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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정행소집경 제3권
그때 제석천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곳 왕사성에 편안히 머무십시오. 제가 마땅히 음식과 의복ㆍ침구ㆍ의약이 부족함이 없도록 공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주(天主)여, 이 일을 그만두어라. 모든 인민이 청정한 마음으로 모두 나에게서 복업(福業)을 일으키고자 한다.”
그러자 제석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곳에서 다섯 번의 하안거(夏安居) 동안만이라도 저의 공양을 받아주소서.”
이와 같이 말씀드렸지만, 부처님께서 다시 제지하셨다.
제석(帝釋)이 다시 아뢰었다.
“제가 지금 부처님께 닷새 동안 만이라도 공양을 올리기를 청하오니, 대자비로 저의 굳건한 청을 들어 주소서.”
이때 세존께서 천주를 측은히 여겨 현재의 복력(福力)으로 미래까지 선인(善因)이 상속되도록 말없이 허락하셨다.
제석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여 주신 것을 알고 마음이 매우 기뻐 곧 천궁(天宮)으로 돌아와서 기술이 교묘하고 민첩한 장인(匠人) 천자(天子)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일렀다.
“경(卿) 등은 마땅히 알라. 내가 지금 왕사성의 가란타죽원에 큰 정사(精舍)를 건립하고 4사(事)를 엄하게 주관하여 여래와 모든 제자께 공양하고자 한다.
너희들은 마땅히 최상의 마니(摩尼)와 금은(金銀)ㆍ유리(瑠璃)ㆍ산호(珊瑚)ㆍ파려(玻瓈)ㆍ제청보(帝靑寶) 등을 가지고 그곳에 가서 수승하고 청정하고 광대한 궁전을 짓되, 요컨대 하늘 가운데 있는 듯 똑같이 만들어 차이가 없게 하라.”
이에 모든 천자들이 뜻을 다하여 공교하게 궁전을 만들었는데, 회랑과 기둥ㆍ문ㆍ들창ㆍ계단ㆍ난간 등 모든 것을 갖가지 보물로 사이사이에 장엄하여 마치 천 개의 태양빛이 서로 비추어서 밝히는 것과 같이 하였다.
다시 모든 오묘하고 진귀한 동물들을 조각하여 장식하고 진주와 꽃으로 아름답게 모아서 나열하고, 미묘한 향을 태우고 갖가지 이름난 꽃들을 뿌리고 향긋한 내음을 두루 풍겨서 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게 하였다.
또한 다시 중문(重門)과 누각을 만들었는데, 높고 장엄하고 아름답게 만들었고 또한 온갖 보물로 장식하였다.
마니 구슬들로 그 문을 만들었으며, 저 모든 보배기둥은 일일이 모두 금강(金剛)과 온갖 진귀한 것을 사용하여 함께 섞어서 만들었다.
무수한 보배 거울은 깨끗하여 티끌 하나 없이 공중에 매달아 걸어 두었으니, 마치 백천 개의 달과 같았다.
다시 금을 녹여서 다리가 세 개인 침상을 만들고 매우 오묘한 하늘의 옷으로 그 위를 덮었다.
또다시 많은 묘한 천녀(天女)를 조각하여 만들었는데, 그 용모와 행동거지가 단아하여 마치 능히 오갈 수 있어서 손에 연꽃을 들고서 받들어 헌화하는 것처럼 하였다.
오묘한 파려보(玻瓈寶)로 벽돌을 만들어 그 땅을 덮었고, 오묘한 연못은 연꽃으로 장엄하였는데, 황금으로 잎이 만들어졌고 녹색의 보석으로 줄기가 이루어졌다.
무수한 천녀(天女)가 그 가운데 와 서서 온갖 기악(技樂)을 연주하여 공양하였으며, 표찰(表刹)을 높이 드러내어 온갖 비단 깃발을 매달아서 공중에서 회전하여 멀고 가까운 곳에서 모두 보게 하였다.
역사(力士)들을 두어서 한굉(閈閎)을 지키는데 파란 보석으로 장식된 지팡이를 가지고 좌우로 줄지어 섰으며, 곳곳에 모두 만다라화(曼陁羅華)와 용자재화(龍自在華)를 심어 향기로운 꽃이 피어 무성하게 땅을 덮었고 푸른 잎이 서로 비추었다.
이때에 향기로운 바람이 부니 모든 천자(天子)는 형체가 빛나고 청결하였으며 얼굴과 용모는 매우 밝고 온화한 모습으로 그 아래에서 노닐고 쉬었다.
또 모든 천녀(天女)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것이 비할 데가 없었으며, 천천히 걸으면 방울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매우 조화롭고 우아하였다.
약차녀(藥叉女)들은 숲속에서 즐거이 노닐었는데 아름다운 눈으로 사방을 보았으며, 꽃과 항을 흩뿌렸다.
모든 용과 코끼리는 천천히 숲 속을 거닐었는데 코를 들어 가지를 물어 구부러뜨리고 뒤집으며 장난을 쳤다.
또한 모든 날짐승은 오색의 깃으로 날개를 치며 태평스레 부리로 꽃잎을 쪼았다.
다시 금으로 된 새장에는 묘한 앵무(鸚鵡)를 두었는데 소리가 아름답고 청아하며 교묘하여, 그 혀가 마치 피리와 같았다.
또 하천[河源]이 있었는데 맑고 차가워서 좋아할 만하였으며,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에 개구리와 맹꽁이가 놀라서 피하였다.
또 광대하면서도 맑고 깨끗한 연못을 두어 칠보(七寶)로 그 물 가를 장식하여 계단으로 삼았다. 그 물은 가득 차 있었는데 맑고 맑아서 티끌 하나 없었다. 우발라(優鉢羅)꽃과 고모나(酤牟那)꽃이 줄지어 피어 연못을 덮었으니, 온갖 색깔이 서로 섞였다. 비취색 물새들이 그 가운데 날아 모이고, 노니는 온갖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오가다가 물결을 뒤치며 뛰어오르자, 갈매기와 백로가 놀라서 날아다녔다.
물새로는 황새와 학과 오리와 기러기가 있어 소리 내며 울어대고 사람들은 즐겁게 들었다.
연못 사방의 물가에는 겁파(劫波)나무가 있는데 부드러운 가지가 물을 떨어내며 차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고, 온갖 꽃을 떨기로 심고 커다란 등나무가 무성하게 퍼져 있어서 가지와 잎이 매우 번성하였고 그 향이 멀리에서도 풍겼다.
또 유영하는 온갖 벌들은 다투어서 그 꽃술을 따고 미묘한 음향을 내니, 마치 읊조리는 노래와 같았다.
또 황금의 강이 있어 주위를 감싸 흐르며 동산 안에 물길을 대주는데, 휘감아 도는 것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 모든 백성이 번갈아가며 서로 부르니, 친속과 친구들이 다 함께 와서 보았다.
또 모든 권세가들이 부유하게 장엄하고 노복들도 온화한 용모로 따르며 양산을 잡고서 온갖 기악을 연주하고 좋은 음식을 고루 마련하여 노닐면서 둘러보았는데, 마음에 염증이 일지 않았다.
그 땅은 유연한 것이 마치 도라면(兜羅綿)과 같아서 배회하고 돌아다녀도 다리가 피곤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가장 뛰어나고 광대한 동산과 숲, 그리고 맑고 깨끗한 연못은 오직 하늘을 빼고는 그에 미칠 바가 없었다.
이때 기술이 교묘한 천자들은 모두 다 만들고 나서 곧 천궁으로 돌아가 제석천 앞에 와서 알렸으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에 흔쾌함과 기쁨이 일어나고 미증유함을 얻어 곧 한량없는 백천 천자와 함께 앞과 뒤로 둘러싸여 온갖 기악을 연주하며,
큰 피리ㆍ작은 피리ㆍ공후(箜篌)를 불고 거문고를 타고 일시에 한꺼번에 연주하며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그때 저 천주(天主)가 몸에 광명을 내어 모든 산천을 비추니, 모두 다 빛으로 가득 찼다. 머리에는 마니관(摩尼冠)을 쓰고 온갖 진귀한 보물로 아름답게 장엄하였는데, 그 빛이 환하게 빛나니 마치 해가 가장 밝을 때와 같았다.
얼굴은 단엄하고 이마는 넓고 평평하고 그 눈은 감청색으로 크며 코는 길고 오뚝하며 곧고 턱과 뺨은 곱고 하얗고 붉고 윤택하여 견줄 바가 없었다.
귀에는 보석 귀걸이를 걸고 목에는 구슬목걸이를 늘어뜨렸으며 손에는 팔찌를 둘렀다.
온갖 보석으로 장식하여 흔들리며 빛을 발하니, 그것은 마치 마노로 만든 달과 같았다.
형체와 거동은 빼어나고 특출하여 항상 젊은이[盛年] 같았으며, 길어야 하고 짧아야 하며 충실해야 하는 것들이 각각 그에 합당하였다.
공고마향(公酤摩香)과 다마라발전단향(多摩羅跋旃檀香)을 그 몸에 발라 유연하고 광택이 났으며, 손가락은 가늘고 둥글었으며 손톱은 구리로 만든 이파리와 같았다.
말을 하는 것이 교묘하고 맑고 확실하여 멀리까지 들렸고 가릉빈가의 소리와 같아서 듣는 이들이 싫증을 내지 않았다.
또 가장 기이하고 절묘한 모직물에 금을 갈아 장식하여 옷으로 만들었는데, 여러 가지 기묘하고 진귀한 옥으로 허리띠를 만들고 온갖 보물을 사이마다 박아서 빛의 무더기를 이루었다.
또 천상의 모든 묘한 꽃다발로 그 몸을 장엄하여 몸 주위에 늘어뜨렸으며 걷는 걸음이 곧고 바른 것이 마치 코끼리왕과 같았고, 나아가고 멈추고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데 부축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 모든 백성들이 다 우러러 받든 뒤에는 마음에 화가 난 자도 곧 기뻐하였으며,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킨 자들도 곧 자비로운 마음을 내고 잠에 빠진 이들도 곧 깨어나게 되었다.
이때에 천주가 저 동산에 이르러 지어진 것을 두루 돌아보고는 모든 것이 다 뜻대로 되어 있자,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이 한량없었기에 옛 이름인 가란타(迦蘭陀)를 고쳐서 환희원(歡喜園)이라고 하였다.
곧 으뜸가는 미묘한 온갖 색의 깔개를 그 땅에 두루 덮고, 또 금과 은ㆍ진주ㆍ마니(摩尼)ㆍ제청(帝靑)ㆍ유리(瑠璃)ㆍ말라가보(末囉迦寶)로 높고 넓은 자리를 만들고는 불세존을 청하여 그 위에 평안히 머무시기를 청하였으며, 온갖 보배로 책상을 만들어서 그 다리를 받들게 하였다.
오색의 비단으로 많은 자리를 설치하고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명하여 또한 각각 자리로 나아가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천주는 합장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면서 정수리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하늘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고루 다 마련하였다.
그러자 여래께서 마치 코끼리왕의 코와 같이 금색의 팔을 펴서 그 음식을 받으셨고, 음식을 드신 뒤에 발우를 놓아두고는 대야에 손을 씻고 양치하시고 편안히 계시니, 위의가 적연(寂然)하고 청정하셨다.
이때 저 천주가 모든 권속과 함께 희유한 마음을 내어 즐거이 설법을 듣고자 스스로 낮은 자리에 처하여 오로지 마음을 한곳에 기울이며 숙연하게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대방편으로 법의 요체를 설하시고 보시 등의 행을 칭찬하며 가르침을 보이시면서, 그를 이롭고 기쁘게 하여 신해(信解)를 내게 하셨다.
이와 같이 공양하기를 나흘이 지나자 그때서야 아사세왕은 이 일을 듣고 곧 궁중의 가장 높은 누각에 올라서 아래를 두루 살펴보다 불세존과 여러 제자들이 죽림원(竹林園)에서 적막하고 고요하고 편안히 계시면서 공양을 엄정하게 베풀며 큰 불사(佛事)를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국왕은 마음으로 밝게 깨우치고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여 자책하였다.
“내가 크게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착오를 일으키고 어긋나서 매우 중한 죄를 범하였으니, 그 죄가 수미산과 같구나.
지금 불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광대하고 청정한 공덕을 두루 갖추셨는데도, 내가 능히 그 가르침을 믿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업연(業緣)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괴로운 곳에 떨어질 것이다.
저 천자들조차 하늘에서의 매우 묘한 욕망과 즐거움을 버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는데, 우리들이 어찌 좋은 이익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말한 뒤에 곧 보배로 가마를 화려하고 엄숙하게 치장하고서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대고 예배하며 마음속에 품은 근심과 고뇌에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였다.
이때에 왕사성의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들이 소리 높여 외쳐 말하였다.
“훌륭하셔라. 국왕이시여, 부처님의 법(法) 가운데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으셨으니, 우리들도 이제 함께 좋은 이익을 얻게 되었도다.”
그리하여 국왕은 종을 울려서 널리 명령하여 모든 대신과 백성과 권속들을 불러 모은 뒤에 말하였다.
“우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는 것은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니, 지금 만나 뵙고 마땅히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 하며 지극한 공경심으로 공양을 올리고 즐거이 정법(正法)을 들어야 한다.”
곧 가장 미묘한 향과 꽃과 등불과 바르는 향[塗香]ㆍ가루향[末香] 및 온갖 화만(花鬘)과 그리고 진귀한 완구(玩具)와 의복 등 갖가지로 장엄을 하여 공양을 올렸으며 이 일이 끝나자 마음이 크게 기쁘고 즐거워졌다.
이때 여래께서 범음성(梵音聲)으로 저 때의 모임을 위하여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4성제법(聖諦法)을 열어 보이시고 널리 설하시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천(人天)이 법문을 듣고는 이해하고 요달(了達)하여 진실한 견해를 얻었다.
이때 불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이 모든 천인(天人)들이 지금 내 앞에서 광대하게 공양을 베푸는 것을 보았느냐?”
모든 비구들은 정수리 위로 합장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칭송하며 말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미 보았나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법(法) 가운데에서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다른 이에게 복업(福業)을 쌓으며 그에 따라 기뻐하는 자는, 마땅히 무너뜨릴 수 없는 믿음을 얻고 깨끗한 지혜의 눈을 갖춘 것임을 알라.
비구들아, 내가 생각해보니, 아주 오랜 옛날 무량생(無量生) 가운데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투셨는데, 그 이름이 보산(寶山)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 하셨는데, 세상에 머물며 설법하여 중생을 요익하게 하셨다.
이때 어떤 왕이 그 여래와 모든 제자를 왕궁으로 청하여, 여름 석 달 동안 갖가지 음식과 의복으로 공경하며 공양하였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저 모든 인민들이 다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께 5년 동안 모든 공양을 올리기를 청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은 하나도 충족하지 않음이 없게 하였다.
비구들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옛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국왕은 곧 나였다.
바로 전생에 인(因)을 심은 것이 이제 바야흐로 성숙하여 모든 인천(人天)의 광대한 공양을 받게 되었으니, 옛날의 인(因)과 오늘의 과(果)가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으며, 인으로 말미암아 과가 만들어지니, 과는 그 인과 같은 것이다.
이에 바로 알아서 모든 의심의 그물을 제거하라. 선악의 업보는 결정되어 헛되지 않으니,
마치 세차게 흘러내리는 물의 기세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 업력(業力)으로 인하여 각각 그 과보를 초래한다. 지계(地界)ㆍ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 및 온(蘊)ㆍ처(處) 등에서 스스로 복의 인을 지으면 곧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다.”
이때 세존께서 가타(伽陀)로 말씀하셨다.
백천 겁(百千劫)이 지나도
저 업은 무너뜨릴 수 없으며
인연이 화합할 때
과보는 반드시 받는다.
“비구들아, 이것을 복개정행(福蓋正行)이라 하니, 너희들은 마땅히 수지하여 보시와 계율과 여러 선정을 열심히 닦아서 복개(福蓋)를 수용하여 열뇌(熱惱)를 여의어야 한다.”
이 뜻은 앞서 부처님께서 설하신 결집(結集)ㆍ계경(契經)ㆍ연기(緣起) ㆍ행상(行相)을 간략히 밝힌 것이다.
제일 처음 경전의 머리말 부분에서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고 표명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이와 같다’고 칭한 것인가?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바와 같이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뜻으로 ‘나’라고 하였는가?
현재의 이 몸을 가리킨 것으로 세속(世俗)을 따랐기 때문이다. 어떠한 뜻으로 ‘들었다’라고 했는가?
귀로써 식(識)을 낸 것을 이름한 것으로 현전(現前)에서 글 또는 뜻을 깨달아 알아서 증감되거나 뒤바뀌어 잃어버리는 것을 여의기 때문이다.
최초로 결집한 것은 『범망경(梵網經)』이라고 한다.
이때 대중들이 모였는데, 대아라한(大阿羅漢)의 수가 499명이었다. 오직 아난(阿難)만은 제외하였으니, 그는 홀로 학지(學地)에 머물러 있었다.
또 남은 모든 천(天)ㆍ용(龍)ㆍ귀신(鬼神)들이 처음에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고 외치는 것을 듣고서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서,
“우리들이 옛날에 직접 보았는데, 세존께서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를 갖추시고 범음성(梵音聲)으로 무리를 위하여 연설하셨다.
어떻게 지금 바로 ‘내가 들었다’고 이르는가?
장차 무상함은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때 그 모인 대중은 다함께 깨닫고 3독의 때를 여의고 정념에 안주하며 맡아 지니고서 잊지 않았다.
‘일(一)’이라고 칭한 것은 무슨 뜻인가?
바로 숫자의 처음으로 일성생(一聖生)ㆍ일출리법(一出離法)ㆍ일유지처(一遊止處)ㆍ일정범행(一淨梵行)ㆍ일해탈음(一解脫音)에서의 ‘일(一)’이 모두 다 같은 까닭이다.
‘시(時)’라고 이름한 것은 무슨 뜻인가?
세속에 의거하여 설정한 것이다. 경을 설하는 일이 끝나자 대중들이 기뻐한 것을 ‘일시’라고 하였다.
여래께서 설법하신 것은 마치 해가 세상을 비추어 3유(有)의 암흑을 깨뜨려서 지금 생사를 벗어나는[出離] 것처럼,
모든 마귀와 외도들이 정법을 훼방하였지만 지금 부처님께서 매우 깊고 희유하여 얻기 어려운 법을 드러내시어 그들로 하여금 항복하게 한 까닭이다.
‘박가범(薄伽梵)’이라고 칭한 것은 무슨 뜻인가?
수승하고 광대한 명문(名聞)을 구족하시어 세간과 출세간에서 대등한 자가 없으며, 끝내 계(界)와 취(趣)의 윤회를 초월하여 마땅히 인천(人天)의 묘한 공양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위성(舍衛城)’인가?
온갖 미묘한 물건이 풍부하며 문행사(文行士)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ㆍ호부장자(豪富長者) 등이 수용하는 것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머무신다’고 칭한 것은 무슨 뜻인가?
유행하며 교화함에 의지하며 모든 생각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멀거나 가깝거나 마음대로 이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