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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미증유인연경 하권
[황후의 참회]
황후가 듣고 숙연히 털끝이 오싹하여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며 다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서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의 말씀과 같이 선제라들이 저의 전생의 스승이었다면 실로 죄를 지은 것이라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옵니다.
무슨 까닭인가?
대개 스승이라면 응당 공경을 다하여 예배하고 섬겨야 할 것이거늘 도리어 남여를 메고 따라다니기 소나 말과 같이 하였사오니 두렵나이다.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참회를 받아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황후의 복덕이니 허물될 것이 없거늘 무슨 까닭으로 의심하고 두려워하십니까?
중생의 성품이 다르고, 업행(業行)이 같지 않으니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재앙을 받습니다.
황후는 본래부터 마음이 곧고 청정하여 복 닦기를 즐기고 복덕의 인연을 믿었으니, 그로부터 세세에 나는 곳마다 항상 밝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선(善)을 따라 선에 들며, 녹(祿)에 따라 녹에 들어 오늘에 이르도록 식복(食福)이 저절로 그러하여, 부처의 세상을 만난 것입니다.
전생의 복덕 인연으로 다시 바른 법을 듣고 말과 같이 수행하니 이러한 인연으로 허물이 없습니다. 저 선제라들 다섯 사람의 인연은 본시부터 사악하고 흐리고 아첨하며 자비심이 없이 그대의 공양을 받은 죄업 때문에 묵은 빚을 갚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석녀들을 구제하시다]
황후가 여쭈었다.
“이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전생 업[本業]의 인연을 들으니 제자의 의심이 풀리어 다시 근심이 없어졌거니와, 이 선제라들의 과보는 언제나 다하겠습니까?
제자가 이제 선제라들을 놓아주어 다시는 부리지 않고 마음대로 살게 하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법을 말씀하시어 깨우쳐 주옵소서.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열려 악을 고치고 선을 닦아 속히 괴로움을 면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그들을 깨우쳐 주도록 하려면 먼저 궁전에서 뒷간을 청소하는 이를 불러오너라.”
황후는 곧 사자를 보내 선제라를 불러오게 하니 사자가 명을 받고 곧 데려왔다.
선제라들 다섯 사람이 모여 부처님 앞에 서니,
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셔서 먼저 좋은 말씀으로 위로하셨다.
“너희들은 몸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고통이 없느냐?”
다섯 사람이 성내어 말하였다.
“부처님은 때를 모르십니다.
무슨 까닭인가?
밤낮으로 노동을 하는데, 매와 채찍에 시달려 쉴 사이도 없으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어찌 이런 일도 모르시고 도리어 쾌락한지 물어보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금생의 괴로움은 모두 전생에서 사악하고 흐리며 아첨하고 굽고 착하지 못한 마음을 품은 채 남의 공양을 받은 때문이니라. 죄업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죄업의 인연을 갚는데, 금생에 이르도록 아직 다하지 못하였느니라.
너희들이 만일 악한 과보를 면하고자 한다면, 이제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허물을 뉘우치고 악을 고쳐 선을 닦을지니, 이러한 인연이라야 괴로움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라.”
선제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분노가 더하여져서 부처님을 등지고 듣지 않으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신력으로 하나의 화신불(化身佛)을 나타내시어 그의 앞에 서서 방편으로 위로하고 깨우쳐 주시며 참회하도록 권고하였지만 선제라들은 다시 동쪽을 향하여 돌아섰다.
다시 화신불이 앞에 서 계시면 또 서쪽을 향하여 돌아섰다. 화신불은 또 계시었으며 4유(維)와 아래ㆍ위에 모두 부처님이 계시었다.
선제라들은 부처님에게 둘러싸인 것을 보더니 다섯 사람이 일시에 소리치며 원망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악에 묻힌 죄인이거늘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핍박하시나이까?”
그때 세존은 변화한 부처님을 거두고 한 몸이 되셨다.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국왕과 황후와 모든 비구여, 그대들은 이 선제라를 보았느냐?”
모두가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업장과 번뇌장]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중생의 죄업에 두 가지 막힘[障]이 있으니,
첫째는 업에 막힌 것[業障]이고,
둘째는 번뇌에 막힌 것[煩惱障]이니라.
죄가 무거우면 업의 막힘이 있거니와 선제라들은 두 가지의 막힘이 함께 있어 죄업이 두터워 교화를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느니라.”
그때 황후는 선제라들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슬퍼 마음을 상하여 다섯 사람에게 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영원히 인연을 풀고 사방으로 자유롭게 다니면서 근심 없이 즐기라.”
선제라들이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며 황후에게 말하였다.
“저희들 다섯 사람이 남여를 모시는 동안 무슨 허물이 있었기에 오늘 뜻밖에 물리치시나이까?
만일 잘못된 점이 있거든 바라옵건대 용서하시고 전과 같이 부려주옵소서.”
황후는 두 번 세 번 타이르고 사양하여도 선제라들은 떠나지 않았다.
황후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자가 지극한 뜻으로 선제라들을 놓아주어도 떠나려 하지 않으니 어찌 하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제라들은 빚을 못다 갚아서 인연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떠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느니라.
우선 그의 뜻을 따라 그의 사업을 회복하여 주거라. 갚는 인연이 끝나면 당연히 물러갈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이 복을 닦아 겸허하고 공경하며 정중하고 곧고 청정한 마음으로 도업을 수행하면 공덕이 한량없어 불도 태우지 못하고 물도 띄우지 못하며 도둑과 강도도 틈을 노리지 못하고 국왕의 강한 힘도 움직이지 못하느니라.
지금의 황후는 하늘의 복을 받았거니와 사람이 나쁜 마음을 행하여 눈앞의 이익만 탐내면 선제라들이 여러 세상에 재앙을 받아 지금까지 쉬지 못하고 비록 성인의 교화를 받았어도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듯하며, 업력 때문에 도리어 원망하는 것처럼 되리니 어리석음을 어느 때나 면하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부처님의 세월은 만나기 어려우며 법은 듣기 어렵고 목숨은 마치기 어려우니라.
너희들은 전생의 작은 선행으로 사람의 길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세상을 만났느니라.
법을 듣고 깊이 믿어 은혜와 애정을 끊고, 부모ㆍ형제ㆍ아내와, 6천 권속을 여의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니, 죄수가 감옥을 면하는 것과 같으니라.
마땅히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를 것이며 안과 겉이 다르지 않게 할 것이며, 말과 실천이 서로 어울리게 할지어다.
욕심을 줄이고 만족한 줄 알며 세상의 영화를 탐내지 않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참으며,
뜻을 무위(無爲)의 상태에 두어 학문을 연구하고 정진하며,
여러 가지 지혜를 버리고 지혜를 장엄하여 무루의 업을 닦아 생사를 벗어날지니라.
다시 지혜로써 천하를 교화하여 10선법을 실천하게 하면 이것이 자기를 제도하고 남도 제도하며 보살의 업에 맞는 것이니라.”
[비구들의 참회]
그때 무리 안에 있던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스스로 자기들이 행한 몸의 업ㆍ말의 업ㆍ뜻의 업이 도법에 맞지 않은 사실을 헤아리고 5백여 명이 함께 일어나 공경히 절하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세 가지 착하지 못한 업[三不善業]을 저희들이 모두 지니고 있어,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 드러내어 참회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이 정성을 살펴 주옵소서.
지금부터 맹세코 그릇된 짓을 않고 반드시 법대로 수행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증명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들이여, 삼계의 성인은 중생들의 아버지이니라.
자식이 지금 악을 뉘우치고 선을 닦으니 심히 기꺼운 일이며 그저 기뻐할 뿐이니라.”
[500명의 비구가 환속을 원하다]
다시 5백 명의 거칠게 행동하는 비구가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공경을 다하여 예배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출가의 도를 견디어 닦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옛날부터 이끗[利養]을 위하여 사악하고 흐린 짓을 했는데, 허망만 있고 실제도 없으면서 남의 공양을 받아 빚진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걱정이 되어서 도를 버리고 속세로 돌아가려 하오니 부처님께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좋고도 좋은 말이구나. 내가 너희들의 기쁨을 도우리라.
무슨 까닭인가?
대개 사람이 수행을 하는 것은 마치 칼날을 잡고 독을 품는 것과 같으니, 견뎌서 지니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지니기를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도리어 해가 되는 때문이니라.
너희들이 지금 업보를 믿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죄업을 소멸하고, 선근(善根)을 더하여 미륵보살이 성불하시면 처음 법회에서 제도를 얻으리라.”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자기 몸의 살점을 베어 먹을지언정 사악한 마음으로 남의 공양을 받지 말거라.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니 삼가야 하느니라.”
[라후라 등 50명의 사미들이 환속을 원하다]
그때에 라후라 등 50명의 사미(沙彌)들이 부처님에게 선제라들이 재앙을 일으킨 과거의 인연을 듣고 아주 큰 근심을 일으켜 제각기 일어나 공경을 더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이 선제라들의 전생업[宿業]에 따라 받는 과보에 대한 말씀을 듣고 몹시 두려운 생각을 품었나이다.
왜냐하면 화상(和尙) 사리불께서는 크게 지혜롭고 복덕이 많으시며, 나라의 변화한 족성(族姓)에게 잘 알려져 있으시어 뭇 사람이 다투어 와서 공양드리는데, 최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터이오나
소아(小兒)는 어리석고 복덕도 없으면서 남의 이러한 묘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사오니,
후세에는 반드시 그 인연을 갚을 것이요, 괴로운 과보를 선제라들과 같이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참으로 걱정이 되옵니다.
저 모든 장로 5백 비구도 오히려 견디지 못하여 도에서 물러나 속세로 돌아갔거늘 하물며 저희들 지혜 없는 무리야 어떻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이 도를 버리고 속가에 돌아가서 죄보를 받지 않고 고액을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라후라에게 설법하시다]
그때 세존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죄가 두려워서 집에 돌아가 괴로움을 면하고자 하니 그 일이 옳지 못하니라.
무슨 까닭인가?
마치 어떤 두 사람이 먹을 것이 없어 시장하였다가 홀연히 주인의 여러 가지 살찌고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그들이 굶주렸던 까닭에 지나치게 탐내어 식상(食傷)에 걸리느니라.
그러나 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지혜가 있고 한 사람은 어리석으니, 지혜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지나치게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기지개와 하품과 딸꾹질이 나는 것을 알고 괴로운 병에 걸릴까 두려워하여 곧 밝은 의사에게 가서 겸손하게 뜻을 낮추고 절하며 구원해 주기를 청하느니라.
의사는 곧 마단제(摩檀提) 약을 주어서 먹게 하면 그 사람은 뱃속의 묵은 음식을 토하게 되니, 묵은 음식을 토한 뒤에는 따뜻한 불길에 쬐면서 활동을 조절하면, 그 사람은 질병을 면하고 마침내는 목숨이 다하도록 쾌락이 무궁할 것이니라.
지혜가 없는 사람은 과식한 것도 모르고 귀신에게 홀렸다 하여 집안 재물을 소비하고 무고한 생명을 죽여 귀신에게 제사하여 목숨을 건지려고 헛된 공덕을 소비하니, 뱃속의 묵은 밥은 드디어 바람을 내고, 내는 기운이 더욱 굳세어지면 가슴이 조이고 아프다가 이로 인해 죽어서 아귀에 태어나 여러 세상에 고통을 받으니 지혜가 없는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 라후라야, 죄를 두려워하여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은 저 지혜가 없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으니라.
대체로 사람이 복을 구하고 죄를 여의고자 할진대 마땅히 겸허하고 정근(精勤)하여 밝은 스승을 가까이하고 지혜를 닦을 것이며 나쁜 죄업을 뉘우치고 지난 일을 고쳐 오는 일을 닦아야 하리니, 이로부터 점점 지혜가 성취될 것이니라.
지혜를 성취한 까닭에 여러 죄업이 소멸되는 것이니 내가 앞에 말한 것과 같으니라. 햇빛의 위력으로 능히 모든 어둠을 제거할 것이니, 사람이 지혜를 닦는 것도 그러하니라.
너희들은 전세에 선근(善根)의 인연이 있었으므로 나의 세상에 태어났고 사리불들은 마치 밝은 의원이 괴로운 자를 구제하여 죽지 않게 하는 것과 같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밝은 곳을 버리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려 하느냐?”
사미 라후라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큰 바다 같으시고 라후라의 마음은 털끝과 같으니 어찌 여래의 지혜를 받아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뒤의 것이 앞의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비록 서로 미치지 못하지만 능히 큰 그릇을 채우느니라. 지혜를 배우는 것도 그러하여서 작은 데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큰 그릇을 이루게 되니 큰 그릇을 이룬 뒤에는 다시 다른 그릇을 이루어 이렇듯이 더욱더 무량한 그릇을 이루니, 이것이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이니라.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면 대사(大士)라 하니 지금의 나와 같으니라.”
라후라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모든 근심 걱정이 없어지니,
‘세존의 말씀과 같이 받들어 지니고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나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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