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살본행경 상권
5. 일체 재앙과 복은 마침내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의 높은 제자인 사리불(舍利弗)이 주야 여섯 때[時]를 항상 도안(道眼)으로써 중생을 관찰하고 반드시 제도해야 할 이가 있으면 문득 가서 제도하였다.
왕 바사닉(波斯匿)에게 사질(師質)이라는 대신이 있어 재물이 풍부하여 한량없었는데, 때에 응하여 제도되었다.
그때 사리불이 다음날 새벽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집에 이르러 밥을 구걸하였다.
이에 사질이 보고 곧 절을 하면서 안부를 여쭙고 들어오도록 청해서 자리에 앉게 한 후 음식을 대접하였다.
이때 사리불이 식사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서 경법(經法)을 설하였다.
“부귀와 영록(榮祿)은 여러 고통의 근본이요,
가정의 은애(恩愛) 속에 있는 것은 마치 감옥 속과 같으며,
일체의 소유가 모두 다 항상함이 아니요,
삼계의 존귀함도 마치 허깨비와 같다.
5(道)에서 나고 죽으면서 몸의 형체를 점차로 바꾸니 나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사질이 법을 듣고 마음과 뜻이 두려워 영화와 존귀함을 사모하지 않고, 은혜와 애정을 좋아하지 않으며,
거처하는 집을 무덤처럼 여기고 문득 세간 전부를 다 그 아우에게 주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깊은 산에 들어가서 좌선하고 도를 행하였다.
그 아내가 근심하면서 전남편을 생각하고 현남편에게 순종하지 않으니,
현남편이 물었다.
“집에 재산과 보배가 매우 많은데 무엇이 부족해서 항상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는가?”
아내가 대답하였다.
“전남편을 생각하니 근심이 됩니다.”
남편이 또 물었다.
“그대가 이제 나와 함께 부부가 되었거늘 어째서 밤낮으로 전남편을 생각하는가?”
아내가 또 대답하였다.
“전남편은 마음이 비할 데 없이 좋았으므로 자꾸 생각이 납니다.”
아우가 형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형이 돌아와서 다시 그 세간을 빼앗을까 두려워하여 도적의 괴수에게 5백의 금전을 주면서 저 사문의 머리를 베어 오라고 말하였다.
도적의 괴수가 돈을 받고 산중에 이르러 저 사문을 만나니,
사문이 말하였다.
“나는 오직 해진 옷뿐이고 재산이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왔는가?”
도적이 대답하였다.
“그대의 아우가 나를 고용하여 너를 죽이라고 하였다.”
사문이 무서워하면서 도적에게 말하였다.
“내가 새로 도인이 되어서 아직 부처님을 뵙지 못했고 도법(道法)을 알지 못하였으니, 나를 죽이지 말라.
모름지기 내가 부처님을 뵙고 조금이라도 경법(經法)을 알았을 때 나를 죽여도 늦지 않으리라.”
도적이 말하였다.
“지금 반드시 그대를 죽여야지 그만둘 수 없소.”
사문이 곧 한 팔을 쳐들면서 도적에게 말하였다.
“이 한 팔을 자르고 나의 쇠잔한 목숨을 유지해서 부처님을 뵐 수 있게 해주시오.”
그때 도적이 그 한 팔을 잘라서 아우에게 갖다 주었다.
이에 사문이 부처님을 뵙고 절하고 물러나 앉으니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여 주셨다.
“네가 헤아릴 수 없는 구원(久遠)한 겁 이래로 머리와 손과 다리를 베어서 흘러 내린 피가 사대해의 물보다도 많았고,
몸뚱이의 뼈를 쌓는다면 수미산 보다도 높을 것이며,
흘린 한 눈물이 사해보다 많았으며,
먹은 어버이의 젖이 강과 바다보다 많았다.
네가 수없는 겁으로부터 다만 지금뿐 아니라 모든 존재[有]의 몸이 다 온갖 고통을 받았다.
모든 고통이 다 습(習)으로부터 생기나니, 은애(恩愛)를 익힘으로 말미암아서 이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나니
어리석음과 애욕이 이미 끊어지면 여러 가지 행을 익히지 않으며,
여러 가지 행을 익히지 않으면 몸이 없으며,
이미 몸뚱이가 없다면 여러 가지 고통이 없을 것이다.
오직 마땅히 여덟 가지 바른 도[八正之道]만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사문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활연(豁然)히 뜻이 풀리어서 곧 부처님 앞에서 아라한 도를 얻고 문득 신명을 놓아 버리고 반열반(般涅槃)하였다.
도적이 베어 가지고 와서 아우에게 준 그 팔을, 아우가 형수 앞에 놓고 말하였다.
“항상 전남편을 생각하였으니, 이것이 그 팔이오.”
그 형수가 슬피 울다가 목이 메어 왕에게로 가서 여쭈었다.
왕이 조사해 보니 사실과 다름없는지라 그 아우를 죽였다.
모든 비구들이 의심이 생겨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사문이 전세에 어떠한 나쁜 짓을 했기에 이제 팔을 잘리었으며,
어떠한 덕을 닦았기에 이제 세존을 만나서 아라한 도를 얻었습니까?”
[왕과 벽지불의 이야기]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 과거 세상에 바라나국(波羅奈國)에 왕이 있었는데, 그때 왕의 이름은 바라달(婆羅達)이었다.
나가서 유람하고 사냥하며 달리는 짐승을 쫓아가다가 잘못하여 길을 잃고 나갈 곳을 모르는데 초목이 하늘에 닿은 듯하고, 다른 도리가 없어서 나갈 길이 큰 걱정이었다.
드디어 다시 앞으로 가다가 한 벽지불을 보고
왕이 그에게 물었다.
‘잘못하여 길을 잃었는데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는가?
군사와 말과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그때 벽지불의 팔에 악성 종기가 있어서 능히 손을 들 수 없었으므로 다리로 그 길을 가리키니
왕이 문득 화를 내었다.
‘이는 내 백성인데 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고 도리어 그 다리로 내게 길을 가리키는구나.’
왕이 문득 칼을 꺼내서 그의 팔을 베었다.
그때 벽지불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왕이 만약 스스로 뉘우치고 책망하지 않고 간다면 반드시 중죄를 받아서 벗어날 기약이 없을 것이다.’
이에 벽지불이 곧 왕 앞에서 날아서 허공에 올라가 신족으로 변화를 나타내니,
그때 왕이 이를 보고 몸뚱이를 땅에 던지고 큰 소리로 울면서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 사과하였다.
‘벽지불이여, 부디 내려오셔서 저의 참회를 받으십시오.’
그때 벽지불이 곧 내려와서 그의 참회를 받으니,
왕이 머리를 조아려 벽지불의 발에 절하면서 스스로 말하였다.
‘오직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참회를 받으시고 부디 제가 오랫동안 고통을 받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때 벽지불이 문득 신명을 놓아 버리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드니,
왕이 거두고 취하여 탑을 세우고 꽃과 향으로 공양하면서 항상 탑 앞에서 참회하면서 제도되고 해탈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그때 왕이었던 자가 바로 이 사문인데 벽지불의 팔을 잘랐기 때문에 5백세 동안 항상 팔이 잘리어 죽어서 오늘에 이르렀고,
참회했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지혜가 열리었으며, 도탈(度脫)을 얻어서 아라한 도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재앙과 복은 마침내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놀라고 무서워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