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광명동자인연경 제2권
[수명 동자와 바라문 동자]
그때 왕사성에 두 동자가 있었는데 하나는 바라문족이요, 하나는 찰제리족이었는데, 찰제리 동자의 이름은 수명(壽命)이었다.
이 두 동자는 왕사성에서 나와 길 왼편에서 함께 소꿉장난을 하였다.
수명 동자는 오래전에 바른 믿음을 내었고,
바라문 동자는 바른 믿음을 갖추지 않았는데 그는 수명 동자에게 말했다.
“내가 들으니 전에 세존께서
‘선현 장자의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난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길하고 상서로워 인간 중에서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을 것이며,
나중에 가서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며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증득하리라’고 하셨다는데,
그 선현의 아내는 벌써 죽었으니 아들도 반드시 죽었을 것이며
장자의 친척 권속들이 시타림으로 옮겼음을 나는 안다.
어찌 세존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겠는가?”
그때에 수명 동자는 곧 바라문 동자를 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해ㆍ달과 별들을 땅에 떨어뜨리고
산과 돌은 땅에서 허공으로 날리며
깊은 바다는 말릴 수 있지만
부처님 말씀 결정코 허망함 없네.
이때에 바라문 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수명 동자에게 말했다.
“네가 믿지 않는다면 나와 같이 시타림에 가서 그 일을 잘 살펴보자.”
이때 세존께서는 왕사성으로부터 차츰 가시는 중이었는데, 이 두 동자는 여전히 길 왼편에서 함께 소꿉놀이를 하였었다.
이때 수명 동자는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숙세의 선근이 있었기 때문에 곧 게송을 말했다.
희유하다, 크신 모니(牟尼)
모든 동요와 어지러운 모양 여의시고
사람과 하늘의 큰 무리들
차례로 에워쌌도다.
사자후의 음성으로
외도들의 의론 능히 깨시고
온갖 의심 그물 잘 끊었으니
가장 위이시라 뵙기 어렵네.
부처님 시타림에 가시는
늠름한 모습 볼품 있어라.
쌓인 눈 바람에 날려
서늘함 허공에 두루한 듯.
석가모니 세존께서
나투실 광명과 변화
찰나 동안 본 이는
응(應)함 따라 이익 얻누나.
[빈바사라왕]
그때에 마가다(摩伽陀)의 왕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불세존께서 앞서 말씀하시기를
“선현 장자의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난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길하고 상서로우며 인간 중에 나타나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며,
맨 나중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고 모든 번뇌를 끊으며 아라한을 증득하리라”고 하셨는데,
그의 아내는 이미 죽어서 장자의 친척ㆍ권속들이 시타림으로 보냈으며
지금 불세존께서 에워싼 대중들을 데리고 시타림으로 가신다는 것을 듣고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우리의 불세존께서 만약 뜻과 이로움이 없다면 시타림에 가시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선현의 아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거나 세존께서 거기에 가시어 모든 이로운 일을 베푸시지 않겠는가?
내가 가서 이것을 보아야겠다.’
이때 빈바사라왕은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늙은 대신ㆍ왕비ㆍ관속들에게 둘러싸여 나왔다.
왕이 성을 나올 때에 그들 두 동자는 아직도 길 왼편에서 함께 소꿉놀이를 하였는데,
수명 동자는 빈바사라왕을 멀리서 보고 곧 앞에 나아가 게송을 말했다.
가장 훌륭하여라. 마가다왕이시여,
신하들에게 에워싸여 성문을 나오며
깨끗한 믿음 내어 결정하시니
일체의 사람들 다 기뻐하네.
[외도 니건타]
이때에 부처님과 일체의 인간ㆍ하늘 대중과 빈바사라왕 내지 수명 동자 등은 모두 시타림에 이르렀다.
그때에 세존께서 곧 입속에서 깨끗한 광명을 놓아 널리 모인 무리들을 비추셨다.
이때에 점치고 관상 보았던 외도 니건타(尼乾陀) 등도 모임 속에 있다가 불세존께서 광명을 놓는 것을 보고 곧 생각하였다.
‘이제 이 사문 구담이 대중 속에서 광명의 상을 나투니 선현의 아들이 죽지 아니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장자에게 말했다.
“장자여, 사문 구담이 광명을 나투는 것을 보니 아마도 당신의 아들이 살아있고 죽지 않은 것이 확실하오.”
선현 장자는 아뢰었다.
“나의 스승 거룩한 이여, 일이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외도는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의 아들이 만약 살아있다면 우리의 법에 들어와서 널리 학문을 닦도록 해야 하오.”
[동자가 불속의 연꽃에서 나타나다]
그때 장자는 그의 아내를 태우려고 먼저 섶과 쓰던 물건들 쌓아놓고 시체를 가운데 놓고는 불을 질러 태웠다.
불꽃이 일어나자 곧 배꼽부터 점차 터졌는데 그 가운데서 연꽃이 나왔으며,
그 꽃 속에 한 동자가 단정히 앉아 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빛깔과 몸매가 유달랐다.
이때 회중에서 한량없는 무리들이 다 이 모양을 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찬탄했으며,
모든 바른 신자들은 부처님께서 전에 말씀한 것을 기억하니 진실로 허망함이 없었다.
이때에 저 외도 니건타들은 이 일을 보고 마음에 고뇌가 생겨 움추려서[斂然] 서 있었다.
그때에 세존께서 곧 선현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여, 당신은 이제 이 동자를 거두어 잘 길러라.”
이때에 니건타 외도는 살짝 장자의 얼굴을 보고 말하였다.
“장자여, 시체 태우는 불 속에서 갑자기 동자가 나왔으니 모든 일에 다 상서롭지 못하오.
당신은 지금 안고 가서 길러서는 안 되오.”
이때에 선현 장자는 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수명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동자를 안고 가서 보호하여 잘 길러야 한다.”
이때에 수명 동자는 먼저 깊이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집엔 들일 데가 없으니 이 아이를 얻은들 저에게 마땅하지가 못합니다.”
이때에 선현의 아내는 이미 다 탔는데 부처님의 광명과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불은 저절로 꺼지고 찰나 사이에 하늘이 가는 눈을 내리어 저절로 서늘해졌다.
남은 숯을 치우고 타던 곳을 깨끗이 하니, 이때에 불 속에서 동자가 나와서 편안하게 섰다.
이때에 세존께서 수명 동자 등에게 널리 말씀하셨다.
“너희 바른 믿음을 가진 이는 외도의 삿되고 거짓되고 어지러운 것을 믿지 말고 마땅히 바른 생각에 머물러야 되느니라.”
수명 동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왕족에 태어났으며 또한 왕족으로 늙을 것입니다.
저의 몸은 청정하기가 마치 우두전단향과 다름이 없습니다.
저는 실로 외도의 삿되고 거짓된 일을 알지 못합니다.”
이때에 세존께서 다시 저 선현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동자는 당신의 아들이오. 당신이 안고 가서 잘 길러야 하오.”
그러나 선현 장자는 삿된 소견이 견고하였으므로 바른 도를 행하지 아니하였다.
그때에 또 가만히 외도 니건타를 보자 그 외도가 말하였다.
“선현 장자여, 당신은 잘 생각해야 하오.
이제 이 동자는 불속의 찌꺼기니 매우 상서롭지 못하오.
불이 태우지 못했으며 모양은 비록 좋지만 당신이 만약 데리고 갔다가는 결정코 당신네 가족을 파괴할 것이오.
또한 목숨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손해와 번뇌만 늘릴 것이며, 모든 일이 화합을 얻지 못할 터이니 깊이 생각하여 후회 없도록 하시오.”
장자는 외도의 말을 듣고는 역시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