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베어와 함께 한 올해.hwp
영어독서로 영어를 시작하다.
시은이(Sally)는 3학년이 되기까지 영어유치원은 물론 영어학원도 다닌 적이 없어요. 6살 무렵부터 엄마표영어로 영어동화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CD로 녹음된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엄마의 구린 발음으로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알파벳을 익히는 것부터 거부감을 보이던 아이라 시작이 그다지 순탄치는 않았어요. 어르고 달래가며 매일 잠자리에서 영어책 2권씩을 읽었는데, 꾸준히 하는 것이 쌓여서 그런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1,2학년 내내 학교는 물론 지역도서관에서 하던 영어독서(AR) 프로그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1년에 600~1000권 정도의 책을 읽어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와 시리즈책이 생기고 소장하고 싶은 책을 찾아서 구해 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영어에 친숙해졌습니다. DVD를 이용해 듣기도 어느 정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하고 자막 없이 애니메이션 보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읽기와 듣기에서는 엄마가 도와주기에 벅찰 정도로 실력이 쑥쑥 늘었지만 쓰기와 말하기는 엄마가 아무리 애를 태워도 좀처럼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3월, 메이플베어를 만나다.
2학년 겨울방학에 아주 친한 친구가 다니고 있던 메이플 베어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가게 되었는데, 엄마가 기대했던 것보다 레벨이 아주 좋게 나와서 3월부터 메이플 베어를 다녀보기로 했답니다. 물론 엄청난 설득 작업을 해야 했고, 원어민 선생님에 대해 아이가 가지는 두려움도 아주 컸습니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선생님이 너무 빨리 말을 하셔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겠고, 숙제조차 뭔지 못 알아 들었다는 하소연을 하며 자기방에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첫 주에는 친구네에 물어서 겨우겨우 숙제를 해갔고, 별로 많지도 어렵지도 않던 숙제(단어를 찾고,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을 만드는)를 하면서도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사전을 찾는 연습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발음을 해가며 적어보면 사실은 책에서 많이 읽었던 단어들이라 일일이 철자를 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읽기의 힘으로 문법에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는 듯했구요. 물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가 아주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두 번째 주부터 아주 즐겁게 메이플베어 가는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하더군요. 가장 실력이 향상된 학생에게 주는 상을 받았습니다.
4월, 탐험가대회에 참가하다.
영어자신감이 생긴 덕분일까요. 4월에 자신의 꿈을 짧은 영어 영상으로 만드는 탐험가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오. 뮤지컬 배우가 되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는 내용의 영상으로 Most Unusual상을 받았습니다. 소소한 행사에 참여하고 상으로 칭찬을 받고 하는 과정에서 점점 영어자신감을 얻는 멋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은이가 적극적으로 모든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습을 격려하고자 엄마도 일부러 ‘좋은부모 이벤트-올바른 칭찬’에 참가하는 노력을 함께 했습니다.
5월, 독서광이 되다.
종이책을 좋아하던 아이라 메이플베어에서 제공되는 e-book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3, 4월을 그렇게 지나고 엄마도 읽기 영역에서는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매달 AWESOME READER가 되어 기념으로 받는 배지(Badge)를 눈여겨 본 모양인지 슬슬 책읽기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른 척 어떻게 하나 지켜보던 중에 본인도 5월에 처음 AWESOME READER가 되었는데, 이제는 메이플베어 가방에 주렁주렁 영예의 배지들을 달고 다닙니다. 색깔별로 다 모으고 싶은 욕심에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Young Writers Contest, 내 책이 나오다.
엄마에게 가장 아쉬운 영역이던 쓰기, 그만큼 아이가 보이는 거부감도 컸던……. 2018 Young Writers Contest 참가 안내문이 나왔을 때 너무 조심스러워서 아무런 권유도 않고 있던 엄마에게 시은이가 먼저 이 대회에 꼭 참가해 보고 싶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서 내고 싶다고 하는 겁니다. 생각해 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글로 다 쓸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도전해보고 싶다더군요. 엄마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이 컸을 거라 짐작합니다. 자신이 헐리웃 배우가 되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다는 아주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린 시은이만의 진짜 책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은이는 영어가 제일 재미있다고, 영어가 제일 좋다고 거의 매일 말해 줍니다.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뭐든 두렵지 않다고……. 공부하러 간다는 스트레스 없이 영어로 재미있게 놀러가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걱정과 우려 속에 시작했던 메이플베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엄마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고 시은이에게 영어 날개를 튼튼하게 달아준 한해를 함께 해서 내내 행복했습니다.
-대구 수성, 김시은(Sally,초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