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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십륜경 제3권
5. 상륜품(相輪品)
[거란본에는 증상품(證相品)으로 되어 있다.]
그때에 천장(天藏)이라는 대범천(大梵天)이 있었는데 오래도록 선근(善根)을 심어 제10지(地)에 머물러 있었으니, 그는 큰 보살마하살이었다.
이때 대중들 가운데 있던 천장 대범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지금 머리 숙여
끝없는 공덕해(功德海)에게 여쭙나니
원컨대 들어 주시어
모든 의혹 끊어 주소서.
공덕 지니기를 목마르게 바라오니
법이 맛 중에 가장 으뜸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제일의 이치
중생들은 다 함께 듣기를 원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 천장 대범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물어보라. 여래 세존께서는 그대 물음에 따라 대답하여 그대를 기쁘게 해주고 일찍이 없었던 일을 증득하게 하리라.”
천장 대범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또 게송으로 여쭈었다.
지혜로써 선정(禪定)을 닦는 이는
편안하게 머물러 방일(放逸)하지 않나니
제일가는 이치에 머물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생사(生死)에 머물기 위함입니까?
부지런히 닦고 외워 익히면
번뇌 바다를 건널 수 있으니
불퇴의 경지 증득하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악취로 떨어지기 위함입니까?
항상 부지런히 권유하고 교화함은
열반의 경지에 나아가기 위함입니까?
생사 속에 헤매면서
악취에 떨어지기 위함입니까?
지혜로운 찰리(刹利)의 종자가
열 가지 수레[輪]에 의지한 것은
생사에 살고자 함입니까?
아니면 불도(佛道)를 이루기 위함입니까?
마음속의 혼탁함 조복(調伏)하기 어렵고
번뇌로 몹시도 산란하니
무엇으로 그 마음 깨끗이 하여
선정과 독송[禪誦]의 업을 권유하고 교화하겠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천장 대범(天藏大梵)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 질문 참으로 순수하고 착하구나. 그대는 이미 모든 행(行)을 원만하게 구족하였고,
과거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의 처소에서 세 가지 업적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어 선정을 닦았으며,
언제나 부지런히 경전을 독송하였고 승려의 일을 경영하고 다스려서 불법을 불길처럼 융성하게 하였고,
삼보(三寶)를 큰 기둥과 들보처럼 건립(建立)하였느니라.
또 많은 사람들과 한량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여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선남자야, 위의(威儀)에 의지하는 큰 기별론(記莂論)이 있다.
이것은 과거 여러 부처님께서 연설하셨던 신통(神通)으로 거기에 주지(住持)하셨나니,
그 이름이 여래께서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함이요,
중생들로 하여금 생사의 법을 싫어하여 여의게 하고 모든 번뇌와 병을 소멸시키기 위함이며,
3승(乘)의 도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니라.
또 시방과 나아가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현재의 여러 부처님께서도 또한 위의에 의지하는 큰 기별론을 설하셨으니,
모든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해서이며,
그들로 하여금 생사의 법을 싫어하여 여의게 하기 위해서이고,
모든 중생들이 여러 가지 번뇌는 빨리 소멸하게 하기 위해 3승의 도과(道果)를 원만하게 증득하고 바른 법에 머물러 의지하게 하기 위함이니라.
그대는 과거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것이지만,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위의에 의지하는 큰 기별론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으니,
모든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해서요,
그들로 하여금 생사의 법을 싫어하여 여의게 하기 위해서이며,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기 위해요 3승의 법을 원만하게 증득하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그러므로 대범(大梵)아, 그대는 마땅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고 기억하도록 하라.”
천장 대범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열 가지 불선(不善)한 법륜에 의지하면 욕계의 선정을 구족(具足)하지 못하며,
또한 욕계의 선근도 구족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색계와 무색계의 모든 선정을 성취하는 일이겠는가? 또한 3승의 법과 그 밖의 모든 선도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선정을 닦고자 하되 선정을 닦을 만한 모든 일을 구족하지 못함이요,
계율을 파괴하고자 하여 악한 법을 성취함이며,
뒤바뀐 견해를 내고 길한 모습[吉相]에 집착함이요,
악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현성(賢聖)을 따르지 않으며,
여러 가지 감각 기관이 경조(輕懆)하여 조그마한 선근도 구족하지 못함이며,
입만 열면 이간하는 말을 하여 서로 싸움을 붙여 혼란한 모습을 매우 좋아함이요,
추악한 말을 하여 항상 욕하고 꾸짖는 것이며,
달콤한 말로 남을 유혹하고 거짓말을 좋아함이요,
탐욕과 질투심을 내어 다른 이가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언제나 질투하는 것이며,
모든 중생들이 괴로워하고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있고, 크게 삿된 견해를 일으켜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없다고 설법하는 것이니라.
천장 대범아, 이 열 가지를 빠짐없이 구족하면, 선정을 닦고자 해도 욕계의 조그마한 선행(善行)조차도 성취할 수 없거늘, 하물며 색계(色界)나 무색계(無色界)의 선근(善根)과 3승의 선한 법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대범아, 또 열 가지가 있으니,
그 중 어느 하나라도 행하면 선정을 성취할 수 없느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기예(伎藝)를 즐겨 집착함이요,
언설(言說)을 즐겨 집착함이요,
잠자기를 매우 좋아함이요,
갖가지 이익을 구하는 것이며,
아름다운 색깔을 탐하고 집착함이요,
좋은 냄새를 즐겨 집착함이며,
여러 가지 좋은 맛을 즐겨 집착함이요,
아름다운 음성을 즐겨 집착하는 것이며,
부드러운 감촉을 즐겨 집착하는 것이요,
각관(覺觀:尋何)을 즐겨 집착하는 것이니라.
대범아, 이것을 열 가지라 하지만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따르게 되면 선정을 성취할 수 없느니라.
설령 성취했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가서 다시 잃게 되어 마침내는 선정을 성취할 수 없고,
다만 신도[檀越]의 보시를 받고 그 이익을 추구한 것 때문에 마음에 온갖 나쁜 법을 일으켜 여러 찰리왕의 권속으로 있으면서 갖가지 허물과 죄를 짓거나 다른 이에게 꾸짖음과 욕설을 들으며, 혹은 매를 맞거나 사지를 끊기는 일을 당하느니라.
또는 큰 죄를 저질러서 오래도록 갖가지 고통을 받기도 하고,
또 질병이 생겨 죽게 되면 반드시 악취에 떨어지며,
심지어는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들어가게 되리니,
비유컨대 마치 아란가란(阿蘭迦蘭)과 울두람불(鬱頭藍弗)ㆍ질수(蛭數)ㆍ구가리(拘迦梨:調達의 제자)ㆍ제바달다(提婆達多:調達)와 같이 되느니라.
이와 같은 무리는 선정을 헐뜯고 무너뜨리므로 마침내는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크고 무거운 죄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희들의 말을 듣고 청정한 비구에게 제일 좋은 평상[床]과 자리ㆍ침구[臥具]ㆍ음식ㆍ반찬 등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모든 중생들의 질병을 없애 주리라.
왜냐하면 선정에 들어 있는 비구가 여러 가지 필수품이 없거나 부족하면, 모든 마음의 작용이 많이 일어나서 산란해지고 여러 가지 악한 일만 기억하게 되어 선정을 성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죄의 대가를 받기까지 하느니라.
만일 여러 가지 필수품을 만족하게 갖추고 모든 선정을 닦으면, 쉽게 성취할 뿐만 아니라 마음이 전일(專一)하게 되어 이미 이룬 삼매도 더욱 증장하며,
모든 착하지 못한 각관과 산란한 마음까지 모두 다 알 수 있어서 그러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열반으로 향하여 피안(彼岸)에 이르게 될 것이요,
만약 선정에 들어 성취하지 못한 이라 할지라도 초저녁에서부터 밤중을 거쳐 새벽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부지런히 닦고 익혀서 시끄러움을 멀리 여의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며, 모든 번뇌를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탐욕ㆍ진에(瞋恚)ㆍ교만(憍慢)ㆍ뽐냄[貢高]ㆍ이간하는 말[兩舌]ㆍ악한 말[惡口]ㆍ거짓말[妄語] 등 이와 같은 따위를 모두 멀리 여의고,
마땅히 제석천ㆍ범천ㆍ사천왕 등 백천 나유타만큼 많은 공양과 공경을 받게 될 것이다.
하물며 저 바라문ㆍ찰리(刹利:刹帝利)ㆍ거사(居士)ㆍ비사(毗舍)ㆍ수타(首陀) 등이 바치는 공양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정 닦아야 모든 번뇌 소멸하리니
다른 업(業)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네.
그러므로 선정이 제일가는 일
지혜로운 이들이 마땅히 공양하리라.
그때 천장 대범(天藏大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비구가 선정을 닦는 자가 있으면 찰제리나 그의 대신들이 벌을 가하거나 매를 때리는 일에서부터 나아가 그의 손발을 벨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약 모든 비구가 불법을 수행하기 위하여 출가하여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으면, 모든 천인(天人)과 아수라들이 그를 공양할 것이요,
만약 계율을 보호하고 지키면 당연히 벌을 가하거나, 구속하여 감옥에 가두거나, 그의 손발을 자르지 못할 것이요, 더구나 목숨을 빼앗는 그러한 일은 없으리라.
왜냐하면 많이 듣고 계율을 잘 지키는 이를 제외하고,
만약 내 법 가운데 출가한 이로서 계율을 파괴하는 어떤 비구가 여러 가지 악한 일을 성취하여 썩어 무너진 것 같거나,
바라문이 아니면서 스스로 바라문이라고 말하거나,
또는 깨끗한 수행이 아닌데도 깨끗한 수행이라 말하며,
성인의 도과(道果)의 증득을 잃어버리고 떨어뜨리며,
여러 가지 번뇌 때문에 그 번뇌[結使]를 견딜 수 없어하거나 번뇌 때문에 무너지고,
또 계율을 깨뜨리고 여러 가지 악한 일을 하는 비구라 할지라도,
능히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에게 한량없이 많은 공덕과 귀중한 보배[珍寶]의 창고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며,
나를 의지하여 출가한 자에게는 중생들이 마땅히 열 가지 뛰어난 생각을 내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복덕을 얻으리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나를 의지하여 출가한 어떤 중생이 부처님을 기억하는 생각을 내게 되면,
이와 같이 깨끗한 마음으로 환희하는 인연 때문에 모든 다른 외도들이나 그들의 경전을 믿지 않을 것이요,
만일 그러한 것들을 볼 때엔 곧바로 성인의 계율을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살생ㆍ도둑질ㆍ삿된 음행ㆍ거짓말에서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 일까지 모두 다 끊어버리고 열반의 성에 들어가게 되느니라.
나를 의지하여 출가한 사람을 보면 마땅히 시주할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그는 장차 오는 세상에 한량없는 재물을 쌓아 부자가 되고,
잘 가고 잘 향하여 특별하고 훌륭한 것으로 공양하고 언제나 넉넉하게 모든 물질을 공급할 것이요,
나아가 두려움 없는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갈 것이다.
또 부처님 법에 의지하여 출가한 사람을 보면,
부드럽게 서로 화합하고 바탕이 정직하며,
항상 인욕을 행하고 성급한 생각을 내지 않으며,
마음에 광란(狂亂)함이 없고 바른 법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언제나 한가하고 고요한 아련야(阿練若)를 좋아하고 나아가 두려움 없는 열반의 성에 들어가게 되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계율을 깨뜨리고 법 아닌 것을 행하며 악한 행동을 하는,
이와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마땅히 함께 부드러운 말을 하고 나아가 그의 발에 예를 올리기까지 하나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이 사람은 다음 생에 존귀한 가문에 태어나 큰 세력을 지니게 되어 항상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되며, 마침내 열반의 성에 들어가게 되리라.
천장 대범아, 만약 나의 법에 의지하여 출가한 사람이 악한 행위를 하면,
이 비구는 봉사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또 사문(沙門)이 아니면서 자칭 사문이라 하고 범행(梵行)이 아닌 것을 자칭 범행이라고 하며,
물러나고 타락하여 모든 번뇌 때문에 패망하거나 무너지는 등 이와 같은 비구가 악한 법을 행하더라도,
오히려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에게 여러 가지 착한 법과 공덕의 창고를 열어 보이느니라.
이와 같은 이가 선지식(善知識)이 되어 비록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 모르더라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으면,
이러한 인연으로 능히 중생을 위하여 선근을 증장시키며, 여러 천인(天人)들에게 훌륭한 도를 열어 보이리라.
이 때문에 나를 의지하여 출가한 비구가 만약 계율을 잘 지키거나 혹은 계율을 깨뜨리더라도,
나는 전륜성왕이나 대신, 또는 그의 재상이 그들을 벌하거나 구속하여두거나 회초리로 체벌을 가하거나 수족을 자르거나, 나아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모두 허락하지 않겠거늘, 하물며 또 다른 가벼운 범죄와 조그마한 행동의 잘못으로 계율을 파괴한 비구이겠느냐?
이와 같이 비록 죽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사람이 지켰던 계율이 남긴 힘은 마치 우황(牛黃)과 같으니, 비록 이 소는 죽더라도 사람들은 그 소를 일부러 취하며,
또 사향(麝香)과도 같으니, 사향노루는 죽은 뒤에 긴요하게 쓰임이 있어 모든 중생들에게 큰 이익을 주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악한 짓을 하는 비구가 비록 금지하는 계율을 범했다 하더라도, 그 계율의 세력은 오히려 한량없는 천인(天人)들을 이익 되게 하느니라.
비유하면 장사하는 나그네가 큰 바다에 들어가 한량없는 중생들의 생명을 죽이고, 그 눈을 뽑아 아마나(阿摩那) 열매를 함께 넣고 찧어 체로 쳐서 서로 잘 섞어 보배의 약[寶藥]을 만드는 것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장님이 되어 볼 수 없거나 또는 태어나면서부터 봉사가 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보배의 약을 바르기만 하면 그 눈병이 모두 사라져 밝고 맑은 눈을 회복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만약 모든 비구가 비록 금지하는 계율을 깨뜨리고 갖가지 악한 일을 지었기에 불법 가운데에서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 하더라도,
이 사람 또한 다른 중생들로 하여금 깨끗하고 지혜로운 법안(法眼)을 얻게 하리니,
능히 보는 자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다시 열어 보이고 여러 가지 법을 설해주는 자이겠느냐?
대범(大梵)아, 비유컨대 향을 피우면 비록 향의 실체는 없어지더라도 그 향내는 다른 것에 흠뻑 배어드는 것처럼,
계율을 파괴한 비구 또한 이와 같아서,
스스로는 악도에 떨어지나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善根)을 증장하게 하느니라.
악한 행위를 한 비구나 태워야 할 대상을 믿지 않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3악취(惡趣)에 떨어지게 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하고 또한 열반의 도를 열어 보이느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모든 속인[白衣]들은 마땅히 그를 침략하고 헐뜯거나 경멸할 수 없으며,
계율을 깨뜨린 비구일지라도 모두 마땅히 수호하고 존중하여 공양할 것이니라.
나는 또 그 비구에게 벌을 가하거나 구속하여 가두거나 나아가 그 목숨을 빼앗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다만 사방에 많은 승려들이 포살(布薩)을 하거나, 자자(自恣)할 때에 그를 쫓아내게 하여 법의 일[法事]을 함께하지 못하게 할 것이며,
3세(世)에 승려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음식ㆍ자리 등의 도구를 그가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갈마(羯磨)와 계율을 설하는 곳에서 그들을 모두 쫓아내어 대중 속에 함께 있게 하지 않겠지만,
왕이나 왕의 대신들이 매를 때리거나 그 몸을 구속하여 가두거나 벌을 가하거나, 나아가 목숨을 빼앗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첨복화(瞻蔔華)가 비록 시들어도
다른 꽃보다 나은 것처럼
계율 깨뜨린 모든 비구도
여러 외도보다는 그래도 낫느니라.
또 천장 대범아, 5역죄(逆罪)가 있으니, 그 죄악은 가장 크니라.
무엇이 5역죄인가?
고의로 부모와 아라한을 죽이는 것이요, 성문이나 승려들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이며,
나아가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들을 5역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이 5역죄 중에 어느 하나라도 지으면, 그는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없고,
만약 이런 사람에게 출가를 허락하면 곧 무거운 죄를 범하는 것이니, 마땅히 쫓아내야 하리라.
그러나 그런 이에게는 그래도 출가한 위의(威儀)가 있으므로 회초리로 치거나 몸을 묶어 가두어서는 안 되느니라.
또 네 가지 큰 죄가 있으니, 4역죄와 같으며 그 또한 근본을 범하는 죄이니라.
무엇이 네 가지인가?
벽지불(辟支佛)을 살해하는 것이니 이것을 생명을 죽이는 근본죄라 하고,
아라한이 된 비구니를 간음하는 것이니 이것을 삿된 음행을 범한 근본죄라고 하며,
어떤 사람이 부처와 법ㆍ승단에게 재물을 희사하였는데 시주물을 관장하는 사람이 문득 취하여 써버리는 것이니 이것을 도적질을 범한 근본죄라 하고,
어떤 사람이 뒤바뀐 소견으로 비구승을 파괴하는 것이니 이것을 승려를 파괴하는 죄를 범한 근본죄라고 하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네 가지 근본죄 가운데 하나만 범하여도, 나는 그들에게 불법을 수행하기 위하여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요,
가령 출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구족계(具足戒)를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구족계를 받았으면 마땅히 쫓아낼 것이다.
그러나 출가를 하여 위의법(威儀法)이 있기 때문에 마땅히 회초리로 매질하거나 몸을 구속하여 가두거나 그의 생명을 빼앗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라.
이러한 것은 모두 근본죄를 범한 것이면서 거스르는 죄가 아닌 것이기도 하고,
근본죄이면서 또한 거스르는 죄이기도 하며, 거스르는 죄이면서 근본죄는 아니기도 하고,
근본죄도 아니고 또한 거스르는 죄도 아닌 것이기도 하느니라.
어떤 것이 거스르는 죄도 되고 또한 근본죄도 되는 것인가?
만일 어떤 이가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4제(諦)의 도를 깨달은 이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니, 이것을 일러 거스르는 죄도 되고 근본죄도 된다고 하며,
이와 같은 중생은 나의 계율 가운데서 쫓아내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근본죄이기는 하지만 거스르는 죄는 되지 않는 것인가?
만일 어떤 사람이 나의 법 가운데 출가하였으나 그도 또한 범부 중생이기 때문에 산목숨을 살해하거나, 혹은 독약을 주어 낙태(落胎)를 시킨다.
이것을 일러 근본죄이기는 되지만 거스르는 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며,
이러한 사람에게는 사방에서 승려에게 주는 물건과 음식ㆍ자리 등의 도구를 주거나 함께 이익을 나누게 할 수 없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불(佛)ㆍ법(法)ㆍ승(僧)에 대하여 의심을 내거나,
이 가운데 출가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이 부처님 말고 또 다른 부처가 있다’고 하거나,
혹은 갖가지 길한 형상에 대하여 의혹하는 마음을 내는 이가 있고,
또 어떤 사람이 모든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에 대하여 의혹을 일으키거나,
성문ㆍ벽지불 나아가 대승(大乘:菩薩)들에 대하여 비방하고,
허물과 악한 생각을 내어 다른 사람이 경전이나 하나의 게송조차도 읽고 외우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기억하기 어렵게 하는 것을 일러,
근본죄도 아니고 거스르는 죄도 아니라고 한다.
이것을 일러 아주 악한 죄로서 거스르는 죄에 가깝다고 하나니,
이러한 중생은 만약 참회하여 그 죄업의 근본을 제거하지 않으면, 끝내 불법에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설령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자라 하더라도 당연히 쫓아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바른 법을 믿지 않고 3승(乘)을 훼방하며 바른 법안(法眼)을 무너뜨려 법의 등불을 끄고 삼보의 종자를 끊어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며,
인천(人天)을 감손(減損)하고 아무런 이익이 없으며 죽은 뒤에는 악취에 떨어지나니,
이러한 두 종류의 사람을 일컬어 바른 법을 비방하고 성현을 헐뜯어 지옥의 겁수(劫壽)가 증장한다고 하나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악업을 지은 사람을 근본대중죄(根本大重罪)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불위의근본법(不威儀根本法)이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고의로 음행을 하면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요,
고의로 범부를 살해하면 근본법을 범하는 것이며,
삼보(三寶)의 물건을 제외하고 자기에게 주지 않는 그 밖의 물건을 취하면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요,
일부러 거짓말을 하면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 네 가지 근본죄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범하였다면, 모든 비구들이 하는 일에 참여할 수 없고, 사방에서 승가에게 주는 시주물과 음식ㆍ침구를 함께 받아 쓸 수 없느니라.
그러나 그를 제왕(帝王)이나 그의 대신, 또는 모든 관리들이 그에게 매를 때리거나 그 몸을 구속하여 가두거나 형벌을 가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모두 하지 못하게 하리니,
이것을 근본죄의 체성(體性)의 모습이라 하느니라.
무엇 때문에 이것을 근본중죄(根本重罪)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악취에 떨어지며,
이와 같은 행위를 하면 이는 곧 악취에 들어가는 근본이 되기 때문에 근본죄라고 하느니라.
비유컨대 쇳덩어리를 공중으로 던져 올리면 그것은 잠시도 공중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5역죄를 범하거나 네 가지 중죄를 범한 두 종류의 중생과, 바른 법을 헐뜯고 무너뜨리거나 현성(賢聖)을 비방하는 이와 같은 열한 가지의 죄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범하였다면,
그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진 뒤에 모두 아비지옥에 떨어지느니라.
그러므로 거스르는 죄업을 지었거나 근본중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모두 출가(出家)를 허락하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거스르는 죄를 지은 그런 사람들은 현재의 몸으로는 끝내 모든 번뇌의 결박을 다 끊고 선정을 성취할 수 없거늘, 하물며 결정된 보살의 경지에 뛰어오를 수 있겠느냐?
이 사람은 목숨이 다한 뒤에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지거나 악취의 고통을 받느니라.
만약 어떤 족성(族姓)의 남녀(男女)가 깊이 믿는 마음으로 불법에 귀의하여 혹은 성문이나 벽지불로 나아가고 혹은 대승으로 나아가며,
나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지극한 신심으로 근본 네 가지 중죄 등에 대한 계율을 보호하고 지키며,
언제나 부지런히 쉬지 않고 용맹하게 정진하면,
날마다 모든 인비인(人非人) 등의 보호를 받고 마침내 인천(人天)의 공양을 헛되이 받지 않고 3승 가운데서 즐겨 바라는 대로 따르나니,
왜냐하면 굳은 의지로 해탈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마침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을지언정 끝내 훼범(毁犯)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세 종류의 중생들은 모두가 열반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하여 그 인(因)을 수행하기 때문에,
세존에게 의지하고 경률(經律)을 의지하며, 성문과 나의 올바른 제자들에게 의지하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네 가지 엄중하게 금지하는 법을 범한다면 그는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내가 모든 것이 덧없고[無常] 괴로움이며[苦], 공(空)하고 나라는 것이 없다[無我]는 매우 깊은 법상(法相)을 나타내 보여서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며,
해탈법(解脫法)과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戒律)와 이와 같은 경론(經論)과 여러 가지 선정에 대하여 설해 주어도, 그들은 모두 눈이 없어 깨달을 수 없고 계율을 깨뜨리고 물러나 사라져서 3악취에 떨어지느니라.
만일 어떤 족성의 남녀가 이 바라제목차의 청정한 법 가운데에서 근본죄를 범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나는 곧 그의 세존이요 그는 곧 나의 제자이니 내 말에 순종하고 잘 따라서 불법에 편안히 머물 것이요,
그가 하는 것마다 모두 성취하며, 계율을 지키는 몸과 여러 가지 착한 법을 편안히 세우고 또한 잘 건립하여 천인(天人)을 크게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모든 성문과 벽지불승, 나아가 대승까지를 다 구족하게 하여 모두 거기에 잘 머물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근본 계율은 모든 바른 법과 유루(有漏)ㆍ무루(無漏) 등 법을 수호하나니, 모두가 이것으로 인하여 성립하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이것을 계율의 근본이라고 하느니라.
비유컨대 땅에 의지하여 모든 만물과 온갖 풀ㆍ약초ㆍ곡식이 나서 자라는 것처럼,
네 가지 근본 계율을 잘 배우면 모든 선한 법[善法]이 다 거기에 의지하여 생겨나느니라.
비유컨대 대지를 의지해서 모든 산을 비롯하여 나아가 철위(鐵圍)ㆍ대철위(大鐵圍)ㆍ수미산왕(須彌山王)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네 가지 근본 계율을 잘 이해하여 알면 성문ㆍ벽지불승과 나아가 최상의 대승(大乘)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게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비유컨대 모든 만물이 대지를 의지해서 머무는 것처럼,
이렇게 네 가지 근본 계율을 잘 배우면 선정ㆍ해탈(解脫)ㆍ총지(摠持)로부터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것으로 인하여 성취하느니라.
비유컨대 대지는 깨끗하고 더러운 물건을 모두 싣고 있는 것처럼,
족성의 남녀들도 이와 같아서,
네 가지 근본 계율을 잘 배우면,
계율을 지키거나 계율을 무너뜨리거나 법기(法器)거나 법기가 아니거나 간에,
그에 대하여 모두 다 만족하고 진리를 스스로 관찰하여 자신의 단점을 나무라지도 않고 스스로 뽐내지도 않으며,
또한 남을 헐뜯지도 않아서 모든 선한 법이 생겨나는, 섬이 되는 것이 마치 대지와 같아 모든 중생이 의지하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족성 남녀들이 네 가지 근본 계율을 잘 닦고 배우면,
모든 여래께서 설하신 경론(經論)에 대하여 모두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어 기쁘게 받아 지니고 갖가지 그릇된 법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도 다 이 4섭법(攝法)에 의지하여 저절로 살아가게 되느니라.”
그때에 존자 우바리(優波離)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법기거나 법기가 아니거나 간에 모두 비방하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 미래 세상에 모든 사람이 악한 행위를 할 때 이와 같은 비구들은 스스로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이라 하고 깨끗한 행위[梵行]도 아니면서 깨끗한 행위라고 한다면,
이때에는 어떻게 그 잘못된 마음을 꾸짖을 것이며 어떻게 쫓아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속인들이 비구를 꾸짖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
또 열 가지 그릇된 법이 있으니,
이렇게 꾸짖으면 곧 큰 죄를 짓게 되는데,
무엇이 열 가지인가?
만약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국왕의 앞에서 꾸짖는 것이니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바라문 대중 앞에서 꾸짖는 것도 또한 그릇된 법이라 하느니라.
만약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왕의 권속이나 여러 대신들 앞에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 하느니라.
또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속인들 앞에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고 하느니라.
또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부녀자나 어린아이 등의 앞에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 하느니라.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다른 승려나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는 사람 앞에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고 하느니라.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비구니가 모여 있는 앞에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 하느니라.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본래부터 원한을 품고 있거나 혐오하는 사람 앞에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 하느니라.
만약 화합하지 못한 승려를 진에(瞋恚)의 마음 때문에 서로 꾸짖으면 이것을 그릇된 법이라고 하느니라.
이러한 열 가지를 그릇된 법이라고 하나니,
파계한 승려라 하더라도 함부로 꾸짖어서는 안 되느니라.
가령 조그만 죄를 지은 것을 꾸짖는다 해도 나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요,
또 조금이라도 불법을 어긴 일이 있어서 꾸짖는다 하더라도 나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또 열 가지 그릇된 법이 있으니,
이 법을 저지른 비구를 꾸짖더라도 나는 마땅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외도들이 와서 비구를 꾸짖는 것이니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겠고,
계율을 잘 지키지 않는 속인[白衣]이, 거스르는 법을 범한 사람이, 바른 법을 비방하는 사람이, 성현을 헐뜯고 무너뜨리려는 사람이, 미친 마음을 일으킨 사람이, 마음이 산란한 사람이, 여러 천지와 사방의 승려ㆍ깨끗하게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 모든 금지하는 법을 범한 비구가,
다른 비구를 꾸짖거나 죄를 들추어 말하더라도 나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열 가지 그릇된 법으로 비구를 꾸짖는다고 하며, 나는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니라.
만일 어떤 비구가 여러 가지 악한 행동을 하고서도 승려들과 함께 살고 있다면,
청정한 비구가 위의(威儀)를 구족하고서 법답지 못한 곳에서는 절대로 행동하지 않고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고서 마땅히 승려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 올리며,
여러 악한 비구의 앞에서 말하기를,
‘내가 지금 그대의 죄를 거론하고 하니,
이것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며,
때에 맞는 것이지 때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며,
자비스런 마음으로 부드럽게 하는 말이며,
또한 불법이 오래도록 편안히 머물게 하기 위해서이며,
모든 불법이 불꽃처럼 치솟게 하기 위해서이니,
만약 내 말을 들어준다면 나는 마땅히 법대로 그대의 죄를 거론하겠지만,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마땅히 계율을 지키는 비구와 상좌 비구 등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말씀드릴 것이다’라고 하고서.
‘대덕이시여, 이 비구는 이와 같은 일을 범했으니 다섯 가지 법에 의해서 그의 죄를 거론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상좌 비구는 마땅히 이 말을 잘 살펴서 비니(毘尼:律)와 수다라(修多羅:經)에 기록된 대로 조사하여 마땅히 멸쟁법(滅諍法)으로써 법대로 제거하여 소멸하되,
만일 중한 죄를 범했으면 중하게 다스리고,
만약 중간쯤 되는 죄를 범했으면 중간으로 다스리며,
미세한 죄를 범했으면 미세하게 다스려 그들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해야 하느니라.”
우바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악향을 저지른 비구가 실제로 죄가 있는데도 속인의 모든 세력을 믿거나, 혹은 큰 부자의 재물의 힘을 믿거나, 많이 들은 힘을 믿거나, 말솜씨를 믿거나, 제자의 힘을 믿는 등 이와 같은 힘을 믿고,
여러 승려들과 마땅히 함께 화합하여 수다라를 가지고, 비니를 가지고, 계율을 잘 지키고 덕 있는 승려 하는 말은 취하지 않고 세력만을 사용한다면,
이런 것들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만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마땅히 국왕이나 그의 신하와 재상의 앞에 나아가 법대로 죄를 다스려야 하느니라.”
우바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악행을 저지른 비구가 만약 재물의 힘이나, 많이 들은 힘, 말 잘하는 힘으로 국왕이나 대신을 기쁘게 하여 비법을 저지른 무리의 편을 든다면 마땅히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바리야, 만약 일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면 마땅히 내버려 두어야 하겠지만,
만일 일이 이미 드러났으면 스님들은 마땅히 화합하여 속히 그를 쫓아내고 함께 머물지 말아야 하느니라.
우바리야, 비유컨대 귀리가 보리밭에 나서 섞여 있으면, 이삭과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사귀가 보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아직 이삭이 나오지 않아서 분별할 수 없을 때라면 농부는 우선 그대로 두겠지만,
이삭이 이미 나오고 나면 밭을 매는 농부는 뿌리째 뽑아버리나니,
왜냐하면 보리를 못 쓰게 만들까 두렵기 때문이니라.
우바리야, 이와 같이 계율을 깨뜨린 이와 악한 행위를 한 비구가, 만일 속인이나 여러 가지 세력을 믿고 스님들 가운데 함께 살고 있으면서 그 허물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때에는 사람들이 감히 꾸짖지 못하다가,
그 일이 드러나면 모든 하늘이 문득 나무라면서,
‘마땅히 승려들이 금지하여 제거하지 않았느냐’고 꾸짖으리니,
만일 악행을 저지른 비구가 있으면 여러 대중 스님들은 반드시 하루 빨리 서로 화합하여 함께 그를 쫓아내야 하느니라.
우바리야, 큰 바다가 죽은 시체를 그대로 담아 두지 않는 것처럼,
나의 성문 제자들이 계율을 깨뜨리고 아첨하는 악한 그런 사람들과는 마땅히 함께 살지 말아야 하는 것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만약 계율을 깨뜨린 비구가 찰리왕과 그를 보좌하는 여러 재상들과 무리를 이루어 비법을 저지르고도, 이런 비구가 곧 스스로 많이 들은 힘과 재물ㆍ큰 부자ㆍ말솜씨 등 이와 같은 힘을 믿고 마음대로 두려움 없이 억지로 승려들과 함께 산다면,
그때에 스님들 가운데서 부끄러워할 줄 알고 계를 잘 지키는 비구는 마음속에 의심되는 것이 있어도 마땅히 함께 다투지 말아야 하고,
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함께 작당을 해서도 안 되겠지만,
이같이 계율을 지닌 비구라면 국왕과 여러 대신들에게 좋게 말해서 다시 다른 나라로 가도록 해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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