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살경 제1권
[살인자가 불여래의 큰 신통력을 보다(1)]
이때 무리 가운데 원수를 조복하지 못하고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사람[不調伏怨仇害人者)]이 있었다.
그는 무리 가운데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걷어 올리고 의복을 정돈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마땅히 어떤 일로 세존을 공양하여야 할까?
세존의 구족한 법신(法身)에 대해 작은 물건으로는 공양할 수 없을 것이다.
여래(如來)이신 대덕(大德)은 구족(具足)의 법신이다.
나는 지금 세간 가운데서 먼저 장애가 있었지만 지금 세존을 보게 되었고, 무소유보살이 물은 것을 세존께서 해석하신 것과 법요(法要)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일체의 법 가운데서 장애가 없게 되었으며 이미 암흑을 없애고 세간을 밝게 비출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 스스로를 봄에 이미 천안(天眼)이 생기고 이미 5통(通)을 얻었다. 나는 지금 이미 온갖 고뇌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모두가 피로 더럽혀져 있구나. 나는 지금 이 옷을 세존의 몸에 덮어드리려 하지만 여래께서 받아주실 지 두렵다.
바라건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나로 하여금 다시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어 드릴 수 있게 하십시오. 세존께 공양하고 일에 맞추어 봉사하리라.’
이와 같이 뛰어난 대덕의 법신은 이와 같은 중생에게는 갖추어지기 어렵고, 조복하기 어려운 이와 나쁜 마음과 원수로서 사람을 해치는 자는 이와 같은 원을 일으키지 않는다.
불여래와 대덕의 신통으로 믿어 들어가고자 원하여 생각할 때, 그의 왼쪽 손 안에 자연히 한 상자의 하늘 꽃이 있어 부드럽고 윤택하기가 여러 하늘을 능가하였다. 온갖 향기는 스스로 오른쪽 손안에서 타고, 상의(上衣)와 하의(下衣)는 자연히 생기며, 뛸 듯이 기뻐함이 그 몸에 충만하였다.
또 여러 부처님과 대덕의 신통으로 다시 믿음에 들어가기를 구하는 그때는 곧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광명을 나투는 것을 본다.
이때에 그는 또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오호라, 모든 부처님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구나. 대덕의 신통은 헤아릴 수가 없고 견줄 것이 없구나.
바라건대 모든 중생은 부처님의 큰 덕을 믿어 스스로 지니고 모두 행원(行願)을 얻어라.’
그리고 곧 상의와 하의로 부처님을 덮고, 그 하늘 꽃으로 이와 같이 두 번 내지 세 번 부처님 위에 뿌렸다. 그러자 허공 가운데서 줄기의 위와 잎의 밑에 꽃으로 장식된 일산(日傘)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다시 두 번째 꽃 상자가 생기고 역시 두 번째 상의와 하의가 생겼다.
그는 또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어 그 몸에 충만하였다.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내 부탁을 들어주셔서 이 꽃으로 한량없는 부처님께 뿌려드리고 이 상의와 하의를 모든 부처님 위에 덮도록 하시고, 바라건대 나에게 믿음이 생기게 해 주십시오.
모든 불세존이시여, 바라오니 저로 하여금 마땅히 뉘우침의 뜻이 있게 하시어 보시를 이루지 못하도록 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곧 하늘에서 이러한 말소리가 들렸다.
“그대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모든 여래에게 널리 뿌려라.
선남자여, 일체의 모든 부처는 동일한 법신이니라.
모든 불세존은 온갖 법 가운데 있어서나 온갖 사물 가운데 있어서 질투하는 뜻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불세존은 과보를 수용(受用)하느니라. 온갖 사물 가운데서 물들고 집착함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는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미 내 부탁을 허락하셨다.’
곧 여러 꽃과 상의와 하의를 아득히 한량없는 모든 불세존께 뿌렸다. 그 꽃과 옷을 보니 모든 부처의 위, 허공 가운데서 일산을 지어 머물렀다.
그리고 그의 옷을 환희하고 뛸 듯이 기뻐하여 사지(四肢)를 땅에 던져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의 발에 정례(頂禮)하였다. 또 그는 몸을 보고 모든 부처와 석가모니불께 정례하였다.
이때에 그 모든 세존과 석가모니불은 모두가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일어나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이미 한량없는 복덩이를 낳았구나.”
그는 곧 일어나 오직 석가모니여래를 볼 뿐이었다.
그는 곧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들 한량없는 모든 불세존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저는 아직 뵙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의 대덕의 법신이니라.
구족하여 얻는 바가 없는 까닭이니, 너는 마땅히 믿어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호, 모든 부처님은 불가사의하구나. 이와 같은 색(色)이 있어 대법체(大法體)를 보다니…….’
그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나쁜 마음과 원한을 다스리기 어려워서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놈입니다.
그러니 세존이시여, 제가 전에 지은 죄악을 이 무리들이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들을 듣고 나면 마땅히 이와 같은 악을 싫어하고 떨어지고자 일어설 것입니다.
전에 가졌던 해독(害毒)은 매우 치성(熾盛)하더라도 많은 중생들이 저를 볼 때가 있으면 두려워 달아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아침 죽어 마땅한 열 사람의 장부를 잡아 죽이고 그 목덜미를 물어뜯어 피를 마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람의 피를 취하고 나면 나쁜 마음이 더해져, 또다시 사람을 해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때도 이를 구하여 왕사성(王舍城)에 있었으며, 돌아다니다가 이윽고 동북쪽으로 갈리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제가 왕사성의 성안을 보니 많은 사람이 길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저는 곧 등을 돌려 먼 곳으로 가서 머물렀습니다. 그들이 저를 보면 두려워하여 달아날까 싶어서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그 사람들은 왕사성을 나와 모두 함께 비부라산(毘富羅山)을 향하여 갔으며,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저는 또 그때 수억의 온갖 하늘[天]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가득하여 끝을 알 수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세존의 공덕의 광명과 온갖 상(相)과 온갖 색(色)ㆍ형모(形貌)ㆍ장단(長短), 혹은 넓음 등을 능히 뛰어넘을 자가 아무도 없음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스스로의 몸이 가장 비천함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때 자신이 더럽고 나쁘다는 생각을 하고 비천하고 약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사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자신을
‘나는 지금 남에게 이익도 주지 못하고, 나는 지금 악에 살며, 나는 이처럼 많은 사람 가운데서 가장 비천하고 가장 더럽고 악하며, 무엇에도 미치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무섭게 타오른다’고 헐뜯고 욕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자신을 혐오하고 이처럼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만약 이 대지(大地)가 나를 받아들인다면 곧 안으로 들어가리라.’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공중에서 나는 이와 같은 말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대 선남자여, 오직 모든 부처님의 덕이 큰 법신임을 믿어라.
그대는 마땅히 이 비천한 몸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니라.’
저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정념(正念)의 부처님 가운데서 모든 부처님의 덕이 큰 법신임을 생각하리라’
이렇게 생각할 때 곧 허공에서 이러한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눈을 깜빡거리지 말고 세존을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보아라.
그대가 관찰할 때 곧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믿고 마땅히 얻어라.’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합장하고 눈을 깜빡이지 않고 세존을 우러러보았습니다.
그러자 곧 세존의 모든 털구멍 안에서 큰 연꽃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갖 보물이 이루는 한량없는 빛깔과 황금빛과 끝이 없는 빛깔이 있었습니다.
모든 연꽃은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으며 몸 안에서 나왔으며, 그 화대(花臺)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계셨고, 석가여래와 같이 모든 상(相)을 구족하고서 모두가 그 안에 앉았지만 허공에 가득하였습니다.
능히 장애가 되는 중생은 없었습니다. 해의 광명을 막는 일도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최승(最勝)의 환희로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곧 모든 부처님의 신통의 힘입니다.
저는 그때 청정함을 일으켜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이와 같이 관찰할 때 즉 모든 세계 가운데 부처님께서 나시는 곳이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즉 그 사이에 머물러 계시면서 설법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들을 거두시지만 집착함도 없고 일부러 동작하는 것도 없으며, 타는 고뇌가 없으며, 공하여 소유함이 없고, 말씀이 없고, 설함도 없으며, 머무는 곳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 안에는 수많은 백천(百千)의 중생이 있어서 보리심을 발하고 신도의 법을 떠나서 무언(無言)의 공(空)을 믿어 수많은 억 겁(劫)을 보리의 가운데 머물렀습니다. 저는 이렇게 알았습니다.
낮을 모르고 또 밤을 몰랐으며, 반 달[半月]과 한 달[一月]과 해와 계절을 몰랐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 알았습니다.
그때 반야바라밀의 법을 듣고 물들거나 집착하는 곳이 없었으며 말이 없고 설함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렇게 법을 듣고서 지니고 있는 법상(法相)에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었으며 말과 설함도 없었습니다.
이 법을 들은 다음 자신을 보지 않았고 아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으며 역시 처소(處所)도 없었습니다.
마땅히 그때 여래의 상(像)이 있어서 저의 앞에 출현하여 그 시간에 곧 스스로의 몸을 보고 또 모든 부처님을 뵈었으며,
도리어 다시 세존의 몸에 들어 세존의 몸을 보지 못하였고 세존의 몸에 증감(增減)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며, 세존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밝음과 어두움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남자여, 이는 바로 저들 모든 불여래의 큰 신통력이니라.”
그는 감당하기 어려워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의 큰 신통력으로 다시는 의심함이 없습니다.
저는 의심이 없기 때문에 한량없는 모든 보살들을 봄에 모두가 금빛으로서 32대인(大人)의 상(相)이 있고, 모든 음악(音樂)과 온갖 향과 꽃을 가져 매우 기쁘게 세존께 예배하며, 봉헌하고 공양하며, 꽃과 향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무소유가 물은 법을 듣고, 환희하고 펄쩍 뛰어오르는 것이 그 몸에 가득하며 스스로 칭찬하고 기뻐하며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이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은 중생의 변제(邊際)를 얻는 일이 없다.
내가 그때에 도저히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사유하고 이를 생각하고 구하리라.’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때 청중(聽衆)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모든 대중을 보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비할 바 없는 고요함을 알아 끝마쳐서
있는 곳에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구나.
마땅히 일체의 괴로움을 벗어나
흔들리지 않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