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1권
5. 불설시아소경(佛說是我所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지위 높은 장자가 한 사람 있었는데 재물과 진귀한 보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열심히 일하여 생업을 꾸려나가며 배고프고 목마르고 춥고 더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꾸려나갔다.
여러 가지 근심에 시달리며 이 재물을 모으되, 도리로써 하지 않았으니, 비록 재물이 많았지만 스스로 옷이나 먹을 것을 마련하지 않고 보시도 할 줄 모르고 양친을 모시며 공양도 올릴 줄 몰랐다. 처자나 노복들에게도 흡족하게 줄 모르고 안팎의 친척들이나 가까운 마을에도 이익 되게 하는 바가 없었으니, 어떻게 보시하여 복덕을 지을 수 있었겠는가?
옷은 거친 것을 입고 먹는 것은 나쁜 음식이며, 생각은 인색하여 부모는 궁핍하고 처자는 헐벗고 추위에 떨며 집안 간에도 서로 왕래를 하지 않고 각자가 자기대로 살았다. 항상 귀찮고 번거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찾는 것이 있어도 그 하는 짓은 탐욕스럽고 인색했다.
복은 적게 짓고 지혜는 없으니 무엇보다도 불쌍한 것은 계를 지키는 것이 없는 것이었다. 살아갈 방도를 구할 때는 어떤 때는 지성으로 하고 어떤 때는 지성으로 하지 않았다. 쌓아 놓은 재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능히 먹고 입고 할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죽었는데 자식이 없어서 그의 재물은 모두 관가에서 몰수하게 되었다.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한 잘 들어라. 어리석고 몽매한 이 사람은 좋은 보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고 먹을 줄을 모르고 부모나 처자나 노복이나 손님들에게 대접할 줄도 몰랐느니라. 조금이라도 남에게 이익 되는 바가 없고 손해만 끼쳤느니라.”
비구들이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빠짐없이 말씀드렸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아무개라고 하는 이로서 재물이 많은데도 입고 먹을 줄을 모르고 부모에게 공양을 올릴 줄도 모르고 처자나 노복들에게 공급할 줄도 모르고 보시도 할 줄 모르다가 죽은 뒤 그 재산은 관가에 몰수당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지위 높은 장자는 단지 이 세상에서 재물에 대하여 탐욕스럽고 애착을 가진 것이 아니고 전생에도 그러했느니라.
옛날 옛적에 대향산(大香山)이라는 곳에 무앙수의 필발(蓽茇)이라는 약초와 후추 나무 등이 있었다.
필발이라는 약초 나무 위에 새가 한 마리 살았는데 그 이름은 아소(我所)라 했느니라.
혹 봄에 약재로 쓸 열매가 익어 가면 사람들이 따다가 병을 치료하곤 했다.
그러면 이 아소라는 새는 비명을 지르면서
‘이것은 내 것이다, 너희들은 가져가지 말라. 나는 사람들이 이것을 따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소리를 질러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따면서 그 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 새는 박복하여 걱정이 되어 소리 지르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이로 인해 죽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으니라. 비구여, 여기서 어리석은 자는 보잘것없는 이가 되어 살아가면서 재물을 구하느니라. 혹은 바른 업으로 혹은 삿된 업으로 재보를 모으는데 일단 목숨이 다하면 재물은 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니라.
아소라는 이름을 가진 저 새가 필발 나무나 다른 약재 나무가 익으려 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구슬피 울며 소리를 질러도 사람들이 따가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소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있었는데
향산(香山)에 살면서
여러 가지 약초 나무가 익으면
이것은 내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느니라.
이 소리를 듣고
다른 새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약초를 따가 버리면
아소라는 새는 속이 상했느니라.
이와 같이 사람이
한량없는 재보를 모아도
먹고 마실 생각도 안하고
이 새처럼 보시도 안하면
관가나 도적이나
원수진 집이나 불이나 물이
그것을 뺏거나 태우거나 물에 잠겨버리는 것은
아소라는 새의 약초와 열매 같으리라.
좋은 음식도
침상이나 와구나 다 이러하며
향이나 꽃이나 공양구 등
존재하는 것은 다 이러하니라.
사람의 몸을 얻은 것은
다시 그 종류로 돌아가나니
목숨이 다하면 다 버리고 가며
그 몸을 따라가는 것은 하나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덕을 쌓아서
후세를 생각하라.
사람이 지은 공덕은
후세에 또 사람을 기다리나니
임종에 당해서
마음에 타오르는 불을 품지 말라.
내가 앞에서 방일했으면
덕의 근본을 지어야 마땅하리라.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아소라는 새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지금의 이 지위 높은 장자가 바로 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마땅히 이를 배우고 닦아서 인색하지 말고 마음의 때를 닦아내고 늘 청정행을 닦아야 하나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