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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율비바사 제2권[2]
[근본 인연]
법사가 말하였다.
“나는 이제 다시 근본 인연을 말하겠습니다.”
그때 파타리불국에서 제3의 비니장을 결집하여 마치고 옛날의 목건련 아들 제수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장차 오는 세상에 불법은 어디서 오래 머무를까?’
곧 신통의 힘으로써 염부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변두리 땅에서 흥성할 것이었다.
이에 목건련 아들 제수는 여러 대중 스님을 모으고 여러 장로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기 불법을 지니고 변두리 땅에 이르러서 바로 세우십시오.”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곧 대덕 말천제(末闡提)를 보내면서 ‘그대는 계빈건타라타(罽賓揵陀羅陀) 나라에 가라’고 하고,
마하제바(摩訶提婆)는 마혜사말타라(摩醯娑末陀羅) 나라에 가고,
륵기다(勒棄多)는 바나바사(婆那婆私) 나라에 가고,
담무덕(曇無德)은 아파란다가(阿波蘭多迦) 나라에 가고,
마하담무덕(摩訶曇無德)은 마하륵타(摩訶勒陀) 나라에 가고,
마하륵기다(摩訶勒棄多)는 유나세계(臾那世界) 나라에 가고,
말시마(末示摩)는 설산변(雪山邊) 나라에 가고,
수나가울다라(須那迦鬱多羅)는 금지(金池) 나라에 가고,
마신타ㆍ울제야ㆍ삼바루ㆍ발타는 사자(師子) 나라에 가서 각각 불법을 바로 세우게 하였다.
이에 대덕들은 각각 권속 다섯 사람씩으로 그 나라에 가서 불법을 바로 세웠다.
그때 계빈국(罽賓國) 안에 아라바루(阿羅婆樓)라고 하는 용왕이 있었다.
나라 안에 벼를 심어서 이삭이 패려고 하는데, 용왕이 큰비를 내렸으므로 벼들은 몰사하여 바다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때 대덕 말천제 비구등 다섯 사람은 파타리불국에서 허공을 날아서 설산변에 이르러 아라바루 연못 가운에 내려와 물위에서 거닐고, 머무르고, 앉고 누웠다.
용왕의 권속 동자들은 들어가서 용왕에게 아뢰었다.
“어느 사람인 줄 모르겠으나 몸에 붉은 옷을 입고 물위에 있으면서 저희들을 침범하나이다.”
용왕은 듣자 크게 성을 내면서 궁중에서 나와 대덕 말천제를 보았다.
용왕의 성내는 마음은 한층 더 커져 허공에서 여러 신통력을 지어 갖가지로 말천제 비구를 두렵게 하였다.
또한 폭풍과 세찬 비와 천둥과 번개와 벼락을 짓자 산과 바위가 무너져 넘어지고 나무가 꺾이니 허공이 무너지는 듯하였다.
용왕의 권속 동자들도 일체 용들의 동자들을 모아 몸으로 연기를 내며 크고 맹렬한 불을 일으키고, 큰 조약돌을 뿌리어서 대덕 말천제를 두렵게 하려 하였지마는 두려워하지 않기에 욕을 하였다.
“까까머리 인간아, 너는 누구인데 몸에 붉은 옷을 입었느냐?”
이렇게 욕을 하여도 대덕은 얼굴빛이 달라지지 않았다.
용왕이 다시 이런 욕을 하였다.
“잡아서 때려죽이겠다.”
말을 하고는 다시 병정들을 불러서 갖가지의 신통 변화를 나타냈으나 여전히 굴복시킬 수 없었다.
대덕 말천제는 신통력으로 용왕의 신력을 가리고 용왕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여러 하늘들과 세상 사람 모두를 오게 하여 두렵게 하더라도 나는 한 터럭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그대는 이제 다시 수미산과 여러 작은 산들을 나의 위에 던지더라도 닿지도 않으리라.”
대덕이 이런 말을 하자 용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신통력을 지어서 이미 피로하고 싫증이 났는데도 소용이 없구나.’
마음에 성만 내면서 곧 정지하였다.
이때 대덕은 용왕의 마음을 알고 단 이슬[甘露]의 법 맛으로써 교화하며 보이어 기쁘게 귀순하고 항복하게 하였다.
용왕은 단 이슬의 법을 받고는 곧 3귀(歸)와 5계를 받았으며, 그 권속 8만4천도 함께 5계를 받았다.
또 설산에는 귀신ㆍ야차ㆍ건달바ㆍ구반다 귀신 등이 있었는데 대덕 말천제의 설법을 듣고 곧 3귀와 5계를 받았다.
또 야차 5인은 권속들과 함께 있었고, 가리제야(呵梨帝耶) 야차니(夜叉尼)도 5백의 아들이 있었는데,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이에 대덕 말천제는 모든 야차와 용왕을 불러서 말하였다.
“지금부터 이후에는 성을 내지 말고, 사람들의 벼를 해치지 말며,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안락함을 얻게 하라.”
모든 용과 귀신들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대덕께서 시키는대로 순종하겠습니다.”
그날에 용왕은 크게 공양을 하고, 용왕은 자기의 칠보(七寶) 평상을 가지고 오게 하여 말천제에게 주었다. 말천제가 평상 위에 앉자 용왕은 말천제의 곁에 가까이 서서 부채로 말천제를 부채질하였다.
이때 계빈ㆍ건타ㆍ륵차 나라의 사람들은 항상 명절날이면 모여서 사당에 나아가 용왕을 만났는데 도착하여 대덕 말천제를 보고 각각 서로가 말하였다.
“이 비구의 신통력은 이에 용왕보다 훌륭하구나.”
이에 사람들은 모두 말천제에게 예배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앉으니 말천제는 그 사람들에게 『독비유경(讀譬喩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8만 중생이 도의 결과를 얻었고 1천 사람이 출가하였다.
법사가 말하였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빈국에서는 모두 가사를 입고 그 경계를 빛이 나게 장식합니다.”
그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계빈과 건타국에서
그때 말천제가
성을 낸 큰 용왕을
교화하여 법을 얻게 하였네.
또한 다른 대중들은
얽매임에서 풀림을 얻었고
8만은 하늘 눈을 얻었으며
출가한 이는 1천 대중이었네.
대덕 마하제바는 마혜사만타라국에 갔다.
도착해서는 『천사경(天使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4만인이 도의 결과를 얻었고 모두가 따라서 출가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하제바는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3달지를 얻어
마혜사에 이르렀네.
천사경을 연설하여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니
4만이 하늘 눈을 얻었고
모두가 따라서 출가하였네.
대덕 륵기다는 바나바사국에 가서 허공에 앉았다.
앉아서는 『무시경(無始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6만인이 하늘 눈을 얻었고 7천인이 출가하고 5백의 절을 일으켰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륵기다는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바나바사에 이르러
공중에 앉았네.
무시경을 연설하니
중생들은 하늘 눈을 얻었고
출가한 이가 7천인이며
5백 승가람(僧伽藍)이 세워졌네.
대덕 담무덕은 아파란다국에 갔다.
도착하여 사람들에게 『화취비경(火聚譬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고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였고 3만인은 하늘 눈을 얻고 단 이슬의 법을 먹게 하였다.
찰리(刹利) 종족의 남녀에서 각각 1천인의 출가하였으니, 이렇게 하여 불법이 유포되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담무덕은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아파란다국에 가서
화취경의 법을 연설했네.
단 이슬의 법을 먹게 하여
중생들은 하늘 눈을 얻었으니
1천의 비구승에
비구니도 그와 같았네.
대덕 마하담무덕은 마하륵타국에 갔다.
도착하여 『마하나라타가섭본생경(摩訶那羅陀迦葉本生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8만 4천인이 도를 얻고 3천인이 출가하였으니, 이렇게 하여 불법이 유통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마하담은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마하륵타에 가서
가섭본경을 연설하자
중생들은 도의 결과를 얻고
출가한 이 3천인이었네.
대덕 마하륵기다는 유나세계국에 갔다.
도착하여 『가라라마경(迦羅羅摩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유나세계국의 7만 3천인이 도의 결과를 얻고 1인이 출가하였으니, 유나세계에서 불법이 유통되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하륵기다는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유나세계에 가서
마가라경을 연설하자
중생들은 도의 결과 얻고
출가한 이 1천이었네.
대덕 말시마와 대덕 가섭과 대덕 제바(提婆)ㆍ둔비(鈍毘)ㆍ제수(帝須)와 또 대덕 제바(提婆)는 설산변에 갔다.
도착하여 『초전법륜경(初轉法輪經)』을 연설하였다.
법을 연설하자 8억인이 도를 얻었다. 대덕 5인은 각기 하나의 나라에 이르러서 교화하자 5천인이 출가하였다. 이렇게 하여 불법이 설산변에 유통되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말시마는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설산변에 이르러
초법륜경을 연설하자
중생들은 도의 결과 얻고
출가한 이 5천이었네.
대덕 수나가나울다라는 금지국(金池國)에 도착하였다.
금지에는 한 여자 야차가 바다에서 나와 왕궁으로 가 부인들이 아이를 낳으면 야차가 즉시 빼앗아 먹었다.
그때 왕의 부인이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대덕 수나가가 오는 것을 보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생각하였다.
‘이는 여자 야차의 짝이리라.’
병기를 가지고 와서 수나가를 죽이려 하자 수나가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병기를 가지고 옵니까?”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왕궁에서 아이를 낳으면 여자 야차의 짝이 빼앗아 먹소. 그대는 그 짝이 아니오?”
수나가가 대답하였다.
“나는 여자 야차의 짝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사문이라 합니다. 살생하는 법을 끊고, 열 가지 착한 일을 보호하여 지니며, 용맹스럽게 정진을 합니다. 나는 착한 법만이 있습니다.”
이때 여자 야차는 왕궁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듣고 서로가 함께 둘러싸며 바다 속으로부터 나와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왕이 아이를 낳았으니 우리는 가서 잡아먹으리라.”
왕의 궁중과 나라 사람들은 야차들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크게 놀라 두려워하며 대덕에게 가서 아뢰었다.
이때 수나가는 곧 야차의 대중들로 변화하여 그 무리들보다 갑절이나 되어 그들을 둘러쌌다. 여자 야차 등은 변화한 야차들을 보고 생각하였다.
‘저 야차들은 이미 나라를 이루었구나. 지금 와서 우리들을 해쳐서 먹으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곧 저마다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으므로 이에 변화한 야차들은 뒤를 따르며 쫓다가 보이지 않자 그만두었다.
대덕 수나가는 곧 주문을 외워 국토를 방호하여 야차들이 단연코 들어올 수 없게 하였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범망경(梵網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6만인이 모두 도의 결과를 얻고 또 3귀 5계를 받는 이도 있었다. 3천 5백인은 비구승이 되고 1천 5백인은 비구니가 되어 이에 불법이 유통하였다.
법사가 말하였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왕이 아이를 낳으면 모두 수울다라(須鬱多羅)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덕 수나가
울다라 비구는
큰 신통력이 있었으니
금지국에 갔네.
범망경을 연설하자
중생들은 도의 결과 얻고
3천 5백은 중이 되고
1천 5백은 여승이 되었네.
대덕 목건련 아들 제수는 여러 스님과 마신타를 사자주(師子洲)에 보냈다.
마신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이 갈만한 때인가?’
마신타는 곧 선정에 들어 사자주의 문다사바(聞茶私婆)라고 하는 아누라타국(阿㝹羅陀國)의 왕은 이미 늙어서 교화 받는 것을 감당할 수 없고, 가서 교화하여도 불법 역시 오래 머무르지 못할 것을 관찰하였다.
‘나는 지금 잠시 중지하리라. 갈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다.
왕이 목숨을 마치면 태자가 왕위를 대신하리니, 우리는 함께 가서 불법을 세울 것이다.
나는 이제 잠시 외가에 가서 어머님을 방문해야겠다.’
다시 생각하였다.
‘어머님 나라에 도착한 뒤에 이곳에 돌아와야 하는가? 그대로 사자주에 가야겠다.’
마신타는 스승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비구승들에게도 예배하고 아육왕승가람에서 나왔다.
마신타가 상좌가 되어 승가밀다(僧伽蜜多)의 아들인 사미 수마나 등 6인과 반두가(盤頭迦)라고 하는 한 우바새와 함께 떠났다.
왕사성을 지나 남산촌(南山村)에 이르고, 이로부터 차례로 가서 어머니 나라에 이르렀다.
법사가 말하였다.
“무슨 까닭이었는가?
옛날 아육왕이 울지국(鬱支國)에 봉하여졌을 적에 처음에 그 나라에 가려고 차례로 가다가 남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산 아래 마을이 있었는데 비제사(卑提寫)라고 하였습니다.
큰 부호 장자가 딸을 아육왕에게 주었으므로 부인을 삼았습니다. 나라에 도착하여 한 사내아이를 낳자 마신타라고 하였습니다.
마신타 나이 14세에 아육왕은 왕위에 오르자 부인을 울지국에 두었으므로 비제사 마을에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경문의 주(註)에 ‘마신타가 여섯 달 동안을 지나서야 어머니의 처소에 이르렀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마신타가 차례로 어머니의 나라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나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예배가 끝나자 그를 위하여 중식을 베풀고, 큰 절을 세워 비제사(卑提寫)라고 하였다.
마신타가 잠시 동안 절에서 머물 때에 생각하였다.
‘여기에서 할 일은 이미 마쳤다. 시기가 떠나가도 좋겠는가?’
마신타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잠시 기다리라. 아육왕이 사자(使者)를 사자주에 보내어 태자 천애제수(天愛帝須)를 왕으로 제수한 뒤에 나는 가리라.
그 태자로 하여금 왕위에 오르게 하되 아육왕에게서 제수되어 왕이 되고, 아울러 여래의 공덕을 듣게 되면 반드시 크게 기뻐하리라.
나는 그가 미사가(眉沙迦) 산에 나와 노니는 것을 엿보았다가 그때에 나는 서로 만나리니, 한 달이 지나면 그 곳에 이르리라.’
4월 15일에 대중 스님이 모여서 포살할 때에 곧 함께 물어 보았더니,
이에 대중 스님들은 각각 대답하였다.
“떠나가야 할 때입니다.”
법사가 말하였다.
“옛날에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습니다.”
상좌 마신타와
대덕 울지유와
대덕 울제유와
대덕 발타다와
대덕 삼바루와
사미 수마나는
모두 3달지를 얻었고
우바새 반두카도
이미 도의 자취를 보았나니
이는 모두 대사(大士)들일세.
그때 하늘의 제석은 문다사바왕이 벌써 죽은 것을 알고 곧 내려와서 마신타에게 아뢰었다.
“사자의 아누라타 국왕은 죽고 이제는 태자 천애제수가 이미 등극하여 왕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마신타 비구가 사자땅에서 불법을 일으키고 융성하게 할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대덕께서는 이제 가셔야 합니다. 저도 모시고 함께 거기에 가겠습니다.”
하늘의 제석은 곧 이런 말을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 계시면서 하늘 눈으로 두루 세간을 자세히 살피시더니, 곧 사자주에 불법이 흥성될 것을 보시고는 저에게,
‘대덕 마신타와 함께 사자주에 가서 불법을 세워야 한다’고 신칙하셨으므로,
제가 지금 이런 말씀을 하는 것입니다.”
대덕 마신타는 하늘 제석의 말을 받고는 곧 비제사의 상산(象山)에서 대중과 함께 허공을 날아서 사자의 아누라타국에 도착하여 동쪽의 미사가산 아래에서 내려왔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상산(象山)이라고 한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겠습니다.”
비지사의 마을에 머무른 지
이미 30일을 지나고서
떠나야 할 때가 이른지라
사자주에 도착하였네.
염부리 땅에서
차례로 날아올라 가는 것이
마치 허공의 기러기와 같아서
줄을 지어 차례를 잃지 않았네.
이와 같은 여러 대덕은
근본 인연이 일어나
나라의 동쪽 미사산에
먹구름처럼 모여들어
곧 산꼭대기에 이르러
빙글빙글 돌며 내렸왔네.
그때 그 대덕들은 사자주에 도착하여 마신타를 상좌로 삼았다. 그때가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2백 36년이요, 불법이 유통하여 사자주에 이르렀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 아사세왕이 왕위에 오른 지 8년에 부처님이 열반하셨으니, 이 해에 사자동자(師子童子)가 그 땅에서 처음 왕이 되었다.
또 비사야(毘闍耶)라고 하는 동자가 사자주에 가서 사람들이 머물러 살 곳을 편안히 존립시켰으니, 그때가 염부리의 왕 울타야발타라(鬱陀耶跋陀羅)가 왕위에 오른 지 14년이다. 이 비사야가 사자주에서 목숨을 마치니, 울타야발타라왕의 15년이다.
반두바수제바(半頭婆脩提婆)가 사자주에서 왕위에 오르니 그때가 염부리의 야나가축사가(若那迦逐寫迦)가 왕위에 오른 지 20년이다.
반두바수제바 왕이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자 아바야(阿婆耶)가 대신하여 왕이 되었고, 염부리의 왕 수수불나가(脩脩佛那迦)가 왕이 된 지 17년이다.
아바야왕 20년에 파군다가바야(波君茶迦婆耶)가 군사를 일으켜 아바야왕을 쳐서 얻고는 즉위하여 대신 왕이 되었다. 염부리의 왕 가라육(迦羅育)이 왕위에 있은 지 16년이다.
파군다가바야 18년은 염부리의 왕 전타굴다(栴陀掘多)의 14년이고, 파군다가바야가 목숨을 마치자 문다사바가 대신하였다.
염부리의 왕 아육이 왕위에 있은 지 17년에 문다사바가 목숨을 마치자 천애제수가 대신하였다.
그때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아누루타(阿㝹樓陀)와 민주(閔躕) 왕이 왕위에 있은 지 각각 8년이요, 나가체바가(那迦逮婆迦)가 왕이 된 지 14년이요, 수수불나가가 왕이 된 지 18년에 그 아들이 대신하니 이름이 아육(阿育)이다. 왕이 된 지 28년에 아육왕에게 열 아들이 있었는데 나란히 등극하여 왕이 된 지 22년에 다음 민난타(玟難陀)가 대신하고, 왕이 된 지 22년에 또 전타굴다가 있어 왕이 되고, 24년에 빈두사라왕이 대신하고, 왕위에 있은 지 28년에 아육왕이 왕위를 대신하고, 18년에 마신타가 사자주에 이르렀다. 곧 이는 왕의 종족이었으니, 차례로 알아야 한다.
이때 천애제수왕은 별자리가 나쁘므로 꺼리고 피해가고자 하여 신하에게 북을 쳐서 ‘왕께서 나갈 것이다’고 영을 선포하게 하고,
신하에게 북을 쳐서 ‘왕께서 나가서 피하실 것이다’고 영을 선포하게 하였다.
4만 대중에게 둘러싸여 성 밖을 나가 미사가산에 이르러서 왕은 사냥을 하려 하였다.
그때 산중에 한 나무의 신이 있었다.
왕이 대덕 마신타를 볼 수 있게 하려고 나무의 신은 한 마리 사슴으로 변화하여 왕과 멀지 않은 데서 풀을 뜯어먹으며 천천히 다녔다.
왕은 변화한 사슴을 보고 곧 활을 펴서 살을 잡고 활을 당겨 쏘려 하다가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자세히 살펴서 이 사슴을 쏘리라.’
사슴은 그대로 돌아서 암바타라(闇婆陀羅) 길을 향하여 달려갔다. 왕은 곧 뒤를 쫓아 암바타라 길에 이르렀다. 변화한 사슴은 마신타와 멀지 않은 줄 알고 없어져버렸다.
이에 마신타는 왕이 이미 가까이한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제 신통력으로 왕이 나 한 사람만 보고 딴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하리라.’
대덕 마신타는 즉시 불렀다.
“제수여, 제수여. 당신은 잘 오셨습니다.”
왕은 부르는 것을 듣고는 생각하였다.
‘지금 이 나라에서 누가 감히 나의 이름을 부를까? 이는 어떤 사람일까? 끊어서 만든 붉은 의복을 입고 나의 이름을 불러서 의아심을 내게 하는 이는 무엇일까? 이는 사람일까, 귀신일까?’
이에 대덕 마신타는 곧 대답하였다.
“우리는 사문으로서 석가 종족인 법왕의 제자인데, 대왕을 가엾이 여기어 염부리에서 여기로 왔습니다.”
그때 천애제수왕은 아육왕과 서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이때 천애제수왕은 공덕과 상서로운 상(相)이 있었다. 차다가(車多迦)라고 하는 산이 있었는데, 산 주변에 대 숲이 하나 생겨났다. 숲에 세 가지의 대가 있는데 크기가 끌채 같았다.
첫째는 등나무 지팡이[藤杖]라 하고, 둘째는 꽃 지팡이[華杖]라 하고, 셋째는 새 지팡이[鳥杖]라 하였다.
등나무 지팡이는 그 빛이 희기가 은과 같고 금 등나무가 휘감겼다. 꽃 지팡이는 누렇고 푸르고 빨갛고 검고 흰 꽃 등 갖가지의 여러 꽃으로 꽃 지팡이를 휘감았다. 새 지팡이는 매ㆍ장끼ㆍ기바조(耆婆鳥)ㆍ기비가조(耆毘迦鳥) 등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새들과 또한 네 발 돋은 중생이 살아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여 찬탄하겠습니다.”
차다가산 주변에
갑자기 대 숲 하나 생겨
숲에 세 개의 대가 있었으니
그 빛깔은 희기가 은과 같고
누렇고 희고 빨갛고 푸르고 검고
금 등나무가 둘레를 휘감았고
뭇 새와 네 발 돋이며
갖가지의 여러 꽃이 빛났느니라.
바다 속에서 또한 산호(珊瑚)ㆍ진주ㆍ마니(摩尼)ㆍ금ㆍ은 등 갖가지의 여러 보배가 났으며, 또한 여덟 가지의 진주가 있었으니, 마주(馬珠)ㆍ상주(象珠)ㆍ차주(車珠)ㆍ바라가주(婆羅迦珠)ㆍ바라야주(婆羅耶珠)ㆍ전지주(纏指珠)ㆍ가구타라주(迦鳩陀羅珠)ㆍ세간주(世間珠)의 이와 같은 것이었다.
천애제수왕은 서신을 보내며 위의 세 개 대와 여러 가지 보물과 아울러 여덟 가지 진주를 가지어 아육왕에게 바쳤다.
도착하자 아육왕은 보고서 크게 기뻐하고 곧 선물로 답례하되, 다섯 가지 옷의 장식과 일산ㆍ불자(拂子)ㆍ칼ㆍ천관(天冠)ㆍ칠보로 장식한 가죽신과 여러 가지의 보물이었으니, 셈할 수도 없었다.
무엇을 여러 가지 물건이라 하는가? 단타가연(檀陀迦蝝)ㆍ상만하수(常滿河水)ㆍ등사가화(騰沙迦華)ㆍ빈가(頻伽)ㆍ색발의(色髮衣) 한 쌍ㆍ수건ㆍ청전단(靑栴檀)이다. 흙이 있었는데 동이 틀 때의 빛깔과 같았고, 아라륵과(阿羅勒果)ㆍ아마륵과(阿摩勒果)ㆍ왕녀가 그것이었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겠습니다.”
천관ㆍ불자ㆍ일산ㆍ칼과
칠보로 장식한 가죽신과
빈가와 단타연과
색발의 한 쌍
금 바릿대 한 벌과
아뇩달지의 물과
곱고 희고 귀한 수건과
값을 칠 수가 없는 청전단
새벽 빛깔의 하얀 흙과
용왕의 이름난 안약과
암마와 아리륵과
더할 나위 없는 감로약
앵무새가 바치는 쌀도
그 수가 5백 짐이었나니
이 여러 가지 묘한 물건은
아육왕의 공덕이었네.
이와 같은 묘한 물건들은 세간의 선물이었다.
또한 삼보의 선물이 있었으니 아육왕이 말하였다.
“나는 이미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상가에 귀의하여 우바새가 되었으니, 이 석가 종족의 제자들의 법입니다. 삼보 중에 그대도 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을 믿고 받아야 합니다.”
아육왕은 신물(信物)을 보내어 천애제수왕의 선물에 보답하고 아울러 왕위를 제수하였다.
천애제수왕은 3월 15일에 왕위를 제수 받고 한 달의 날짜가 지나자 마신타 등이 도착한 것이다.
또 마신타가 ‘우리는 석가 종족의 제자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천애제수왕은 사냥터에서 다시 기억하였다.
‘아육왕의 글에 ≺석가 종족의 제자≻라 함이 있었다.’
곧 활을 던지며 화살을 놓고는 물러가 한쪽에 앉아 각각 서로가 문안하였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제 옛날의 게송을 말하여 찬탄하겠습니다.”
활을 던지며 화살을 놓고
물러가서 한 쪽에 앉았네.
대왕은 앉고 난 뒤에
대덕에게 문안하였네.
글귀마다 이치 있으니
때에 4만인이
왕에게 가서
각자 둘러싸았네.
이때 군사들이 도착하자 대덕 마신타는 곧 여섯 사람을 나타내었다.
왕은 이에 보고 대덕에게 물었다.
“이 여섯 사람들은 어느 때에 왔습니까?”
대답하였다.
“나와 함께 왔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염부리에는 그 밖에 이와 같은 사문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 국토에는 사문들이 많아서 가사의 복색으로 나라 안이 빛납니다. 모두가 3달지와 신통이 걸림이 없고 멀리서도 사람 마음을 알며 번뇌가 다 하여 아라한이 된 부처님 제자 성문들이 많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대덕들께서는 무엇을 타시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물과 뭍을 이용하여 온 것이 아닙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허공으로부터 왔으리라.’
마신타도 생각하였다.
‘왕이 지혜가 있는지 없는지를 내가 시험하리라.’
암라(菴羅)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왕은 나무 가까이 앉아 있었으므로 마신타는 나무를 인해서 물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암라 나무입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암라 나무입니다.”
“이 암라 나무를 제외하고 또 나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또 있습니다.”
“다시 이 나무를 제외하고 또 나무가 있습니까?”
“또 있습니다.”
“다시 이 나무를 제외하고 또 다른 나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또 있습니다.”
다시 물었다.
“다른 나무를 제외하고 또 나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것이 암라 나무입니까?”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큰 지혜가 있습니다.”
마신타가 말하였다.
“왕은 종친(宗親)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매우 많습니다, 대덕이시여.”
“왕의 종친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도 종친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아주 많습니다.”
“왕의 종친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종친도 제외하고 다시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곧 그 사람입니다.”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대왕은 총명하십니다. 스스로 자기 몸이 종친이 아닌 것과 다른 사람의 종친이 아닌 것도 알고 계십니다.”
이에 대덕 마신타는 말하였다.
“이 왕의 지혜야말로 불법을 바로 세울 수 있으리라.”
곧 『주라가상비경(呪羅訶象譬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왕과 4만 대중은 일시에 같이 3귀(歸)를 받았다.
이때 왕은 법을 듣고는 소식을 보내어 나라에 돌아가서 음식을 가져오려 하다가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사문들이 먹을 때가 아니다.’
음식이 이르자 왕은 혼자 먹으려 하다가 뜻에 다시 의심하며 대덕들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잡수시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이는 우리 사문들의 밥 때가 아닙니다.”
왕이 물었다.
어느 때가 청정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아침부터 한낮까지는 청정한 법에 응할 수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여러 대덕께서는 이제 함께 나라에 돌아가십니다.”
대답하였다.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우리들은 여기에 머무르겠습니다.”
“만약 대덕들께서 여기에 머무르신다면 동자나 따라 가기를 청합니다.”
대답하였다.
“이 동자는 이미 불도의 과를 얻어 불법을 통달하여 알며, 이제 출가하려 한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러시다면 저는 내일 수레를 보내어 받들어 맞이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곧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돌아갔다.
왕이 떠나간 지 오래지 않아 마신타는 사미 수마나를 불렀다.
“이제 설법을 해야 할 때이다. 너는 ‘법바퀴를 굴린다’는 것을 외쳐라.”
수마나가 스승에게 아뢰었다.
“제가 이제 부르는 소리가 어디까지 이르게 할까요?”
대답하였다.
“소리가 사자국에 가득 차게 하라.”
수마나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대덕이시여.”
즉시 제4 선정에 들었다가 선정으로부터 일어나며 스스로 마음에 다짐하였다.
‘사자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소리를 듣게 하라.’
그리고는 곧 세 번을 외쳤다. 세 번 외치기를 마치자 왕은 이 소리를 듣고 곧 사람을 보내어 대덕들에게 가서 묻게 하였다.
“무엇들이 대덕들을 침범하셨기에 소리를 치며 놀람이 크시어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대덕이 대답하였다.
“놀란 것이 아닙니다. 이 외친 소리는 불법을 연설하려한 것입니다.”
이때 지신(地神)은 사미의 소리를 듣고 곧 크게 부르짖어 기뻐하였으므로 소리가 공중에 사무치고 허공의 여러 신들이 차츰차츰 서로가 이어 받아서 소리가 범천에까지 이르렀다. 범천까지 듣기를 마치자 일체가 와서 모였다.
이때 마신타는 곧 『평등심경(平等心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여러 하늘이 수없이 다 불도의 자취를 얻고 마후라가ㆍ가루라 등이 모두 3귀를 받았다. 옛날 대덕 사리불(舍利弗)이 『평등경』을 연설하여 수 없는 사람이 도를 얻은 것처럼 마신타의 지금 연설도 그와 같았다.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왕은 수레를 보내어 와서 맞이하였다.
도착하자 사자가 대덕들에게 아뢰었다.
“이제 수레가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부디 가시옵소서.”
사자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수레에 타지 않겠습니다. 그대나 앞서 돌아가십시오. 이제 뒤를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는 곧 허공에 날아올라 아누라국(阿㝹羅國)의 성 동쪽에 가서 머물렀다. 이곳은 옛날 모든 부처님의 사셨던 곳이기에 내린 것이다. 마신타 등이 처음 이곳에 내렸으므로 처음 머무른 곳[初任處]이라 한다.
왕은 사자에게 대덕들을 영접하게 하고는 곧 신하들을 불러서 말하였다.
“같이 집을 마련하여라.”
신하들은 왕의 말씀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어제의 설법에서 사문의 법에는 높고 넓은 큰 평상은 알맞지 않다고 하였다.’
왕이 아직 상의도 끝내지 못했는데 영접하는 사자가 돌아와서 성문에 도착하였다. 사자가 대덕들을 보니 이미 앞서서 성의 동쪽에 있으면서 의복이 엄연하였다.
마음에 크게 놀라고 기뻐하며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덕들은 이미 이르렀습니다.”
왕이 사자에게 물었다.
“여러 대덕들은 수레를 타셨느냐?”
사자가 대답하였다.
“수레를 타시려 하지 않았습니다.”
사자가 다시 말하였다.
“저는 앞서서 돌아왔고 여러 대덕께서는 뒤에서 오셨는데, 이제 벌써 먼저 오시어 성 문에 머무르고 계셨습니다.”
왕은 사자의 말을 듣고는 칙명하였다.
“높고 넓은 평상을 놓지 말라.”
왕은 신하들에게 땅 위에 자리를 깔아 놓게 하였다. 교령하기를 마치고는 왕은 곧 나가서 대덕들을 맞이하였다.
신하들은 곧 담요를 가져다가 자리 위에 겹쳐 깔았다.
나라 안의 관상쟁이는 왕이 자리를 땅에 깐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사문들이 이 땅에서 영원히 옮기지 않게 하리라.’
왕은 대덕들을 맞이하되 이르자마자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갖가지를 공양하며 나라 안으로 맞이하여 들였다.
이에 대덕 마신타 등은 자리가 땅에 깔렸음을 보고 각각 생각하였다.
‘우리들의 법이 이 땅 안에서 다시는 옮겨지지 않으리라.’
그러고는 각기 앉았다.
왕은 반찬과 음식과 갖가지 맛있는 것을 손수 따르며 공양하여 베풀고 충족하도록 하였다.
왕은 소식을 보내어 궁중 대부인(大夫人)을 불렀으니 이름은 아누라(阿㝹 羅)였다. 5백의 부인과 함께 각기 꽃과 향을 가지고 와서 왕에 공양하고 그대로 물러나서 한 쪽에 앉았다.
이에 대덕 마신타는 곧 대중을 위하여 큰 법의 비를 내리어 『아귀본생경(餓鬼本生經)』과 『궁전본경(宮殿本經)』을 연설하고 네 가지 진리를 펴서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치자 5백의 부인들이 모두 불도의 과를 얻었고 나라 안의 사람으로서 먼저 왕을 따라 미사가산에 이른 이들은 각각 서로가 선전하며 대덕들의 거룩한 공덕을 칭찬하였다. 일체 나라 안의 멀고 가까운 데서 다 와서 나라의 민중들이 꽉 메웠으므로 대덕들을 보지 못하여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왕이 물었다.
“무엇이 부르짖는 소리냐?”
대답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대덕 비구들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크게 부르짖는 것입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 안은 좁아서 다 들일 수가 없구나.’
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다시 큰 집[大象屋]을 마련하여 흰 모래를 땅에 덮고 오색의 꽃을 위에 뿌리며 장막을 걸어서 대덕들께서 높은 곳[象王處]에 앉아 계시게 하라.”
신하들은 깔고 베풀기를 마치고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에 비구들은 큰 집으로 가서 도착하자마자 각기 앉아서 『천사경(天使經)』을 연설하였다. 연설을 마자 천 사람이 도를 얻었다.
큰 집에서도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졌으므로 다시 성의 남쪽 문 밖으로 옮겼다. 난타(難陀)라는 동산 숲 가운데에 자리를 깔았다.
대덕 비구들은 가서 닿자 대중을 위하여 『독비경(讀譬經)』을 연설하자 천 사람이 도를 얻었고,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설법하자 2천 5백인이 다 불도의 자취를 얻었다.
대덕들이 난타 동산에 머무르자 나라 안의 장자와 부녀들이 이르렀다. 이르러서는 예배하고 문안하며 아침부터 어둡기까지 있었다.
비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하들은 놀라고 괴이 여겨 대덕들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를 가시려고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이 머물고 있던 곳에 돌아가려 합니다.”
신하가 곧 대왕에게 아뢰었다.
“법사들께서 가시려고 합니다. 대왕은 허락하시는지요?”
왕이 곧 아뢰었다.
“대덕들이시여, 오늘은 벌써 어두웠는데 어떻게 가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 여기에 머무르십시오.”
그때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왕이 다시 청하였다.
“저의 부왕에게 미가(眉伽)라고 하는 동산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으니 그 안에 머물러 계십시오. 왕래에 편할 것입니다.”
이에 대덕들은 왕의 청을 따라서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에 대왕은 다시 가서 문안하고, 닿아서는 예배하고 아뢰었다.
“밤 내내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거기(起居)는 어떠하신지요? 이 동산은 머무를만 하십니까?”
대덕들이 대답하였다.
“머무를만 합니다.”
그리고는 수다라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나는 비구들이 동산 숲 속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노라’고 하셨습니다.”
왕은 말하는 것을 듣고는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곧 금병의 물을 마신타에게 드리고 손수 물 밑을 손으로 대고 있었다.
이때 국토의 땅이 크게 진동하므로 왕은 놀라고 두려워서 대덕에게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무엇 때문에 이렇게 땅이 모두 크게 진동합니까?”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국토에는 10력(力)의 법이 일어납니다. 큰 절을 지으려면 이 동산 땅에 있으니, 그러므로 땅이 먼저 상서를 위하여 이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왕은 말을 듣고는 갑절이나 더 날뛰었다.
이에 마신타는 다음 날 대중과 함께 왕의 궁중에 가서 먹고, 먹은 뒤에는 난타 동산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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