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타경 제2권
[집회를 하는 대중들]
그때 모든 외도 바라문 등이 말하였다.
“우리 사문 구담에게 이 이치를 따져 물어보자.”
그리고는 94억의 모든 외도 바라문 등이 왕사성으로 갔다.
이때 세존께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미제례(彌帝隸)[위(魏)나라 말로 자애롭다는 뜻이다.] 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을 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께서 미소하셨습니까?
인연이 없다면 여래께서 희유한 일을 나타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무엇 때문에 미소를 보이셨는지 부디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미제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너를 위해 설하리라.
미제례야, 오늘 왕사성에서는 반드시 대중들이 집회를 할 것이다.”
미제례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대중이 집회를 합니까? 천신ㆍ용ㆍ야차ㆍ사람ㆍ사람 아닌 존재들입니까?”
부처님께서 미제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모든 천신ㆍ용ㆍ야차 등이 모두 와서 모일 것이며, 8만 4천의 모든 바라문과 9천억의 모든 니건자가 와서 담론하고자 할 것이다.
내가 모든 바라문을 꺾고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게 하며, 9천억의 니건타(尼揵陀)가 다 수려다파제(須驢多波帝:성인의 무리에 들어간다는 뜻)를 얻을 것이다.
1만 8천억의 용왕이 다 집회에 와서 나의 설법을 듣고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낼 것이다.
6만억의 정거천자(淨居天子)도 집회에 올 것이며,
3만억 악마와 그 권속들도 와서 모일 것이며,
1만 2천 아수라 왕도 다 와서 모일 것이며,
5백 대왕과 그의 모든 권속들도 다 집회에 와서 나의 설법을 들을 것이다.
법을 듣고 나서는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낼 것이다.”
이때 미제례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바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저 5백 국왕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거라. 선남자야, 첫째는 환희왕(歡喜王)이며, 둘째는 선환희왕(善歡喜王)이며, 셋째는 우파난타왕(憂波難陀王)이며, 넷째는 승용왕(勝踊王)이며, 다섯째는 범장군왕(梵將軍王)이며, 여섯째는 범향왕(梵響王)이며, 일곱째는 선견왕(善見王)이며, 여덟째는 선환희왕(善歡喜王)이며, 아홉째는 환희장군왕(歡喜將軍王)이며, 열째는 환희정왕(歡喜正王)이며, 열한째는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이며, 열두째는 파사나왕(波斯那王)이며, 열셋째는 증장왕(增長王)이다.
이런 대왕이 5백이 있으며, 각각의 대왕에 천억의 권속이 있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는데, 오직 증장왕만은 예외이다.
동쪽에서 3만억 보살이 모두 집회에 오며,
남쪽에서 5백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서쪽에서 6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북쪽에서 8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아래쪽에서 9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위쪽에서 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온다.
저 모든 보살은 10지(地)에 오른 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왕사성으로 가서 여래의 처소에 이르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는다.”
그때 세존께서 일체용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시방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오늘 여래가 왕사성에서큰 법을 설하신다고 모든 보살에게 고하라.
너희들은 시방 보살에게 합장 공경하고, 잠깐 사이에 속히 이 대중집회에 돌아와 법을 듣도록 하라.”
그러자 일체용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돈 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일체용보살이 시방의 국토에 가서 모든 보살에게 고하였다.
“오늘 여래께서 왕사성에서 큰 법을 설하신다.
그대들은 이제 훌륭하다고 찬탄해야 할 것이니, 그대들에게 길이 안락과 이익을 얻게 할 것이다.”
일체용보살은 시방의 국토에 가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보살에게 알리고는 이 국토에 돌아왔는데, 힘센 사람이 팔 한 번 굽혔다 펴는 듯한 잠깐 동안에 왕사성에 도착하여 여래 앞에 머물렀다.
그때 일체 바라문과 모든 외도가 다 모였으며, 5백 대왕과 그의 권속들도 와서 모였으며, 3만억 악마와 그의 모든 권속들도 다 모였다.
그때 왕사성의 땅이 크게 진동하였으며, 시방 모든 부처님 세계에는 가루 전단향이 비처럼 쏟아졌으며, 하늘의 묘한 꽃비가 내렸으며, 여래 위에는 큰 꽃으로 만들어진 좌석이 생겼으며, 금강역사는 금강의 방패를 잡고 여래 앞에 있었다.
그때 사방에 있던 바람 왕이 왕사성에 들어가 성안의 더러운 흙과 모래를 다 쓸어다가 멀리 성 밖으로 치워 주었다.
시방 세계에서는 갖가지 향수가 비처럼 내렸으며, 시방 세계에는 우발라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허공 가운데는 변화로 이루어진 꽃 일산이 있었으며, 허공 가운데는 7보로 만들어진 8만 4천의 사자좌가 있었는데, 각각의 좌석 위에서는 여래께서 묘한 법을 연설하고 계셨다.
[여섯 가지 진동]
그때 삼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을 하니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왕사성에서 희유한 일을 나타내십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잘 듣거라.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나는 잘났노라 하고 스스로 뽐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집은 가난하였다.
그가 하루는 왕궁의 문전에 이르렀다. 왕궁 문 앞에 가서도 자신만만하게 그대로 들어갔는데, 그때 문지기에게 잡혀서 맞고 결박을 당하였다.
왕은 어떤 사람이 왕궁의 문을 바로 들어갔다는 것을 듣고서,
‘이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바로 들어왔을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왕은 화를 내면서 그 사람의 목숨을 끊어 버리고, 아울러 그의 부모ㆍ형제ㆍ자매와 권속들이 다 근심하고 슬피 울게 하라고 모든 신하에게 명하였다.
여래께서 법을 설하시는 것도 이와 같다.
나를 스스로 뽐내는 것은 모든 범부에 비유한 것이다.
부처님 몸을 보고, 귀로는 설법을 듣고는 스스로 교만한 마음을 내어 갖가지 말을 하며, 나라는 위치에 안주하여 스스로 듣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또한 법을 설하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이 한 게송이나 한 비유로 법을 설해 주어도 듣고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런 법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왜냐 하면 아만(我慢)의 위치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혹은 견문이 많은 것을 과신하여 제멋대로 방일하면서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안주하여 바른 법을 듣지 않는다.
자신의 견문이 넓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일에 빠져서 법대로 설하지 않고,
제멋대로 글을 짓고 제멋대로 그것을 설하여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는
‘재물 있거든 나에게 보시하라. 내가 복밭이다’고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세상 사람들을 속였다.
그러나 저들이 믿고 보시한 것을 먹고는 소화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명이 끝나려 할 때 큰 두려움을 낸다. 모
든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재주가 있는데 어찌자신을 구제하지 못하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오늘의 근심과 고통은 재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한 사람 때문에 부모형제와 친한 마을 사람들과 그의 권속들까지 아무 지은 죄 없이 죽음을 당하는구나.’
중생이 이와 같이 악지식(惡知識)을 가까이하면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진다.
그렇다, 그렇다. 모든 바라문과 모든 니건자여,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고하나니, 너희들은 방일하지 말라.
비유하면 새끼 새가 날개가 나지 않으면 높이 허공에 날 수 없는 것과 같이,
너희들도 이와 같이 신통한 힘이 없으므로 열반의 세계에 날아 이르지 못한다.
무엇 때문인가?
너희들이 행하는 법은 궁극적인 도가 아니라서 결국은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죽는 순간에 후회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우리들이 헛되이 이와 같은 몸과 생명을 받아서 수행했으나 하늘에 태어나는 즐거움을 얻지 못했으며, 사람으로서 누리는 즐거움도 받지 못했으며, 열반을 얻지도 못했다.
우리들은 이 몸을 헛되게 지냈으니, 어느 길에 태어나게 되며, 어떤 몸을 받게 될까?’”
이때 세존께서 모든 바라문과 니건자와 모든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에는 진기한 보배가 가득하니, 너희들은 희망을 잃지 말아라.
불법의 보배 가운데서 너희들은 딴 공부를 하지 말라.
너희들이 의심하는 바를 다 여래에게 질문하라. 부처가 너희들을 위해서 분별하여 설할 것이다.”
[태어나고 멸하는 인연]
그러자 모든 바라문과 니건자 등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 예불하고 나서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밤낮으로 태어나고 죽는 중생을 많이 제도하시지만 중생의 세계는 줄어들지도 않으며, 더하지도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중생들이 이와 같이 태어나고 멸합니까?”
그때 약상(藥上) 보살마하살이 큰 서원으로 장엄하고 법의 횃불을 켜 들고 큰 일을 묻고자 하여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는 태어나고 멸할 어린 중생도 없고늙은 중생도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에게 늙음이 있으면 어림도 있으니 이와 같이 태어나고 멸한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머리를 감고 새 옷을 입고 집에서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머리를 잘 감고 깨끗한 새 옷을 입었구나 하는 것과 같으며,
또 어떤 사람이 머리를 감고 낡은 옷을 빨아 입으면 사람들이 그에게 머리는 잘 감았지만 옷은 묘하지 않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 그렇다. 약상아, 늙은 중생을 염부제에서는 묘하다 하지 않고, 젊은 자는 비록 묘하나 태어나고 멸함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때 모든 바라문과 모든 외도와 니건자가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들을 늙음이라 하며, 무엇을 젊음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늙음이란 아귀ㆍ축생ㆍ지옥을 쉴새없이 오가며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싫증이 없는 것이다.”
[젊은 중생]
모든 바라문ㆍ하늘ㆍ용ㆍ대왕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저희들은 다시는 태어나고 죽는 고통을 받지 않는데, 저 모든 니건자는 젊은 중생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때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시다시피 이 중생들을 제도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오늘 분별하여 해설하리니 너는 자세히 듣거라. 9만 4천억의 새로 배우는 중생이 있었는데, 여래 앞에 있으면서 여래께 예불도 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았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그들 중생이 여래께 예불도 하지 않으며, 질문하여 의심을 결단해 주기를 청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선남자야, 젊은 중생이 없다고 설하는 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이 젊은 중생이다.”
저 사람이 질문하였다.
“저희들이 젊은 중생입니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젊은 중생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너희들을 젊은 중생이라 하는 것은 자신의 한량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 9만 4천억의 새로 배우는 중생들이 다 10지(地)를 얻어 허공에 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