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 장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국회법을 가지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 의회에서 의사의 강행처리, 난투국회의 모습이 사라진 일본의 의회제도와 ‘의회의 자율권’ 논의를 검토한다. 우리 제헌국회에서 국회법을 제정할 때 조문의 상당 부분을 일본 국회법을 원용했기 때문에 ①일본의 의회 자율권과 ②일본의 의사절차 규정을 연구ㆍ검토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비교연구가 된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이론과 실제에서 의회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일본의 예를 연구해 본다.
Ⅲ. 일본의 議院 자율권 문제
1. 일본 議院 自律權의 개요
국회는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하며, 양원제 국회의 경우 각 원은 상호 독립한 심의체로서 지위를 가진다. 의회의 자율권은 각 의회의 헌법상 독립한 지위에 유래한 각종의 권능을 총칭하는 관념이며, 단일 권한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자율권은 영국에서는 의회의 법과 관행(lex et consuetudo parliamenti)의 일부를 구성하였고 프랑스에서는 그 내용으로 관리자율권(autonomie administrative), 재무자율권(autonomie financiére), 규칙자율권(autonomie réglementaire)을 든다. 일본에서 의원이 간섭 없이 내부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하여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자율권은 일본 헌법의 삼권분립(제41조, 제65조, 제76조) 및 양원제(제42조)로부터 요구되는 것이다. 의회의 자율권은 국회를 구성하는 양 의회가 스스로 내부의 사항과 스스로 권능의 행사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과 다른 의회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과 이를 위해 인정되는 권능들을 총칭한 개념이다. 오이시 마코토(大石 真) 교수는 일본에서 의회의 자율권을 조직자율권, 운영자율권, 재정자율권의 세 가지 면으로 나눈다.
일본에서 의회의 자율권은 명치헌법에서 연원하며 그 권능을 自主權 혹은 自治權이라고 하였다. 1889년 2월 1일 명치헌법이 공포 이전인, 1887년 10월에 제국의회 의원법(議院法)을 전 16장 112개 조로 최초원안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위원회의원안은 1998년에 전 21장 128개 조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의회 자율권에 관한 문제로서, 의원 특권침해죄를 부가할 것인가가 문제 되었다. 일본의 의원 특권침해죄에 대한 조문은 영국을 모방하여 제정하면서도, 그 자체는 독일법의 체제를 따라 형벌에 위임하였다. 즉 영국과 같이 의원(議院)의 전권에 맡기는 제도를 따르지 않고 독일과 같이 형법에 명문화하는 제도를 선택함으로서 의원(議院)의 자율권을 제한적인 범위에서 인정하였다.
하지만 일본에서 의회의 자율권을 제한적으로 보는 견해와는 다른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 의사절차준칙을 중심으로 볼 때, ①헌법제정과 동시에 의회절차준칙을 사전에 결정해 두는 방법, ②법률에서 의회절차준칙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방법, 그리고 ③헌법전에서 의회절차준칙을 상세하게 정하는 방법으로 나눈다. 의회의 자율권을 강조하는 오이시 교수는 “일본은 명치헌법하에서의 의원법(議院法: 명치22년 법률2호)은 ①에 따른 것으로서 헌법과 동시에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법률이 된 것은 헌법시행 후 그 개정에 의회의 관여가 필요하였기 때문일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회법의 개정은 중의원에서 몇 번 시도되었지만 귀족원에서 누차 심의완료ㆍ폐안되고, 결국 의회법은 그 골격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한다. 따라서 일본의 의회 자율권과 의회절차준칙은 헌법적인 규범이라는 것이다.
2. 의회 자율권의 내용
(1) 의회운영자율권
의회운영자율권은 의회가 어떠한 사무를 처리하고, 의사를 진행하는가에 관한 권한이다. 즉, 의회운영에 관한 문제가 되는 의사일정, 본회의 운영, 수정동의 인원 요건, 수정동의 취급, 발의하는 경우의 요건 및 절차, 표결의 방법 등에 대하여 정한 것은, 모두 의회운영자율권에 포함된다.
이 운영자율권은 의회 절차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과 의회 내부질서를 규율하는 권한도 포함된다. 이것이 없으면, 질서 있는 심의와 의사운영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질서를 어지럽힌 의원에 대하여 징벌을 가할 수 있고, 헌법소정의 요건하에서 제명처분을 할 수 있다(일본헌법 제58조제2항). 이를 위한 권한으로 의원징벌권(일본헌법 제58조제2항), 의원 이외의 자에 대한 의장의 배제권(국회법 제118조, 118조의2), 의장의 원내 경찰권(국회법 114조, 115조)이 있다. 나아가 이른바 내부경찰권도 보장되고(국회법 제114조 이하), 원내에 있어서의 방청인의 규율에 대하여도, 의회의 자율적인 권한행사에 의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내부경찰권도 운영자율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일본헌법은 원내에서 일반적인 질서유지 방법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본 국회법은 의장의 직무권한에 관하여 “제19조(의장의 직무) 각 議院의 議長은 그 議院의 질서를 유지하고, 議事를 정리하고, 議院의 사무를 감독하고, 議院을 대표한다.”라고 포괄적인 규정을 두었다. 동법 제114조는 의장에게 원내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내부경찰권을 부여한다.
(2) 의회규칙제정권
1) 운영자율권에 유래한 ‘절차준칙 결정권’은 의회자율권의 중핵을 형성한다. 각각 의회가 따라야할 규범으로서는 헌법전상의 의회절차준칙, 제정법상의 준칙, 그리고 스스로 정한 상설규칙이 있고 여기에 선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국회법이 있고 각 의회가 의결한 성문의 의회규칙으로서 양 의회규칙과 기타 결의가 있다. 그리고 불문의 관행인 의회선례가 있다. 일본에서 의회절차준칙은 헌법전, 법률, 의회규칙이라는 세 종류의 법원(法源)이 중심이 된다. 이런 법규의 제정은 의회의 자율권에 근거하여 제정, 개정, 해석, 운용하게 된다. 따라서, ‘의회 절차준칙 결정권’의 법제적 표현의 하나로서, 의회규칙이라는 형태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결정권은 형식적으로는 성문규칙 또는 단일 법전으로 정하게 된다. 국회 원내사항에 대하여 명치헌법 제정자는 자율권을 의식적으로 제한하는 목적을 가지고 의원법의 존재를 헌법에 인정하였다. 이것은 명치헌법하에 의원법은 각 의회의 자율권에 제약을 가하고 행정권이 이것을 용이하게 간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의원(議院)에 의사규칙을 보장한 ‘의원규칙 제정권’은 의원(議院) 자율권의 법제적 표현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현행헌법 제정 당시부터 국회법의 제정이 문제 되었다. 현행 일본헌법 개정 시에 연합국총사령부(GHQ)로부터 의회에 대하여 “국회법이라는 법률이 필요한가? 헌법 제58조 제2항에 내부규칙제정권이 있기 때문에 의회규칙으로 충분하지 않는가?”라는 문의가 있었다. 미국은 의회절차는 의원(議院)의 내부규율은 의원(議院)의 전권사항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국회법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맥아더 사령부의 입장이었고 미국식 사고방식이었다. 이에 대하여 일본측은, ①중참양원의 공동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②내각을 구속하는 사항을 정하여 두고 싶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국회법의 제정을 찬성하였다. 즉 당시에는 국회의 최고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양원을 공통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회법의 존재는 국가기관의 최고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권의 강화와 동시에 의원(議院)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 되고 있다고 한다. 즉, 국회법 그 자체가 법률이기 때문에 ①내각이 국회법의 개정에 대하여 제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나아가 ②그 의결에 대하여 중의원의 우월성이 존재하여 참의원이 부동의한 경우에도 효력을 갖게 되어, 내각에 의회의 자율성을 상실시키는 권한을 부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종종 법률이 우위인가 의회규칙이 우위인가 하는 논의를 한다. 법률우위설은, 의회규칙은 일 의원(議院)의 단일 결정인 것에 비하여 법률은 양원 합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형식적 효과가 우선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오이시 마코도 교수는 “법률의 우위는 행정과의 관계가 발생하고, 의회를 구속하려는 형태로 법률의 우위를 생각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 반면, 규칙우위라는 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내사항을 정한 법률은 법률로서 본래의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헌법 제58조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원내사항은 의회규칙의 독점적, 배타적인 소관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국회법의 규정 중에, 의회규칙의 배타적인 소관사항을 정한 부분은 법률로서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모두 무효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원내사항을 정한 부분은 본래 각 의회가 자율적으로 갖는 권한에 근거하여 합의한 결과이고 이것은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2) 비교법적으로 의사절차를 법률에 의해 보장하고 있는 태도는, 19세기 남독일의 제 헌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반면 오늘날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국회법 같은 법률은 없다. 일본에서 국회법의 개폐에 대하여 양원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법률제정에 대하여 중의원 우월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중의원의 3분의 2 다수에 의해 참의원의 의회운영 자율권을 박탈할 수 있다. 또한, 내각이 법안제출권을 인정하고 있는 일본에서, 법률 형식을 취한 국회법의 개폐에 대하여 이니셔티브가 행정부에 부여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것은 행정부에 의한 각 의원(議院)의 자율권에 부당한 제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쿠로다(黒田) 교수는 국회법의 개폐에서 중의원의 우월을 주장하지 않을 것, 국회법의 개폐에 대하여 의회입법에 의한 것으로 내각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해석론으로 국회법은 정부가 아닌 의회에서 입법제청을 해야 하며, 가능한 양원의 합의를 통하여 입법해야 하고, 중의원의 독단에 의한 국회법의 통과는 의회의 자율권 특히 참의원의 의원(議院)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고 할 것이다.
3. 의회의 자율권과 의사절차
(1) 의회 의사진행
일본헌법 제56조 제1항에서는 “양 의원(議院)은 각기 그 총의원의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아니면 의사(議事)를 개시 의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의사와 의결 능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의사 및 의결 능력을 과반수로 하는 것이 많은 것에 비하여, 일본 국회는 정족수를 낮게 설정하고 있다. 제2항에서는 “양 의원(議院)의 의사는, 이 헌법에 특별히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의원의 과반수로 이것을 결정하고 가부동수 때에는 의장이 결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하여 표결에 관한 규정을 설정하고 있다.
국회 의사절차는 국회 운영질서를 유지하고, 능률화를 도모하면서 정당한 의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의사절차에서는 의사의 신중성, 합리성, 공개성 등과 함께 소수자 존중 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전후 의사절차의 역사에서 “난투국회”, “폭력국회”, “변칙국회” 등의 모습이 존재하였고 여기서 의사절차는 무력하였다.
일본에서 의사절차에 관하여 헌법적 문제가 된 사례로는 경찰법개정 결의에서 발생한 위헌소송사건이 있다. 그리고는 일본의 학계에서는 이러한 변칙적인 국회에 대하여 그 정상화를 촉구하고 의사절차의 개혁론, 선례에 대한 비판, 의사절차의 해석을 둘러싼 학설의 대립, 나아가 이것들과 관련된 외국의 의사절차 검토가 행해졌다. 예를 들어, 1965년 한일조약을 둘러싸고 이상국회(異常國會)가 나타난 후, 국회의 정상화를 위하여 ①의회 심의방식의 재검토, ②특정 중요심의안 심의방식의 채용, ③의장의 권위를 높이는 조치, ④위원회제도 심의방식의 재검토, ⑤의사절차 개정준비의 요소로서 자민당과 사회당과의 합의 등이 검토되었다.
(2) 의결 정수
일본헌법 제56조 제2항에는 “양 의회의 의사는, 이 헌법에 특별히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의원의 과반수로 이를 결정하고, 가부동수일 때에는 의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한다(일본헌법 제56조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볼 수 있는 논점은 다음 세 가지 점이다. 첫 번째는 “의사(議事)”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고, 두 번째는 “출석의원”의 의미이고, 세 번째는 “의장의 결재권”이 있다. 이것들에 대한 문제점은 위원회에서도 유사하다.
(3) 회기 문제
일본헌법은 회기제도를 채용하고 상회(常會), 임시회, 특별회의 구분을 두고 있다. 의회제 민주주의에서는 국회가 상시 활동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있는데, 이런 통년제 국회는 헌법 개정을 해야만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통년제를 취하게 되면 행정부가 국회에 매달려서 집행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 회기제와 회기불계속의 원칙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정치상황 중에 민의를 의회에 반영하기 위하여, 해산과 임기 만료시에 의회는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다양한 정책에 대한 생각을 재고할 기회가 필요하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취하여 심의만료에 의해 의안이 폐안 된다. 현대 의회의 주된 기능이 견제라는 점에서 “민주적 타협”이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회기불계속 원칙에 따라 의안을 폐안하고, 다음 회기에서 새롭게 민주적 타협을 성립시키는 상황을 만들게 하고 있다. 이것을 통하여 의회의 정부에 대한 억제기능이 유효하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헌법 제51조에서 회기계속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취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국회에서 의사를 타협하고 의사 결정이 당해 의회에서 성립하지 못하여도 다음 회기에서 종래의 의사 논의 수준에서부터 계속 의사절차를 진행하여 신속히 의사결정을 처리할 수 있다.
(4) 회의공개 결정권
일본의 의원(議院)은 의회의 회의공개권(일본헌법 제57조 제1항), 비밀회의 개회권(동조 동항)이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의사록의 공표에 대하여 “양 의원(議院)은 각각 그 회의의 기록을 보존하고, 비밀회의의 기록 중 특히 비밀을 요한다고 인정되는 것 이외에는 이를 공표하고 또한 일반에 배포하여야 한다.”, “출석의원의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각 의원(議院)의 표결은 이를 회의록에 기재하여야 한다(일본헌법 제57조 제2항,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국회법 제62조는 “각 의원(議院)의 회의는 의장 또는 의원 10인 이상의 발의에 의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이 있는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63조 “비밀회의의 기록 중 특히 비밀을 요하는 것으로 그 원(院)에서 의결한 부분은 이를 공표하지 않을 수 있다.”
위원회에 관해서 일본 국회법 제52조는 “①위원회는 의원이 아니면 방청이 허용되지 않는다. 단, 보도의 임무를 맡은 자 기타의 자로서 위원장의 허가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위원회는 그 결의에 의해 비밀회의로 할 수 있다. ③위원장은 질서유지를 위하여 방청인의 퇴장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 의사절차 위반과 사법심사
(1) 경찰법개정 무효사건
1954년 일본의 제19국회에서 경찰법안을 둘러싸고 실제 5회의 회기연장이 행해졌고, 이러한 회기연장은 “중요법안”의 심의, 의결을 둘러싼 여ㆍ야당의 분규를 유발하였다. 이때 “의사절차를 무시한 의사운영이 행해지면 재판소가 사법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의사절차 위반에 대한 사법심사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학설과 재판소에서 뜨거웠다. 여기서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는 경찰법개정 의결시에 발생한 위헌소송사건을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에서 회기연장의결은 1954년 6월 3일 회기말의 혼란 중에 중의원장이 의장석에 앉지도 못한 채 가결되었다. 중의원은 가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어 참의원은 연장회의에서 경찰법을 가결했다.
이 사건 원고는 경찰법개정을 가결할 때에, “의장은 의석에 있지 않고, 개회도 선언하지 않고, 의사일정도 배부하지 않고, 의제를 선언하지 않고, 의원에 발언 기회도 부여하지 않고, 기립 등의 방법에 따른 표결도 하지 않고, 표결의 결과도 선포하지 않았다. 이것은 중의원규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이 연장은 의결로서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최고재판소는 “동법은 양원의 의사절차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의해 공포된 이상, 재판소는 양원의 자주성을 존중해야 하고 동법 제정의사절차에 관한 소론이 이와 같은 이상 사실을 심리하고 그 유효ㆍ무효를 판단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2) 학설의 대립
이 판결에 대하여 미야자와(宮沢)교수는 “의결의 정족수를 결한 회의에서 행해진 의결은, 본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이다. 그러나 위법은 그 의회 자체에서만 인정되는 것이고, 그 의회가 그것을 문제로 하지 않고, 그 의회의 정당한 의결로서 이것을 다른 국가기관에 통고한 때에는 이미 다른 국가기관은 그 합법ㆍ위법을 다툴 수 없다”라고 해석하였다. 이른바 사법심사 부정설이다.
하시모토(橋本)교수는 이 사법심사 부정설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①헌법은 정족수를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결한 의결은 무효이다. ②헌법은 실질적 심사권과 같이 의사절차를 심사하는 형식적 심사권도 인정하고 있다. ③의결에 의한 정족수의 부족은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정족수를 결한 의결에 대하여 사법심사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최고재판소의 판결은 의원(議院)의 자율권과 국회의 자주성을 존중하였다. 이 판결에 대하여 찬반론이 있지만, 의회 자율성을 보장했다 할 수 있고 의사절차에 대하여는 의회제 민주주의 원칙과의 관계를 존중하는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 의회제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만족하고 있는 경우는 좋으나, 그 전제조건이 붕괴한 때에는 의회의 자율권이 의사절차의 파행을 더욱 촉진할 우려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타나카 지로(田中二郎)교수는 이 판결을 비판하면서 “일본 최고재판소가 일견 극명히 위헌무효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판단을 지적하며 재판소의 심리권이 절대 미치지 않는다고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오니시 요시오(大西芳雄) 교수는 “극명히 명백한 의사절차의 위법인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합법인가 위법인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재판소는 스스로 사법심사를 억제하여 의원(議院) 자체의 해결에 맡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라고 하며, “명백한 의사절차위법”의 경우는 심사권이 미치지만 본 판결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최고재판소 판결을 지지하였다. 이러한 견해가 일본의 다수설로서 의원(議院)의 의사절차에 대하여 사법심사가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의사절차에 관한 의원(議院)의 자율권과 사법권과의 관계는 일단 정리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의원(議院)의 자율권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비교하여 의회의 자율권을 매우 존중한 해석론과 판결이라고 보인다.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의사절차는 국회가 국권의 최고기관이고 국민대표기관으로서 책무를 다른 기관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게 하려고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재판소의 성질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보 양보하여 사법심사를 할 수 있다고 하여도 경찰법개정 사건에서 본 것 같이 체제 측을 지지하는 것을 담보하는 것이 될 뿐이라고 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본 학자들의 다수견해이다.
이 사건에서, 무절제한 회기연장이 행정부에서의 국무지체를 초래하기 쉽고, 연장의 남용은 회기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다수당의 강행책이 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1958년 4월 국회법개정을 통하여 회기연장의 횟수를 제한하고, 상회는 1회, 임시회, 특별회는 2회까지 제한하였다.
5. 일본 의회의 풍경
일본에서도 1945년부터 1970년대 일본국회에서는 중요 법안을 둘러싸고 “異常國會”, “變則國會”의 모습이 자주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중요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당의 민주적 타협의 여지가 없게 되는 시점에서 발생하였다. 이런 대부분의 사건은 다수당이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의결을 강행하였고, 이 때 의장이 그것에 가담하여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의사절차 위반으로 위법상태가 야기되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의사방해의 문제는 다수결 민주주의원리의 전개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의 의사결정이 성립되지 않을 때 발생하였다.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이러한 강행채결(强行採決)이나 난투국회(亂鬪國會)가 자취를 감추었다. 동경대학 하세베 교수는 그 이유로 “의결의 강행채결이나 난투국회는 이른바 정치적 쇼에 해당하며, 일본에서 이러한 정치 쇼가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즉, 그러한 정치 쇼를 전개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게 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고 각 정당의 간부들이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의안의 강행채결이나 난투국회는 자취를 감춘 것이다. 하세베 교수는, 위와 같은 국회 혼란 현상이 보인다면, 그러한 정치 쇼가 여론의 지지를 얻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토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개념의 등장과 함께 우리의 국회도 더욱 많은 토의와 타협의 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Ⅳ. 국회 자율권의 제약과 한계
1. 자율권의 제약으로서 헌법재판
현대국가에서는 의회만이 유일한 입법기관일 것을 의회에 요구하여 의회주의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영국,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경험에 비추어 명확하다. 하지만 시대는, 과거 “입법에 의한 억제”로부터 “입법에서의 억제”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서 “입법에 의한 억제”는 절대권력의 남용에 대하여 의회의 입법을 통하여 억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입법에서의 억제”는 입법 과정에서 다수와 소수간에 국회의 의사절차에 따라 의회에서의 남용을 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운영에서 문제가 되는 “다수결과 소수자보호”의 문제는 “입법에서의 억제”와 관련한 것이다. 또 정당제 위에서 세워진 국회에서는 우선 정부 여당에 대하여 야당의 억제기능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국회의 자율권은 일정한 제약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국회의 자율권’은 국회 의사절차 진행상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배한 경우에는 헌법쟁송이라는 제약이 가능하다. 다수결원칙, 심의표결권, 국회의 의사절차원리에 따라서 의사절차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 의사절차에서의 위반여부를 헌법재판소(국가에 따라서 법원)에서 다투게 된다.
역사적으로 국회의 자율적인 결정에 대한 제한은 헌법에 따른 헌법재판에 의한 법률의 위헌성 심사로부터 시작되었고,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입법에 의한 억제”의 시작이었다. 이것은 미국의 Marshall 대법원의 유명한 Marbury v. Madison 결정을 통한 사법적 도약이었다. 이것은 국회의 자율적인 결정의 산물인 법률에 대한 내용적 (헌법)통제이다. 국회의 자율권에 대한 그 제약의 시작이었지만 이러한 제약은 긍정적으로 이해되었다. Whittington이 동의하듯이 “연방법원은 연방법률에 대한 헌법이의가 제기된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국회의 법률에 대한 내용적 통제가 강하게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에 의한 국회의 법률에 대한 내용적 통제와 헌법재판소의 국회에 대한 권한 확대는 헌법재판소의 ①입법자의 기본권에 대한 구속, ②헌법수호자로서의 헌법재판소를 전제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2. 헌법재판의 경험적 한계
(1) 의사절차에 대한 헌법재판
1) 일본에서 의원(議院)의 의사절차에 재판소의 심사권이 미치는가를 논의할 때, 통례는 의원(議院)에서 실제로 행해진 의사와 의결이 헌법의 규정과 법률, 의사규칙의 규정을 위반하였는지가 재판소의 심사에서 검토된다.
이미 Ⅲ.에서 검토한 것 같이, 일본에서는 의회의 의사절차에 대한 재판소의 심사권을 부정하는 견해가 다수이며, 이 견해는 의원(議院)의 자율권과 함께 정족수인정의 곤란 등, 실제 기술적으로 심사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도 그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의회를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통제’에 맡기는 것이 헌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반면, 정족수를 결한 의결에 대하여 재판소의 심사권이 미친다는 설도 있고, 이후 원칙으로서 재판소의 심사권을 부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재판소의 심사권이 미치는 것을 인정한 학설도 유력하다. 예외라면, 헌법에서 정해진 정족수를 결한 의결, 법률의 제정 등에 관련된 의사절차에 명백한 헌법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반대설은 법령의 실질적 심사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절차에 대한 심사권도 인정되고, 위의 학설 중에 의원(議院)의 자율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부터는 내용심사보다도 절차심사가 오히려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질적 다수결(質的 多數決)을 강조하는 견해에서는 양적인 다수의 결정보다, 다수결에 회부되기 전에 다양한 의사들이 충분히 개진되고 이러한 의사들의 교환과 토론을 충분히 거쳐 서로간의 타협, 양보 등 조절이 이루어진 다음에 표결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의안의 강행통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2)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일본 신경찰법안 사건에서 참의원 의결을 무효로 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의회의 자율권을 존중하였다. 우리 법원은 과거 1972년에 “국회에서 의결을 거친 것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공포 시행되고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국회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논지가 지적하는 점을 심리하여 그 유무효를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도 감안해야 하겠으나, 국회의 자율권과 저촉되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 효력의 무효심사권을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자율권은 프랑스와 독일과 같이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명확하게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국회의 의사절차 위반에 대하여 헌법판단의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헌법재판소 설립 후 1988. 9. 1.부터 2012. 12. 31.까지 권한쟁의심판은 79건이 접수되었고 이중 인용은 16건, 기각은 19건, 취하는 11건, 각하는 27건 그리고 미제가 6건이다. 전체권한 권한쟁의사건 중 약 21건이 국회에서 심의ㆍ표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심판되었다. 이 중 4건의 결정에서 심의ㆍ표결권 침해를 (일부)인정하였고,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인정한 사건은 없었다.
(2) 가결선포행위의 무효가능성
1) 초창기 헌법재판소는 1995. 2. 23. 90헌라1 사건에서 “국회의 구성원이거나 국회 내의 일부기관인 국회의원과 교섭단체 등이 국회 내의 다른 기관인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1997. 7. 16. 96헌라2 사건에서 “노동관계법의 비공개 본회의에서의 가결”에 대하여 “국회의원과 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판례 변경), 노동관계법의 가결선포는 심의ㆍ표결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권한침해에 관하여 인용결정을 하였다. 이때 헌재는 입법절차의 하자로 인하여 직접 침해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 아니라 법률의 심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 등 권한”이라고 하였다.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그러한 잘못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그로 인하여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법에 관한 각종의 권한이 침해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한다면 이는 곧 그 법률이 소급적 무효가 되어 국법질서의 안정에 위해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과 관련하여 일부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볼 것은 아니”라고 결정하였다. 이에 3인의 반대의견은 “헌법 제49조를 구체화하는 국회법규정을 위배하여 야당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일시를 알리지 않음으로써 출석가능성을 배제한 가운데 본회의를 개의하여, 여당의원들만 출석한 가운데 그들만의 표결로 법률안을 가결ㆍ선포한 행위는 야당의원들의 헌법상의 권한을 침해한 것임과 아울러 헌법 제49조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후 야당에서 여당의 직권상정을 통한 의사의 강행통과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의 절차를 위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다수 등장하였다.
2)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사건’에서는 ‘신문법안 등’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하여 질의ㆍ토론 절차가 위법하여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에 관하여는, 이 사건에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의 침해 자체를 부정”하는 2인 재판관의 기각의견, “국회의 입법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권한 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인하여 야기된 위헌ㆍ위법 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2인 재판관의 기각의견,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확인하는 것에서 나아가 가결선포 행위 자체의 무효확인을 할 경우, ......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국회의 다양한 정치적 형성가능성을 배제하고 스스로 정치적 형성행위를 하는 것이 된다. ......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못 미치는 5인의 재판관의 의견으로써 실질적으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하는 셈이 되어 헌법 제113조 제1항에도 위반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김종대 재판관의 기각의견, “국회의 입법과 관련하여 일부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고 한 이동흡 재판관의 기각의견이 있었다.
이에 반하여 재판관 2인의 인용의견은 “권한침해행위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 권한침해행위들이 집약된 결과로서 이루어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하며 “예외적인 경우로 사소한 법률위반이나 사정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무효확인 또는 취소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김희옥 재판관은 인용의견에서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과 제2항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이 피청구인의 행위가 기본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만을 심판하도록 규정한 것과 다르며, 이 사건 신문법안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 질의ㆍ토론 절차의 훼손, 표결 과정의 현저한 무질서ㆍ불합리나 불공정 등 표결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저해 등으로서 이는 헌법 제49조와 의회민주주의의 원리, 국회법 제93조, 제6장 제5절 표결 부분 등의 위배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며 “헌법과 국회법을 위배하여 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3) 헌법재판소는 2010. 12. 28. 2008헌라7 사건에서 ‘외통위 위원장의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 및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 상정ㆍ회부행위’에 대하여 의사정족수가 충족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외통위 위원인 소수당 국회의원의 출입까지 불가능하게 한 상태에서 이 사건 회의를 개의하여 이 사건 상정․회부행위를 하였는바, 다수결의 원리, 의사공개의 원칙 및 국회법 제54조, 제75조 제1항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이 사건 동의안에 대한 심의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다만, 무효확인 청구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에 재량적 판단의 여지가 있고, 국회 본회의 심사과정에서 치유될 가능성을 감안하여” 기각하였다.
2011. 8. 30. 2009헌라7 ‘신용정보법 등’의 표결진행에 관한 사건에서 “반대토론 신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허가하지 않고 나아가 토론절차를 생략하기 위한 의결을 거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법률안들에 대한 표결절차를 진행하여 국회법 제93조 단서를 위반하여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수결의 원칙(헌법 제49조)과 회의공개의 원칙(헌법 제50조)과 같은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법률안의 가결 선포행위를 곧바로 무효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기각하였다. 이강국 재판관의 별개의견에서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성원 간의 권한침해 여부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처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을 밝혀야 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전문에 의한 취소나 무효확인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하고, 김종대 재판관의 별개의견에서는 “권력분립원칙, 권한쟁의심판의 제도적 취지와 위헌법률심판에 필요한 정족수를 고려하면, 「입법 관련 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이나 취소 또는 부작위위법확인을 할 수 있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4) 이 사건들에서 “청구인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의 권한을 침해한 것은 인정했지만,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위헌무효라는 청구에 대해서는 인용의견이 재판관의 과반수에 이르지 못해 위헌무효라 할 수 없다”는 판시에 대하여 비판도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일부 입법절차에 관한 권한쟁의가 국회의원이나 위원회의 입법절차에 대한 참여권의 침해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인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입법절차의 결과물인 법률이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위헌성을 부인함으로써 권한쟁의심판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였다.
“입법과정에서 법 위반사실이 있는데 왜 법률안은 가결된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반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ㆍ위법상태의 적극적인 시정으로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라는 본연의 사명을 소홀히 여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위법한 권한 침해가 있었는데 무효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법이면 위헌이고 위헌이며 무효”라는 주장도 있다. “적법절차의 룰을 따르지 않고 위법하게 표결처리 된 법률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로 간주할 수 없어 처음부터 무효”라고도 한다.
그러나 음주를 하고 운전을 하는 경우 그 위반의 횟수, 음주량에 따라 처벌 여부와 처벌의 경중이 달라진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운전자를 징역형에 처하거나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절차의 무효까지 결정하지 않은 것을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을 한다면, 의사절차를 무효로 결정하는 것 또한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동안 권한쟁의심판 판단에서 헌법재판관이 어느 쪽이던 정치적인 입장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회의 의사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되었음에도 다수결의 결과에 반대하는 소수의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로 가결선포행위가 위헌무효 되는 것도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주의에 합치한다고 하기 어렵고, 국가가 내부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토론과 대화로 의사결정하려는 노력 대신 모든 문제를 사법적 수단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게될 우려가 있다. 입법절차의 하자가 곧 그 법률의 효력부인으로 이어진다면 법적 안정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권한쟁의심판에서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직접 무효로 하면 재판관의 과반수 찬성으로 법률을 무효로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또한 국회의 소수에 의한 입법절차 진행의 방해로 인하여 다수의 의사가 번복되는 것도 불합리하다. 소수파가 절차상의 흠결을 유발하여 국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게 된다면 그도 부당한 것이다. 다수파가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거치지 않고 ‘다수파(당)의 강행통과’ ‘수(數)의 폭력’도 문제이고, 소수파(당)의 ‘의사절차 방해’도 문제이다.
(3) 국회의 자율권과 권한쟁의심판
물론, 국회의 자율권은 의사절차와 관련해 법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그 한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국회법에 명시된 부분을 분명히 위반한 경우까지 주장할 수 있는 만능의 면책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의 의사결정에 대하여 번번이 그 최종적인 결과를 국회가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묻고 헌법재판소가 그것을 번복하게 된다면, 국회는 의사결정에 관한 판단을 모두 헌법재판소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권력분립의 정신과 국회의 자율권에 반한다.
최근까지 국회의 의사결정이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다투어진 사례를 보면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의사절차위반의 위법사실은 확인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법률의 성립을 번복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다만, 개별 소수의견에서만 그러한 의견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다음의 표는 헌법재판소가 2012. 12. 31. 까지 국회에서 연유(緣由)된 권한쟁의심판사건을 총람한 것이다.
[국회에서 연유된 권한쟁의심판사건 총람(1988. 9. 1. ~ 2012. 12. 31.)]
선고일 |
사건번호 |
사건 |
처리 |
2012.2.23. |
2010헌라5,6(병합) |
직권상정에 의한 예산안 등의 가결선포행위 |
기각 |
2011.8.30. |
2009헌라7 |
‘신용정보법’ 등의 표결진행 |
일부인용 |
2011.8.30. |
2011헌라2 |
조약(작전통제권)비준동의안 국회에 미제출 등 |
각하 |
2010.11.25. |
2009헌라12 |
‘미디어법’ 심의ㆍ표결권 침해 확인결정 후 국회의장의 후속행위 부작위 |
심판절차 종료, 기각 |
2010.12.28. |
2008헌라7 |
외통위 위원장의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 및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 상정ㆍ회부행위 |
각하, 일부인용, 기각 |
2009.11.29. |
2009헌라8 등(병합) |
‘미디어법’ 심의ㆍ표결권 침해 |
일부인용 기각 |
2008.4.24. |
2006헌라2 |
‘사립학교법 개정안’ 가결선포행위의 심의ㆍ표결권 침해 |
기각 |
2008.3. 27. |
2006헌라4 |
‘한미공동성명’의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권 및 심의표결권 |
각하 |
2008.1. 17. |
2005헌라10 |
‘예산 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한 심의ㆍ표결권 및 국회의 동의권을 침해 |
각하 |
2007.10.25. |
2006헌라5 |
‘국회의 조약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한ㆍ미 FTA 협상을 진행하는 일련의 행위와 정보부제공의 작위 및 부작위 위헌 |
각하 |
2007.7. 26 |
2005헌라8 |
양허표 개정안에 대한 비준동의안 제출행위와 이 사건 합의문에 대한 비준동의안 제출거부행위 |
각하 |
2006. 2. 23. |
2005헌라6 |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하여 가결을 선포행위
|
기각 |
2003. 10. 30 |
2002헌라1 |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 사임시킨 행위로 말미암아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 |
기각 |
2001. 6. 28. |
2000헌라1 |
개정국회법안 상정 가결을 선포 |
심판절차종료선언 |
2000.2.24. |
99헌라2 |
한일어업협정비준동의안 가결선포 |
기각 |
2000. 2. 24. |
99헌라1 |
국회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가운데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안 등 법률안들을 가결ㆍ선포한 행위 |
기각 |
1998. 7. 14 |
98헌라1 |
국무총리서리를 임명에 대한 권한 침해 여부 |
각하 |
1998. 7. 14. |
98헌라2 |
감사원장서리를 임명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
각하 |
1998. 7. 14 |
98헌라3 |
‘국무총리임명동의의안’ 투표에 관하여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함의 표결권을 침해여부 |
각하 |
1997.7.16. |
96헌라2 |
노동관계법의 비공개 본회의에서의 가결 |
인용(권한침해), 기각 |
1995. 2. 23 |
90헌라1 |
26개 의안 일괄상정하여 토론과 질의를 생략한 날치기로 의안처리 |
각하 |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헌법과 법 위반사실을 확인하는 인용의 사례는 있으나 법률안의 가결ㆍ선포행위를 무효로 하는 판단은 아직 없었다. 즉, 우리 헌법재판소도 국회의 운영에 관한 판단과 개입에 대하여 일정한 자제를 보이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의사(議事)와 내부규율 등 국회운영에 관하여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므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한다. ‘국회의 자율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그 예외는 아니다.” 국회와 법원은 각국의 권력분립 틀에서 복잡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예를 들어, 권력분립모델에서 미국의 대법관은 그들이 의회에 의해 무시당할 기교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의회(議會)는 의회의 이익에 적대적인 방식으로 해설될 법을 통과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은 정치문제 법리(the political question doctrine)를 통하여 의회 내부자율권에 판단은 연방사법부에 의하여 심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해 왔다. 만일 국회 의사절차의 흠을 이유로 의사절차를 무효로 하는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한 후 동일한 의안이 새로운 의사절차를 통하여 결정이 된다면, 헌법재판소 결정은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결정은 하지 아니한 것보다 못한 결정이 될 수 있다.
(4) 권한쟁의심판제도의 개혁론
앞에서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법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결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함을 논설하였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고, “그 절차에 명백한 법과 헌법의 위반이 존재하고, 그 위반된 행위가 헌법의 기본정신을 현저히 파괴한 경우에도” 일체 사법심사를 통한 구제를 포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억제하려는 기능적 권력분립의 취지에 반한다. 법률제정절차에 명백한 법과 헌법 위반이 존재하고, 그 위반된 행위가 헌법이 기본정신을 현저히 파괴한 경우에는, 그 법률제정절차는 무효화 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예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앞으로도 가치가 있는 연구일 것이다.
본래 권한쟁의심판은 권한에 대한 분쟁, 즉 권한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헌법소송이다. 권한쟁의심판은 19세기 독일의 국사재판소에서 유래가 되었고, 현재 독일 기본법에서 권한쟁의심판은 독일 기본법 제93조 제1항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다. 여기서 연방최고기관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 또는 기본법이나 연방최고기관의 사무규칙에 의하여 고유의 권리를 갖는 그 밖의 관계자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에 관한 분쟁의 원인인 “기본법(헌법)의 해석”에 관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는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적 권한뿐만 아니라 법률적 권한까지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심지어 기관소송과 구별이 혼동되기도 한다.
헌법 제113조는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 ‘권한쟁의심판의 결정 내용’에서는 “권한의 존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제2항에서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동법 제23조 제2항에서 “재판관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하게하고 제2항 단서에서 권한쟁의심판만을 제외하고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직접 무효화할 경우 개별조항의 위헌법률 심판의 결정정족수도 미치지 못하는 재판관의 찬성으로 법률 전체를 무효화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개혁론으로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로 하기위해서는 권한 존부의 판단보다 가중된 요건을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률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위반”, “헌법의 명백한 침해”, “헌법의 현저한 파괴” 등이 존재하였을 때 가능하다고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입법과정에서 단순히 법률을 위배하는 것을 넘어 헌법을 명백히 침해하고 그것이 우리 헌법정신을 현저히 침해한 경우”에는 특별정족수에 따라 원인 처분의 무효를 결정할 수 있다고 헌법재판소법 규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3. 자율권과 국회개혁
1) 국회의 자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거를 통한 국회의 쇄신이 의회주의에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회에서는 과거 직권상정제도 등을 통하여, 의사를 토론과 협의를 중시하지 않고, 신속한 의안의 통과에 치중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날치기 통과와 난투국회가 등장하고 이에 대항한 물리적 충돌이 많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해당 정당과 의원의 지지자들에게는 그러한 충돌을 일으킨 의원들이 무조건 비난받을 대상이 된 것이 아니라, 이따금 그럴 수밖에 없는 행동으로 공감을 얻는 경우도 다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국회장 폭력의 주역들이 다음 국회에 다시 등원하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국회에서의 물리적인 충돌의 자주 발생시킨 ‘직권상정제도’가 2012년 5월 2일 국회법 개정으로 그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그리고 ‘교섭단체 대표의 협의가 있는 경우’로 축소된 것을 환영할만하다. 미국에서도 입법과정에서 소관 위원회의 심사권을 박탈하고 본회의에서 바로 법안심사를 할 수 있는 ‘위원회 심사배제 요청제도’(discharge petition)가 있지만, 이 제도도 실제로 사용되기보다는 신속한 입법을 위한 압력 수단으로만 존재한다.
입법의 교착상태가 지속하는 경우에 직권상정이 행해지기보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정책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사용되었고 이 과정에 대화와 타협은 상실되고 나아가 졸속입법의 가능성만 더 높아졌다. 앞에서 서술한 것 같이 회기계속 원칙을 취하는 우리 국회는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취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의회보다 의사절차를 더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 이미 국회의 의사절차에 관한 권한쟁의 사건 전체를 정리하여 의사절차의 무효까지 결정한 예가 없음을 밝혔다. 소수당은 권한쟁의심판에 의하여 국회 절차상의 문제를 번복하기 어렵다. 결국 소수당의 의사도 헌법재판소가 아닌 국회에서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다수당은 의사의 강행통과를 할 경우 여론의 비난은 바로 다수당에 가해진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의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불법한 의사의 강행처리와 의사방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토의와 협의가 성숙하여야 한다.
3) 국회에서 강행통과를 통한 all or nothing의 법칙이 지배하게 된다면 의회는 통합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의 협상과정에서 여러 안건 중 의사결정의 협상을 하거나, 안건 내에서 일부를 절충하는 협상 등 국회협상기법의 발전도 요망된다.
국회의 정상운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대화와 타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 국회는 단원제이며 의사절차를 신속하게 하는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서 국민은 정치적으로 그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 의사강행통과와 이를 통한 폭력행위들이 국회의원의 지명도를 높이고 재선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유권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회에서 자율적으로 의원의 윤리기준 강화와 징계를 강화하여 낮은 수준과 높은 수준의 의원 징계를 통해 국회 운영의 개선을 도모하고, 의원의 징계사실이 차기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Ⅴ. 맺으며
일본의 의회는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의회의 혼란을 거쳤고 지금은 위원회의 활동과 의회의 운영에서 의안의 강행처리와 난투국회의 모습은 사라졌다. 우리 국회도 의안의 강행처리와 의사절차방해, 국회 내에서의 폭언ㆍ폭행을 막기 위하여 제도적인 검토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태껏 국회의 자율권을 강조하기보다, 법의 내용에 대하여는 위헌법률심판에 맡기고, 의사절차의 하자를 국회의원 스스로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국회의 자율권’의 범위내에서 원만한 의사결정을 하는 의정경험이 아직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이것은 우리가 국회의 자율권보다는 헌법재판소의 심판권한을 우위로 보거나 국회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신뢰받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에서 실제로 의원의 심의ㆍ표결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인용결정의 사례는 있으나, 그 의사결정을 무효로 한 주문이 결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즉 의회에서 강행통과와 의사방해 그리고 이어지는 권한쟁의심판으로 통해서, 국회가 국민들의 신뢰의 얻고 국회 의사결정에서 소기를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용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감을 얻게 되고, 행정부와 사법부로부터의 개입 여지는 없어진다. 그러면 진정한 국회의 자율권이 확보될 것이다. 본문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특히 일본 등의 의회의 자율권의 모습과 우리나라의 국회의 자율권을 설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 자율권이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제약받고 있으나, 그 제약도 국회의 의사결정을 무효에까지 이른 사례가 없음을 설명하였다. 의사결정을 무효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헌법재판소법의 권한쟁의심판의 규정의 일부 개혁론도 제시하였다.
국회의 관련 규정의 변화를 통한 내부 의회 통제를 강화하고, 나아가 선거를 통한 국회와 의원에 대한 정치적 책임추궁에 의해 합리적이고 모범적인 국회 모습이 확립되는 날을 기대한다. 앞으로도 ‘국회의 자율권’의 사법적 제약과 그 한계에 대한 규범적, 현상학적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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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大判昭和26.4.28民集5巻5号336頁, 最大判昭和28.1.16民集7巻1号12頁
最大判昭和37.3.7民集16巻3号445頁
東京地裁昭和37. 1.22刑3分判決(公務執行妨害被告事件)
<Abstract>
A Study on the Judicial Limitation of Congressional Self-Governance*
Son, Hueung-Soeb**
There were many physical conflicts in The 18th National Assembly, which were in the violation of law. That occurred to the Question, how to respond to Parliamentarism and the review the Constitutional Court. It have correlation with the autonomy of the National Assembly. the autonomy of the National Assembly solves the internal matters without the interference of other organizations. Even though, the autonomy of Assembly means autonomy from the King at age, the modern Autonomy of Assembly based on the principle of separate powers between executive and legislative authority. But, the power of National Assembly has been limited by executive power, judical power. In this article, I study and present its judicial limitations of "autonomy" of the National Assembly in the separation of powers between the National Assembly and the Constitutional court.
In Japan, the autonomy has been recognized as an autonomy organization, operating autonomy of Diet. Currently the Japanese Constitution has been established the very height of autonomy. Japan have bicameral legislature. From 1945 until the 1970s, the Japan National Diet does not comply with the fair proceedings, Therefore, the issue of this National Diet should be solutions that and contribute autonomy. National Diet eventually has established the autonomy of Assembly.
But, today's Congressional Self-Governance is within the scope of the Constitution and would mean on the basis of separate powers, Limitations of autonomy of Assembly. The National Assembly obtain confidence from the people, and then, true autonomy of the Assembly will be ensured. When Majority or Minority infringe an proceedings of National assembly, they would appeal to constitutional law on competence disputes. However, It could not be to get the invalidity of the decision-making according to all case. we should solve internal discipline procedures in the national assembly, develop the National assembly democracy by election administration and Congressional reform as the political responsibility of the people and so on.
Key words: Congressional Self-Governance, the autonomy of National Assembly, separation of powers, Competence disputes, administrative autonomy, rules aut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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