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2권
[정반왕과 마야부인의 인연]
그때 가비라(迦毘羅)의 국왕 성하하노왕(星賀賀努王)은 큰 복과 덕을 갖추고 재물이 한량없으며 인민들은 매우 왕성하고 국토는 풍부하였는데, 여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에 천지성(天指城)이라는 하나의 국토가 있고 소발라몰타(酥鉢囉沒駄)라는 왕이 있었다.
그 나라는 크게 풍부하여 금과 은의 값진 보배가 곳곳에 가득히 찼었으며 그 왕에게는 용미녜(龍弭禰)라는 왕비가 있었는데 몸의 빛깔이 단정 엄숙하고 모든 형상이 완전히 갖추어 있었다.
그 국내에는 하나의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전생에 착한 근본을 심었는지라 복과 덕이 순박하고 도타우며 권속들이 매우 성하고 광이 많은 것이 마치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과 같았다.
그때 장자에게는 하나의 동산이 있어서 많은 초목과 이름 있는 꽃이며 흐르는 샘ㆍ목욕하는 못ㆍ정자며 누각과 기이한 길짐승ㆍ영묘한 날짐승들이 두루 갖추지 아니함이 없었는데, 때에 소발라몰타왕이 그의 왕비와 여러 권속들과 함께 이 동산에 와서 풍악을 울리며 재미있게 놀았다.
이때에 그 왕비는 이 동산 숲에 갖가지의 꽃이 빛남을 보고 마음으로 좋아하며 곧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 동산이 필요하며 항상 재미있게 놀겠나이다.”
왕이 왕비에게 말하였다.
“이 동산 숲은 장자의 소유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나는 국왕으로서 응당 스스로가 새로 만들리라” 하고
곧 나라의 사람들에게 명하여 크게 동산을 이룩하였는데 샘과 못과 대각이며 다락의 매우 훌륭함이 제일이어서 이름을 용미녜 동산[龍弭禰園 : 룸비니 동산]이라 하였다.
그때 소발라몰타왕은 오랜 세월 동안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금륜왕(金輪王)이 되는 하나의 아들을 낳을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뒷날 왕비가 임신하였고, 아이를 밴 지 아홉 달 만에 하나의 딸을 탄생하였는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었으며 복과 덕이며 지혜가 그 세간에서는 가장 뛰어났으므로
이와 같은 여러 사람들은 이런 복 있는 상호를 보고서 모두가 말하였다.
“있기 드문 일이다. 응당 이는 비수갈마천(毘首羯摩天)이 만들었을 것이며, 혹은 이는 허깨비로 이루어졌으리라.”
딸이 탄생하자, 하루 이틀에서 21일에 이르기까지 왕은 이 딸을 위하여 모든 친척과 여러 신하들을 모아 놓고 경하하며 풍악을 울리면서 곧 마야(摩耶)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그 딸의 몸의 상호에 여덟 개의 젖이 있었으므로 관상쟁이가 점을 쳐 말하였다.
“이 딸이야말로 뒷날에 당연히 귀한 아들을 탄생하여 정수리에 물을 부을왕위를 계승하리라.”
또 뒷날에 다시 하나의 딸을 낳았는데 단정하여 복된 상호가 가장 으뜸갔으며 처음 낳을 적에 큰 광명이 있어서 두루 나라의 성을 비추었고 상서로움이 보통이 아니었으므로 그 경하하는 날에 곧 이름을 짓되 마하마야(摩賀摩耶)라고 하였으며
관상쟁이가 점을 치며 말하였다.
“이 딸이야말로 남아를 낳으면, 서른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갖춘 금륜왕이 되리라.”
그때 소발라몰타왕은 저 성하하노왕의 태자가 갖추어진 덕이 있음을 듣고 곧 사신을 보내며 그 국왕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둘의 딸이 있는데 첫째의 이름은 마야요, 둘째의 이름은 마하마야입니다.
처음 태어날 적에 관상쟁이가 보고 말하기를
‘이 둘의 딸이 만약 뒤에 아들을 낳으면,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갖춘 금륜왕이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성하하노왕은 듣고나서 정반태자에게 말하였다.
“소발라몰라왕이 두 딸을 너에게 시집보내서 아내를 삼게 하려 하는구나. 만약 뒤에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전륜왕이 되리라 하니, 곧 석씨의 5백 인을 파견하여 거기로 가서 여인들을 영접하여라.”
그때 변두리의 나라에 따로 반나박(半拏嚩)이라는 족이 있었는데 병사들을 거느리고 길에서 기다리다가 겁탈하려 하였으므로
석씨들이 알고서 환난 만날 것을 염려하려 자세히 위의 일을 말하고 왕에게 같이 갈 것을 청하자
왕은 곧 말하였다.
“나는 이제 나이가 늙었는지라 싸우는 일은 싫증이 나있으니, 태자 정반이 몸소 토벌하게 하고 만일 이기게 되면 응당 스스로 원망을 세우게 할지니라.”
그때 성하하노왕은 훈련된 네 가지 병사를 선택하여 석씨들에게 부가하고 태자 정반에게 주었으므로 같이 나쁜 족속들을 죽이고 여인을 맞이하여 돌아와서는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먼저 칙령하시되, 따로 원을 세우라고 하셨사온데, 그 뜻은 무엇이옵니까?”
왕은 곧 말하였다.
“너는 이제 한 여인만을 받아들여 제 아내를 삼아야 하며, 만일 뒤에 아들이 있으면 더욱 잘 보호하여 나라의 왕위를 잇게 하여라.”
왕이 죽게 된 뒤에 그 대신들은 함께 정반 태자를 세워서 즉시 왕위를 잇게 하였으며, 때에 왕의 나라지경에는 인민들이 풍성하고 왕과 부인이며 여러 궁빈(宮嬪)들은 언제나 쾌락을 누렸었다.
[석가보살이 인간으로 태어나려 할 때 다섯 가지를 살핌]
이때에 석가 보살(釋迦菩薩)은 도솔천에 있으면서 인간으로 태어나려 하여 다섯 가지를 자세히 살폈다.
첫째는 성바지를 자세히 살폈는데, 보살은 생각하기를
‘바라문과 폐사(吠舍)와 수타(首陀)는 성바지가 상족이 아니므로 나의 태어날 바가 아니다. 만약 찰제리(刹帝利)면 나는 장차 태어나리라.
그 때의 사람들은 부귀를 중히 여기는 까닭에 만약 하천한 성바지에 태어나면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지 못하리라.
이제 중생들을 거두고 교화하여 그들이 귀의하게 하기 위해서이니, 그 때문에 찰제리의 집안에 태어나야겠다’고 하였다.
둘째는 국토를 자세히 살폈는데,
‘만약 그 국토가 가장 위이고 매우 훌륭하여 최상의 맛인 사탕수수와 향기롭고 맛있는 쌀이며 살지고 힘센 큰 소가 있으며 여러 가난한 이거나 싸움하는 일이 없으면, 이러한 국토야말로 중앙이 되는 나라라고 하리니, 나는 곧 가서 태어나리라.
저 중생들이 헐뜯기를
≺보살은 과거에 크고 훌륭한 인연을 닦았으면서도 어찌하여 이제 도리어 변두리 땅에서 태어나실까≻라고 할까 두려워서이다’라고 하였다.
셋째는 시기를 자세히 살폈는데,
‘만약 증겁(增劫)인 8만 살일 적이면 중생들의 근기가 무디고 지혜가 어리석고 하열하여 법의 그릇이 되지 못하므로 그 때문에 태어나지 못하겠고,
만약 감겁(減劫)인 백 살일 적이면 비록 다섯 가지의 흐림[五濁]에 가깝다 하더라도 그 때의 중생들은 근기와 성품이 매우 날카롭고 그릇이 성숙하여 있으므로 보살은 내려와 태어나야 하리라’고 하였다.
넷째는 뛰어난 족속을 자세히 살폈는데,
‘저 정반왕은 과거에 겁이 이룩한 시초로부터 여러 왕의 후손들이 서로 계승하였으므로 정반왕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는 전륜왕의 족속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곧 가서 받아 나야 하리라’고 하였다.
다섯째는 어머니의 몸을 자세히 살폈는데,
‘만약 이 여인이 지혜가 매우 깊고 복과 덕이 한량없으며 모든 상호가 단정 엄숙하고 지닌 계율이 깨끗하여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같이 수기(授記)를 주셨으면 나는 곧 받아나리라.
이제 마야를 보건대, 위의 공덕을 갖추었고 또 이는 왕의 성바지이니 곧 거기에 태어나겠도다’라고 하였다.
그때 보살은 이렇게 자세히 살핀 뒤에 다시 여섯 욕계의 천자들에게 말씀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자세히 들으시오. 나는 장차 염부제에 내려가서 태어나되 마야에게 의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대들은 나를 위하여 단 이슬의 비를 내려서 나에게 즐거움을 받게 하십시오.”
천자들은 말하였다.
“염부제에는 여섯의 큰 악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노가섭(老迦葉)이요, 둘째는 마사가리우바자(摩娑迦梨虞婆子)요, 셋째는 사야야미라치자(娑惹野尾囉致子)요, 넷째는 아이다계사가마라(阿多繼捨迦摩羅)요, 다섯째는 가쟈야(迦★野)며, 여섯째는 이아라야제자(儞誐囉★帝子)입니다.
잠부도비이파에다 또 여섯의 발가숭이 외도가 있는데,
첫째는 구타다노(俱吒多努) 바라문이요, 둘째는 소로나다나(酥嚕拏多拏) 바라문이요, 셋째는 마의(摩儗) 바라문이요, 넷째는 범수(梵受) 바라문이요, 다섯째는 포사가라(布娑迦囉) 바라문이요, 여섯째는 로희쟈(路呬★) 바라문입니다.
염부제에는 또 여섯의 큰 역사(力士)들이 있는데
첫째가 오내라구라마자(烏捺囉矩囉摩子)이며, 둘째가 아라나(阿囉拏)이며, 셋째가 가류마(迦類摩)이며, 넷째가 소발내라(酥跋捺囉)이며, 다섯째가 파리몰라야가(波里沒囉惹迦)이며, 여섯째가 살야마나박가(散耶摩拏縛迦)입니다.
이와 같은 열여덟 종류는 조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때에 인간에 한 신선이 있어서 나이가 이미 늙었고 이름은 오로미라가섭(烏盧尾羅迦葉)이었는데, 생각하다가 말하였습니다.
“장차 이 국토는 복이 뛰어난 땅으로서 12유순(由旬)의 그 중간에는 보살이 편안히 앉으셔서 법을 말씀할 만한 곳이오니, 원컨대 보살은 속히 인간에 내려오셔서 저희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이익을 얻게 하소서.”
그때 보살은 도솔 천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이제 나를 위하여 온갖 풍악을 울리시오.”
그러자 여러 하늘들은 듣고서 다투어 음악을 울렸는데, 그때에 보살은 큰 법의 소라를 부르며 그 소리야말로 높고도 멀어서 하늘의 풍악인 온갖 음운보다 뛰어났었습니다.
이와 같이 하여, 염부제의 열여덟 종류의 조복하기 어려운 중생들에게 보살은 걸림이 없는 변재로써 큰 법의 소리를 떨쳐서 그 유정들로 하여금 저절로 항복하게 함도 역시 그와 같이 하면서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사자 한 번 외치면 뭇 짐승이 항복하고
금강의 한 공이면 뭇 봉우리 부셔지며
아수라가 수없지만 한 바퀴(輪)면 항복하듯
세간의 어두움도 하루 만에 깨지리라.
그때에 여섯 욕계의 천자들과 하늘 제석은 보살이 여섯 어금니의 흰 코끼리를 타고 도솔천을 내려가서 마야의 배에 있음을 살펴보고는 곧 단 이슬을 내리고 어머니의 배를 수호하며 깨끗하며 편안하고 고요하게 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내가 보매 천자께선 염부제에 내려가서
감자(甘蔗)의 왕궁에 생(生)을 받으셨는데
중생 이롭게 하려는 전생 원의 갚음이니
마치 해가 돋아날 제 광명 놓듯 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