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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당집 제1권[5]
[제6조. 미차가 존자] 彌遮迦
중인도中印度 사람이며, 제다가의 법을 전해 받았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미차가가 법을 받고서 이곳저곳을 돌며 교화를 폈는데, 무리 가운데 바수밀波須密이란 이가 있다가 출가할 뜻을 밝혔다.
이때 제다가 존자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살아 계실 적에 북천축에 이르러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열반한 지 3백 년이 지나서 이름은 바수밀이고, 종성이 바라타波羅墮인 성자가 이 땅에 태어나 모든 조사 가운데서 일곱째가 되리라.’ 하셨는데,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어떤 예언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는 어서 출가하여 더러운 그릇을 버리고 성스러운 과위를 증득하도록 하라.”
그때에 바수밀이 술그릇을 버리고 합장하고 절을 하면서 지난 일을 스스로 깊이 깨달아 알게 되었다.
“제가 지난 세상 한량없는 겁 동안에 제7불께 보좌를 보시하였더니,
저에게 예언하시기를,
‘현겁賢劫 동안에 부처가 되어서 선문禪門 조사 가운데서 일곱째가 되리라.’ 하셨는데,
존자의 말씀을 들으니, 옛 인연이 깊이 깨달아져 마치 잠을 깨서 보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존자께서는 큰 자비로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그때에 미차가가 곧 출가하게 하고, 계를 주었다. 할 일을 다 끝냈음을 스스로가 깊이 깨닫고는 법을 전하고 게송을 읊어 주었다.
마음이 없어서 얻을 수도 없거늘
이름 없는 법을 얻을 수 있다 하네.
마음이 마음 아닌 줄 깨달으면
비로소 마음과 마음의 법을 알리라.
조사가 입멸한 때는 주周의 제18대 양왕襄王 17년 병신丙申이었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미차가 조사는
5신통을 익힌 선인이더니
스승을 만나 법을 바르게 하고서
자기의 마음 치우침을 깨달았네.
여래의 깨달음을 깨달으니
현묘하고도 현묘하여라.
신통으로 열반에 드시니
팔부대중이 눈물을 흘리네.
[제7조. 바수밀 존자] 婆須密
북천축 사람이며, 미차가의 법을 전해 받고는 혼자 다니면서 덕화를 펴 많은 중생을 제도하다가 가마라국迦摩羅國에 이르러 큰 불사가 벌어졌는데,
그 자리 앞에 불타난제佛陀難提라는 큰 학자가 나서서 물었다.
“진리를 토론할 줄 아십니까?”
조사가 대답했다.
“토론한다면 진리가 아니요, 진리라면 토론할 수 없다. 만일 토론한다면 끝내 진리를 토론하는 것이 아니니라.”
불타난제가 조사의 이 말을 듣고 마음 깊이 공경하고 승복하여 출가하기를 원하니, 조사가 허락하여 계를 주었고, 이어 과위를 증득하자 법을 전하면서 게송을 말했다.
마음이 허공계와 같아서
허공과 같은 법을 보여 주노라.
허공을 증득할 때에는
옳은 법도, 그른 법도 없으리.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바수밀 존자가 열반에 든 때는 주周의 제21대 정왕定王 19년 신미辛未였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조사 바수밀이
미차가의 제자가 되었네.
미혹과 깨달음이 본래 같으니
너와 나가 하나이다.
손에는 술잔을 들었고
머리에는 부처의 해를 이었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며
누가 얻고 누가 잃었는가?
[제8조. 불타난제 존자] 佛陀難提
7
가마라국迦摩羅國 사람이며, 성은 구담바瞿曇波이다.태어날 때부터 정수리에 구슬이 있었는데 구슬 빛이 아주 찬란하였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야 바수밀을 만나 출가하게 되었고, 이내 성스러운 과위를 증득하고서 유행遊行하면서 교화를 폈는데, 제가국提迦國에 이르자, 복타밀다伏馱密多라는 사람이 조사에게 게송으로 물었다.
부모도 나의 친한 이가 아니거니
누가 나의 가장 친한 이인가?
모든 부처님도 나의 도가 아니거니
누가 나의 가장 옳은 도인가?
이에 조사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의 말이 마음과 친하면
부모와 견줄 바 아니요
그대의 행이 도와 합하면
모든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된다.
밖으로 형상 있는 부처를 구한다면
법과는 비슷하지도 못하거니와
그대의 근본 마음을 안다면
합함도 아니요 여읨도 아니리.
그때에 복타밀다가 존자의 이런 묘한 설법을 듣고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정중히 예를 올리니, 존자가 출가하게 하고, 이어 성인들에게 명하여 구족계를 주게 하였다. 그때에 불타난제 조사가 복타밀다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대법안을 가섭에게 전하셨고, 한 사람 한 사람 거쳐서 내가 여덟째가 된다. 그대는 법보를 받아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들어라.”
허공은 안팎이 없고
마음 법도 그러하다.
허공의 까닭을 깨달으면
진여의 이치를 통달한 것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조사가 열반에 든 것은 주周의 제24대 경왕景王 12년 병인丙寅이었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불타난제 조사가
미혹된 무리를 크게 교화하니
마음은 안팎이 없고
법은 높고 낮음이 없다.
5천축에서 토론의 장수요
삼계의 구름사다리라네.
우뚝하니 진실한 기상이여,
남쪽ㆍ북쪽ㆍ동쪽ㆍ서쪽이로다.
[제9조. 복타밀다 존자] 伏䭾密多
제가국提迦國 사람이며, 종성은 비사라毘舍羅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불타난제에게 법을 받고는 중인도에 가서 크게 불사를 일으켜 뭇 대중과 많은 중생들을 교화시켰다. 그 중에 향개香蓋라는 장자가 있었고, 그에게는 난생難生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조사에게 출가하기를 원했다. 조사가 받아들여 주니, 부지런히 수행하여 옆구리를 바닥에 대지 않았으므로 협脇 존자로 불리게 되었다. 그때에 복타밀다가 난생 비구에게 말했다.
“여래께서 정법안장을 가섭에게 전하셨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전하여 지금의 나에게 이르렀고, 이제 나는 그대에게 이 법장을 전하려 하니, 그대는 잘 간수하여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들어라.”
진리는 본래 이름이 없지만
이름에 의하여 진리를 나타내나니
진실한 법을 깨달으면
참도 아니요 거짓도 아니다.
조사가 게송을 마치고 조용히 선정에 드니, 온 하늘이 꽃을 뿌려 공양하였다. 이때 협 존자가 향기로운 장작으로 화장하여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이때는 주周의 제26대 경왕敬王 35년 갑인甲寅이었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복타밀다 존자여,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50세까지 말을 않고
50세까지 걷지 않았다.
문득 큰 스승을 만나
홀연히 무생無生의 법을 증득했네.
벼랑의 소나무는 지조가 있지만
하늘 나는 물수리는 정해진 길이 없다네.
[제10조. 협脇 존자]
중인도 사람이며, 복타밀다의 법을 받고 널리 많은 중생들을 두루 교화하였다. 화씨국花氏國에 이르니, 보신寶身이라고 하는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일곱 명의 아들이 있었고, 막내아들이 이름이 부나야사富那耶奢였다. 그가 존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출가하기를 원하는데 제도하여 주십시오.”
존자가 곧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니, 이내 과위에 올랐다. 이에 법을 전하고 게송을 말했다.
참 본체는 자연히 참되니
참되기 때문에 이치에 맞는다 한다.
참으로 참된 법을 깨달으면
다님도 없고 그침도 없다.
조사가 법을 전하자 화삼매火三昧에 들어 스스로 몸을 태우니, 야사耶奢 존자가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우고 공양하였다. 이때는 주周의 제28대 정왕貞王 22년 계해癸亥였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거룩한 협 존자여,
사랑과 미움을 초월하였네.
도량은 허공과 같고
그 도덕은 산뜻하였다네.
참 본체가 자연스러워서
참에 의하여 서술하니
넓고 아득한 세상에
뜻의 말을 내달린다.
[제11조. 부나야사 존자] 富那耶奢
화씨국花氏國 사람이며, 성은 구담瞿曇씨이다. 형제 7명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마음이 밝고 두루 통달하여 구하는 바가 없었다. 법을 받은 뒤에 널리 퍼뜨리면서 차례차례 여러 곳을 다니며 교화하였다. 바라나波羅奈라는 성에 이르러 마명馬鳴이라는 장자를 만났는데,
그가 조사에게 물었다.
“저는 부처를 알고 싶은데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그대가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알지 못하는 바로 그것이니라.”
마명이 말했다.
“부처를 알지도 못하는데 어찌 그것인 줄은 알겠습니까?”
“그대가 알지 못한다면 어찌 아닌 줄을 알겠는가?”
“이는 톱의 이치[鉅義]입니다.”
“그것은 나무의 이치니라.”
존자가 반대로 물었다.
“톱의 이치란 무엇인가?”
마명이 대답했다.
“스승과 함께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마명이 반대로 물었다.
“나무의 이치란 무엇입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네가 나에게 쪼개진 것이니라.”
이때 마명은 이러한 조사의 뛰어난 이치를 듣고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여 출가할 결심을 하였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부나야사가 마명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주노니, 그대는 잘 퍼뜨려서 끊이지 않게 하라.”
그리고 게송을 말하였다.
미혹과 깨달음은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것과 같고
밝음과 어둠은 서로 떠나지 않는다.
이제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법을 그대에게 전하나니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니라.
이때에 마명은 조사의 게송을 듣고 몹시 기뻐하였다. 조사는 법을 전한 뒤에 신통을 나타내어 자유로이 날아다니다가 다시 본자리로 돌아와서 적정에 들었으니, 때는 주周의 제33대 안왕安王 14년 무술戊戌이었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부나야사 존자여,
지혜가 수미산 같구나.
마음에는 가고 옴이 없으며
몸은 영고성쇠를 벗어났다.
명암과 은현에 구별을 두지 않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들었다.
눈앞에서 꽉 붙잡아서
다시 어긋남이 없었다.
[제12조. 마명 존자] 馬鳴
바라나국波羅奈國 사람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마명 존자가 비라毘羅에게 말했다.
“내가 이제 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맡기노니, 그대는 잘 퍼뜨려서 끊이지 않게 하라. 그리고 나의 게송을 들어라.”
숨거나 드러남이 같은 것은 본래의 법이고
밝고 어두움은 원래 둘이 아니라네.
이제 깨달은 법을 그대에게 주노니
취할 것도 아니요 버릴 것도 아니다.
조사가 열반에 든 때는 주의 제35대 현왕顯王 27년 갑오甲午였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마명 존자가
화씨성을 교화하니
마왕 궁전의 안개가 사라지고
부처님의 동산에 바람이 맑다.
내가 부처를 알고자 하니
모르는 것은 분명하다.
깊은 깨달음이 아닌 것이 없으니
발을 움직이면 먼지가 이는 법이다.
[제13조. 비라 존자] 毘羅
그는 화씨성花氏城 사람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비라 존자가 용수龍樹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나니, 그대는 잘 간직하여 끊이지 않게 하라. 그리고 나의 게송을 들어라.”
숨거나 드러남이 아닌 법을
진실의 경지라 한다.
이 숨거나 드러난 법을 깨달으면
어리석지도 지혜롭지도 않다.
비라 존자가 열반에 든 것은 주周의 제37대 난왕赧王 41년 임진壬辰이었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비라 대성이시여,
인행시因行時에 마왕이
조사의 가르침에 의하여
참되고 항상한 진리를 환하게 깨우쳤네.
누가 어리석고 누가 지혜로운가?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훌륭한가?
공덕의 향기요 지혜의 난초이니
성품이 청정하여 얼음과 서리 같구나.
[제14조. 용수 존자] 龍樹
서천축西天竺 사람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용수가 제바提婆에게 말했다.
“내가 이제 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나니, 그대는 받아 간직하라. 내가 게송을 말하리라.”
숨거나 드러난 법을 밝히기 위해
비로소 해탈의 이치를 말하네.
법에 대하여 깨쳤다는 생각 없으면
성냄도 없고 기쁨도 없네.
용수 존자가 조용히 선정에 드니, 때는 진秦의 제2대 시황제始皇帝 35년 기축己丑이었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용수보살이여,
용을 교화함이 임무였네.
마음은 부처의 마음을 깨치니
머무르되 머무름이 아니더라.
몸은 둥근 달로써 나타나고
법은 단비인 양 흐른다.
제바提婆가 인연이 맞아
그윽한 진리를 다 알았다.
[제15조. 가나제바 존자] 迦那提婆
그는 남인도 사람이며, 종성은 비사라毘舍羅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가나제바 존자가 라후라다羅睺羅多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나니, 그대는 잘 전하여 끊이지 않게 하라. 그리고 나의 게송을 들어라.”
본래 남에게 법을 전하는 뜻은
해탈의 이치를 말하기 위함인데
법에는 실제로 증득할 바 없으니
마지막도 시작도 없는 것일세.
이 조사가 열반에 든 것은 전한前漢의 제4대 문제文帝 19년 경진庚辰이었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가나제바 존자여,
덕이 우뚝하여 우러를수록 높구나.
향기로운 코끼리를 제자리걸음하게 하고
황금털 사자를 물러나게 하네.
기봉機鋒이 빠름은 벼랑의 번개요
웅변이 도도함은 가을철 파도일세.
처음도 마지막도 깨달을 바 끊으니
국왕의 칼날도 겁내지 않았네.
[제16조. 라후라 존자] 羅睺羅
그는 비라국毘羅國 사람이며, 종성은 범마梵摩요, 아버지의 이름은 정덕淨德이다.
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승가난제僧伽難題가 조사에게 물었다.
“법은 증득할 것이 있습니까?
취하거나 버릴 것이 있습니까?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입니까?
안이나 밖이 있습니까?
바라건대 존자께서는 자비로써 설명해 주십시오.”
그때 존자가 게송으로 대답해 주었다.
법은 진실로 증득할 것이 없으며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다.
법은 있거나 없거나 하는 모습 아니거늘
안과 밖이 어떻게 일어난다 하리오?
조사가 열반에 든 때는 전한前漢의 제6대 무제武帝 10년 무진戊辰이었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라후라 존자의 덕을
어찌 입으로 다 말하랴.
스승의 간곡하신 설법에 따라
이내 깨달음에 들었네.
해와 달을 높이 들어
하늘과 땅을 두루두루 비추었다.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는 것을
자손들에게 전해 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