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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거리
- 때: 2023년 9월 1일 (금) 6시 반
- 곳: 태복빌딩,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한 일 1) 서이초 선생님 기리기
2) 인디스쿨 이야기 듣기
3) 생각나누기: 서이초 선생님을 기리며 드는 생각과, 개학한 뒤 자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4) 선배님 이야기 듣기
2. 인디스쿨 이야기
인디스쿨 운영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10년 정도 운영진을 해오고 있다. 첫 번째 집회가 열린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인디스쿨이 집회를 맡게 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가 무산된 것. 교육부의 징계 결정은 집회를 하느냐, 하지 않는냐와는 무관한데 마치 집회를 하면 징계를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냈고, 집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비난했다. 온갖 징계를 각오하고,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집회를 추진하던 선생님들이 큰 상처를 받고 집회 준비를 멈췄다. 강경하게 목소리를 내고, 심하게 비판하던 사람들의 말이 일관성이 없을 때가 많아서 더 속상다. 지금은 집회 준비와 모금을 위해 '사람과 교육 연구소'가 나서주었다. 이제 집회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는 작아졌다.
3. 생각나누기
3.1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9월 4일 어떻게 하면 좋은지 선생님들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교감 선생님께 슬쩍 미리 말해보기도 했다. 9월에 교감선생님이 바뀐다. 교감선생님은 새로 가는 학교 선생님들의 복무를 걱정하시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새로온 교감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수업 준비를 조금 해 놓고, 학생들에게 못 온다 일러 두었다. 작은 학교라 남아있는 분들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3.2
40학급이 넘는 제법 큰 학교다. 학년 전체 병가, 학부모 재량휴일 찬성 다수, 체험학습 신청을 많이 해주셔서 지지 받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전교생 천명중 300명정도 등교) 아이 한명만 학교나오는 반이 있다. 그 아이 걱정에 마지막까지 마음아파하는 선생님 모습에 같이 마음아팠다. 처음부터 연가병가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동료들 덕에 이렇게 흘러간다. 학부모님 지지가 큰힘이 된다.
3.3
학교마다 가정통신문을 내면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일이 많다. 퇴임 앞둔 교장선생님은 임시휴업일 지정을 준비했다. 80프로 이상 지지를 얻었는데 지구회의에서 같은 행보를 요구 받고 재량휴일 지정을 물렸다.
오늘 부장회의를 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교감 선생님이 해주시기로 했다. 보결, 영상수업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아직 가정통신문을 안 내보냈는데 체험학습 쓰는 분들이 계신다. 우리학교는 각 교사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갈등이 있는 학교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
3.4
이 자리에 올 생각을 안하다 아침일찍 오기로 마음먹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요즘 학부모들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선생님들도 같은 말씀을 하신다. 지금 현장은 어떤지, 나는 현장에서 어떻게 원장노릇을 해야할지 배우고 듣고 싶다.
말 잘 듣게 하는 장치가 많다. 보조금이 끊기면 운영이 어렵고 선생님들이 힘들다. 전교조 시절 서울교대 '하늘까지 닫겠네'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조사가 나오던 기억이 있다. 어렵고 힘들어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원장을 하고 있다. 어렵던 시절을 지나왔다. 우리 선생님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3.5
재량휴일 엎어진 과정은 다 비슷하다. 2주간 너무 많은 회의를 했다. 그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분해서 악몽을 꾸기도 하고, 눈물도 흐른다. 9월4일 대비를 어떻게 할지 회의하는데 내려온 지침을 보면 교장교감이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있다. 연가나 병가를 전제로 안내장을 보낼 수도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 잠이 안 왔다. 오늘 다시 회의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알리자고 했다. 대처할 수 있게 안내장을 내보내게 되었다. 4교시 단축수업이 계획되었다. 주간안내를 고치면서 신이나더라. 우리가 방법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뭐라도 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제까지는 무기력한 내 처지가 나를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내가 학교를 제대로 책임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것을 보며 선생님들은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 걸 알겠다. 외부의 힘에 의해 꺽길 때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어떤 투쟁을 하더라도 우리가 연대를 끊지 않는 것이 제일 무서운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장 교감 욕하기보다 같이 힘내는 방법을 찾자.
▶ 9월 4일은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 목적일까?
▶ 취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혼란만 일으키는 게 방법일까?
▶ 교장교감과, 학부모와 싸우는 건 목표가 아니다.
▶ 교사가 마지막까지 걱정하는 건 아이들이다. 이걸 밖에서는 모른다.
3.6
학교가 읍 규모도시에 있다. 승진점수 따러 거쳐가는 지역, 권위적인 교장도 제법 많다. 그 와중에 우리학교는 아주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의사를 보였다. 선배교사들이 아름아름 교사들 마음을 모았다. 나는 49제 추모 뜻이 좋으나 아이들을 두고 나오는 것에 확신이 들진 않았다. 재량휴업을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교육감 서안문, 징계 방안 이야기로 번복되었다. 돌아선 교장선생님께 아쉽다. 솔직한 마음, 같은 연대의 마음을 보여주고 대책을 논의하기를 바랐지만 방어적이기만 했다. 부장단을 설득했다.
어제 교원 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선생님들 목소리가 별로 없다. 교감은 학부모님들 사정을 고려하라고 한다. 분노가 쌓여가고 있고 꼭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게 건강한 태도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공가를 썼다. 다른 날을 고려하라는 말씀이 돌아왔다. 승인해야한다는 규정으로 답장을 했다. 교감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예약근거자료를 첨부하고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승인은 교장교감의 선택으로 넘겼다.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건강검진을 갈 예정이다. 가정통신문도 어제 늦게서야 내보냈고 오늘 갑자기 학습지며 줌이며 준비하라고 하는 통에 정신없었다.
▶ 재량휴일을 결정하지 못할때 관리자가 어떻게 말씀하셔야 하는 지 생각하게 된다. 자기를 보호하려는 말을 앞세우는 것이 상처였다. 미안하다는 말씀이 듣고 싶었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소용없는 일인듯 깍아 내리는 것이 싫었다.
▶ 부장의 책무, 필수 인력 따위를 따지는 것에 실망했다.
3.7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는 교장선생님이셨다. 재량휴업을 결정하고 싶어 했지만 교장선생님이 걱정되는 마음을 내보이셨다. 4교시 단축수업, 안내장 내보내기로 애초에 결정했다. 학부모회에서 오후 시간을 맡아주시기로 했다. 교장교감의 태도는 이래야 한다. 피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전체회의를 안하려는 학교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3.8
강남서초에 있다. 우리학교에 서이초 그 교실을 쓰던 선생님도 있다. 40 학급이 넘는 큰 학교인데 업무 단톡방에 7월 소식이 들린 후 멈춤의 날에 모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모두 힘들었나보다. 재량휴일을 결정했는데 번복되었다. 학부모 설문도 못했다. 인근 학교에 결과가 안 좋았던 얘기가 있었다. 교장샘이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라 그래도 다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아이학교는 재량휴일 지정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어제 저녁 취소 문자가 왔다. 학부모 민원과 교육부 지침이 까닭이다. 담임이 바뀐다는데 체험학습을 부랴부랴 내는 것이 신경쓰였다. 오늘 가정통신문이 왔다. 11시 20분에 하교한다고 한다.
3.9.1.
학교는 갈등을 겪지는 않았지만 나는 마음이 힘들었다. 우리학교는 교육이 교사의 책임이 아니다. 학부모와 함께해서 행복하다. 동료교사, 학생, 마을이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공동체가 힘들었다. 내 둘래에는 어려움을 뚫고 참여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우리는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을 찾았다. 내가 병가 쓰는 친구들에게 힘을 싣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내가 한 선택이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학교에서 공동체의 힘을 믿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벽을 치려고 하는 걸 봤다. 안타까웠다.
3.9.2.
교장선생님은 교사 각자가 겪게 될 어려움도 걱정이지만 학교 공동체가 흔들릴까봐 걱정하셨다. 9월 2일 학부모, 학생들과 모두 집회에 간다. 공동체가 서로 대립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9월 4일은 4교시 단축수업이다. 학부모님이 3, 4교시에 아이들을 돌보신다. 서이초에서 선생님들과 추모할 생각이다. 나름대로 그날 마음을 모을 궁리를 한다.
학부모님들은 '먼저 알아채지 못해 미안하다. 뭐든 하겠다. 삭발이라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아이들도 함께 갈 수 있나? 그럼 수업에 이야기를 좀 나눠주실 수 있나? 9월 4일에도 선생님들 조퇴하면 학교에서도 추모행사를 하면 좋겠다.' 하신다.
4. 선배님 이야기 듣기
지난 집회 후 연락이 왔다. 중등 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 외국언론사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영문으로 글을 다듬고 50개 언론사에 모두 알렸다. 문장 하나하나 검토하고 다듬었다.
전교조 시작할 때 4만명이 시작했는데 1527명이 해직되었다. 그 때도 같은 방법을 썼다. 주변 지인들을 설득하고, 조사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많았다. 예전에는 초등 선생님 규모가 작았다.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교사의 몫이라 여겼던 선생님들이 많으셨는데 지금은 초등 선생님들이 너무나 절박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서이초 선생님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러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두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나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선생님을 괴롭힌 사람들은 결국 권력자들이라고 추측된다. 권력자들로부터 가장 직접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초등 선생님들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 초등 선생님들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이렇게 나선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법이 잘 정돈되어서 연가 병가 공가로 선생님들께 피해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장 책임으로 되어 있어서 교장 교감을 흔드는 거라고 봐도 좋다. 그러니 좋은 교장선생님은 다치지 않게 지켜는게 맞다. 다만 법이 바뀌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다. 아주 긴 싸움이 될 거니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다. 과격한 목소리를 낸다고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지지한다. 지금 그 지지가 아주 세다고 생각한다. 집회 시간을 4시 30분으로 계획한 것은 철저히 법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순수한 의도를 가진 선생님들을 건드렸다.
이번 집회로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교장교감 선생님이나 동료를 대할 때 여유를 갖자. 지금까지 잘해왔다. 누구도 방학중 토요일에 뜨거운 아스팔트 속에 나가기 어렵다.
5. 더 나눈 이야기들
▶ 병가를 내며 결재하는 교장교감선생님께 죄송했다. 교육감 권한인데 경기 교육감이나 교육부 장관이 걱정이다.
▶ 그들의 목적은 우리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대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막고 교육을 생각한다고 볼 수 없다. 뭉치는 걸 막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 같다. 편을 가르면 놀아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우리의 연대다.
▶ 학교 공동체가 잘 살아있는 것,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면서도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릴 때인 것 같다. 오히려 상처는 아닐까? 그러니 우선 교사 공동체를 잘 꾸리자는 이야기를 나눈다.
▶ 지금 급한 것은 시스템을 바꾸는 일! 그러나 이 일이 잘 마무리 되고 나면 우리의 성찰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 교사의 모습도 돌아보자. 아이스크림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가 50%를 넘는다는 말을 듣고 많이 실망했다.
▶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더니 선생님이 답장을 주셨다. 동참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씀하신다. 체험학습 신청서마저 선생님들께 응원이 된다.
▶ 오늘 화나고 속상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리라 생각했다. 학교마다 너무나 다른 사정에도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 앞에 인디스쿨이 있었다. 모두 위로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 사실 외신 기자들은 이해를 못한다. 왜죽나? 학부모는 어떻게 생각하나? 학부모들이 왜 가만있나? 여러 정황이 있는데 가해 당사자들은 왜 그냥 두나? 하고 질문한다.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교장, 교감, 교무, 실무사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한 것이 1호 조치였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
▶ 교사는 안 뭉친다, 모래알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깨지고 있는 것이 놀랍다.
▶ 징계받는 것 보다 변화가 없는 것이 무섭다. 이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변화는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실 선생님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집회에서 교원단체에 움직이라고 요구하는 발언을 들었을 때 놀랐다. MZ들이 참 대단하다. 역할을 주더라. 그 후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될 때까지는 더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학교들은 벌써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패배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기 몫이다.
※ 이 자리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서로 목소리가 다른 것 같지만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자주 만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