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동성경 상권
[보리에 머무르는 법]
이때 비비사나 능가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수행해야 하며,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 수 있습니까?”
[네 가지 청정한 범행]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만(憍慢)ㆍ공고(貢高)ㆍ질투(嫉拓)를 쫓아버리고 항상 네 가지 청정한 범행(梵行)을 행하여야 한다.
모든 중생을 위하여 항상 바른 진실[正眞]을 널리 기쁘게 행하여야 하며,
모름지기 살생ㆍ도둑질ㆍ거짓말ㆍ꾸미는 말ㆍ이간질하는 말ㆍ악한 말ㆍ음주ㆍ사음[婬妷]을 버려야 한다.
잠시라도 보리심을 잊지 말아라.
즐거운 마음으로 6바라밀을 부지런히 행하고, 하는 일이 항상 중생을 안락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유위(有爲) 중에서 마음을 항상 고요하게 해야 하며 많은 공포와 두려움의 유위의 바다를 건너게 하고자 하면, 너는 바르게 관하여 삼계 중생이 해탈을 얻도록 해 주어야 한다.
[보리는 이름만이 있을 쁜이다]
또 능가왕이여, 네가 만약 보리를 구하려 하면, 반드시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보리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이름만이 있을 뿐이며, 언어로 보리라고 할 뿐이다.
왜냐하면 능가왕이여, 이 보리는 있는 것이 아니며,
보리는 근(根)도 없으며. 보리는 머무름도 없고,
보리는 더러움[垢]이 없으며, 보리는 티끌[塵]도 없으며,
보리는 무아(無我)이며, 보리는 잡을 수 없으며,
보리는 색(色)이 없으며, 보리는 형상이 없으며,
보리는 여기에도 없고, 보리는 저곳에도 없으며,
보리는 근심도 없고, 보리는 고뇌도 없으며,
보리는 집착도 없고, 보리는 물듦[染]도 없으며,
보리는 끝도 없으며, 보리는 행위[爲]도 아니다.
보리는 탁함도 없으며, 보리는 모든 근(根)을 초월하며,
보리는 모든 기억과 상(想)과 염(念)을 없애며,
보리는 이미 모든 유위(有爲)의 행(行)을 뛰어넘으며,
보리는 바닥[底]이 없으며, 보리는 알기 어려우며,
보리는 매우 깊으며, 보리는 문자가 없으며,
보리는 모습[相]이 없으며, 보리는 적정(寂靜)하며,
보리는 청정하며, 보리는 위가 없다.
보리는 비유할 것이 없으며, 보리는 구하는 것이 없으며,
보리는 끊어짐이 없으며, 보리는 무너지지 않으며,
보리는 파괴점이 없으며, 보리는 사유(思惟)가 아니며,
보리는 물질이 아니며, 보리는 무위(無爲)이며,
보리는 무견(無見)이며, 보리는 해(害)가 없으며,
보리는 무명(無明)이며, 보리는 흘러듦이 없으며,
보리는 상주(常住)하는 것이며, 보리는 허공(虛空)이며,
보리는 무등등(無等等)이며, 보리는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능가왕이여, 보리를 구하려는 사람이 만약 법을 구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보리를 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능가왕이여, 만약 집착이 없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아상(我相)ㆍ중생상(衆生相)ㆍ명상(命相)ㆍ인상(人相)ㆍ축생상[畜養相]과 같은 여러 가지 상과 작상(作相)ㆍ수상(受相)ㆍ지상(知相)ㆍ견상(見相)이 없으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된다.
만약 세제상(世諦相)을 얻지 않으면 법에 집착하지 않고, 온(蘊)과 계(界)에 집착하지 않고, 나아가서 모든 부처와 보살에 집착하지 않아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증득하게 된다.
왜냐하면 능가왕이여, 집착하는 바가 없는 것이 바로 보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물질에 집착하지 않거나 상(常)에 집착하지 않거나 단(斷)에 집착하지 않으면, 미래세에 보리를 증득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능가왕이여, 일체 모든 법이 나중에는 멸하기 때문이다.”
[세제법]
이때 비비사나 능가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모든 세제법(世諦法)을 알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 모든 세제법은 헛것[幻]과 같고, 요술[化]과 같고, 꿈과 같고, 불꽃[焰]과 같고, 물에 비친 달과 같고 건달바성(乾闥婆城)과 같은 줄 알아라.
모든 세속제법이 이와 같은 줄 알아야 하며 이와 같이 깨달아야 하고, 이와 같이 관하여야 한다.”
이때 비비사나 능가왕이 곧 보살 삼매를 얻으니 무등등법광명지상(無等等法光明智相)이라고 이름하고,
다라니를 얻으니 일체교음(一切巧音)이라고 이름하였다.
이와 같은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삼매와 다라니를 얻고 나자, 비비사나 능가왕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이 삼매와 다라니를 얻고 나서, 모든 세제(世諦)의 법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 무엇이라고 깨달아 알았느냐?”
비비사나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세제의 법은 꿈과 같고 헛것과 같고 메아리 등과 같으며,
빠르게 지나가는 경치[山水]와 같으며, 물속에 비친 달과 같으며,
바람이 만든 허공의 꽃과 같으며, 가을에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으며,
구슬의 광명과 같으며, 등(燈)의 불꽃과 같으며,
꽃잎 위의 이슬과 같으며, 건달바성과 같으며,
물 위의 거품과 같으며, 무지개와 같으며, 아지랑이와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세제법이 나타내는 것이 모두 무상한 줄 깨달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