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일째 2부. 2015. 10. 3(土) 맑음 - 야간산행
야리가 다케 정상을 다녀와서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해 본다.
대원들의 상태는 몇몇을 제외하곤 심신이 많이 피곤한듯 보였다. 목표했던 카사가다케는 이미 포기한 상태지만, 신호다카온천으로의 하산루트를 명쾌하게 결정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무리 名所라고 하지만,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오늘밤을 묵는다는 것도 너무 할일 없는 짓이다.
내가 원래 계획했던 카사가다케를 중도 포기할때 생각해 두었던 하산코스는 야리가다케에서 니시가마오네(西鎌尾根)능선으로 하산하여 스고로쿠 고야(雙六小屋)를 경유, 카가미다이라산소(鏡平山莊)를 경유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로 가는 코스였다. 이 코스는 비상 탈출로로 예비하여 두었던 코스였다.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를 하산 깃점으로 염두에 둔것은 그 산장에 유일하게 산행을 마친 대원들의 피로를 풀어줄 온천욕을 할 수있는 곳이기 때문이였다. 이 코스로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까지 가는 중간에 우리가 머물 수있는 산장이 2군데 더 있어 언제든지 대원들의 상태를 보아가며, 선택적으로 머물곳을 결정을 할 수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스고로쿠 고야(雙六小屋)까지 가야한다. 이 길은 3년전 갑오연화와 둘이서 올라왔던 길이라 생소하지 않기도 하였다. 그 길은 80%정도가 내리막 또는 편안한 능선길이고 모미사와다케(從澤岳 2,755m)를 크게 한번 올라야 하는 오르막이 있다.
그러나 전 대원의 상태가 그 코스를 택하기엔 무리라고 판단되어, 예비하지 않았던 오쿠마루야마(奧丸山)능선길을 택하여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로 하산하기로 하고, 오늘의 관건인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에 목욕시설이 있는지의 여부를 야리가다케 산장 스탭들에게 물어 보았으나, 잘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인터넷과 안내책자를 한참동안 찾아보고 겨우 목욕시설이 있음을 알려준다. 아래 사진은 야리가다케 정상에서 찍은 사진으로 가운데 작고 낮은 능선이 우리가 선택한 하산길이다.
야리가다케 정상에서 찍은 사진으로 야리호다카 능선과 카사가다케 능선 사이에 있는 작은 능선이 오쿠마루야마(奧丸山)능선길이다.
하산 코스를 결정을 하고, 오후 1시10분쯤 야리가다케산장을 떠나 니시가마오네(西鎌尾根)능선으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어디쯤에서 오쿠마루야마 능선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올까 예의 주시를 하고 간다. 일본인 등산객이 내려가고 있어 갈림을 물어 보았더니, 자기는 야리가다케산장에 머물고 있으며, 산책을 나왔다며, 다시 산장으로 올라갈것이라며, 잘 모른다고 한다.
눈아래 훤히 보이는 능선으로 갈리는 갈림길을 확인하기 위해 속도를 내어 내림길을 내려갔더니, 뒤 따라 내려오는 대원들이 힘들어 한다.
내가 지금 헷갈리고 있는 갈림길을 찾아야 내가 안심을 하고, 대원들에게도 안심을 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에 영수대원의 스틱이 고장나, 연화와 한짝씩 나누었으나, 내리막 지지가 않되어 허공대원이 사용하지않은 스틱을 영수대원에게 빌려준다.(우리는 한 팀이기 때문에...)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고있는 대원들...
일본인 젊은 친구가 올라오고 있어 어디쯤에 갈림길이 있는지와 와사비다이라고야로 쉽게 가는 방법을 물어 보았으나, 잘 모른다고 하며 잠시 올라가더니 다시 내려온다.
내려가던 나를 불러세우고 지도를 꺼내 설명을 한다. 조금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와사비다이라 소옥으로 가는것보다 야리다이라고야(槍平小屋)로 가는게 좋을것이라 한다.(그때는 무슨뜻인지 잘 몰랐다)
아래 펼쳐져 보이는 편안한 능선이 나를 착각하게 만들었다.
반갑고 낮익은 센죠놋코시(天丈乘越)이정표다. 그리고 오쿠마루야마 능선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다. 이 길 센죠놋코시(天丈乘越)이정표를 3년전 갑오연화와 올라 오면서 보았지만, 여기가 갈림길 삼거리인지는 미처 몰랐었다. 그래서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내려 오면서 내내 헤매였다.
분명히 좌측으로 내려가면 오쿠마루야마 방향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 이제 길을 헤맬 염려는 없을것 같아 됐다 싶다.
센죠놋코시(天丈乘越)이정표
대원들과의 간격이 너무 떨어져 기다리며, 지도를 확인한다. 일러스트 큰 지도는 코스타임이 나와있지 않고, 50,000 분의1지도에는 코스타임이 나와 있으나, 코스타임 깃점(시작 점과 끝나는 점)이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 능선의 끝자락에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였다.
하지만, 전체 일정의 착오는 코스타임의 잘못된 설정이였다.
멀리 하늘금에 야리가다케 산장이 보이고, 대원들이 내려오고 있다.
대원들이 도착하여 그 간의 나의 선택에 잠시 헷갈림이 있어 확인을 하느라고, 서둘러 내려왔음을 말하고, 같이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급등사면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없는 길이라 잘 다져저있지 않아 미끄러질 경우가 있을것 같아 주의하며 내려갈것을 당부한다.
경사도가 심한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북알프스에 웬? 잔듸길이 포근하게 이어진다.
그 동안 걸어온 길에 비하면, 비단 금침을 깔아 논 길을 걷는다.
모두들 여유로운 표정이다. 이대로 와사비다이라고야까지 편안한 길이 이어지기를...(그러나 이런 길이 곧 꿈길임을 어찌 알았겠는가)
후미의 허공대원이 두 손을 번쩍들고...(아직도 야리가다케 산장의 모습이 보인다)
야리가다케에서 오쿠호다카로 이어지는 3,000m급의 암봉들이 장엄하게 늘어서 있다.
사면의 잡목군락들이 저 마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시세워 뽐냄을 하고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산죽길에 전 대원이 얼굴을 내 밀고...
야리가 다케 산장에서 걸어왔던 길을 배경으로... 영수대원
모니카 대원
연화대원
허공,젬마 대원 부부
영식, 억이 대원 부부
한때 우리들을 유혹했던 야리다이라 고야(槍平小屋)로 내려가는 깊은 계곡
호다카 능선을 배경으로 갈대밭에서.(여성 대원들에게만 특별히???) 모니카 대원
젬마 대원
억이 대원
연화 대원만 빠졌네용~~ ㅋㅋㅋ
계곡 아랫쪽 평지에 야리다이라고야(槍平小屋)가 보인다. 50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있는 산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따뜻한 온천욕에 더 큰 욕심(?)을 부린것이 화근이 될 줄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계곡 아래 야리다이라고야(槍平小屋)가 보인다.
야리가다케가 고개를 내밀고, 그 아래 산장이...
오쿠마루야마(奧丸山 2,439m) 정상 이정표에서.. 모니카 대원
사람들이 특히 외국의 북알프 원정단이 다니지 않는곳에서 호다카 주능선 전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것은 우리 팀이 처음이 아닐까...(그 대신 혹독한 고생길이 보답을...)
오쿠마루야마 정상에서 야리-호다카연봉 능선을 배경을 대원 단체 샷
길게 산그림자가 드리워지니, 실실 마음이 바빠진다.
호다카 연봉 전체가 조망되는 이곳에서 마의 구간인 다이기렛도(大切道)가 여기서 보니 실제와는 너무 다르게 완만하기 그지 없다.
다이기렛도(大切道)를 중심으로...
오쿠마루야마만 오르면 바로 끝이 보일줄 알았는데 그 것은 착오였다. 그러나 이정표를 보니 우리가 의도한 대로 오긴 왔다. 갈림길의 표시가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가 있는 와사비다이라(わさび平)와 히다리마타린도(左保林道)의 표시가 확실하게 표시되어 있다.
지도상과 같이 우측으로 떨어지면 林道가 나오고 임도로 진행하다보면 우리의 목적지 와사비다이라고야(わさび平 小屋)가 나 올것이다.
그러나 그 林道가 나타나기 까지는 이번 원정길에 최고의 난 코스가 도사리고 있었다.
마지막 이정표(코스타임 소요 시간이 없으니...)
아무래도 야간산행을 해야할것 같아 랜턴 준비를 하자고 하니, 피곤에 지친 대원들이 표정이 어둡다. 앗뿔사~~ 어제 저녘까지도 멀쩡했던 나의 헤드랜턴에 이상이 있다. 업친데 덥친다는 말이 이런때를 두고...
그러나 아직은 랜턴을 밝힐정도는 아니어서 길을 나선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위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몇몇 대원을 제외하곤 해드랜턴이 시원치 않다.
나의 高 光度 해드랜턴이 고장난것이 오늘밤 고난의 길로 접어드는 전조현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원망스럽고 아쉽다.
이제 계곡으로 떨어지는 막바지 내리막길이 심상치 않다. 사람이 잘 다니지는 않지만, 길목의 잡풀정리가 어느정도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지만, 나무뿌리들이 얽혀있어 자칫 잘못하여 걸려 넘어지면 사고 위험도 있을것 같다. 나는 날은 점점 어두워져 랜턴불이 없이는 어두운 길을 林道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갈망하며, 내려가다가 두번이나 넘어져 큰일을 당할뻔하였으나,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이 없어 계속해서 내려가다가 제법 큰 물이 흐르는 두번째 계곡을 만나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없게되어, 망연자실 배낭을 벗어 놓고, 뒤 따르는 대원들을 불러 보았으나 대답이 없다. 거리가 너무 먼것인지, 계곡의 물소리만 가 커서 그런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궁여지책으로 배낭속에서 고장난 랜턴을 꺼내 스윗치 부분을 만지다 보니, 언뜻 불이 들어왔다가 꺼지곤 한다. 불이 들어오는 스위치 지점에 손톱으로 눌러 불이 들어 온 틈에 개울 건너 이어지는 길을 확이하고, 뒤쳐진 대원들을 마중하러 왔던길을 올라가며, 계속 소리쳐 불러 본다. 순간 순간 불이 가버리면, 또 작동을 계속하기를 반복하여 숨가프게 올라가니 선두그룹 영수,모니카 두 대원의 불빛이 보인다. 두 대원에게 그 자리에 쉬면서 기다라고 말하고, 계속 후미를 만나러 계속 올라간다.
얼마쯤이나 올라 갔을까 희미하게 숲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와 대원들을 불러본다.
다행히 체력의 한계를 무릅쓰고 힘들고 어려운 산길을, 그것도 국내에서도 해 보지 않은 야간산행의 공포감을 이기고 무사히 내려오는 대원들을 만나게되니 그저 감사할 수 밖에..
제일 힘들어 하는 억이 대원의 배낭을 받아매고 함께 내려와, 나의 배낭이 있는 계곡에서 배낭을 바꾸어 매고, 다시 대열을 정비하여 내려간다. 다 내려온것 같기도 한데 임도를 만나기까지의 길은 시간상이나, 등로상태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천신만고 끝에 전 대원 임도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와사비다이라 고야를 찾아 스고로쿠 고야(雙六 小屋)방면에서 흘러 내려오는 큰 계곡의 다리를 건너 시멘트 포장길을 빠른 걸음으로 한 참을 내려가니, 불빛과 함께 반가운 와사비다이라 고야가 눈앞에 나타난다.
山莊에 도착하여, 관리인에게 우리의 일정을 이야기하고, 대원들중에 다리가 불편하여 걷기 어려운 대원이 있다며 도움을 청하였다. 나의 사정 애기를 듣던 마음씨 좋은 산장 관리인이 괜찮다면 봉고 화물차를 가지고 마중을 가자고 한다. 화물차면 어떻냐. 감지덕지하고 "아리가도 고자이마스"를 연발하였다. 지금쯤 한 발짝도 떼기 힘든 대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멀리가서 대원들을 태워오고 싶어 마음뿐이다.
마음이 바쁜 탓인지 한참을 올라가니, 대원들이 내려오는 불빛이 보인다. 가까이에 차를 세우고 대원들의 무거운 배낭과 몸을 화물차에 실어, 산장으로 돌아오니 장장 약 14시간의 길고 긴 산행이 막을 내린다.
오늘 우리 대원들 모두는 철인으로 등극하였다.
일단 산장에 도착한 우리들의 소원은 식사보다는 오로지 목욕이다. 그러나 입욕시간이 지나 곤란하다는 관리인에게 우리가 오늘밤 여기까지 온 이유를 설명하고 사정을 하자, 가까스로 입욕을 허락하여 주었다.
방 배정을 받고, 남,여 각 욕실에서 조금이나마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식당에서 저녘 정식은 이미 시간이 지나 준비가 않되어, 관리인이 추천한 스테미나 규동으로 미소시루(된장국)를 써비스 받아, 맥주와 곁들여 식사를 하고나니, 그동안의 모진 고생이 한시름에 사라지고 안도와 안락감에 천국이 따로 없다.(나만의 생각인가????)
대원 미나상(みなさん:여러분)!
대단히 고생 많았습니다. 그리고 북알프스 원정 성공을 축하합니다.
첫댓글 노짱님
이제사 회원가입이 완료되었슴다
사진이 너무 멋지게 나왔군요
7박8일간 수고 많았습니다
처음엔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지만
다녀와서 보니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슴다
지리산 설악산 종주에 대한 생각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슬슬 일어나는군요
어제는 고향 산악회에서 포천 백운산(905m
) 갔었는데 한 쪽눈 감고 간다고 농담했지요
사진이 멋진것 보다는 모델들이 훌륭해서이지요,
산에 대한 스펙이 향상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모든 대원들이 적극적인 협조를 해 주셔서 무탈하게 산행을 마쳐 오히려 저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북알프스 사진과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정말 어려운 산행을 무사히 마치신것을 경하 드립니다.
저도 북알프스산 지도를 펴놓고 노짱님과 함께 산행을 계속 했습니다..ㅎㅎㅎ
선배님~ 열정은 말릴수가 없군요. 어디까지 가셔야 양이 차실런지 심히 걱정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