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1권
5. 범지점상품(梵志占相品)
바로 이때 여러 착한 이가 널리 모이고
재앙이 소멸되어 쾌락은 끝이 없었네.
왕은 이로 인해 기쁨으로 천하에 특사를 내렸으며
경사에 기뻐 와서 모임은 온갖 냇물이 바다에 들어가듯.
제석천왕(天帝釋王)이 아들 구이(瞿夷)를 낳은 듯
안상천왕(安祥天王)이 아들 동남(童男)을 낳은 듯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이 아들 보병(寶甁)을 낳은 듯
보살을 낳고 기름에 왕도 크게 기뻤네.
보살의 몸은 부드러워 하늘에서 처음 난 듯하고
유모들이 기르되 갓난아기 기르듯 하며
여러 늙은이를 청하여 유모를 삼았고
둘러싸고 옹호하여 좌우를 떠나지 않았네.
광명이 밝게 비춰 범천 중 제일인 양
여러 어머니들을 급히 하늘사당에 데리고 가서
여러 천인 형상에게 뵈옵게 하자
천인 형상[像] 다 일어나 몸을 굽히고 우러르네.
여러 가지 금과 돌이며 진흙의 천인 형상들
합장하고 머리 숙여 보살에게 정례하자
어머니들은 놀라 마음이 아찔하였거늘
이런 인연으로 천상 중에 천상[天中天]이라 불렀네.
아직도 태자의 신덕을 알지 못하므로
이 두려움 때문에 빨리 환궁하여
정반왕이 이런 말 듣고 놀라서
상(相) 잘 보는 바라문들을 불렀네.
명령을 받고 오자 왕은 이르되
“밝은 스승들이여, 나의 아들을 점쳐 주오.
이 자식이 하늘의 형상을 범했는지 두려우니
내 마음에 깊은 의심을 없애 주오.”
바라문들은 기쁜 얼굴로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기뻐하소서. 근심하지 마소서.
왕족이 다시 새로 시작되어
전륜성왕이 사방에 군림(君臨)하였습니다.
점괘대로 보아 옆구리로 나온 이는
반드시 존귀하여 환히 통달하고 널리 알며
중생들 위에서 우뚝 섬이 수미산과 같아서
산 가운데 왕이 되어 미칠 것이 없듯이
온갖 보배 가운데 여의주가 제일
온갖 흐름 가운데선 바다가 제일
빛 가운데선 해와 달이 제일이듯
이 태자는 모든 성인 가운데서 제일입니다.
옛 전적(典籍) 살피면 위의왕(威儀王)은 손에서 났고
율왕(律王)은 손바닥에서, 정사력왕(情思力王)은 아버지 겨드랑에서
왕고왕(往古王)은 아버지 밥통에서 났으며
지타갈왕(技陀竭王)은 이마 위에서 났나니
이들은 덕이 굳세어 다 전륜왕(轉輪王)입니다.
지금 빛의 상서는 성왕(聖王)에 해당하여
천상과 인간을 성스러운 지혜 힘으로 건지며
이름이 널리 떨쳐 시방세계에 가득하리다.
큰 성왕인 지타갈왕과 같이
금륜과 흰 코끼리, 옥녀와 푸른 말
맑은 구슬과 어진 신하, 군사를 주관하는 7보(寶)를 갖추고
천상세계에 놀되 네 가지 군사가 따릅니다.
천상과 인간에게 무위(無爲)의 길을 열어
천 명의 아들이 있어
재주와 힘이 용맹하며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려 태평하리다.
집을 버리고 출가해 도를 찾으면
부처되어 지혜가 세간에서 뛰어나고
세간에서 우러르는 밝은 스승 되리니
이 점괘는 이 두 가지 뜻이 있음을 아소서.”
왕은 기쁜 얼굴로 바라문에게 일렀네.
“종조(宗祖)로부터 성왕은 끊기었고
부왕(父王)에게 없는 전륜 왕위를
자식이 어떻게 해 이룰 것인가.”
왕의 말 듣고 바라문들 깜짝 놀라
한결같은 소리로 손을 들어 칭찬하되
마치 큰 용의 우레 소리같이
왕의 전상(殿上)에서 크게 경사를 일컫네.
“대왕은 의심치 마십시오. 그것은 사실입니다.
부자간도 덕이 다르고 전생에 익힘이 같지 않아서
전생에 덕행을 닦았음은
경전의 점괘대로 왕은 짐작하십시오.
옛적 선성(仙聖)이 어진 재주로 밝게 통달했으나
다음 네 글귀에 비기거나 의약방(醫藥方)은
의사 루타(婁他)에게 갔으나 민첩하게 통달치 못했지만
그 아들 선현(仙賢)은 밝게 통달함이 아비보다 나았습니다.
지난 옛적 성왕들도 뒤를 잇지 못했으나
백대(百代)의 손자가 다시 왕위를 이었으며
근대의 성왕도 또 그러하여 강과 바다가 한계가 있듯이
그 선대(先代)가 그 자손만 같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른 술법은 그 밖에도 무수합니다.
옛날 선조가 그 뒤의 후손에게 미치지 못하듯
앞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니 전생의 복덕에 맡김입니다.
전생에 닦은 대로 금생에 받는 덕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 하나
덕 있는 사람이 살면 길한 것이라
경전의 점괘를 보면 상서와 부합하니
반드시 이 세상에서 전륜왕이 될 것입니다.”
왕은 여러 바라문들에게 일렀다.
“지금 태자를 덕에 따라 이름을 지으라.”
바라문들 묵묵히 깊이 생각하고
겸손한 낮은 소리로 왕에게 아뢰되
“대왕이여, 시운(時運)을 살피니 맑고 고루며
길한 새가 날고 상서에 따라 소리가 들립니다.
땅이 움직여도 조용하여 절기가 적절하며
비바람이 때를 따르고 세상이 태평하고
온갖 불꽃 나타나도 맑고 환해 연기가 없으며
모든 하늘 사람이 허공을 메우고 나타나 합장합니다.
온갖 꽃을 뿌리고 하늘 음악도 울리며
왕의 교화가 고르고 나라가 풍족하여
대왕의 국경 안은 상서가 널리 이르니
태자의 이름 실달다[吉財]라 함이 합당합니다.”
왕의 마음 아주 기뻐
바라문들에게 후한 대접하니
금뿔의 젖소 수만 마리네.
왕은 다시 기쁨으로 태자의 머리를 만지시네.
묘한 보배 영락을 태자의 목에 걸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합장하여 그 덕을 찬탄하되
“저 성왕으로 임하였다가
그런 뒤에야 출가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