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신모희수경 중권
[지옥, 큰 불더미의 비유]
“또 사리자야, 모든 지옥의 갈래와 지옥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報應]를 내가 모두 아나니,
이제 조그마한 비유를 들어 간략히 밝히겠노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세간에 큰 불더미가 있으니, 높이가 사람의 키와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을 정도로 불길이 매우 거세다가 사라져서 연기와 불꽃과 더운 기운이 모두 그쳤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은 무성하고 혹독한 더위는 놀랄 만한데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덮치고 기갈(飢渴)에 쫓기어서 가까운 길만을 따르다가 불타던 자리에 이르러서 쉬려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더위에 몹시 피로한 이가 지름길로 달려와서 쉬려 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때 눈 밝은 사람은 생각하기를
‘거기는 불꽃의 높이가 사람의 키와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다가 이제야 꺼져 서늘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거기에 가서 앉거나 누우려고 하니 더욱 뜨거운 번뇌가 더할 것이며, 심히 뜻에 맞지 않아 반드시 큰 고통을 받으리라’ 하였느니라.
이런 생각을 할 때 그 사람이 앞으로 가니 과연 생각했던 것처럼 지독한 고통을 받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지옥에 떨어진 것도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모두 아느니라.
그는 바른 도로써 실천할 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면 심히 뜻에 맞지 않게 지독한 고통을 받거니와,
여래의 맑고 깨끗한 하늘눈은 사람들의 눈보다 나은 까닭에 이 일을 자세히 보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지옥의 갈래와 지옥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축생, 더러운 무더기의 비유]
또 사리자야, 축생의 갈래와 축생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報應]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세간의 어떤 더러운 무더기의 높이가 사람의 크기와 같거나 사람의 분량을 넘도록 더러운 물건이 두루두루 가득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은 무성하고 혹독한 더위는 두렵기까지 한데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만 따를 뿐, 더러운 곳에 나아가서 쉬려고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그 더위에 지극히 괴로운 사람이 지름길로 달려와서 쉬려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곳은 더러운 것이 쌓여서 높이가 사람과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거늘 이 사람이 그리로 가니, 서늘한 곳이 아니니 더욱 뜨거운 번뇌를 받을 것이고, 심히 윤택이 없으니, 즐겁지 못하고 반드시 극심한 고통을 받겠구나’라고 이렇게 생각할 때
그 사람이 앞으로 가서 앉거나 누우려고 하니,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심히 윤택하지 못하고, 즐겁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축생의 갈래에 떨어진 것도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내가 모두 아느니라.
그가 바른 길로 행할 바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축생에 태어나면 심히 윤택하지 못하고 즐겁지 못하고, 또 뜻에 맞지 않아 심히 고통을 받을 것이니라.
여래의 맑고 깨끗한 하늘눈은 세간 사람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이 일을 자세히 보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축생의 갈래와 축생의 원인과 중생들의 과보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아귀, 마른 나무의 비유]
또 사리자야, 아귀의 갈래와 아귀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어떤 나무가, 높이는 사람의 키와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지만 마르고 썩고 부러져서 가지와 잎이 떨어지고 없느니라.
그때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이 무성하고 혹독한 더위는 놀랍기까지 한데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을 따르다가 마른 나무 밑에서 쉬고자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그 사람이 마른 나무 밑으로 가서 쉬고자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 사람이 저리로 가는데, 서늘한 곳이 아니니 더욱 고통을 받겠구나’ 하였느니라.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 사람은 앞으로 가서 앉고 누우려고 하였는데,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더욱 고통을 받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아귀에 태어나 더욱 고통을 받는 것을 여래의 맑고 깨끗한 하늘눈은 사람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자세히 이 일을 관찰하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아귀의 갈래와 아귀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다 안다고 하느니라.
[아수라. 개미떼의 비유]
또 사리자야, 아수라(阿修羅)의 갈래와 아수라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어떤 나무 밑에 개미[蟻]가 모였는데 높이가 사람과 같거나 사람보다 컸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이 번성하고 혹독한 더위로 놀라울 때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을 따르다가 그 나무 밑에 가서 쉬려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그 사람이 나무 밑 개미가 모인 데서 쉬려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 사람이 저곳으로 가지만 편안한 곳이 아니니 더욱 고통을 받겠구나’라고 이와 같이 생각할 때
그 사람이 앞으로 가서 앉고 누우려고 하니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더욱 고통을 받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아수라에 떨어지면 이와 같나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모두 아느니라. 그가 바른 도로써 행할 바를 모르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는 나쁜 갈래인 아수라에 떨어져서 더욱 고통을 받으리니,
여래는 맑고 깨끗한 하늘눈이 인간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자세히 이 일을 관찰하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아수라의 갈래와 아수라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다 안다고 하느니라.
[인간, 크기가 다른 나무들의 비유]
또 사리자야, 모든 인간의 길[人道]과 인간의 갈래[人趣]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내가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한 나무가 있는데 높이가 사람과 같거나 사람보다 더 크며,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둘레가 모두 넓고 크느니라. 그러나 가지와 잎이 고르지 않아서 어떤 곳은 성글고 어떤 곳은 빽빽하여 땅에 그늘을 드리우는 데도 차별이 있었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몹시 더운 달에 만물이 무성하고 찌는 듯한 더위가 혹심할 때 먼 곳에서 왔는데,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만을 따라 그 나무 밑에 가서 쉬고자 하였느니라.
그때 한 눈 밝은 사람이 그가 큰 나무 밑에서 쉬고자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저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앉거나 눕는다면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겠구나’ 하였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서 앉고 누우니, 과연 생각했던 것처럼 괴롭고 즐거움을 뒤섞어 받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중생이 사람의 갈래에 태어난 것도 이와 같나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다 아느니라.
그가 성현의 행할 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사람의 갈래에 태어나서 괴롭고 즐거운 경험을 섞어 받으리니,
여래는 맑고 깨끗한 하늘눈이 인간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이 일을 자세히 관찰하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인간의 길과 인간 갈래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다 안다고 하느니라.
[하늘, 높고 넓은 다락의 비유]
또 사리자야, 모든 하늘의 길[天道]과 하늘의 갈래[人趣]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높고 넓은 다락이 있는데 두루두루 흙손질[墁]을 잘하였고, 겹겹이 견고하여 중간에 틈이나 빈 곳이 없고, 문과 창은 모두 굳게 닫혀서 더운 바람과 햇빛이 비치지 못하게 하였느니라.
그 안에는 자리를 폈는데, 붉은 비단으로 요를 삼고 차례차례 더 포개어서 열여섯 겹에 이르렀으며, 다시 그 위에는 흰 비단으로 덮었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 아주 더운 달에 만물이 무성하고 찌는 듯한 더위가 놀라울 때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길을 따라 걷다가 그 위에 올라가 쉬고자 하였느니라.
그 곁에 있던 눈 밝은 사람은 그 사람이 와서 다락에 올라가 쉬려고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반드시 쾌락을 받겠구나’ 하느니라.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 사람은 앞으로 가서 높은 다락에 올라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 과연 생각한 것처럼 쾌락을 받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하늘 세계[天界]에 태어나는 것도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모두 아느니라.
그가 성현이 실천하는 도를 모르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인 하늘 세계에 태어나서 쾌적하고 즐거움을 받게 되니,
여래는 맑고 깨끗한 하늘눈이 인간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이 일을 자세히 관찰하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하늘의 길과 하늘 갈래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열반, 하늘 못의 비유]
또 사리자야, 모든 열반의 성스러운 도와 열반의 원인과 중생이 증득하는 열반의 결과[果法]를 나는 다 아노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세간의 성안[城邑]에서 멀지 않는 곳에 하늘 못[天池]이 있는데 사방이 반듯하고 물이 맑아서 사랑스러우니라. 둘레에는 모두 암마라(菴摩羅)나무와 섬부(贍部)나무와 파나사(頗拏娑)나무와 바미라[婆咩羅]나무와 구바파니바다(俱嚩播泥嚩多)나무와 용수(龍鬚)나무들이 사방을 두루 덮고 있으며, 그 물에 닿으면 몸이 훌륭하게 좋아지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이 번성하고 혹심한 더위가 놀라울 때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면서도 항상 길을 따라 오다가 그 못에 이르러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어 더위와 피로함을 없애려고 하였느니라.
그 곁에 있던 눈 밝은 사람이 그가 못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멀리 와서 피로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 못에 가서 물을 마시거나 몸을 씻어 더위에 지친 고통을 없애고,
마음대로 나무 그늘로 가서 앉거나 누우면 하고자 하는 대로 편안함을 얻겠구나’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할 때 그 사람은 앞으로 가서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열반을 증득하는 것도 그러하나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다 알 수 있느니라.
그가 성인이 실천하는 도를 실천하면서 열반의 원인을 닦기 때문에 열반의 결과[涅槃果]를 얻어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이러한 법을 증득하느니라.
여래는 이러한 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 중생들이 번뇌가 다하여 해탈하고 법을 깨쳐 즐거움 얻는 것을 보느니라.
나의 생(生)은 이미 끝났고, 맑고 깨끗한 범행은 이미 이루어졌으며, 지을 일을 이미 마쳤고, 후생 몸을 받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열반의 길과 열반의 법과 중생들이 증득하는 열반의 결과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