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흥기행경 상권
3. 부처님이 아프신 전생 인연을 말씀하시는 경
[佛說頭痛 宿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들 5백 사람과 함께 계셨다.
모두가 이들은 아라한이며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 아난만은 그렇지 않았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멀고 오랜 세상에 왕사성 큰 성중에는 때에 곡식이 귀하였으므로 굶주려서 사람들이 모두 흰 뼈를 주워 가져다 두드려 삶아서 즙을 마셨고 온갖 풀뿌리를 캐서 변변치 못한 목숨을 이어갔으며 한 되의 금으로써 한 되의 곡식을 바꾸었다.
그때 나열기(羅閱祇:왕사성)에는 집이 수백 가구가 되는 지월(吱越)이라는 큰 마을이 있었고, 마을의 동쪽으로 멀지 않는 데에 다어(多魚)라는 못이 있었는데, 지월촌 사람들은 처자들을 거느리고 다어지(多魚池)에 나아가서 못가에 머무르면서 고기를 잡아먹었다.
때에 고기를 잡는 사람이 고기를 잡아다 언덕 위에 놓아 두자 육지에서 뛰었었다.
나는 그때에 어린아이로서 나이 마침 네 살이었으므로 고기의 뛰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때에 못 안에는 두 가지 고기가 있어서 한 가지는 이름이 부(䞯)요, 한 가지는 이름이 다설(多舌)이었는데,
이들은 서로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사람들을 침범하지 않았거늘 멋대로 잡아먹는구나. 우리들은 뒷세상에 반드시 이를 보복하리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지월촌 사람들인 남녀 모두를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카필라국 여러 샤아캬 성바지들이니라.
그 때의 어린아이는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그 때의 부라는 고기는 바로 지금의 비루륵왕(毘樓勒王)이요. 그 때의 다설이라는 고기는 바로 지금 비루륵왕의 관상하는 바라문 악설(惡舌)이라는 아이니라.
그때 고기가 뛰므로 나는 작은 막대기로써 고기의 머리를 때렸더니,
이 인연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서 수천년 동안 있었고,
내가 이제 비록 아비삼붓타[阿惟三佛]를 얻었다 하더라도 이 남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비루륵왕에게 샤아캬 성바지가 정벌 당할 적에 나는 두통을 얻었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어떻게 머리가 아팠는 줄 알겠느냐?
사리불아, 나는 처음 머리가 아플 적에 아난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에게 바루에 냉수를 가득히 담아서 오라’ 하였더니,
아난은 분부를 받고 가져 왔으므로 손가락으로써 이미 위에다 물방울을 묻히자, 물이 곧 스러져 없어짐이 마치 종일 불을 지핀 빈 큰 솥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물이 곧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머리 아프며 열이 난 그 형상도 그와 같았다.
가령 수미산 변두리의 옆으로 불룩 나온 절벽에 1유순에서 백 유순에 이르기까지 나의 두통 열이 닿게 하였다면 역시 녹아 없어졌으리라.
사리불아, 여래의 두통이 그와 같았느니라.”
부처님은 그때에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전생 세상의 지월이란 마을에
지월의 한 아들로 있으면서
고기를 잡아서 언덕 위에 놓자
막대기로 그 머리를 두드렸느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지옥을 겪고 지내 옴이 오래인데
그 이름은 흑승(黑繩) 지옥이며
타고 삶아짐이 심히 오래였느니라.
악행을 하는 비루륵왕이
이 여러 샤아캬를 죽이는 때에
이런 남은 인연 때문에
이제 두통의 열을 얻었느니라.
이 인연은 마침내 변화하지 아니하며
도한 허공에도 붙지 않나니
마땅히 같이 스스로 근신하여
몸과 입과 뜻을 막고 지킬니지라.
나는 스스로 높은 부처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에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일부러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라. 뭇 악이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에게 모두 그 선행을 생각하게 하려 하는데도 오히려 이런 인연이 있거든, 하물며 다시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이겠는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를 배워야 할 것이며, 여러 아라한과 일체 중생들도 모두 이를 배워야 할지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와 뜻의 세 가지를 수호하여야 할지니라.
사리불아, 이를 배워야 할지니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이며, 아뇩대용왕ㆍ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