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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보살소문경론 제2권
2.2. 훌륭하게 나아감
[옮아가지 않는 모습]
[문] 옮아가지 않는 모습을 말해야 하리라.
어떤 것이 옮아가지 않는 모습인가?
[답] 내가 바로 설명하려 하는데 그대가 또 묻는구나.
보살이 옮아가지 않는 모습을 성취하는 것은 여래께서 곳곳의 수다라 중에서 자세히 말씀하셨으니, 그런 줄 알아야 한다.
『지인삼매(智印三昧)수다라』에서의 말씀과 같다.
“미륵이여, 다섯 가지 법을 지니면, 보살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옮아가지 않는 모습이라 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법인가?
첫째 모든 중생들에게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며,
둘째 남의 이양에 시샘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셋째 자기 몸과 목숨을 위하여 법사 비구의 여러 나쁜 과실을 말하지 않으며,
넷째 끝내 공양과 공경과 찬탄하는 일 등을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다섯째 마지막에 매우 깊은 법과 지혜를 얻는 것이니라.
미륵이여, 또한 다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에 옮아가지 않는 보살이라 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법인가?
첫째 제 몸을 보지 않으며,
둘째 다른 이의 몸을 보지 않으며,
셋째 마음으로 법계를 분별하여 망령되이 말하지 않으며,
넷째 보리를 보지 않으며,
다섯째 형상으로써 여래를 보지 않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것 등이다.
또,『반야바라밀경(般若波羅蜜經)』에서 옮아가지 않는 모습을 자세히 말씀하셨으니, 그 경전에서의 말씀과 같은 줄 알아야 한다.
[문] 어찌하여야 특이한 법의 보리심을 얻어 보리심의 인연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특이한 부처님 보리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가?
[답] 결정된 인연을 얻기 때문이니,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초지의 보살이 마지막 인연을 성취함으로써 이 인연에 의지하여 마침내 큰 보리를 증득하나니, 그러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아뇩다라(阿耨多羅)라 함은 온갖 함이 있는 법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말함이며,
삼먁삼보리[三藐三菩提]라 함은 온갖 착하지 못한 법인 번뇌의 습기를 여의고 온갖 처소에서 장애가 없고 온갖 종류와 온갖 법을 사실대로 바르게 알기 때문에 삼먁삼보리라고 말한다.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 공덕]
[문]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 공덕을 말해야 하리라.
어떤 것이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 공덕인가?
[답]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 공덕을 여래께서는 곳곳의 경전에서 자세히 말씀하셨으니, 그런 줄 알아야 한다.
『십지경(十地經)』에서의 말씀과 같다.
“불자(佛子)들아, 만약 어떤 중생이 선한 뿌리를 두터이 모으며, 모든 선한 행을 잘 모으며, 모든 공덕의 행을 잘 모으며,
모든 부처님을 잘 공양하며, 맑고 흰 법[淸白法]을 잘 모으며, 선지식이 잘 보호하며, 마음을 깨끗이 잘하며, 깊고 넓은 마음에 들어가며,
마침내 큰 법을 믿고 즐기며, 큰 사랑과 가엾이 여김을 나타내면,
이와 같은 중생이라야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있느니라.”
‘선한 뿌리를 두터이 모은다’고 함은 보살이 처음 마음을 내면 그로부터는 성문과 벽지불로서의 성질을 넘어설 수 있어서 그 때문에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을 보살의 지위와 함께 할 수 있음을 종자로 삼고,
탐냄 따위의 선한 뿌리는 바른 종자가 아니라고 여겨 오래오래 한량없는 모든 공덕의 행을 닦기 때문에, 선한 뿌리를 두터이 모은다고 한다.
‘모든 선한 행을 잘 모은다’ 함은 보살이 모든 행을 바르게 닦으면 모든 선한 행을 닦는다고 한다.
행과 닦음이 일어남은 이름은 다르나 뜻은 하나다.
또 행이라 함은 깨끗한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 바르게 생활하여 모든 보살로서의 손해되는 마음을 여읨으로써 일체 중생을 성취시키고 이롭게 하는 행을 일으키게 되며,
일체 성문과 벽지불 등은 지혜의 큰 바다를 건널 수 없으나 보살은 건널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선한 행을 잘 모은다고 한다.
‘모든 공덕을 잘 모은다’ 함은 보시하고 인욕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네 가지 거두어 줌[四攝]과 네 가지 집[四家]은 중생을 교화하는 원인이어서 모든 법의 종자는 더욱 자라고 바르게 모이기 때문에, 모든 공덕을 잘 모은다고 한다.
‘모든 부처님을 잘 공양한다’ 함은 남의 이로움을 더욱 자라게 하는 원인과 힘은 곧 자기 일로서 바르고 상쾌함이 한량없으므로 갖가지로 공양하고 갖가지로 공경하며 바른 법 등을 듣나니, 오랜 세상에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을 잘 공양한다고 한다.
‘맑고 흰 법을 잘 모은다’ 함은 모든 보살의 한량없는 문으로써 보시 등의 행을 모으고 모든 흰 법을 닦으면 큰 보리를 취득하고 한 맛[一味]의 마음을 성취하여 바르게 회향하기 때문이며, 물러나지 않는 법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에 맑고 흰 법을 잘 모은다고 한다.
‘선지식이 잘 보호한다’ 함은 오직 부처님ㆍ여래만이 선지식이니, 보살을 보호하며 이미 낸 마음이 더욱 자라나서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 법 중에 편안히 머무르게 하기 때문에, 선지식이 잘 보호한다고 한다.
‘마음을 깨끗이 잘한다’ 함은 자신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고 오로지 한맛의 마음으로 남의 이익을 위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에 스스로 사랑하는 문 등의 번뇌에 물들게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깨끗이 잘한다고 한다.
‘깊고 넓은 마음에 든다’ 함은 대승의 법 중에 오로지 넓고 훌륭함을 생각하면 마침내 원인이 성취되기 때문에, 깊고 넓은 마음에 든다고 한다.
‘마침내 큰 법을 믿고 즐긴다’ 함은 큰마음을 일으킴으로써 겁내지 않기 때문이며,
세간의 온갖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승을 구하는 중생들을 보고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일체 중생들과 함께 즐기려 하기 때문이며,
일체 종지를 알아서 방편의 힘으로써 중생들이 얻게 하기 때문에,
마침내 큰 법을 믿고 즐긴다고 한다.
‘큰 사랑과 가엾이 여김을 나타낸다’ 함은 나고 죽음의 갖가지 고통이 중생을 괴롭히며 집이 없고 섬이 없고 구제하는 이가 없음을 보고서
그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 버림[捨]과 크게 버림[大捨]과 아주 어려운 버림[極難捨] 등을 행하며 방편의 힘으로써 큰 괴로움 가운데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랑과 가엾이 여김을 나타낸다.
또, ‘사랑한다’ 함은 처음 마음을 낸 보살이 힘이 적기 때문에 서원만으로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나니, 그러므로 사랑한다고 한다.
또, ‘가엾이 여김’이라 함은 이와 같고 이와 같이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닦고 행하며,
이와 같고 이와 같이 훌륭한 법 중에서 맨 위의 으뜸가는 마음을 일으키므로 가엾이 여김이라 하나니, 큰 사랑과 가엾이 여김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보살마하살에게 여덟 가지 법이 있어서 물러나지 않음의 지위를 이룰 수 있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크게 가엾이 여김이며,
둘째는 마음이 편안히 머무름이며,
셋째는 지혜이며,
넷째는 방편이며,
다섯째는 방일하지 아니함이며,
여섯째는 힘써 나아감이며,
일곱째는 생각을 잘 머무름이며,
여덟째는 선지식을 만나는 것이다.
처음에 마음을 낸 보살은 이 여덟 가지 법을 빨리 닦고 행하기를 마치 불타는 머리를 구제하듯 해야 하고 그 뒤에 보살로서 그 밖의 물러나지 않음의 법을 닦고 모으며, 이 여덟 가지 법에 의하여 그 나머지의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음의 온갖 공덕을 닦고 모으나니, 그 물러나지 않음의 온갖 공덕을 곳곳의 경전 중에서 자세히 말씀하신 줄 알아야 하리라.
[옮아가지 않음과 물러나지 않음]
[문] 다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고만 말하여도 만족하거늘,
무엇 때문에 다시 ‘옮아가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물러나지 않을 수 있으면 곧 이는 옮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답] 물러나지 않음의 원인을 얻음으로써 마침내 깊은 마음을 성취하기 때문에 물러나지 않는다고 하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물러나지 않음의 깊은 마음에 의하여 그 밖의 마음과 행을 일으키며 맨 위의 으뜸가는 데로 더욱 나아가기 때문에 옮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문] 만약 그렇다면, 물러나지 않음과 옮아가지 않음에 다시 다른 뜻은 없는가?
어찌하여 옮아가지 않음은 물러나지 않음보다 더 훌륭한가?
[답]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해치지 않는 마음의 근본 업에 의하여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행을 일으키고 맨 위의 훌륭한 뜻을 증득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닦고 행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영원히 온갖 것을 끊고 훌륭한 법을 얻으며 장애가 되는 몸에 대한 소견 등의 번뇌 근본이 다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수도위 중에서 끊어 없애는 근본 무명이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완전히 갖춘 공덕을 잘 모으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완전히 갖춘 지혜를 잘 모으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방편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반야를 성취하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성문과 벽지불 지위의 원인을 넘어서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보리를 얻는 모든 선한 뿌리를 잘 모으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큰 힘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닦고 행함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열 가지 힘의 원인을 두루 갖추어 성취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의 원인을 두루 갖추어 성취하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보시[檀] 등의 흰 법[白法]에 의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보시 등의 선한 뿌리를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대보리(大菩提)에 회향하며 언제나 중생들 이롭게 하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초지를 얻음으로써 보리심의 원인을 잃지 아니하여 깊은 마음 등이 성취되기 때문이며,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2지 이상에서 일으키는 마음은 열 가지 선한 업의 길에 포섭되며 열 가지 선한 업의 길과는 달리 보시를 수행하는 것 따위는 보다 더 자주 자라게 되기 때문이다.
[훌륭하게 나아감의 법]
[문] 훌륭하게 나아감의 법[勝進法]이란 그 뜻이 무엇인가?
[답] 모든 보살의 마음과 행이 더욱 자람으로써 먼저 얻었던 희고 깨끗한 법[白淨法]이 그 중에서 맨 위로 더욱 훌륭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이치 때문에 훌륭하게 나아감의 법이라고 한다.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 함은 악마를 항복시키고 원수를 항복시키고 적을 항복시키나니, 그러므로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이 뜻은 무엇인가?
보살은 번뇌의 악마를 항복시키기 때문이며, 하늘 악마가 엿보아도 조그마한 허물도 없기 때문에, 온갖 악마를 항복시킨다고 한다.
듣고 생각하고 닦는 지혜의 힘을 얻음으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과 서로 어긋나는 원수 따위가 방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온갖 원수를 항복시킨다고 한다.
온갖 외도의 논사(論師) 따위가 꺾어 복종시킬 수 없기 때문에, 온갖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그러므로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또, 반야의 힘으로 번뇌의 악마를 끊기 때문에 온갖 악마를 항복시킨다고 하며,
방편의 힘으로써 보리의 선한 뿌리를 닦아 모아서 2승(乘)이 증득하는 열반의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또, 깊은 마음 등의 법을 성취하여 악마 길의 원인을 넘어서기 때문에 온갖 악마를 항복시킨다고 하며,
일체지의 지위를 구하면서도 마음이 아직 끊어지지 못했으나 서로 맞서서 싸울 고달픔 따위의 법을 복종시키고 일체지의 지위를 구하여 마음이 이미 끊어져도 서로 맞서서 싸울 고달픔 따위를 끊기 때문에 온갖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또, 보살의 열 가지 자재[十種自在]를 얻음으로써 쌓임 따위의 네 가지 악마를 항복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온갖 악마를 항복시킨다고 하며,
정정취(正定聚)에 머물러서 보살의 원수와 적인 성문과 벽지불 지위를 넘어서나니, 그 때문에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또, 모든 악마의 일들을 잘 알기 때문에 온갖 악마를 항복시킨다고 하며,
모든 보살로서 착하고 깨끗한 업을 얻어서 온갖 나쁜 길의 원인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온갖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또, 다스리는 법 등을 잘 보호할 수 있으므로 모든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경전에서 부처님의 말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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