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구간은 장수군 장계면과 함양군 서상면을 잇는 육십령에서 시작한다.
덕유산 남쪽 관문 할미봉을 넘어 서봉(장수 덕유산), 남덕유산을 거쳐 북상하다
삿갓재, 무룡산, 동엽령을 지나 백암봉에서 주능선 동쪽으로 갈라져
무주군 설천면과 거창군 고제면을 잇는 빼재로 내려오는 32km 여정이다.
지리산 주능선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으며 기름진 장계 분지와
거창의 산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덕유산은 전묵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 등 2개도 4개군에 걸쳐 솟아 있으며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30여km에 달한다.
덕유산의 地勢는 종으로는 남고북저, 횡으로는 중앙이 높고 좌우로 낮아지는 형상이다.
고산준봉을 이루고 있으나 능선은 비교적 평탄하며 주요 봉우리를 기점으로 8개의 긴 계곡이
동서사면으로 형성되어 각기 금강, 낙동강, 섬진강의 분수계가 된다. 덕이 많은 너그러운
모산이라 해서 德裕山으로 불리며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0 산행일자 : 2015.10.2~10.3(1박2일)
0 세부일정
- 10.2(금) : 05:36 광명발 KTX, 06:55 전주, 07:10 장계행 시외버스
08:30 장계터미널 조식 및 물품구입, (콜택시) 육십령~삿갓재대피소(1박)
- 10.3(토) : 05:00 삿갓재 출발, 13:30 빼재(산행종료),대전(결혼식 참석), (KTX) 귀경
0 날 씨 : 첫날 맑음, 2일차 안개
0 산행거리 : 32km(접속거리 없음)
0 주요경로 : 육십령~할미봉~교육원3거리~서봉~남덕유산~월성치~삿갓재(1박)~무룡산
동엽령~백암봉~귀봉~횡경재~지봉~월음재~대봉~갈미봉~뻬봉~빼재
장계터미널 인근에서 아침식사와 장을 보고 콜택시로 육십령에 도착,
휴게소 자판기 커피 한잔 후 산행을 시작한다. 아주 청명한 가을날씨다.
1925년 도로개설로 육십령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단절하고 경관을 훼손했었는데,
2011년 교량(터널형)을 설치하여 지형과 식생을 복원함으로써 생태축을 되살렸다.
대간길 곳곳 이와 같은 생태축 복원은 환경을 위해서도, 산행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장수 경주마목장. 한국마사회가 제주 다음으로 마필생산 및 경주마를 육성하는 곳이다.
옛 사람들은 장계면 명덕리 구릉지대를 개안들이라 불렀는데,
개안(開眼)은 눈이 열린다는 것으로 육십령을 굽이돌아 들판에 서면
沃野十里가 한 눈에 들어오니, 눈이 열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들이 넓다는 말이 지명으로 변한 듯하다.
함양을 지나가는 대간을 모두 볼 수 있는 할미봉. 멀리 지리산도 살짝 자태를 드러낸다.
할미봉을 뒤로 하고 서봉으로 향한다. 이정표로 보아 여기까진 지자체 관리구역인 듯하다.
대포바위.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함락한 왜군이 전주성을 치기 위해 함양을 거쳐오다
육십령 고갯마루에서 엄청나게 큰 대포와 같은 이 바위를 보고 혼비백산 남원으로 되돌아 가
장계지역이 화를 면했다고 한다. 대포처럼 보이나 생김새에 따라 남근석 또는 X바위라 불린다.
0.4km라 하나 엄청 급경사여서 패스. (핸폰사진 상태가 별로여서 퍼온 사진으로 대체)
서봉(왼쪽), 남덕유산. 우측 아래는 경상남도 덕유교육원이다.
덕유교육원삼거리를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되고 암릉이 서봉으로 이어진다.
서봉(장수덕유산). 예전 정상석은 사라지고 팻말이 서있다.
멀리 지리산부터 지나 온 대간길 마루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진 대간길에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는 것은 여기가 마지막이다.
청명한 가을은 향적봉까지 덕유 주능선을 시원스레 펼쳐주고
덕유를 넘어 다음 구간인 삼봉산, 초점산, 대덕산 마루금까지 시야를 열어준다.
몇 번의 시도로 셀카봉 촬영은 성공했는데, 그림자가...
남덕유산은 향적봉 남쪽 덕유산 제2봉이다. 조선시대(대동지지 등 고지도 표기)엔
봉황산 혹은 황봉(黃峰)으로 불리웠다. 남강 상류 경호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영각사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0.6km) 공포의 급경사 계단이 이어지는데
흔히 남덕유산 청룡열차라 부른다. 영각재 넘어 상봉~중봉~하봉 능선은
동남쪽으로 월봉산, 금원~기백산 등 거창의 명산들로 이어진다.
남덕유를 내려와 주능선으로 접어들면 황점마을 하산길(3.8km)과 만나는 월성치다.
황점(黃店)은 봉황산(남덕유산) 밑에서 쇠를 만드는 가게(店)들이 있는 것에서 유래.
다음 구간 삼봉산~초점산~대덕산 대간 마루금들도 더 가까이서 위용을 드러낸다.
월성치에서 황점마을로 내려가는 월성계곡 상류의 사선대(四仙臺). (퍼온 사진)
마치 기단위의 3층 탑을 방불케 하는 사선대 맨 위 거북 같기도 하고,
봉황 같기도 한 바위는 머리 부분이 남덕유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삿갓봉 가기 전 주능선을 끼고 좌우로 솟구친 남덕유와 서봉을 돌아 본다.
삿갓봉. 대피소로부터 걸려 온 예약 및 위치 확인 전화를 받느라 지나쳐 버렸다.
무룡산(舞龍山)이 성큼 다가온다. 거창 북상면 산수리와 무주 안성면 죽천리 사이에 위치하며
조선시대엔 불영산(佛影山)으로 불리웠다. 거창쪽 사면으로 산수계곡을 이룬다.
일출과 더불어 저 자태를 내일 다시 보겠지 했지만...
삿갓재대피소. 배정된 자리에 배낭을 풀고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 주메뉴는 장계 농협마트서 구입한 삼겹살. 요 불판이 배낭을 무겁게했지만
산에서 구워먹는 삼겹살과 빨간 참이슬 그 감칠 맛이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청주에서 온 일행과 고추장삼겹살을 섞어 나눠먹고, 푸짐한 만찬을 즐기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안개가 자욱한 새벽 5시 마침 출발하는 일행이 있어 이들과 합류, 산행을 시작한다.
2km 지나 무룡산이지만 안개는 걷히기는 커녕 짙어지기만 한다. 어제의 기대는 산산히...
동틀 무렵 그 장쾌한 덕유평전의 풍경을 기대했는데.(아쉬움을 퍼온 사진으로 달래본다)
동엽령. 안개는 여전하다. 이곳 데크에서 비박한 10여명이
칠연계곡(안성탐방지원센터) 쪽으로 하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백암봉에서 대간은 향적봉 방향 주능선에서 벗어나 횡경재 쪽으로 가야한다.
종착지 빼재(신풍령)까진 11km. 오후 4시 대전에서 열리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갈려면
하산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야 하는데 넘어야 할 봉우리가 많다.
귀봉, 횡경재를 오르내려 지봉에 이르니 체력이 소진돼 급한 마음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지봉은 옛날에 흰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연꽃이 피는 연못(池)이 있었다는데서 유래.
지봉 남쪽 기슭엔 맑은 계곡과 단풍, 설경으로 철마다 많은 이들이 찾는 송계사 계곡이 있다.
삿갓봉(위)과 백암봉(아래). 덕유주능선의 안개는 가시긴 했지만 향적봉 쪽은 그대로다.
백암봉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나온 대간길을 돌아본다.
월음재와 대봉을 지나니 대간은 덕유주능선에서 확연히 멀어진다.
빼재까지 대간길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지만,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무려 일곱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하니 발바닥과 무릎이 비명을 질러댄다.
마지막 봉우리 빼봉. 빼재(신풍령)까지 1km 남겨 놓고 잠시 쉬며 콜택시를 예약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구천동서 무주를 경유, 대전가는 버스시간에 맞출 수 있단다.
빼재(秀嶺 해발 920m). 전북 무주군 설천면과 경남 거창군 고제면을 잇는 고개다.
삼국시대부터 국경의 요충지로 수많은 민관군이 이곳에 뼈를 묻어야만 했고,
임진왜란 때 이 지역 사람들은 산짐승들을 잡아 먹어가며 왜군과 싸웠다.
그 산짐승들의 뼈가 이곳저곳에 널리게 됐다고 해서 '뼈재'라는 이름이 붙었고
뼈재가 경상도 방언으로 '빼재'가 되었다고 한다.
‘빼재’는 ‘추풍령’을 본뜬 ‘신풍령’이라는 휴게소가 고개 아래쪽에 들어서면서
‘신풍령’으로 불리기도 하나, 일제강점기에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빼’를 ‘빼어나다’로 해석, 어울리지 않는 지금의「수령(秀嶺)」
즉 빼어난 고개라는 뜻의 표지석이 세워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옛 이름인 ‘빼재’로 불려지기를 원하고 있다.
<산행을 마치며>
이번 구간은 첫날 청명한 가을하늘 덕분에
지나 온 지리산과 웅장한 덕유주능선, 그리고
다음 구간 삼봉산 등 장대한 대간 마루금들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었고,
둘째날 짙은 안개로 장쾌한 덕유평전을 보지 못했지만
빼재까지 길고도 힘든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친구에게 딸 결혼 축하인사도 건냈으니
두마리 토끼를 잡은(?) 행복한 산행이었다.
다음은 제5구간 빼재~덕산재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빼재에서 잘못하면 알바할 수도 있는데 잘 도착했구먼~~