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시불경 하권
[흠나 태자와 제소로를 제도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苾芻: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毘婆尸)보살은 이미 도를 이루어 마치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어디서 먼저 설법하여 중생을 이익 되게 할까?’
분명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였다.
‘만도마왕(滿度摩王)이 도읍한 큰 성은 백성들이 많고 인연이 잘 익었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손에는 발우를 들고 차례로 걸식하면서 만도마성에 이르러 안락녹야원(安樂鹿野園) 속으로 나아가 잠깐 멈춰 쉬면서 자재(自在)하여 두려움이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족(二足)이신 정변지(正徧知)는
자재하게 행하여 발우를 지니고
녹야원 속에 편안히 머무르니
두려움 없기 사자(師子)와 같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불께서는 문지기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흠나(欠拏) 태자와 그의 가까운 신하인 제소로(帝穌嚕)에게 가서 내가 지금 안락녹야원 속에 있으면서 서로 만나 보고자 한다고 전하라.’
그때 문지기는 이 말을 듣고 곧 흠나 태자와 그의 가까운 신하인 제소로에게 가서 위의 사실을 갖추어 말했다.
‘비바시불께서는 정각(正覺)의 도(道)를 이루시고 만도마성의 안락녹야원에 계시면서 서로 만나 보고자 하십니다.’
흠나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제소로와 함께 곧 수레를 타고 만도마성을 나가 안락녹야원으로 갔다.
비바시불 앞에 나아가 그 발에 정례(頂禮)하고 그 존안(尊顔)을 우러러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비바시불께서는 흠나로 하여금 환희 하여 믿어 받게 하시려고 묘한 법을 열어 보이셨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만일 보시(布施)하고 계(戒)를 가지며 정진(精進)하여 행을 닦아 능히 욕색(欲色) 번뇌의 허물을 여의면 깨끗한 하늘에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흠나 태자와 제소로는 이 말씀을 듣고는 마음이 청정함을 얻어 비바시불ㆍ정등각의 마음과 같이 되어,
바르게 아는 마음과, 의심하지 않는 마음과, 착한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과, 넓은 마음과, 걸림이 없는 마음과, 가이없는 마음과,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었다.
비바시불께서는 다시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4제(諦) 법행(法行)을 갖가지로 열어 보이셨다.
그때 흠나 태자와 제소로는 4제를 통달하여 법을 보고 법을 알고 법을 얻었다.
그것은 굳건한 법ㆍ의지하는 법ㆍ머무르는 법ㆍ움직이지 않는 법ㆍ버리지 않는 법ㆍ비지 않는 법이다.
마치 흰 천이 티끌과 때가 없는 것처럼 법을 깨닫는 마음도 또한 이와 같았다.
그때 흠나 태자와 제소로는 비바시불에게 여쭈었다.
‘여래 응(應) 정등각이시여, 우리들은 집을 나와 선서(善逝)의 계를 받고자 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그리고는 곧 머리를 깎고 구족계(具足戒)를 주었다.
이와 같이 저 부처님께서는 그 두 사람을 위하여 세 가지 신통을 나타내시어 그들로 하여금 정진의 마음을 내어 부처의 지혜로 나아가게 하셨다.
첫째는 변화신통을 나타내셨고,
둘째는 설법신통을 나타내셨고,
셋째는 조복(調伏)신통을 나타내셨다.
이렇게 나타내어 마치시자 흠나 태자와 제소로는 용맹하게 정진하여 잠깐 사이에 참 지혜가 서로 응(應)하여 모든 번뇌를 끊어 다하고 아라한을 이루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세존께서
녹야원에서 설법하시매
흠나와 제소로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함께 왔나니
발에 정례하고
우러러보며 한마음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보시 지계의 문과
고ㆍ집ㆍ멸ㆍ도의 법 열어 보이셨네.
법문을 듣고 깊이 믿어 받자와
생멸이 없음을 밝게 통달해
그들은 다 함께 출가함을 구해
이내 곧 선서의 계를 받았네.
또다시 신통의 힘을 보고는
어느새 정진의 마음을 내어
잠깐 사이에 모든 번뇌 다하고
곧 아라한을 성취하였네.
[만도마성의 8만인을 제도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 자세히 들으라.
만도마성에는 인민이 많아서 일찍이 선(善)의 종자를 심은 사람이 8만 인이 있었다.
그들은, 흠나 태자와 제소로가 바른 믿음으로 집을 떠나자,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신통을 나타내어 그들이 성과(聖果)를 얻었고,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집을 떠나고 이렇게 범행을 닦고 이렇게 설법하고
이렇게 조복하여 세상에 드물게 있고 아직 듣지 못한 법을 들었다는 말을 듣고
‘우리들도 이제 또한 집을 떠나기를 원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8만 인은 함께 집의 인연을 버리고 만도마성을 떠나 안락녹야원의 비바시불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우러러보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어 믿는 마음이 생겨나게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묘한 법과 같아,
만일 사람이 보시하고 계를 지니고 정진하여 행을 닦아 능히 욕색의 번뇌와 갖가지 허물을 여의면 깨끗한 하늘에 나리라.’
그때 8만 인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청정해짐을 얻어 비바시불ㆍ정등각의 마음과 같이 되어
바르게 아는 마음ㆍ의심이 없는 마음ㆍ부드러운 마음ㆍ착한 마음ㆍ넓은 마음ㆍ걸림이 없는 마음ㆍ가이없는 마음ㆍ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었다.
다시 고ㆍ집ㆍ멸ㆍ도 4제의 법행을 말씀하시어 갖가지로 열어 보이셨다.
저 8만 인은 4제를 통달하여 법을 보고 법을 알고 법을 얻었다.
그것은 굳건한 법ㆍ의지하는 법ㆍ무너지지 않는 법ㆍ머무르는 법ㆍ움직이지 않는 법ㆍ버리지 않는 법ㆍ비지 않는 법이다.
마치 흰 천이 모든 티끌과 때를 여읜 것처럼 저들의 마음도 또한 이와 같았다.
그때 8만 인은 함께 소리를 내어 말했다.
‘여래ㆍ응ㆍ정등각이시여, 우리들을 받아들여 집을 떠나 선서의 계를 받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을 받아들여 머리를 깎고 계를 주셨다.
다시 그들을 위하여 세 가지 신통을 나타내시어 정진하는 마음을 내게 하셨다.
첫째는 변화신통이요, 둘째는 설법신통이며, 셋째는 조복신통이었다.
이렇게 나타내자 그때 8만 인은 용맹하게 정진하여 오래지 않은 동안에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려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도마성 안에
8만의 무리 있었으니
흠나 등이 집을 나와
성도(聖道)를 이루었단 말 들었네.
함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 계신 곳에 모두 나아가
법을 듣고는 마음이 즐겁고 기뻐
용맹스런 마음을 곧 일으켰네.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나니
원컨대 우리들의 출가를 허락하시어
곧 계율을 받아 가지고
때를 따라 섭수(攝受)해 주소서.
머리를 깎고 계를 주고
다시 위하여 신통을 나타내어
모든 결박을 끊어 다하기
마치 시리림(尸利林)을 멸하는 듯하였네.
치성한 불꽃이 길이 나지 않고
큰 해탈을 성취하매
이와 같이 모든 괴로움의 집은
마땅히 다 멸하여 있지 못하리.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바시불이 저 대중들을 제도하여 마치시고 안락녹야원에서 떠나 만도마성에 머무셨다.
8만 필추들도 만도마성에 머물다가 세존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던 인연을 갖추어 말씀하시어 그들의 마음을 견고하게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짓기 어려워라, 매우 짓기 어려워라.
바퀴 돌듯이 모두 바퀴 돌듯이
이러한 8만 사람들
번뇌의 결박 영원히 끊었네.
마치 제소로와
흠나 태자와 같이
정진하여 집을 떠나면
모두 해탈과(解脫果)를 얻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