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문수사리현보장경 상권
[문수사리의 신통 1, 불국토를 왕래하다]
그때 현자 수보리는 사리불에게 물었다.
“그대는 다시 문수사리께서 어떤 다른 신통 변화가 있어 여러 불토를 왕래하면서 유행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사리불은 수보리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기억하건대 옛날 일찍이 문수사리와 함께 여러 나라를 유행할 때에,
어떤 불토에서 불이 일어나 세계를 태워 버렸고, 곧 그곳에 저절로 연꽃이 두루 피어 구족하였는데,
문수사리가 그 위를 밟고 다녔으며,
혹 가득한 불이 부드럽기가 마치 가는 옷과 같았고,
좋은 음식의 아름다운 맛과 냄새가 마치 전단(栴檀)을 몸에 바르거나 옷과 침구에 뿌린 것 같았으며,
한편 그 불토의 허공으로부터는 저절로 범천[梵]의 궁전이 조화로 만들어져 장엄한 꾸밈으로 세워졌는데, 그때 여러 보살들이 그 속에 들어가 앉아서 삼매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불토에서는 흥성함을 나타내고 일체 신심을 내어 불도를 이루어서 가리거나 숨김없이 인자한 마음을 행하여 널리 중생들을 구제합니다.
무엇이 불도를 이루어 가리거나 숨김없는 인자한 마음을 행하는 것인가?
일체 사람들의 음욕과 분노와 우치와 번뇌의 불이 있는 것을,
만일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가장 바른 깨달음을 얻는 이라면,
3구(垢)를 끊게 하여 자비한 마음으로써 중생들에게 설법하며 삼매에 들게 하니,
이것이 이른바 불도를 이루어 가리거나 숨김없는 인자한 마음을 행하는 것입니다.
수보리여, 내가 그때 홀로 있으면서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였습니다.
‘내가 이 삼천대천세계에 머무르는 신족(神足)의 힘이 문수사리와 동등하리라.’
이에 문수사리가 내가 생각한 것을 알고 와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마땅히 현자 사리불의 신족으로 함께 이 세계를 지나가자고 합니다.’
나는 신족의 힘을 다 나타내어 큰 불을 넘어가는데 밤낮으로 정진을 행하여 7일이 지난 끝에 문수사리와 저 불토를 넘고 그러한 뒤 제2의 삼천대천세계에 이르자,
그 세계가 또 불에 타 버려 화염(火炎)이 매우 넓어서 온 불토에 두루하였습니다.
문수사리가 곧 거기에 머물면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누구의 신족을 이어받아 저 세계를 건너겠느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땅히 그대 문수사리의 신족으로써 이 불토를 건너가야 할 것이오.’
이에 문수사리가 뜻을 일으킨 거리만큼 그 세계에 연꽃을 가득 펴놓고 곧 건너가면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신족의 힘이 누가 났겠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참새나 좀을 금시조(金翅鳥)와 봉황왕(鳳凰王)에 견준다면 이 두 가지가 상대될 수 없습니다.
금시조는 한 번 날개를 드는데 무수한 힘을 내지만
나의 몸은 마치 좀벌레나 참새와 같을 뿐일 것이니, 신족의 힘의 뛰어남이 그 역시 이러합니다.’
그러자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대 사리불은 홀로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문수사리의 신족과 나의 신족이 동등하리라.≻ 하였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지금의 효력을 보아서 누구를 슬기로운 이라 하겠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제자가 그치는 곳은 그 한계가 끊어지지 못해서 견줄 바가 아니되
자신이 그칠 곳의 한계가 끊어짐을 보아야 동등하게 될 수 있겠습니다.’
문수사리는 마침내 칭찬하여 말하였습니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사리불이여, 당신의 말씀과 같습니다. 옛날 세간에 어떤 두 선인(仙人)이 해변(海邊)에 머물러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호묘법(好妙法)이고,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시신안(施信安)이었습니다.
그 호묘법은 선인의 5신통[五通]을 얻어 이것으로써 스스로 즐기고,
시신안은 신주(神呪)를 외우는 것으로써 허공을 날아다녔는데,
그때 두 선인이 함께 해변을 따라 같이 큰 바다를 날아 건너려고 저 해안을 빙빙 돌다가 시신안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말하였다.
‘호묘법의 신족이 나와 동등하리라.’
그러한 뒤 다시 함께 날아 큰 바다를 건너 여귀(女鬼)의 세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나찰(羅刹)들이 사람의 기악(伎樂)을 울리니,
시신안 선인이 그 음악을 들음과 동시에 여귀를 보고 나서 곧 겁을 내어 허공으로부터 땅에 떨어져 다시는 거처했던 해변을 알 수 없었으므로,
이에 호묘법 선인이 그를 가엾이 여겨 오른손으로 들어서 본래 머물던 곳에 돌려놓았습니다.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때 호묘법 선인은 바로 나의 몸이고, 시신안 선인은 바로 사리불입니다.
그때 기년(耆年)이 진실로 그 유(類)가 아님에도 스스로 동등하다고 하였는데, 지금 역시 그러합니다.’”
사리불은 보리수에게 말하였다.
“내가 다시 기억하건대 일찍이 문수사리와 함께 남방으로 여러 불국토를 유행하면서 무수한 백천 불토를 지나다닐 때에 제호장식(諸好莊飾)이라는 세계가 있고,
덕보(德寶)라는 여래께서 계셨는데, 저 불토에 나아가서 세존을 보고 머리 조아려 예배하려 하자,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어찌 이 여러 곳을 보면서 같이 불국토를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이미 보았습니다.’
문수사리가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사리불이여, 여러 불토를 어떻게 보았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혹 불이 가득한 것을 보았고, 혹 구족하지 않은 것을 보았고, 혹 허공처럼 자연스러운 것을 보았고, 혹 신족으로써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나에게 물었습니다.
‘사리불이여, 이 불국토를 어떻게 관찰했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 가득한 불은 가득한 불 그대로를 보았고,
그 허공과 같은 것은 허공과 같은 그대로를 보았고,
그 신족으로써 서 있는 것은 신족으로써 서 있는 그대로를 보았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사리불의 경계처럼 모든 강설(講說)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나는 곧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모든 불국토를 어떻게 관찰하였습니까?’
문수사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일체 부처님 경계는 다 허공의 불토이니,
왜냐하면, 모두 환화(幻化)와 같아서, 나타나는 바가 가득한 불인 것과, 구족하지 않은 것과, 허공처럼 자연스러운 것과, 신족으로 서 있는 것뿐이라,
어찌 그 무엇이 와서 이 인연을 일으켰다거나 분별의 행을 일으켰다고 말하겠는가?
허공은 아무런 인연이 없으므로 항상 자연 그대로 머무니,
이와 같이 모든 번뇌가 더럽혀 마음과 뜻을 청정하게 하지 못함이
마치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불국토가 다 화재를 입는 것과 같지만 허공을 태우지는 못하며,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낱낱 사람들이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불선한 근본을 범하고 뭇 재앙과 악업을 쌓으므로 그 뜻을 끝내 청정하게 하지 못하지만,
만약에 어떤 남자나 여인으로서 능히 청정한 법계에 들어가는 자라면,
그는 머묾과 덮임이 없고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고 그 뜻으로 하여금 느낌이나 머묾이 있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느낌도 머묾도 없는 법문입니다.
이 한 가지 법문으로 모든 법을 다 거느리고 모든 법을 다 받아들이되,
뭇 덮임과 가림을 내지 않는 만큼 법의 뜻은 역시 선악이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그대 수보리여, 문수사리가 신족 변화로 서 있는 곳마다 설법하는 것을 내 눈으로 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