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밀해탈경 제1권
5. 혜명수보리문품(慧命須菩提問品), 제일의제의 모습, 한맛이며 같은 맛의 모습
그때 세존께서 모든 곳이 한맛이며, 같은 맛인 제일의제에 의지하여 혜명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대는 일체 중생의 세계에서 얼마나 되는 중생이 아(我)와 만(慢)에 의지하여 내가 얻을 것을 말하리라고 알고 있는가?
수보리여, 그대는 일체 중생의 세계에서 얼마나 되는 중생이 아와 만을 떠나서 내가 얻을 것을 말하리라고 알고 있는가?”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실로 저는 중생의 세계에서 아와 만을 버리고 내가 얻을 것을 말하는 것을 적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한량없는 아승기의 말할 수 없는 중생들이 중생의 세계에서 아와 만을 의지하고 ‘내’가 얻을 것을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건대 지난 세상에 어느 때, 아란야(阿蘭若) 동산에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내가 있는 곳을 의지하여 사방에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때 보니
그 비구들은 해가 저물 무렵 한곳에 모여서 여러 가지 법상을 취하여 깨달은 법을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들은 음(陰)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고,
어떤 비구들은 음(陰)이 생기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고,
어떤 비구들은 음(陰)이 없어지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음(陰)이 없어지는 법이라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음이 없어지면 깨칠 법이 나타난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입(入)의 모습을 보고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12인연의 모습을 보고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일어나는 행상[起行相]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諦)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원인인 모습을 취해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 아는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 여의는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 증득한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을 수행한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界)의 법상(法相)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갖가지 계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가 없어지는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가 없어진 증거를 취하여 법을 깨쳤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하여 어떤 비구들은 4념처(念處)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념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념처를 대하여 대치하는 상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고 하며.
어떤 비구들은 4념처를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나지 않은 4념처를 나온 4념처로 삼아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이미 나온 4념처를 잃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이미 나온 4념처를 더욱 넓히기 위해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하여 어떤 비구들은 정근(正勤)과 여의(如意)와 근(根)과 역(力)과 각도(覺道)를 취하여 나지 않은 것은 나게 하고, 나온 것은 잃지 않게 하고, 더욱 넓히려고 행상 취하는 것으로 법을 깨쳤다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비구들을 보고 생각하되 이 비구들은 아상에 집착하였으므로 아만의 모습을 취하여 이렇게 깨달음을 말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일의제의 한맛이며, 한맛인 모양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기에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희유(希有)한 일이어서 일체 처소에서 훌륭한 법을 잘 말씀하시나
제일의제의 한맛이며, 평등한 맛은 미묘하고 심히 깊어서 깨닫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데 하물며 외도들이 알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옳은 말이다. 그대의 말이 옳다.
내가 깨달은 법은 지극히 미세하고 심히 깊으며, 깨닫기 어려우니
일체 처소에 한맛이며 같은 맛의 모습인 제일의제는 내가 깨달은 바이다.
깨치고는 남을 위하여 열어 연설하며 나타내니,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이른바 음(陰)ㆍ계(界)ㆍ입(入)ㆍ인연으로 일어나는 실제의 경계ㆍ염(念)ㆍ처(處)ㆍ정근(正勤)ㆍ여의(如意)ㆍ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 등에서
수보리여, 내가 5음(陰)의 청정한 관법(觀法)을 말할 적에 37품(品)이 제일의 모습이며,
일체 음ㆍ계ㆍ입ㆍ염처ㆍ정근ㆍ여의ㆍ근ㆍ역ㆍ각도는 한맛이며, 같은 맛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이 뜻에 의지하여 너는 이제 마땅히 일체 처소에 한맛이며, 같은 맛인 제일의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또 수보리여, 참되게 수행하는 비구는 한 음(陰)이 제일의제의 법과 같이 아(我)가 없음을 여실히 알며,
나머지 계(界)ㆍ입(入)ㆍ인연으로 행(行)을 일으키는 경계ㆍ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여의(如意)ㆍ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 등에도 진여 제일의제의 법에 아가 없는 것과 다르게 관찰하지 않고,
다만 진여에 수순하여 둘 아닌 법에 의지하고, 일체 처소에 한맛, 같은 맛인 제일의제의 모습을 깨닫는다.
수보리여, 그대는 이 뜻에 의지하여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이른바 한맛이며, 같은 맛인 제일의제의 모습이다.
또 수보리여, 저 음ㆍ계ㆍ입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행의 경계와 같이 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여의(如意)ㆍ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에도 그와 같이 차별이 있다.
만일 진여 제일의제의 법에 아상이 없이 차별이 있다면 진여를 증득하는 법인 제일의제에도 인(因)이 있을 것이다.
인이 있으면 응당 원인에서 생길 것이며, 원인에서 생겼으면 응당 함이 있는 바일 것이다.
만일 함이 있는 법이라면 제일의제라 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제일의제가 아니면 다시 제일의제를 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진여 제일의제의 법은,
아(我)가 없어서 원인에서 나지 않으며,
함이 있는 법이 아니며,
제일의제가 아닌 것도 아니며,
그 제일의제를 위하여 다시 제일의제를 구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어느 곳에나 여래가 세상에 계시거나 여래가 세상에 안 계시거나
이 법의 성품은 항상 있으며, 법의 본체가 항상 있으며, 법계가 항상 머무니,
수보리여, 그대는 이 뜻에 의지하여 이 모든 법상의 한맛, 평등한 맛, 제일의제를 알아야 한다.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한량없는 갖가지 차별된 색상(色相)은 모습이 없고 분별없고 차이가 없어서 일체 처소에 평등한 맛이며, 한 체(體)이며 한 모습임과 같이,
수보리여, 모든 법의 차별된 모습은 모두 일체 처소에 한맛이며 평등한 맛인 제일의제의 모습이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래는 알맞게 법을 말하되
일체가 한맛인 모양이라 하노라.
제일의를 여의지 않았건만
다르다고 보는 이 교만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